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81
81화
일본의 토벌 작전은 의외로 긴 준비 시간을 잡아먹었다. 회의가 있던 날부터 보름이 걸린 것이다.
이유라면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었다.
첫째, 시바사키 렌의 패배였다.
시바사키 렌의 패배는 일본 고위 랭커들에 대한 명예 실추를 불러왔다.
이것은 일본 정부의 세계적인 입지에도 영향이 있는 일이었고, 거시적인 시점으로 보더라도 반드시 단시간 안에 회복시킬 필요성이 있는 사항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일본은 미국 정부에 이글아이의 원조를 요청했다. 당연히 동맹국이라 하더라도 심사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을 잡아먹었고 이것이 문제가 된 것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몬스터의 특이점 때문이었다.
사람과 유사한 바실리스크들의 외형은 인파에 몸을 숨겨 버리면 구분이 어려운 문제점을 발생시켰고, 이것이 사냥감을 발견하는 데 시간을 소요시킨 것이었다.
심지어 바실리스크들은 다른 몬스터들과는 다르게 포식자의 위협 때문에 마력을 감추는 법을 체득하고 있었는데 이 점이 이글아이의 위치 추적 기능을 의존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든 것도 한몫했다.
결국 그래서 이렇게 어제가 되어서야 수색조인 마시모토와 이치로는 사냥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냥감을 처음 발견했을 때 마시모토는 당황했다.
비교적 약체들이 조를 이루고 있을 것이라는 본래의 분석과는 다르게 2번 무리에는 샬렉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시모토는 자신들보다 수백 미터 뒤에서 따라오는 본대에도 이 사실을 알렸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작전 진행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어차피 마지막에는 사냥해야 할 대상이기도 했고, 설상가상으로 이미 전 세계에 작전 시간을 고지해 놨기 때문이다.
결국 그래서 수색조를 맡고 있는 마시모토와 이치로는 작전 30분 전 지금, 사냥감을 지켜보고 있었다.
두 사람의 눈동자에는 하늘에 떠오른 다섯 번째 보름달을 바라보는 샬렉이 존재했다.
“정말로 볼 때마다 놀랍군.”
“그래. 눈으로 모습을 보고 있는데도 저곳에 서 있다는 걸 깜박깜박할 정도야.”
두 사람의 관심에는 옆자리의 힐테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근데 확실해?”
“뭐가 말이냐?”
이치로가 말했다.
“저 정도로 깔끔하게 기척을 지우는데 네놈보다 두 수 위라는 거 말이다. 계산에 착오가 존재하면 자칫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다.”
이치로의 말은 타당했다. 비록 힘을 합치고 있기는 했지만 공동의 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만약 누군가 피해를 봐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이 집단은 빠르게 붕괴할 것이 뻔했다.
마시모토가 말했다.
“나도 저런 능력이 있는지는 몰랐지만, 확실해. 내가 살아 있는 게 그 증거다.”
“흠…….”
그날 만약 샬렉이 조금만 더 자신보다 빨랐다면 마시모토는 오늘까지 살아 있지 못했을 것이다.
거기서 붙잡혀 죽었을 테니 말이다.
잠시간 생각하던 이치로가 말했다. 일단은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건 일단 그렇다고 치고. 근데 이상하지 않아?”
“뭐가?”
“어째서 어제부터 저곳에서 움직이지 않지?”
마시모토가 저 멀리 한참 떨어진 도로 옆 밭에서 가만히 서 있는 두 사람을 보고 생각에 잠겼다.
자신도 그 점이 의아했기 때문이다.
수색대인 마시모토와 이치로가 처음 발견했을 때는 두 사람은 계속 어디론가 걷고 있었다. 그런데 반나절 정도 거리를 유지하며 미행한 후부터는 저곳에 가만히 서 있는 것이었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다.
“혹시 들킨 건 아니겠지?”
“천만에. 여기서 저기까지 거리가 얼마나 될 거라고 생각해?”
700미터.
수색조인 마시모토와 샬렉의 거리는 700미터가 넘었다.
이 거리에서 은신 상태의 두 사람을 꿰뚫어 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물며 2킬로미터 밖에서 기척을 감추고 있는 공격대를 알아차리는 건 더더욱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이유가 뭐라는 거냐?”
“글쎄. 하지만 어차피 이유가 뭐든 간에 우리에게는 잘된 일이다. 녀석들이 가만히 있어 준 덕에 공격대 녀석들이 협공하기 쉬워졌어.”
