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84
84화
나무에 기대서 기다리던 샬렉이 눈을 떴다.
무언가 거슬리는 것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당한 거리였다.
족히 3킬로미터는 넘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샬렉은 알 수 있었다.
적이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주 노골적으로 말이다.
‘포식자…….’
이걸 느낀 것은 자신뿐만이 아닌 것 같았다. 주변에서 함께 기다리던 녀석들의 분위기도 바뀐 것으로 봤을 때 놈은 엄청난 실력자인 것이 분명했다.
‘그 녀석인가?’
순간적으로 최강을 떠올린 샬렉이 부정했다.
그때의 포식자라기에는 너무 강했기 때문이다. 그때의 포식자 정도는 이미 아득히 초월했을 터였다.
때문에 지금껏 만나 본 적도 없고 기억조차도 하지 못하는 새로운 포식자의 존재가 있는 방향을 말없이 지켜보던 샬렉이 발뒤꿈치를 세웠다. 그리고.
땅을 박찼다.
적은 이미 자신의 위치를 안다는 듯이 자신을 향해 쭉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자신보다 강하다면 자신이 도망갈 수 있을 리 없었고, 자신이 더 강하면 물러날 이유가 없다는 이유도 한몫했다.
약 10여 초가 되지 않아 육안으로 상대를 확인한 샬렉이 손날을 세웠다.
포식자를 향해.
***
블레스.
축복이라는 단어이지만 이것은 남들보다 조금 특별한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로 사용하기도 한다.
흔히들 말하는 영웅의 신체를 선천적으로 타고난 사람들을 지칭하는 단어로 말이다.
아놀드도 이 블레스였다.
태생부터 남달랐던 아놀드는 다섯 살에 미국의 차세대 영웅을 배출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선출되어 국가 관리를 받게 되었는데 당시 가장 하급반의 블레스들의 평균 나이가 10세였다.
무려 다섯 살이나 어린 나이에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재능은 겨우 다섯 살 차이로 메울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아놀드는 그곳에서도 독보적이었던 것이다.
압도적인 마나양과 근력, 체력, 스피드. 정말이지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수치들이었다.
충격에 휩싸인 연구원들은 고민하다가 결국 아놀드를 불과 한 달 만에 2단계 위의 상위반으로 월반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프로젝트 시행 이후 2단계 월반은 처음으로 있던 일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2단계 월반을 하고 나서야 그의 초월적이던 재능도 수준이 맞는 듯했다.
딱 3개월 동안이었지만 말이다.
당시 프로젝트를 운영하던 관리자들이 착각한 것이었다.
아놀드가 다섯 살의 어린아이였다는 점을 말이다.
아놀드의 잠재력을 너무 우습게 생각한 것이었다.
철저한 관리를 받기 시작한 아놀드는 무섭게 성장했고 불과 3개월 만에 평균 나이 열 살 차이가 나는 반에서도 다시금 반의 최고점을 기록했다.
또다시 그의 월반 퍼레이드가 시작된 것이었다.
석 달에 한 번씩 있는 신체 능력 측정을 할 때마다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항상 월반하는 사람은 아놀드였고, 그가 열 살이 되었을 때는 그를 위한 반이 따로 만들어질 정도였다.
그리고 그가 열세 살이 되던 해.
대형 사고는 그해에 터졌다.
아놀드가 무려 당시 97위 랭커이자 미국 현역 2군 멤버였던 랭커를 쓰러트리게 되는 사건이 일어나 버린 것이었다.
전설.
그야말로 전설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이후로도 아놀드의 랭킹은 매해 무섭게 오르기 시작했다.
2군을 넘어 1군을, 1군 안에서도 계속해서 치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나이 올해로 37.
그가 공식적으로 그의 전설의 종지부를 찍었던 마지막 사건. 당시 23위였던 미국 랭커를 쓰러트리고 23위의 서열 2위 자리를 차지했던 게 17년 전의 일이었다.
얼마나 강해졌을까? 도대체 어떤 괴물이 되었을까? 어쩌면 미국의 서열 1위 플랭크를 뛰어넘지는 않았을까 하는 모든 호기심이 그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었다.
‘돈 냄새 하나는 기가 막히게 맡는군.’
아놀드는 지금 이 상황이 별로 기분 좋지 않았다.
돈 냄새를 맡고 노골적으로 달려든 다른 랭커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놀드의 아버지는 군인이었다.
명예를 목숨처럼 여기는 군인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아놀드도 명예를 매우 중요시 여기는 것이다.
‘나는 재물이나 좇는 네놈들을 블레스라고 여기지 않는다.’
그래서 재물욕을 좇아 움직이는 녀석들을 아놀드는 한심하게 생각했다.
블레스로 남들보다 우월하게 태어난 것에는 분명히 그 의미가 있는 것이다.
