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74
74화
쿠미치 일가는 일본의 전통 암살 가문으로서 유독 은원에 밝기로 유명한 세력이다.
쿠미치 마시모토는 그런 쿠미치 일가의 34대 가주였기에, 약 반년 전 있었던, 최강에게 부하의 목숨을 빚진 것에 대해 잊지 않고 있었다.
‘이 기회에 갚는다.’
사실 그 전부터 갚으려는 움직임은 있었다.
리치 때가 그 대표적인 예였고, 쿠미치 가문의 2인자 신도를 보냈음에도 결국 그 은에 대한 청산은 하지 못한 전례로 이어진 이력을 남기기도 했었다.
때문에 지금 마시모토의 각오는 남달랐다.
토와파로 향했다는 최강의 소식을 듣고 다음 날 아침 S급 균열 앞까지 쫓아올 정도였으니 말이다.
당연히 마시모토는 모르고 있었다. 이미 최강이 균열을 끝내고 한국으로 귀국했다는 가장 중요한 사실을 말이다.
마시모토가 거대한 균열 앞에서 떠들고 있는 토와파의 무인 옆으로 태연하게 걸어갔다.
마시모토가 바로 옆에 있었지만 아무도 그를 인지하지 못하는 듯했다.
이미 마시모토의 은신술은 그림자마저 지우는 경지에 다다른 수준이었는데, 이런 수준 낮은 무인들이 간파할 수준이 아닌 것이었다.
“오늘 안으로 뒤처리를 끝내라는 당주님의 명령이다. 신속하게 처리해!”
“에!”
균열의 뒤처리를 하러 온 무인들의 대화를 엿들은 마시모토가 영문 모를 눈을 해 보였다.
‘뒤처리?’
최강이 토와파로 향한 것은 어제다.
그런데 S급 균열의 뒤처리? 듣고도 귀를 의심하는 수준의 현실을 도저히 납득하지 못하겠는지 마시모토가 거대한 균열의 가장자리를 확인하고는 그제야 놀랐다.
‘무…… 무슨?’
천천히, 그것도 아주 천천히 균열이 아물어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딱 하나의 경우에만 일어나는 현상이었기에 이해하기 힘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해하는 것과 납득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무려 S급 균열이고 타쿠마를 병석으로 보낸 대결이 있은 후 고작 며칠 후다. 최강도 잔부상이 남아 있을 테고, 그렇기에 자신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고 계산기를 두들겼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놀란 마시모토가 눈으로 확인이라도 해야겠는지 토와파 무인들을 따라 균열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왜 출구 앞에 모여 있지?’
무인들을 따라 들어간 균열 안에서 엄청난 일을 목격하게 된다.
“어…… 어째서!”
“도, 도망쳐라. 본가에 상황을 보고하고 지원을 요청해!”
마시모토가 균열을 되돌아서 다시 빠져나가는 토와파의 일부 무인들을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균열 안으로 들어섰을 때였다.
마시모토가 검은색 복면 안으로 씩 입꼬리를 올렸다.
‘역시 애송이, 일 처리가 미숙하군.’
어째선지는 잘 모르겠지만 균열 안에는 슬쩍 봐도 예사 놈은 아닌 네 명의 남성과 두 명의 여성이 있었다.
놀랍게도 밤을 새운 포식과 이어진 왕의 권능으로 엘리트 몬스터로 거듭난 바실리스크들은 뱀의 형태가 아닌 완벽한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시모토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눈앞에 있는 여섯 놈이 전부 몬스터라는 것을 말이다.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사특한 기운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맛있게 생겼군.”
“기다려라, 카프오. 왕의 허락 없이는 움직이지 마.”
“응, 그런가? 잠깐, 허락만 있으면 되는 거지?”
토와파의 무인 한 명을 목덜미부터 포식하고 있던 카프오라는 근육바보 느낌의 남자가 말했다.
“이봐, 왕. 이 녀석들 먹어도 돼?”
왕 샬렉이 말했다.
“먹어라. 그리고 강해져라. 그놈에게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아직 부족하다.”
왕의 답변을 들은 카프오가 씨익 웃더니 먹고 있던 녀석을 집어 던지고는 눈 까집고 달려들었다.
“히이이익.”
“오지 마!”
추적을 막기 위해 남아 있던 토와파 무인들의 검이 카프오를 향했지만 역으로 검날이 부러질 뿐이었다.