마시모토가 토벌 시작까지 남은 시간을 확인했다.
“3분.”
어차피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고 마시모토가 남은 3분의 시간을 기다렸을 때였다.
마침내 공격 시간이 되자 공격대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순간.
섬찟.
마시모토는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사냥감이 불과 두 달도 안 돼서 엄청난 성장을 이루었음을 말이다.
악어의 눈동자를 닮은 샬렉의 눈동자가 자신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일행과 헤어진 뒤 다섯 번째 보름달을 맞이한 샬렉은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감쪽같군.’
어제부터 자신을 지켜보는 시선을 느꼈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에는 샬렉도 기우 정도로 생각했다. 아무리 날카로운 감각을 이용해서 주변을 살펴도 시선의 실체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나절을 꼬박 걷던 샬렉은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약속 날짜에 맞춰서 왔던 길을 못 돌아가더라도 이곳에서 확실해질 때까지 기다리기로 말이다.
샬렉은 이미 자신의 기억 속의 최강을 뛰어넘었다 자신할 정도로 성장했다는 자신감이 있었음에도 기다리기로 한 것이었다.
그날 본 포식자를 뛰어넘는 존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만약 정말로 미행을 당하고 있다면 약속 장소까지 이대로 가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것이다.
강한 적이 있다면 이곳에서 녀석을 확인하고 그 녀석을 압도할 정도까지 다시 포식한다. 그 과정을 위해 오늘 이곳에서 힐테가 포식자에게 희생될지라도 상관없었다.
힐테가 아니더라도 셀라가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어때? 알 것 같아?”
“아니.”
샬렉의 말에 힐테가 말했다.
“혹시 기분 탓 아닐까? 샬렉이 못 느낄 정도라면 있을 리가 없어.”
“…….”
힐테는 샬렉의 성장을 옆에서 지켜봐 왔다.
태생부터 이미 가장 강하긴 했지만 지금의 샬렉은 생태계의 정점이라고 단언할 만큼 그때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솔직히 힐테는 지금 샬렉이 답답했다.
무려 반나절이라는 시간을 이곳에서 샬렉 정도 되는 존재가 ‘우려’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시간을 축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 답답해.’
답답한 속내와는 다르게 힐테가 어색하게 웃어 보이고는 뒤돌아섰을 때였다.
“역시 있었군.”
“뭐?”
힐테가 갑자기 들려온 샬렉의 목소리에 뒤돌았을 때였다.
먼 곳을 바라보던 샬렉의 모습이 사라졌다.
***
샬렉과 눈이 마주친 순간.
마시모토는 그날 그때의 감촉이 생생히 떠오르는 것을 체험할 수 있었다.
찰나, 정말로 찰나였는데 한참 떨어진 자신을 정확하게 간파해 냈기 때문이다.
아마도 공격대가 접근하는 타이밍에 맞춰서 호응하려고 아주 잠깐 살기가 새어 나간 것이 발단이 된 것 같았다.
보아하니 공격대의 존재 정도는 이미 눈치를 채고 있었던 것 같았다. 정확한 위치만 모를 뿐 말이다.
“뭐냐고, 저 괴물은! 두 수 위라며, 개새끼야!!”
마시모토가 벌써 자신과 함께 앞다퉈 도망가는 이치로의 목소리를 듣고 쓰게 웃었다.
우스운 말이지만 녀석은 이미 인간의 힘으로 잡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득한 존재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을 예상 못 한 것은 마시모토의 잘못이 아니다.
그 누구였더라도 두 달 남짓하는 사이에 저 정도로 성장하는 것이 가능하리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마시모토가 700미터의 거리가 눈 깜짝할 새 300미터 남짓까지 줄어든 것을 보고 경악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나게 빨랐기 때문이다.
본대와의 남은 거리는 아직 1킬로미터나 되었다.
‘합류하느냐, 따라잡히냐의 싸움이군.’
물론 본대와 합류한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녀석이 본대를 해치우는 동안 도망갈 시간을 버는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그 틈에 마시모토는 도망칠 생각이었다.
의롭지 못한 행위라도 상관없었다.
