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94
94화
최강이 말했다.
“그러니까 지금 제가 갈지 말지 정하는 일만 남은 거란 말입니까?”
“그런 셈입니다.”
우범하의 말을 들은 최강이 잠시간 생각하다가 말했다. 일단 고생하긴 해도 기존에 소유권을 가지고 있던 이씨 문중이 사라지고 중국도 협조하겠다는데 시도 정도야 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좋아요. 일단 가는 걸로 합시다.”
최강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우범하가 말했다.
“출발은 언제 하실 겁니까? 불편하지 않으시다면 저희가 헬기를 준비하겠습니다.”
문고리를 잡고 생각 좀 하던 최강이 머리를 긁적이며 골치 아픈 목소리로 말했다.
“3일 뒤에 연락드리겠습니다. 뭐 이것저것 준비 좀 해야 하니까 더 걸릴 수도 있고요.”
***
협회에서 사무실까지 전력으로 달린 최강이 사무실 계단을 올라가며 생각했다.
‘일단 무기가 좀 필요할 거 같은데…….’
마땅한 구입처가 생각나지 않자 최강이 말했다.
“역시 물어보는 수밖에 없겠지?”
정보를 구할 만한 사람을 머릿속으로 하나씩 물색했다.
“류세란…… 그 녀석한테 부탁할까?”
마음 같아서는 주소희에게 부탁하는 게 순탄할 듯하지만 솔직히 그날 이후로 뭔가 어색한 분위기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최강이 사무실로 들어오자 류세란이 말했다.
“다녀오셨어요?”
“…….”
류세란의 인사에 답하기 전에 슬쩍 시선을 옮겨서 컴퓨터 앞에서 업무 중인 주소희를 본 최강이 류세란을 바라봤다.
평소와는 다른 최강의 눈빛을 받은 탓인지 당황하는 류세란이 보였다. 류세란이 빨개진 얼굴로 황급히 측면의 거울로 돌아섰을 때였다.
“왜…… 왜요? 뭔가 이상한 거라도……?”
“그건 아닌데.”
최강이 말했다.
“무기를 좀 구해야겠거든? 적당한 곳 없으려나?”
“네?”
거울로 돌아섰던 류세란이 귀를 의심하는 얼굴로 최강을 향해 다시 돌아섰다.
“무기요?”
“어.”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최강 씨가 쓸 건가요?”
최강이 소파를 향해 걸으며 답했다.
“그래. 마땅한 곳 없으려나? 너무 후지면 곤란하겠지만 말이야.”
최강이 자리에 앉으며 뒤따라온 류세란의 얼굴을 향해 고개를 돌렸을 때였다.
놀란 얼굴의 류세란이 보였다.
당연했다.
맨손으로도 이미 그 정도로 강한 최강이 무기를 사용한다는 모습은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류세란은 여태 최강이 무기를 안 쓰는 게 아니라 못 쓴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간 최강의 이미지는 딱 순수한 무투가,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최강이 말했다.
“뭐냐, 그 얼굴?”
“그…… 다른 나라를 침략하실 계획이시라거나?”
“뭐야…… 농담이냐? 별로 안 웃긴데…….”
류세란의 말에 맥 빠지는 얼굴로 답한 최강이 말을 이어 갔다.
“그보다 답부터 해 보자? 적당한 곳 없어?”
“아니요. 물론 구할 수 있어요. 일반인이라면 몰라도 자격증이 있는 무인이라면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게 무기인걸요.”
“안내 좀 해 줄 수 있을까?”
“네?”
조금 당황한 듯한 류세란의 목소리에 최강이 말했다.
“왜, 싫어?”
“아니요, 아니요! 당연히 가능하죠.”
최강이 류세란의 심호흡을 바라보며 기다리자 잠시 후 그녀가 말했다.
“근데 지금이요?”
“어.”
최강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가자.”
“자…… 잠시만요.”
류세란이 황급히 물건을 챙기고는 따라나섰다.
“근데 어떤 무기를 구하시는 거예요? 검? 창? 아니면 조금 유니크한 거려나요?”