단순히 사리사욕이나 채우라는 의미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갈림길에 선 아놀드가 자신의 귀에 달린 소형 무전기를 조작하고는 말했다.
치직. 치지직.
“어느 쪽으로 가면 되지?”
아놀드가 북동쪽을 바라봤다.
북동쪽이라…….
그곳에는 작은 산이 하나 있었다.
신호가 온 쪽으로 5분쯤 걸었을까? 아놀드가 자리에서 멈춰 섰다.
‘과연 괴물은 괴물이로군.’
소름 끼치는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놀드도 질세라 기운을 끌어 올렸다.
숨이 턱 막히는 듯한 느낌에 앞에서 걷던 랭커가 깜짝 놀라 말했다.
“왜 그러십니까, Mr. 피터슨?”
아놀드가 경고하듯 랭커에게 말했다.
“죽고 싶지 않으면 물러나는 게 좋아.”
“네?”
“놈이 온다.”
아놀드가 말하기 바쁘게 랭커들 옆을 한 줄기 빛이 지나더니 잠시 후 아놀드가 주르르륵 뒤로 밀리는 모습이 보였다.
한 손으로 샬렉의 주먹을 받아 낸 아놀드의 귀에 샬렉의 목소리가 뒤늦게 들려왔다.
“미안하지만 이미 늦었다.”
아놀드의 눈에 고위 랭커 세 명의 목이 순서대로 떨어져 내리는 모습이 보인 것은 그다음이었다.
***
최강은 지금 사무실 TV로 토벌대 영상을 보고 있었다. 물론 딱히 관심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모든 채널이 같은 상황이었기에 선택권이 없어서 벌어진 일이었다.
여하튼 좋든 싫든 간에 말없이 지켜보던 최강이 궁금한 게 생겼는지 말했다.
“야.”
최강의 사무실에 벌써 몇 달간 죽치고 있는 제이스가 말했다.
“말씀하시죠, Mr. 최.”
“저 녀석, 강하냐?”
고개를 들어 TV에 나오는 아놀드를 쓱 확인한 제이스가 다시 책에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강합니다.”
“얼마나?”
“얼마나라고 하신다면…….”
제이스가 생각하듯 뜸을 들이다가 잠시 후 말했다.
“딱히 표현할 방법이 없는 남자입니다. 적어도 제가 아는 그는 패배를 모르니까.”
“흐음…… 그래?”
제이스의 말에 최강이 잠시간 화면을 아무 말도 없이 바라볼 때였다.
분위기가 조금 이상하게 바뀌더니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아놀드가 주르르륵 모래 먼지를 만들며 밀려나는 모습이 보이고 난 뒤였다.
랭커 세 명이 목을 잃고 쓰러지고, 잠시 후 한 손으로 샬렉의 주먹을 쥐고 있는 아놀드의 모습이 화면에 들어왔다.
갑자기 긴박하게 상황이 돌아가자 최강이 제이스에게 말했다.
“야, 너는 관심 없냐?”
“관심 없습니다.”
어차피 제이스는 아놀드가 이길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최강이 제이스를 놔두고 다시금 화면을 바라봤을 때였다.
주소희가 조심스럽게 최강에게 말했다.
“저, 최강 씨.”
“왜?”
주소희가 기다란 소파 구석에서 진동하는 최강의 휴대폰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거 안 받아도 돼요?”
“괜찮아. 안 받아도 돼.”
최강이 주소희에게 말하고는 자신의 휴대폰을 바라봤다.
최강의 휴대폰에 이 시간에 걸려 올 전화라고는 나미사밖에 없다.
‘그러고 보니 오늘따라 끈질기네.’
한 10여 분 전쯤부터 계속해서 연달아 걸려 온 적은 처음이었다.
‘보통 두 통, 세 통 정도면 포기하던데…….’
때마침 휴대폰의 진동이 멈추며 연락이 끊기는 핸드폰의 모습이 보였다.
최강의 말을 듣고 TV를 보던 주소희가 아놀드의 주먹을 맞고 날아가는 샬렉의 모습이 보이자 말했다.
“최…… 최강 씨. 저것 좀 봐요.”
“…….”
“어라?”
최강이 말이 없자 방금 전까지 최강이 앉아 있던 곳을 손으로 건드려 보던 주소희가 아무런 감촉도 느끼지 못하고 그제야 휙 고개를 돌렸다.
“어디 가셨지?”
***
백주 대낮의 토와파 본가에 일어날 리 없는 일이 일어났다.
정문을 부수고 침입한 자들이 생긴 이유였다.
이번에 토와파가 위신을 조금 구기긴 했어도 아직까지 토파와의 일본 내의 입지는 탄탄하다.
그래도 여전히 고위 랭커를 두 명이나 보유한 단체였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러한 일이 일어난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일인 것이다. 하지만.