이대로면 다섯 명 다 죽는다. 자신이라도 사는 것이 지극히 낫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물론 자신보다 10미터 뒤에 따라오는 이치로는 당연히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이야 본대도 이쪽으로 달려오니까 거리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었지만 등 뒤에서 느껴지는 이 무시무시한 기운을 느낀다면 본대 녀석들도 걸음을 멈추고 도망갈 것이고 그때부터는 진짜로 자신도 간발의 차이로 살고 죽고가 결정될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 공격대의 움직임이 멈추더니 저 멀리 보이는 공격대가 도주하는 것이 보였다. 한 남자를 제외하고 말이다.
남은 것은 타쿠마였다.
“이런 미친.”
이치로가 거의 따라잡혔음을 직감하고 발악하며 돌아서는 것과 동시였다.
푸우우우우…….
이치로의 목이 하늘로 떠오르며 피분수가 솟구치는 모습이 펼쳐졌다.
“거의 다 왔군.”
다행히 이치로 녀석의 희생과 동시에 타쿠마를 스쳐 지나가는 마시모토의 귓가에 타쿠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후라타를 부탁하네.”
타쿠마를 스쳐 지나가며 마시모토가 말했다.
“걱정 마. 목숨 빚은 갚는다.”
***
마시모토를 쫓던 샬렉이 누군가의 공격을 피해 훌쩍 물러났다.
2단 잠력을 터트린 타쿠마였다.
샬렉이 방금 전 분명히 피했는데도 쓰라린 붉은 뺨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당신. 강하군. 그 녀석과 비슷하다.”
속도도 속도였지만 이 정도 강함은 거의 기억의 파편으로 습득했던 포식자와 동일한 수준의 존재였다.
타쿠마가 허허롭게 웃으며 말했다.
“그 녀석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고마운 듯허이.”
샬렉과 타쿠마가 서로의 빈틈을 찾듯 신경전을 벌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
두 사람의 모습이 동시에 사라지는 것이 보인 다음이었다.
펑. 퍼엉. 퍼어엉.
차마 눈으로 좇지 못할 정도의 수십 방의 공방이 오고 가며 폭발의 세례가 이어졌다.
뇌성과 같은 소리를 내는 타쿠마의 주먹을 피해 낸 샬렉이 씩 웃은 다음 순간이었다.
타쿠마가 내지른 주먹이 팔째 떨어져 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잘린 팔로 피를 쏟아 내는 타쿠마를 보며 샬렉이 말했다.
“끝났다. 포식자.”
2단 잠력을 터트린 타쿠마였지만 샬렉의 상대는 되지 못했던 것이다.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팔을 보던 타쿠마가 쓰게 웃었다.
한평생을 자신과 함께했던 팔이 떨어져 나갔다. 자신의 길었던 무도의 인생이 끝이 났음을 본인도 깨달은 것이었다.
“진정으로 끝났다고 생각하느냐?”
“물론이다.”
샬렉이 이변은 없다는 듯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팔이 하나가 잘린 것은 단순히 공격을 할 수 있는 수단이 하나 줄어든 것과는 크게 다르다. 당장에 반대쪽 주먹으로 펼치는 공격을 할 때 무방비가 됨은 물론이고, 발을 이용한 공격을 할 때 무게중심을 잡기 힘들어지지. 이것은 아무리 그대같이 강한 생물이라도 절대적이다.”
크크크크큭.
샬렉의 말을 들은 타쿠마가 그답지 않게 광소를 터트리자 샬렉이 말했다.
“왜 웃지? 내 말이 틀렸나?”
“그래. 이 괴물 녀석아.”
타쿠마가 팔의 절단부를 강하게 짓눌러 지혈하고는 기를 집중했다.
팔이 잘려 나가며 줄어들었던 타쿠마의 기운이 다시금 끝을 모르고 팽창하자 샬렉이 경계하듯 뒤로 물러났다.
“잘 봐라. 이것이 무도의 극치다.”
타쿠마를 중심으로 치솟던 보랏빛 기운이 강력한 폭발을 일으켰다.
단지 폭풍에 휩쓸렸을 뿐인데 샬렉이 주르르륵 뒤로 밀려나는 모습이 보였다.
주변을 날려 버리고도 남을 강력한 폭발로 일어난 모래 먼지가 사방을 뒤덮었다. 그리고.
잠시 후 타쿠마가 바람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을 때.
샬렉의 눈에 처음으로 동요가 깃들었다.
방금 전까지 있던 60대 남성의 모습은 없고, 40대 중년 남성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