“글쎄다. 검도 한 세 자루 정도는 필요할 거 같고 창은 한 열 자루 정도? 아니,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다. 특히 방패는 말할 것도 없지.”
“근데 진짜로 어디 전쟁하러 가는 거 아니죠?”
최강이 사무실 문을 열고 나가자 류세란이 따라 나가며 하는 소리가 작게 사무실로 새어 들어왔다.
눈치 보던 주소희가 문이 닫히는 모습을 보고는 중얼거렸다.
“무기가 필요하신 건가?”
***
정씨 문중과 조씨 문중.
한때는 대한민국의 패권을 두고 다퉜던 두 집단이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옛 영광에 지나지 않았다.
최강의 입지가 상승함에 따라 두 집단의 입지가 자연스레 좁아들었기 때문이다.
정씨 문중의 문주 정대욱이 중얼거렸다.
“이 좁은 땅 구석에 주워 먹을 것이 어디 있다고 눌러앉기는 눌러앉아?”
이해가 안 되는 일이었다.
그 정도 수준이면 돈과 명예를 위해서 미련 없이 훨훨 털어 버리고 떠나 버리는 것이 당연했기 때문이다.
요즘은 우범하의 지속적인 언론플레이로 일반 국민들도 모자라서 장차관급 이상의 정치인들도 최강의 눈치를 본다.
최강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내놓는 정치인이 다음 날 바로 언론의 몰매를 얻어맞고 그대로 정치 인생의 나락으로 향하는 꼴이 벌써 몇 차례 벌어진 일이 아니었다.
총액 1,000조 원을 이용한 여론몰이 앞에서는 3선 5선 정치인도 한낱 하룻강아지에 불과한 것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요즘에는 자신들이 길렀다시피 한 10대세가들도 말을 안 듣기 시작했다.
완벽하게 최강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었다.
“결정할 때인가?”
한국은 요즘 최강을 중심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흐름이 완벽하게 넘어간 지금, 언제까지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지금이라도 최강에게 들러붙어서 최씨 문중처럼 떨어지는 콩고물이라도 받아야 후세대에라도 다시금 미래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었다.
“자존심 좀 구겨서 문중을 유지할 수 있다면 어쩔 수 없지.”
이미 한번 숙여 봤던 머리였기에 한 번 더 숙이는 것 따위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과감한 결정을 내리기 직전의 정대욱이 쓰디쓴 고배를 삼키며 두 눈을 감았을 때였다.
무인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무슨 일이냐?”
“협회에서의 연락입니다.”
한동안 협회에서 연락이 없었는데 별일이었다.
편지를 받아 들고 사람을 물린 정대욱이 협회에서 온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무기를 구한다고?”
편지를 읽은 정대욱이 와락 구겨진 얼굴처럼 편지를 구겨 버리는 모습이 보였다.
바로 잠시 전에 최강에게 굴복하겠다 했지만 어쩐지 협회에서 이런 편지까지 보내오니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았던 것이다.
“최강이 무기를 구하면 구하는 거지 왜 이딴 걸 나한테 보내고 지랄이야?”
종이 공으로 구겨진 편지를 구석으로 던져 버리려던 정대욱이 갑자기 우뚝 멈춰 섰다.
“잠깐…… 이거 조씨 문중에도 보내졌겠지?”
최강은 이미 가깝든 멀든 최씨 문중과 연관이 있는 인물임이 분명한 상황이다. 지금 최씨 문중에게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는 것이야 최강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문제없는 일이었지만…….
“조씨 문중에는 아니지.”
정대욱의 얼굴이 날카로워졌다.
기왕 충신이 되기로 한 거 오른팔이 되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그래, 구해 주마. 최고의 무기로.”
아마도 정대욱은 몰랐을 것이다. 조씨 문중의 조중일 역시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
무인협회의 60층짜리 건물 중 일반인 출입이 가능한 곳은 19층까지이다.
19층까지가 주로 민간인의 상담이나 현장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담당하는 업무를 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20층부터 30층까지는 구리색 이상의 무인이 출입할 수 있게 설정되어 있다.
이유는 당연히 무인들을 상대하는 업무를 진행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강이 류세란을 따라서 들어온 곳은 이곳이었다. 협회의 30층에 위치한 무기점.
