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93
93화
최강이 청화수에 대해서 의뢰해 둔 곳은 단순히 최씨 문중만이 아니었다.
바로 근래부터 최강과 밀접한 관계를 이어 가는 협회 측에도 얼마 전 의뢰를 한 것이었다.
“청화수를 찾았다고요?”
“네.”
“어딨는데요?”
“이씨 문중. 그곳에 있었을 겁니다. 아마도 보름 전까지는.”
최강이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
“그럼 지금은요?”
“이야기를 하자면 조금 복잡한데, 일단 이 사람을 기억하십니까?”
우범하가 함께 들어온 김 비서관에게 신호를 보내자 다음 순간 미리 준비해 둔 스크린에 아는 얼굴이 하나 떠올랐다.
샤오첸의 얼굴이었다.
“그때 운 좋게 살아남았던 중국인 녀석 아닙니까?”
“맞습니다. 그리고 이게 약 보름 전, 2월 16일 새벽 3시경 사진입니다.”
최강이 바뀌는 스크린 화면의 다섯 남자 중에 샤오첸을 확인하고 말했다.
“다시 젊어졌네요?”
“네, 맞습니다.”
그때 자신의 기억으로는 늙다 못해 숨쉬기도 힘들어 보이는 노인이었는데 신기한 일이었다.
우범하가 말했다.
“청화수는 지금 샤오첸, 저자의 손에 있습니다.”
최강은 대충 돌아가는 상황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씨 문중에 있던 것이 녀석의 손에 들려 있다면 이유야 뻔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여전히 의문이었다.
“어떻게 알았대요?”
최강도 최씨 문중을 이용해서 이씨 문중의 위치를 수소문했었다. 확률상 청화수를 가지고 있을 확률이 가장 높은 곳이 이씨 문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찾지 못했었다.
“아마도 검집 때문일 겁니다.”
“검집이요?”
최강이 웬 봉창 두드리는 소리냐는 듯 말했다. 최강이 아는 청화수에는 검집이 없기 때문이었다.
최강이 말했다.
“저…… 그게 정말 청화수는 맞는 겁니까?”
“아마도 맞을 겁니다. 저렇게 생긴 검이라면 말이죠.”
스크린에 새롭게 올라온 사진은 분명히 청화수가 맞았다.
최강이 하는 수 없이 말했다.
“근데 제가 알기론 청화수에는 검집이 없습니다.”
우범하가 너무나도 확고한 최강의 말에 머리를 긁적이더니 말했다.
“청화수라는 검이 존재하는지조차 모르고 살던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긴 그렇습니다만, 아닙니다. 청화수의 검집은 실록에서도 분명히 언급이 있었으니까요.”
“…….”
우범하가 납득을 못 하겠다는 얼굴의 최강을 보고 말했다.
“읽어 보시죠. 제가 청화수의 조사를 지시하고 나서 받은 보고서입니다.”
우범하가 내미는 보고서를 잡은 최강이 그것을 읽기 시작했다.
[태종 3년.여름에 다녀갔던 명의 사신이 이듬해 다시 와 명검 청화수의 진상을 요구했다. 사신이 돌아가고 왕께서 청화수의 진상에 관하여 신하들과 국사를 논했다.
신하 중 하나가 청화수가 조선을 향할까 두렵다 아뢰니. 신하들 중 어느 누구도 쉽사리 진상하자는 이가 없었다.
태종 4년.
명에서 계속하여 사대관계를 의심하며 청화수의 진상을 요구하니 왕이 전국의 대장장이들을 수소문해 청화수의 검집을 만들 것을 하명했다. 전국에서 몰려든 대장장이들이 풀무질을 시작하니 밤낮을 떠나 달포간 도성이 조용할 날이 없었다.
마침내 검집이 완성되어 청화수를 삼키니 사나운 예기가 곧이어 잠잠해졌다. 왕께서 크게 기뻐하며 명에 청화수 대신 검집을 진상했다. 왕께서 검집을 만든 대장장이들에게 금 닷 냥씩을 하사했다.
태종 4년.
겨울에 다시 온 사신이 검집에 대하여 천자가 흡족해함을 드러내니 양국 간의 관계가 다시 돈독해졌다.]
우범하가 보여 준 보고서의 내용을 읽던 최강이 한숨 쉬었다.
스스로 목줄을 차는 똥꼬쇼를 일일이 기록까지 해 두는 친절함.
