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76
76화
최강은 유명세에 관심이 없다.
물론 유명세 외에 재물, 여자, 권력, 명예 등.
사람이 살면서 한 번쯤 욕심내 볼 만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저 중에 그나마 하나 고르라고 한다면, 남자이다 보니 여자를 고르긴 하겠지만, 결국 그것도 그렇게 강한 욕구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와 상반되게 최강이 저 중에 가장 가지고 싶지 않은 걸 고르라고 한다면 아마 고민도 하지 않을 것이다.
생각할 필요도 없이 유명세였기 때문이다.
고려 시대에도 그랬지만 최강은 항상 유명했다.
오히려 그 유명세 때문에 불편하고 괴로운 기억이 있었으면 있었지 좋은 기억이 있지는 않았다.
그래서 주소희의 걱정과는 다르게 최강은 지금 상황을 달갑게 여기고 있었다.
‘근데 그러고 보니 이상하네?’
최강이 그랬듯 최지우도 천목으로 넘어왔을 확률이 아주 높다.
그런데 왜 이제 활동을 시작했는지가 의문이었다.
최지우.
최강이 아는 그 녀석은 당시 실력은 형편없는 녀석이었지만 재능은 꽤나 있었다.
특이하기로 소문난 최씨 집안의 사병 3,000명 중에 여러 번 걸러서 선출하는 백령단에 들어간 녀석이었으니 말이다.
30명으로 이루어진 백령단은 조금 특별한 곳이었다.
당시 최씨 집안의 권세에 빌붙으려는 몰락한 귀족 집안 자제나 하물며 관직에 나아가고 싶어 하던 힘없는 약소 귀족의 자제들이 거쳐 가는 단계로 이용하던 것이 백령단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녀석은 그런 환경에서도 백령단에 들어가 최씨 성을 하사받았다. 그것만 봐도 재능 있는 녀석이라는 기억은 틀리지 않았다.
최강은 그래서 이렇게 결론지었다.
최지우가 이제 활동을 시작한 것은 몬스터나 무림에 대해 모르다가 근래에 알게 된 것이라고 말이다.
‘뭐 멍청하면 몸이 고생하는 거지, 어쩌겠냐?’
최강은 최지우의 뒤늦은 활동이 단번에 수십 배로 불어 버린 내공에 적응하는 기간이었다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았다.
최강이 몸을 통제하는 데 필요했던 시간은 불과 5분 남짓이었기 때문이다.
최강이 1년 전쯤까지 띠움과 함께 어울리던 그 무렵을 생각할 때였다.
딸랑딸랑.
사무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들어오는 사람을 확인한 최강이 말했다.
“몸은 괜찮고?”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최성주와 류세란이었다.
류세란은 최강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을 털어놓았다.
최성주의 부탁이 있었지만 최강이 최성주를 찾기 시작한 마당에 둘러댈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최성주가 바닥에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를 믿어 주셨는데 그런 애송이에게 져 버리는 바람에 선생님의 명예에 오명이!”
“일어나.”
최강의 말에 최성주가 벌떡 일어났다.
“몸은 괜찮냐는 것에 대한 답은?”
“멀쩡합니다!”
‘거짓말이군.’
단박에 거짓말인 것을 알아차린 최강이 말했다.
“그래? 그럼 그거 벗어 봐.”
최성주가 허리띠를 푸는 것을 보고 최강이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개 같은 짓 하지 말고 잔말 말고 빨리 벗으세요.”
“바지는 안 되는 겁니까?”
“최씨 문중으로 쫓겨나기 싫으면 빨리 벗자?”
최성주가 바로 웃통을 깠다.
츳.
최성주의 상반신을 보자마자 최강이 혀를 찼다.
최성주의 상반신 전체에 둘둘 말린 붕대가 보였기 때문이다.
최강의 표정을 봤는지 최성주가 급히 변명했다.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괜찮다는데 병원에서 멋대로…….”
최강이 최성주의 갈빗대 부근을 검지로 살짝 튕기자 최성주가 신음했다.
“읍…….”
“아주 작살을 내 놨구만.”
최강이 한숨 쉬었다.
‘적당히 좀 할 것이지.’
최강이 소파에 몸을 묻으며 눈을 감았다.
“내가 복수해 주길 바라냐?”
“아닙니다. 제가 열심히 수련해서 스스로 오명을 씻겠습니다.”
“안 돼.”
“무슨 말씀이신지……?”