이 비현실적인 사건은 금방 정리가 되지 못하고 있었다.
침입자가 많아서?
당연히 아니었다.
침입자는 불과 두 명. 심지어 현 당주 토와 후미토와 태상당주를 동시에 상대하고 있는 것은 고작 한 명이었다.
전투가 벌어진 아득히 먼 곳을 바라보던 나미사가 자신에게 천천히 다가오는 셀라를 봤다.
“그렇게 봐도 소용없을걸? 세토파인지 하는 곳에서도 혼자서 날뛰었던 왈도니까.”
“…….”
앞선 전투에서 심각한 부상을 입은 탓인지 나미사는 이미 상처투성이인 것도 모자라 한쪽 팔을 부여잡고 있는 상태였다.
이번에도 통화가 불발로 끝나자 하는 수 없이 나미사가 다시 한 손으로 칼을 집어 들었다.
셀라가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 얘! 이제 와서 그런 거 들이밀어도 하나도 겁 안 나거든?”
“꼭 겁나는 애들이 그렇게들 말하지.”
나미사가 굳어지는 셀라의 얼굴을 보고 말했다.
“혹시 겁나?”
도발이 먹힌 건지 짜증 섞인 얼굴로 셀라가 말했다.
“뭐, 좋아. 확인하고 싶다면 해야지.”
나미사가 공격해 보라는 듯 기다리는 셀라를 향해 기술을 준비했다.
‘큰 거 한 방…….’
극인윤무.
가장 자신 있는 기술이었다.
애초에 한 손밖에 사용할 수 없는 이 상황에 사용할 수 있는 기술도 그것뿐이었지만 말이다.
나미사가 잡은 칼에 기운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선명한 검강이었다.
준비를 마친 나미사가 빠르게 셀라에게 파고들어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칼에 맞자 휘청거리는 셀라의 모습이 보였다.
‘먹힌다.’
흐름을 탄 나미사가 극인윤무의 결을 따라 빠르게 주위를 춤추며 셀라를 베어 갔다.
간헐적으로 휘청거리던 셀라의 모습이 점점 빨라질 때였다.
주변을 춤추듯 베어 가던 나미사가 사라지더니, 잠시 후 셀라의 머리 위에서 나타나 내리 베었다. 그런데.
티잉.
베었다고 하기에는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분명히 이마를 내려찍었는데 성벽을 내리친 듯 꿈쩍도 하지 않은 것이다.
나미사의 얼굴에 당혹스러운 감정이 그려졌다.
“메롱~ 사실은 소용없었답니다.”
“커억.”
셀라가 한 손으로 여유롭게 나미사의 목을 쥐어 집어 들었다.
탱그랑.
공중으로 들린 나미사의 손에서 칼이 떨어져 내렸다.
“자, 이제 어떻게 죽여 줄까? 그냥 죽이고 먹는 건 재미없는데…….”
말하던 셀라가 좋은 생각이 났다는 얼굴로 무릎 꿇더니 땅에다가 나미사를 들고 내려찍기 시작했다.
“어때? 재밌지? 재밌지?”
“…….”
실성이라도 한 것처럼 나미사를 내리찍던 셀라가 잠시 후 나미사를 구석으로 휙 던지며 말했다.
“칫, 재미없어.”
나미사가 건물 벽에 들이박혀 주르륵 미끄러졌다.
흐릿한 나미사의 눈에 다가오는 셀라의 모습이 보였다.
지이이잉. 지이이이이잉.
나미사가 자신의 안주머니에서 튀어나온 휴대폰에 불이 들어오며 최강의 이름이 발신자로 떠오르는 것을 확인했다.
피식.
옅게 웃은 나미사가 중얼거렸다.
“거짓말쟁이.”
무슨 일이 생기면 연락하라더니 끝끝내 최강은 받지 않았다. 아니, 사실 최강이 받아도 별로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냥 마지막으로 목소리라도 듣고 싶었을 뿐이었다.
손가락 까딱하지 못하는 자신을 놔두고 맛있는 만찬이라도 앞둔 듯 고민하던 여자의 입이 사람의 것이라고는 할 수 없을 만큼 괴상하게 벌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끝인가?’
나미사가 최후를 느끼고 조용히 눈을 감았을 때였다.
“야, 아직 죽은 거 아니지?”
들릴 리 없는 목소리가 나미사의 귀에 들려왔다. 깜짝 놀란 나미사가 눈을 떴다. 흐릿한 초점이었지만 확신할 수 있었다.
“최강 씨?”
“다행이네. 살아 있어서.”
눈을 뜬 나미사의 눈동자에 목이 날아간 셀라의 모습과 미안한 듯한 최강의 모습이 순서대로 보였다.
최강이 말했다.
“우리 다음부터는 긴급 상황은 문자로 하는 거 어떠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