허무하게 목덜미를 물려서 마비 증상을 일으키며 잡아먹히는 토와파 무인들을 마시모토는 그냥 숨죽이고 지켜봤다.
가장 강한 녀석부터 순차적으로 해치우기 위해서였다.
마시모토가 본능적으로 느끼기에 저 카프오라는 녀석은 두 명의 여성을 제외한다면 가장 약한 녀석이었다.
‘어디 보자, 가장 강한 녀석은…….’
마시모토의 눈이 사냥감을 노리는 매의 눈처럼 날카롭게 샬렉을 향했다.
‘저 녀석이군.’
카프오가 신경 독에 당해서 쓰러진 토와파의 무인을 포식하면서 말했다.
“쿡큭큭! 이봐, 너희들도 먹으라고. 왕의 명령이야.”
“그러도록 하지.”
카프오의 권유에 샬렉을 제외하고는 모든 엘리트 바실리스크가 잔혹하게 포식을 할 무렵이었다.
‘자, 네놈도 어서 먹어라. 정신없이 살점을 물어뜯을 때 숨통을 끊어 주마.’
혼자 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샬렉을 이상하게 여긴 카프오가 말했다.
“이봐, 왕.”
“뭔가?”
“왕은 안 먹어?”
마시모토가 씨익 웃었다.
‘그래. 잘한다, 뚱땡아. 더 보채라고.’
무표정한 얼굴로 카프오를 바라보던 샬렉의 시선이 어디론가 천천히 움직였다.
마시모토가 설마 하는 듯한 표정을 그렸다.
‘그…… 그럴 리가 없다. 한낱 몬스터 따위가.’
그도 그럴 것이 샬렉의 시선은 똑바로 자신을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은신이 들켰을 리 없다고 머리는 부정하고 외치고 있었지만 마시모토의 직감은 말하고 있었다.
들켰다.
인간도 아니고 고작 미물 따위에게 자신의 장기인 은신이 들통난 것이다.
마시모토가 자신의 등에 식은땀 한 방울이 맺히는 것을 느꼈다.
‘애초에 기다리고 자시고가 아니었다는 거냐?’
계속해서 빈틈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째서 저렇게 틈이 없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살아남느냐 마느냐가 문제겠군.’
마시모토가 자신의 단검 두 자루를 양손에 역수로 들었을 때였다.
샬렉이 말했다.
“너희는 저게 안 보이나?”
“저거?”
답한 카프오는 물론이고 나머지 녀석들도 두리번거릴 뿐 찾지 못하자 샬렉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이 녀석도 포식자인가?”
그리고 샬렉이 이렇게 중얼거린 순간이었다.
마시모토가 주저하지 않고 게이트를 향해 도망가기 시작했다.
샬렉의 포식자에 대한 증오의 기운이 마시모토의 전의를 꺾어 버렸기 때문이다.
도망치던 마시모토가 엄청난 속도로 쫓아오는 샬렉을 바라봤다.
“젠장. 잡힐 것 같으냐!”
마시모토가 속도를 더 끌어올렸다. 그야말로 엄청난 속도였다.
잠시였지만 쫓아오던 샬렉이 멀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이런 미친.”
벌어지던 거리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자 마시모토가 이렇게 중얼거렸다.
샬렉 역시 전력을 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대로면 먼저 지친 쪽이 지는 것이라고 마시모토가 생각했을 때였다.
마시모토가 S급 균열 때문에 피난령이 내려졌던 지역을 막 벗어난 순간.
그를 전력으로 쫓던 샬렉이 멈춰 서는 것이 보였다.
당연하지만 지쳤기 때문은 아니었다.
“아직은 아니야. 조금 더 강해져야 한다. 살아남아야 해.”
어딘가에 있을 수도 있는 최강 때문이었다.
미련 없이 마시모토를 놓아주고 뒤돌아선 샬렉이 균열 앞으로 돌아왔다.
카프오가 말했다.
“왕! 어디 갔었어!?”
“포식자를 쫓아갔었다.”
아까 카프오를 야단쳤던 남자가 말했다. 남자의 이름은 누틀. 카프오랑은 정반대의 체형도 체형이었지만 성격도 역시나 정반대인 녀석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되셨습니까?”
“놓쳤다. 빠르더군.”