“창을 찾으신다면 이 물건은 어떻습니까?”
최강이 창을 받아 들고 이리저리 살피자 하얀 가운을 입은 남성이 제품에 대해 설명했다.
“미노타우로스의 뿔을 가공해서 창대를 만들었고 창날은 데스 나이트의 검을 녹여서 만들었기 때문에 강도도 강도지만 관통력만큼은 어느 물건보다 특화되었습니다. 물론 마모도 잘 안 되고요.”
최강이 말했다.
“가격이 얼마라고요?”
“3억입니다.”
무인협회에서는 몬스터의 사흔을 직접 가공도 하고 무기 제작 개발도 직접 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 가격은 너무 비쌌다. 애초에 일반적인 미노타우로스의 현상금이 2억이다. 비슷한 등급의 데스 나이트 역시 비슷할 텐데 재료 전부를 사용한 것도 아닌 물건이 3억이라니 남겨도 너무 남겨 먹는 것이었다.
‘뭐 그럼에도 팔리니까 팔고 있는 것이겠지만…….’
최강이 창을 남성에게 다시 넘겨주며 말했다.
“비싸네요.”
“네? 하지만 이거 없어서 못 파는 물건입니다만?”
“…….”
최강이 남자의 말을 무시하고는 멋대로 류세란을 뒤에 달고 무기점 안쪽을 구경하기 시작하자 다시금 창을 제자리에 진열한 남자가 급히 뒤에 따라붙었다.
류세란이 최강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저 최강 씨, 저분 말대로 저 물건보다 좋은 건 드물걸요? 조금 비싸더라도 저걸 사는 게…….”
보통 모든 상점은 그 상점의 가장 좋은 물건을 눈에 가장 잘 띄는 곳에 두기 마련이다.
입구에 저 창이 놓여 있었다면 아마도 저 창이 지금 가게에 남아 있는 제일 좋은 물건일 확률이 높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는 최강도 가장 잘 알고 있는 정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최강이 물건을 되돌려 놓은 이유는 간단했다.
‘저래서는 사용도 못 해.’
전에 이소군이 쓰던 듀랑달이라는 검도 그냥 대충 한번 휘두른 것만으로 검에 금이 갈 정도였다. 제대로 한 번이라도 휘둘러 보려면 적어도 듀랑달급은 되는 무기여야 했기 때문이다.
최강이 류세란의 말에 답했다.
“알고 있어. 근데 그래도 안 돼. 적어도 느낌이 파팟 하고 오는 수준이 아니면.”
“그러니까 그 느낌이 파팟 하고 오는 무기가…….”
류세란이 최강의 등에 코를 박고는 멈춰 섰다.
코를 감싸 쥔 류세란이 갑자기 멈춰 선 최강의 등을 향해 아픈 목소리로 말했다.
“왜 그래요? 뭐가 있어요?”
“…….”
최강이 말이 없자 고개를 옆으로 쓱 내민 류세란이 최강이 바라보고 있는 물건으로 시선을 돌렸다. 최강이 바라보고 있는 바구니에 담긴 공처럼 생긴 물체들을 확인한 류세란이 말했다.
“이게 뭐예요?”
남자가 류세란의 물음에 말했다.
“이 물건 말입니까?”
남자가 씩 웃더니 놓여 있는 공을 하나 집어 들더니 가볍게 휙 물건 건네듯이 빈 공간을 향해 던졌다.
남자가 던진 공이 바닥에 닿았을 때였다.
칭칭칭.
직사각형 패널같이 생긴 물건들이 꽃처럼 펼쳐지는 모습이 보였다.
“저희 쪽에서 개발한 방패입니다.”
“와, 신기하네요. 저도 이런 건 처음 봐요.”
“뭐 재미있는 물건이긴 합니다만 그다지 추천드리는 제품은 아닙니다. 최대한 구비하기 편하도록 경량화에 힘쓰다 보니 가장 핵심인 방어력이 참담한 수준이거든요.”
남자의 말을 듣던 최강이 조용히 공을 하나 집어 들면서 말했다.
“이건 얼마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