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95
95화
“최강 씨, 설마 사게요?”
“그래.”
류세란의 대답에 답한 최강이 남자를 바라보자 남자가 말했다.
“저, 솔직히 저희가 팔겠다고 내놓은 입장에서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가격이 조금 지랄맞습니다.”
“상관없으니까 일단 말해 봐요. 얼만데요?”
남자가 마지못해 말했다.
“5억입니다.”
류세란이 놀란 목소리로 끼어들며 말했다.
“1개예요?”
“아니요…… 2개에…….”
하나에 약 2억 5천만 원이라는 말이었다.
여전히 비싸다고 생각했는지 류세란이 말했다.
“왜 이렇게 비싸죠?”
“아까 말했듯이 방어력에서 하자가 발생한 물건이라 그렇습니다.”
류세란이 이해가 안 된다는 양 말했다.
“그럼 더 싸야 하는 거 아니에요?”
“정상적이라면 그렇지만…… 이게 경량화를 목적으로 둔 만큼 생각보다 초기 연구 비용이 상당히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아실지 모르겠지만 프로젝트에 들어간 연구 비용은 상품 판매로 메꾸는 게 일반적인데 이 상품이 실용성은 거의 없다 보니 프로젝트 담당자들도 사실상 실전용으로서의 판매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죠. 때문에 초회 한정판만 찍어 놓고 관상용으로 파는 방법을 택했달까요? 아무튼 저에게 따지셔도 가격은 협회에서 정하는 거라 어쩔 수 없는 겁니다.”
류세란이 이해는 했지만 여전히 가격 자체에는 불만이 남았는지 최강에게 말했다.
“됐어요. 저 가격의 방패라면 저거 말고도 더 좋은 것도…….”
“괜찮네요.”
이야기를 듣던 두 사람의 눈이 똥그래지는 모습이 보였다.
최강이 공 하나를 집어 추리닝 주머니에 넣어 보더니 부피를 가늠하고는 말했다.
“한 열 세트 정도만 줘 보세요.”
“여…… 열 세트나 말입니까?”
“네.”
류세란이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며 말했다.
“미…… 미쳤어요? 열 세트면 어디 보자…… 50억이잖아요?”
“그렇지.”
류세란이 최강의 어이없는 소비생활에 적잖이 충격이었는지 깊이 한숨 쉬더니 말했다.
“최강 씨, 뭔가 이상하잖아요……. 아까 창 한 자루에 3억이라니까 비싸다고 안 하셨어요?”
“그랬지.”
류세란이 표정 하나 안 바뀌고 긍정하는 최강을 보며 말했다.
“그럼 잘 생각해 봐요. 50억이라니까요? 아까 그 창을 열여섯 자루 사고도 2억이 남는 돈이에요.”
최강이 할 말이 있다는 듯 말했다.
“하지만 네가 놓친 것도 있지.”
“뭔데요?”
“그 창은 나한테 쓸모가 없지만 이건 쓸모가 있다는 거야.”
“쓸모가 있어요? 저게?”
“어.”
최강이 태연하게 말하자 류세란이 말했다.
“최강 씨도 들었잖아요. 저거 방어력이 별로 안 좋다고 한 거.”
“그 부분은 괜찮아. 오히려 경량화된 점이 상당히 마음에 들어서 창이든 검이든 사야 하는 부담감이 없으면 더 살 의향도 있을 정도니까. 여튼.”
최강이 남자를 보며 말했다.
“일단 이거나 결제해 주시죠. 열 세트.”
최강의 시선을 받은 남자가 얼떨떨한 얼굴로 말했다.
“아…… 네.”
***
최강이 비교적 넓은 주머니에 빵빵하게 찬 공 20개를 보고 흡족하게 말했다.
“좋아.”
최강을 지켜보던 류세란이 한숨 쉬며 말했다.
“최강 씨, 이제 통장에 얼마나 남았죠?”
“글쎄? 한 1,000억 남짓 남지 않았을까?”
1,000억.
말이 1,000억이지 엄청난 금액이었다. 하지만 류세란은 과연 그 돈으로 최강의 눈에 차는 병기를 열 자루 넘게 구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밀려오고 있었다.
류세란이 말했다.
“최강 씨, 그 돈 다 써도 상관없는 거예요?”