참고로 샬렉이 마시모토를 쫓아감과 동시에 나머지 녀석들도 뛰쳐나왔지만 카프오 일행은 채 균열을 벗어나지 못하고 두 사람을 놓쳤다.
그런데 그런 샬렉이 칭찬하는 자.
확실히 샬렉이 포식자라고 명명하는 자들은 지금의 자신들의 상태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왕이시여?”
누틀의 말에 잠시간 생각하던 샬렉이 말했다.
“2인 1조로 포식자를 피해 다니며 강해진다. 그리고 일곱 번째 보름달이 뜨는 밤, 이곳에서 만난다.”
일본 열도에 재앙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
국내 최대 무림 커뮤니티 무잘알.
그곳에는 다양한 무림의 소식이 생겨났다가 사라지곤 한다.
정확히 7일 전.
이곳 무잘알을 가장 뜨겁게 달궜던 화제는 최강이 타쿠마를 쓰러트린 사건이었다.
하지만 최강이 입국한 오늘.
그건 더 이상 무잘알의 핵심 토픽이 아니었다.
최강이 무려 43위의 고수 타쿠마를 쓰러트린 사건보다 더 큰 사건이 한국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랭커 보유국.
어떤 것이든 1위를 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나라.
천조국 미국의 1군 랭커이자 랭킹 39위 로버트가 다른 곳도 아닌 동방의 작은 나라, 바로 한국에서 무너졌기 때문이다.
때문에 최강은 바로 찬밥 신세.
심지어 각종 커뮤니티는 물론이고, 최강이 좋아하는 TV에서는 대놓고 두 사람을 비교하면서 누가 더 뛰어난지에 대한 토론을 이어 가기도 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더욱 분통이 터지는 것은 어디론가 사라질 수도 있는 상태인 최강이 아니라 매스컴에서는 당연히 정체불명의 무인의 손을 편파적으로 들어 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일부 괘씸한 네티즌들은 최강더러 퇴물이라고 도배하기도 했다.
최강이야 그래도 인터넷은 하지 않으니까 상관없었지만, 지켜보던 제3자인 주소희가 더 부들대는 상황이었다.
주소희가 TV를 보는 최강을 향해 말했다.
“저…… 그, 최강 씨.”
“뭐, 왜?”
“저는 알고 있어요. 그딴 놈보다 최강 씨가 훨씬 세잖아요. 그렇죠?”
최강이 타쿠마를 얼마나 쉽게 제압하는지 직관으로 지켜본 주소희였다.
저렇게 사방팔방 얻어터지면서 치고받다가 겨우 진땀 승이나 하는 하바리하고 최강은 질적으로 다르다는 절대적인 신뢰가 있었다. 하지만.
주소희는 어째서 사람들이 최강이 아닌 저 남자를 편드는지 알 수 있었다.
일단 미소년이라는 점과 시민이 말려들까 봐 로버트의 공격을 맞으면서 싸웠다는 것.
아마 이 점 때문일 것이다.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로버트는 그냥 빌런이었을 것이고 그에 맞서는 소년은 영웅이었을 테니 말이다.
‘솔직히 최강 씨도 저런 섬세함만 있었으면 진작에…….’
주소희가 자신도 모르게 생각하다가 깜짝 놀라서 자신의 뺨을 양손으로 후렸다.
‘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이 미친년아.’
안 될 이야기였다.
지금의 저런 개차반 같은 성격으로도 여자가 꼬이다 못해 시끌벅적인데 자상함을 탑재한 최강?
그런 일은 이번 생에서도, 다음 생에서도 일어나서는 곤란했다.
주소희를 멀뚱멀뚱 지켜보던 최강이 말했다.
“뭐 하냐, 너?”
“아하하…….”
어색하게 웃던 주소희가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근데 그보다, 그만 보는 게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을까요?”
“왜?”
주소희가 최강이 켜 놓은 화면을 슬쩍 봤다.
그곳에는 최강을 밀어내고 대국민 스타가 된 최지우라는 미소년이 로버트를 겨우 쓰러트린 당시의 모습이 대문짝만하게 걸려 있었다.
“왜냐뇨…….”
주소희가 뻥긋뻥긋할 뿐 별말을 못 하자 최강이 다시금 TV를 바라봤다.
‘그나저나 오랜만이네, 지우 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