최강이 반문한 최성주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것도 하지 말라고 말하는 거야.”
“…….”
“지금부터 최씨 특전대는 그 녀석과는 거리를 둔다. 최씨 문중도 마찬가지야. 내가 이래라저래라 할 맘은 없지만 단독으로 움직였다가 또 맞고 돌아온다고 해도 난 개입하지 않을 거니까 그렇게 알아 둬.”
최강의 말에 사무실 안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놀랐다.
당연했다.
원래 최강이 틱틱대기는 해도 정이 많은 사람이다.
호의로 대하는 사람에게는 여태까지 호의로 대해 줬기 때문이다.
불합리를 강요한 적이 없다고는 못 하겠다. 하지만.
처음이었다. 이런 3자가 봐도 조금 너무하지 않나 싶은 발언은.
“최강 씨, 진심이에요?”
“조용히 해.”
주소희의 말을 가볍게 묵살한 최강이 최성주에게 말했다.
“혹시 지금 내 발언이 불만이라면 지금이라도 최씨 문중으로 돌아가. 서운함만 더 커질 테니까.”
최강도 알고 있다. 그동안 최성주가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 말이다.
솔직히 자신이 시킨 것은 아니었다고 해도 최강의 일이라면 물심부름까지 마다하지 않던 최성주가 고마웠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최지우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오히려 고려 시대에 자신의 옆을 지켰던 최지우, 그 녀석이 더했다.
이유야 어쨌든 맞고 들어온 마당에 일을 덮고 가자고 하는 것이 당사자 입장에서는 얼마나 서운하게 다가올지 알았지만 결국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최성주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선생님의 결정이 그러시다면 저는 따를 뿐입니다. 부하 녀석들도 제가 잘 타일러 놓겠습니다.”
“그래? 그럼 일단 2주일 정도 더 쉬면서 몸 좀 회복하고 와. 그 전에는 안 받아 줄 테니까.”
“네.”
최성주가 윗옷을 들고 사무실을 나갔다.
널찍한 등짝이 처져 있으니까 어쩐지 더 안쓰러워 보였다.
병원에서도 저런 몸으로 얼마나 열심히 심기일전을 꿈꿨는지 잘 알고 있던 류세란이 말했다.
“너무 가여우셔요.”
전보다 괜찮아지긴 했어도 여전히 사이가 좋다고는 못 할 사이였지만 주소희도 거들었다.
“맞아요. 최강 씨답지 않아요.”
“나 원래 이런 사람이야. 너희가 착각한 거야.”
너무나도 소극적인 최강의 모습을 본 탓일까? 주소희가 의심스러운 눈으로 말했다.
“최강 씨.”
“왜.”
“혹시 쫄았어요?”
최강이 주소희의 이마에 딱밤을 튕기며 말했다.
“방금 전까지 내가 더 센 거 알고 있다고 하던 녀석이 할 말이냐?”
“그럼 왜 그러는데요?”
“그런 게 있어.”
최강이 손으로 목베개를 만들며 소파로 누울 때였다.
류세란이 말했다.
“혹시 아는 사람이에요?”
최강이 감으려던 눈을 뜨고 류세란을 바라보자 주소희가 말했다.
“뭐야? 진짜예요?”
류세란이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동생이죠?”
이전에 최성주에게 들었던 말 때문인지 류세란의 말은 거의 정답을 향해 가고 있었다.
물론 친인척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친동생? 아니면 사촌 동생?”
“…….”
최강이 별말 하지 않자 두 사람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하긴 동생이면 그렇긴 하겠다.”
“뭐라고 해서 미안해요. 설마 그런 줄은 몰랐어요.”
최강이 기가 차다는 듯이 말했다.
“나는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다?”
“에이, 맞잖아요, 동생. 그런 거 아니면 설명이 안 되는데?”
주소희가 류세란을 보면서 말했다.
“근데 그나저나 어떻게 알았어요?”
“성주 아저씨가요, 전에…….”
두 사람이 웬일로 사이좋게 이야기를 나누자 최강이 다시 눈을 감으며 말했다.
“여하튼 어디 가서 이상한 이야기 떠들고 다니면 혼날 줄 알아.”
“…….”
대답은 없고 자기들끼리 재잘재잘 떠드는 두 사람의 목소리를 조용히 듣던 최강이 한숨 쉬었다.
“안 듣고 있구만.”
***
로버트 사건은 국내에서 그러는 것처럼 미국에서도 화제였다.