덕분에 반천년이 지난 지금, 자신이 읽으면서도 그 광경을 실감할 수 있다니 감사할 따름이었다.
“아마 정확히는 몰라도 검집 자체가 청화수라는 검을 제약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만큼 청화수의 위치를 알려 주는 능력이 있다고 해도 이상할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어디까지나 제가 보기에는요.”
최강도 동감했다. 설마하니 이런 바보들이 존재할 줄은 몰랐지만 자신들이 이런 짓을 했다며 기록까지 해 주셨는데 믿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요? 지금 그 샤오첸인가 하는 녀석은 어딨습니까?”
“광둥성에 있습니다.”
***
보름 전 청화수를 입수한 샤오첸은 중국으로 귀국했다.
그날 힘을 잃었던 자신을 여차하면 죽이려고 했던 한국 랭커들에게 복수하는 일도 일이었지만 그보다 우선적인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당의 3인자 서기관 녀석을 죽이는 일 말이다.
“샤오첸, 네놈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단 말이냐!!”
서기관 세력의 사실상의 핵심인 광저우 지부를 홀몸으로 싹 쓸어버린 샤오첸이 자신에게 윽박지르는 서기관을 앞에 두고 픽 웃었다.
“네놈이 어째서 나한테 검집을 넘겼는지 말해 볼까?”
“…….”
서기관이 찔리는 게 있는지 말을 못 하자 샤오첸이 말했다.
“이번 쿠데타에 이용만 하고 팽할 생각이었잖아?”
검집이 있으면 청화수를 취하는 것은 샤오첸이 없어도 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서기관이 구태여 샤오첸에게 맡겼던 이유는 이번에 자신이 계획하던 쿠데타를 성공시키고 샤오첸을 방패로 반발 여론을 잠재울 생각이었던 것이다.
서기관이 정곡을 찔린 듯한 얼굴로 말했다.
“내…… 내가 없으면 어차피 넌 무사하지 못해!”
하지만 이 말 또한 맞는 말이었다. 이미 샤오첸은 한국에서 수천 명의 이씨 문중 사람들을 살해하고 절도까지 해서 중국으로 돌아온 상황이다. 서기관 정도의 권력이 뒤에서 작심하고 막아 주지 않는 이상 서기관을 죽인다고 한들 홀로 살아남을 수 있을 리 없었다. 한국에는 무려 프락시온에서조차 눈독 들이는 최강이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그건 당신 생각이고.”
샤오첸이 가볍게 휘두른 청화수에 직선로에 놓인 모든 것이 재가 되어 내려앉는 모습이 보였다.
짝짝짝.
“굉장하군.”
샤오첸이 등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슬쩍 곁눈질했다. 남자는 당의 2인자 협회장 쿠윈이었다.
샤오첸이 쿠윈에게 말했다.
“약속은 지키십시오.”
“물론이지. 그나저나 나야말로 자네가 야망이 있는 사내였으면 좋겠군.”
그랬다. 샤오첸이 서기관을 쉽게 죽일 수 있었던 것은 이미 쿠윈과 뜻을 동조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샤오첸이 말했다.
“그 부분은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서기관을 배신한 거야 가능성이 높은 곳에 붙는 게 맞다고 생각한 이유가 크긴 하지만, 끌어안을 위험이 없는 도박 자체는 제가 시시해하는 편이니까요.”
“껄껄껄. 볼수록 마음에 드는 친구로군. 맞는 말이네.”
“…….”
“위험이 적은 도박은 재미가 없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었지만 어쩐지 쾌락 중독자 분위기의 쿠윈의 광기 젖은 눈빛을 본 샤오첸은 조금 불안해졌다.
***
“여기까지가 1주일 전에 있던 이야기입니다.”
우범하에게 중국에서 일어났던 쿠데타의 이야기를 듣던 최강이 말했다.
“그래서요. 그 이후는 어떻게 됐습니까?”
“쿠윈은 그 즉시 불온한 마음을 먹고 있던 서기관을 처리했다는 것을 주석 리우핑에게 알리고 사건을 명분으로 광둥성까지 리우핑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합니다.”
“…….”
“하지만 이어진 쿠윈의 쿠데타는 실패로 끝이 나죠.”
“왜요?”
“쿠윈이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우범하가 스크린을 바라보자 김 비서관이 다음 화면을 비췄다. 두 사람의 사진과 함께 가벼운 신상 정보가 적힌 페이지였다.