눈치 빠른 최강이 류세란의 말에 답했다.
“왜? 여기 말고도 더 있어?”
협회 내에 있는 무기점은 이미 다 돌아본 상황이었다. 하지만 류세란의 분위기는 가격 따위 상관없다면 더 좋은 곳으로 가자는 듯했다.
“있긴 한데요. 대신 가격은 장담 못 해요. 물론 최강 씨가 바라는 기준에 따라서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거기가 어딘데?”
“따라와요.”
최강이 류세란을 따라서 이동한 곳은 협회 뒤편에 위치한 건물이었다.
까다로운 출입 절차를 밟은 최강이 들어가 확인한 건물 안은 어두운 분위기의 박물관의 느낌에 가까웠다.
“여기가 어딘데?”
“전 세계에 유통망이 형성된 경매장이에요. 이 정도면 최강 씨 마음에 드는 물건도 있을 수 있지 않겠어요?”
입구에서부터 쭉 길게 이어진 전시관을 슬쩍 확인한 최강이 말했다.
“물건은 여기 없는 건가?”
“네, 맞아요. 도난 위험도 있고 하니까. 물품은 낙찰이 되면 경매장이 위탁 배송해 주거든요.”
류세란의 말을 들은 최강이 라인 안쪽에 물건 대신 존재하는 모니터를 바라봤다. 모니터에서는 시착하고 무기를 사용하는 모습이 상영되고 있었다.
‘마녀 베르디의 스태프라…….’
아이템의 소개와 옆에 달린 계산기 같은 것을 확인한 최강이 생각했다.
‘이걸로 가격을 입력하는 건가?’
그 외에도 판매자의 최소 낙찰 희망 가격과 현재 낙찰 진행가 등이 떠올라 있었다.
마녀 베르디의 스태프는 3천억 원을 돌파하는 중이었다.
최강이 쭉 걷다가 멈춰 섰다.
관심 있게 화면을 바라보던 최강이 앞에서 류세란이야 혼자서 걸어가든 말든 놔두고 입장할 때 지급받은 카드를 끼워 넣고는 가격을 입력했다.
삐삐삐.
-500억을 입력하셨습니다.
알림음을 들은 최강이 점멸하고 있는 ‘Yes’ 버튼을 눌렀다.
-등록되었습니다.
“5…… 500억?”
뒤늦게 소리를 듣고 뛰어온 류세란이 가격을 확인했는지 말했다.
“창 한 자루에 500억을 태우다니…….”
털썩 무릎 꿇은 류세란이 말했다.
“열 자루 구하신다면서요……. 어쩌려고 그래요, 자꾸.”
“어? 올라갔다.”
“네?”
벌떡 일어난 류세란이 600억으로 한순간에 올라간 금액을 보고 안도했다.
“다행이네요.”
최강이 말없이 금액을 입력하려고 손을 뻗자 류세란이 막아섰다.
“왜 그래? 나 저거 필요하거든.”
“아직 경매장의 10분의 1도 안 살펴보셨잖아요…….”
“…….”
최강이 류세란의 말에도 아쉬운 듯 화면을 바라보자 류세란이 말했다.
“일단 좀 다 돌아보고 결정해도 되는 일이잖아요. 저것보다 더 마음에 드는 물건이 나올지 어떻게 알아요? 네?”
고민하던 최강이 조용히 손을 내렸다. 류세란의 말도 일리가 했고 또 경매가 마무리되는 자정까지는 한참 남았기 때문이다.
“그러지 뭐.”
***
조씨 문중의 문주 조중일은 정대욱과 마찬가지로 협회에서 최강이 무기를 구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조중일의 처음 반응도 정대욱과 비슷했다. 무시당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상한 것이다. 하지만.
“아니지…… 생각해 보니까 어차피 결국에 고개를 숙여야 한다면 이 기회에 정씨 문중보다 미리 점수 정도 따 놓는 것도 나쁘지 않아.”
때문에 조중일은 지금 대리인을 시켜서 쓸 만한 무기를 구하고 있었다.
그리고 세계 경매장에서 조중일은 마침내 마음에 드는 창 한 자루를 발견했다.
아이템의 이름은 냉창 브류나크.
방금 전에 최강이 500억을 입력했던 그 아이템이었다.