미국의 1군 멤버가 동맹국 한복판에서 막대한 손해를 끼친 것도 모자라서 피떡이 되어 패배했으니 당연했다.
특히 미국의 대통령 조지는 그 일로 지금 제이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사건은 미국의 입장에서 국가적 위상, 다른 동맹국들과의 신뢰는 물론이고 인적, 물적 자원까지.
잃은 것뿐인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은 막대한 손해를 본 이번 사건을 그냥 넘어갈 생각이 아니었다.
미국 정부에서 한국에 입힌 막대한 배상금을 지급하는 한편, 그러는 와중에도 남길 건 남길 생각인 것이다.
“대통령. 제이스입니다.”
“들어오게.”
제이스가 들어오자 대통령이 말했다.
“자네도 들어서 알고 있겠지?”
이 시점에 자신을 불러서 물어보는 일이라면 뻔했기 때문일까?
제이스가 어렵지 않게 답했다.
“물론입니다. 귀가 있으니까요.”
“내가 자네를 왜 부른 것 같나?”
제이스가 말했다.
“한국에 다녀오면 되는 겁니까?”
대통령이 긍정했다.
“미안하게 됐네. 하지만 이런 일을 맡길 만한 사람은 지금 자네밖에 없지.”
“금액은 어디까지 가능합니까?”
“로버트의 2배. 아니, 데려만 올 수 있다면 3배를 지불해도 상관없네. 알고 있겠지? 얼마 전 최강 때와는 전혀 다른 문제야.”
당연했다.
여러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위해서라도 로버트의 처벌은 불가피했다.
아마도 처벌은 아주 강도 높은 수준으로 내려질 것이다.
타국의 시선으로 바라봐도 되레 과하다시피 느껴질 정도여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문제가 한 가지 발생한다.
바로, 로버트의 공백이다.
미국 정부는 최강 때와는 달리 로버트의 공백을 메울 인재를 영입해야 하는 것이다.
로버트가 1군에서 미치는 영향력이 엄청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쉬쉬할 전력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제이스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
미국의 가장 큰 라이벌인 중국에서도 로버트 사건은 비중 있게 다루고 있었다.
새로운 고위 랭커의 등장은 미국이 그렇듯 중국도 관심을 가질 만한 요소인 것이다.
심지어 리치 사건 이후 미국에 비해 주춤하던 중국이었기에 더 그랬다.
“쿠윈의 반응은?”
중국의 서열 3위.
서기관의 말에 서기관의 두 명의 경호원 중 한 명이 답했다.
“지금 9파의 순회 중이라 알면서도 움직이지 못하는 듯한 분위기입니다.”
쿠윈은 중국의 서열 2위 협회장의 이름이다.
먼저 협회장의 상황을 파악한 서기관이 말했다.
“잘됐군. 더할 나위 없이 좋아.”
서기관은 리치 사건 때 이후로 당내의 입지가 좁아짐을 느끼고 있었다.
무엇보다 당내 3인자인 자신이 2인자인 협회장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리치 사건 때 자신 쪽 랭커들을 대거 동원한 것도 모자라서 심각한 타격을 입어 버린 것이 뼈아팠다.
하지만 때마침 최지우가 나타났다. 그것도 로버트를 쓰러트리고 말이다.
로버트는 중국에도 잠입해 당내 기밀을 빼내 간 전력이 몇 번 있는 뛰어난 요원이었다.
그런데 그런 로버트를 쓰러트린 녀석이다.
강함이 보증된 보증수표인 것이다.
“미국 측의 움직임은 어떤가?”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 반드시 움직이겠지.”
서기관도 알고 있다. 미국은 이번 사건으로 싫어도 로버트를 처리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렇기에 미국은 지금 무엇보다 로버트의 대체자가 꼭 필요할 것이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당내 3위까지 올라온 서기관답게 냉철한 판단을 했다.
미국이 가장 싫어하는 것을 하는 것이 곧 당을 위한 일. 그리고 최지우가 미국에 합류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만으로도 좁아든 입지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돈은 얼마가 들어도 좋다. 우선적으로 포섭을 목표로 하고, 정 안 된다면 반드시 미국 쪽으로는 못 가도록 막아. 반드시.”
“알겠습니다.”
서기관의 경호원 중 한 명이 명령을 듣고 빠지자 서기관이 남은 경호원에게 말했다.
“요즘 샤오첸은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