“왼쪽이 쿠윈의 핵심 랭커 장즈, 오른쪽이 리우핑 주석의 핵심 랭커 춘페이입니다.”
랭킹 21위와 19위.
얼마 차이 나는 숫자는 아니었다.
“보시다시피 두 사람의 랭킹은 고작 2단계 차이입니다. 때문에, 아마도 쿠윈의 계획은 21위 랭커 장즈가 리우핑 주석의 호위를 담당한 19위 춘페이를 막는 그림을 기본으로 깔고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 안 됐다는 말입니까?”
“네.”
우범하가 말했다.
“장즈를 처리하는 데 춘페이가 걸린 시간은 겨우 5분, 장즈가 시간을 버는 동안에 리우핑을 암살하려던 샤오첸이 뭘 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시간이었지요.”
5분…….
거의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았다는 거나 다름없었다.
“그럼 샤오첸 그 녀석은 어떻게 됐는데요?”
“일단 이것부터 보시죠.”
우범하가 동영상 하나를 재생시켰다.
10초 남짓의 영상의 내용은 간단했다.
만신창이가 된 샤오첸이 허리춤에 있던 검집을 흡성대법으로 약화시킨 뒤 부숴 버린 것이었다.
영상의 끝은 청화수가 번쩍하고 빛이 나더니 곧이어 하얀 불꽃이 일제히 도심을 녹여 버리는 장면이 펼쳐지며 마무리되는 모습이었다.
“저 폭발에 수천만 명이 휩쓸려 사망했고, 폭발 당시 샤오첸을 추격 중이던 랭커 춘페이도 1주일이 지난 현재까지 연락 두절 상태입니다.”
“아마도 죽었겠네요.”
“네. 참고로 이건 위성으로 찍은 광둥성의 전체 사진입니다. 핵심 도시 광저우는 물론이고 그냥 광둥성 전체가 도저히 사람이 살 만한 곳이 아니게 되었죠.”
최강이 우범하가 보여 주는 사진들을 봤다.
화산재가 깔린 것처럼 거뭇거뭇한 지면에 아직도 타들어 가고 있는 것 같은 붉은 불씨들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최강이 귀찮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그러게 왜 깜냥도 안 되는 놈이 청화수는 깨워서…….”
“뭐라고 하셨습니까?”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샤오첸인가 하는 녀석은 아직 멀었습니까?”
“화면을 보시죠.”
스크린의 사진이 점점 확대되는 모습이 보였다. 김 비서관이 사진의 확대를 정지했을 때 우범하가 말했다.
“샤오첸은 지금 며칠째 저기서 가만히 서 있기만 합니다. 아마도 선 채로 죽었을 확률이 높겠지요.”
최강이 픽 웃었다.
‘그래. 그렇게 표현하는 것도 틀린 건 아니겠네.’
청화수는 주인을 택하는 검이다.
즉, 주인이 되지 못했다면 당연히 청화수의 하수인이 되는 순리를 벗어날 수가 없다.
그러니 저건 샤오첸이 아닌 샤오첸의 몸을 빌린 청화수이니, 어떻게 보면 샤오첸은 죽었다고 보는 것이 맞는 것이다.
우범하가 말했다.
“중국 정부에서는 이번 사건을 덮으려고 생각 중에 있습니다. 광둥성을 포기한 셈이지요.”
“이상한데요?”
최강이 의문을 제기하자 우범하가 말했다.
“뭐가 말씀이십니까?”
“덮으려는 사건을 관리하는 게 영 시원찮네요.”
최강의 말은 이것이었다. 우범하가 이렇게 상세히 알 정도면 이미 은밀하게 덮는 건 무리가 아니냐는 말이었다.
우범하가 말했다.
“오해하신 것이 있는 것 같으니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정보는 저희가 캐낸 것이 아니라 중국 측에서 저희의 계속되는 요청에 제공한 것입니다.”
“중국이요?”
“네. 아마 이씨 문중과 관련된 샤오첸 때문에 이번 사건이 국제사회에 공론화되는 것을 우려한 탓이겠죠.”
중국은 이번에 핵심 전력을 전부 잃어버렸다. 아마 그것을 회복하려면 수십 년이 걸려도 모자랄 만큼 말이다.
“뭐 이야기가 복잡해지긴 했지만 결론지어 드리자면 이렇습니다. 중국 정부는 최강 씨가 원한다면 광둥성에 출입해서 청화수를 회수해도 상관없다고 입장을 밝혔을뿐더러 여차하면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