휴대폰을 통해 경매 현황을 주고받던 조중일이 말했다.
“녀석은 어떠냐?”
“600억을 제시하니까 더 이상 따라붙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도 포기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조중이 기껍게 웃었다.
“감히 총알도 없는 놈이 까불기는.”
최소 낙찰 금액이 300억이었고 조중일이 경매에 붙었을 때가 350억을 달리던 상황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조중일이 다음 순간 부른 첫 베팅은 450억. 사실상 경쟁자를 전부 따돌려 버릴 법한 과격한 베팅이었다. 하지만.
두 시간이 지난 방금, 한 번에 500억을 부른 사람이 나타난 것이었다.
한 번에 50억을 높게 부르는 참가자는 아무리 부호들이 주목하는 세계 경매장이라고 한들 많은 편이 아니다. 그래서 조중일도 사실 나름의 각오를 하고 있었는데 600억을 부르자 떨어져 나간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계속 주시하고, 혹여 똥파리가 꼬이면 연락해.”
“알겠습니다, 문주님.”
***
경매장을 쭉 한 바퀴 돈 최강이 발걸음을 멈춰 선 건 총 다섯 번이었다. 창 세 자루와 검 두 자루.
하지만 하나같이 가격은 엄청났다.
최소 낙찰가만 800억은 기본이었고, 대부분이 이미 낙찰 예정가만 900억을 넘어가는 상태였다. 심지어 비싼 건 그 2배인 2,000억이 넘는 물건도 있었다.
최강의 안목에 다시 한번 놀란 류세란이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는 듯이 처음에 베팅했던 냉창 브류나크 앞으로 갔다.
그나마 낙찰에 희망이 있는 건 이것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건가…….”
가격을 입력해 놓고 최강이 말했다.
“누른다?”
류세란이 차마 못 보겠는지 자신의 두 눈을 손으로 가리고는 말했다.
“네.”
최강이 ‘Yes’ 버튼을 누르자 안내음이 들려왔다.
-등록되었습니다.
최강이 이번에 입력한 금액은 650억.
방금 전 600억과 비교했을 때 이번에도 50억이나 높은 금액이었다.
‘저 아이템이 뭐라고 650억씩이나…….’
예외도 있겠지만 보통 최소 낙찰가를 보면 어느 정도 그 아이템의 가치를 알 수 있다. 감정도 없이 보통 경매장에 물품을 등록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반적인 경우라면 최소 낙찰가+30% 정도가 평균 낙찰가다.
하지만 어째선지 최소 낙찰가 300억인 냉창 브류나크의 경우에는 지금 엄청난 호가를 달리고 있었다. 최소 낙찰가의 2배를 훌쩍 넘은 가격이었으니 말이다.
‘잠깐. 그러고 보니…….’
류세란이 최강이 발걸음을 멈췄던 아이템들의 공통점이 떠올랐는지 되짚어 보기 시작했다.
이번에 670억으로 오른 금액을 한숨과 함께 또다시 700억으로 올려놓는 최강을 보고 류세란이 확신했다.
최강도 분위기상 과한 베팅임을 느끼고 있는 신호였기 때문이다.
“최강 씨.”
“왜?”
최강이 또다시 올라간 금액을 한 번 더 올리려고 하자 류세란이 최강의 손목을 붙들어 잡았다.
“뭔가 이상한데, 멈춰 봐요.”
720억.
730억.
740억.
최강이 싸움에서 빠졌음에도 자꾸 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모습이 보였다.
“이것 봐요. 가격이 붙는 게 너무 빠르다 싶었어요.”
“사기당하고 있었다는 거야?”
“아니요. 아마도 그건 아닐 거예요. 최강 씨가 아니더라도 냉기 속성 아이템을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최강의 표정에서 긍정의 분위기를 읽은 류세란이 말했다.
“싸우려는 상대가 화 속성을 가진 상대인가 보죠?”
“뭐 그런 셈이지.”
류세란이 방긋 웃으며 최강의 팔을 잡아끌었다.
최강이 말했다.
“어디 가게?”
“어차피 저희 예산으로는 못 사는 물건이잖아요.”
“그래도…….”
류세란이 말했다.
“저 좀 믿어 봐요. 후회하지 않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