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99
99화
“둘이서 뭐 해?”
언니 류미란이 평범한 흰색 머리띠와 하늘하늘한 느낌의 하늘색 원피스를 입은 류세란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류미란이 말했다.
“내가 이럴 줄 알았지.”
“뭐가?”
류미란이 조금 불만족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좀 더 침이 꼴딱꼴딱 넘어가도록 입어야 할 거 아니야?”
옆에 있던 류태우도 거들었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최강 정도 되는 남자를 사냥하려는 것치고는 공격력이 너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지적인 분위기의 류태우가 안경을 밀어 올리며 말했다.
“전적으로 평가해 볼 때 전반적인 스타일의 교체와 검은 스타킹을 선택할 것을 추천하겠다.”
고개를 끄덕이며 듣던 류미란이 류태우의 뒤통수를 후리며 말했다.
“닥쳐, 변태 새끼!”
“나를 변태로 치부하는 건가? 그러니까 서른한 살 노처녀가 된 것이다. 남자를 몰라도 너무 몰라. 남자는 자고로 모두 자신의 가슴에 검은색 스타킹을 품고 산다. 원하는 데니아만 다를 뿐.”
류태우의 멱살을 잡고 있던 류미란이 경멸의 시선으로 천천히 내려놓았다. 자신의 동생이었지만 이 녀석은 진짜 답이 없었기 때문이다. 류세란에게 조용히 다가간 류미란이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며 말했다.
“저 변태의 이야기는 무시하고. 이 언니가 이야기를 해 줄게. 잘 들어?”
“어? ……응.”
“세란이 너는 너의 공격력이 낮아진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자꾸 공격력, 공격력 해서 느낌이 뭔가 이상하지만 류세란이 일단 그 점은 무시하고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글쎄……?”
“먼저 너는 너의 무기를 살리지 못하고 있어.”
류세란이 미세한 흥미를 보였다.
“그게 뭔데?”
“이거.”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확인한 류세란이 황급히 물러나며 부끄러운 얼굴을 했다. 류미란이 자신의 가슴을 가리켰기 때문이다.
“뭐야, 진짜!”
“잘 들어 봐, 세란아. 진짜라니까? 조선 반도 사이즈에서 벗어난 너의 흉부는 축복이야.”
류미란이 말했다.
“참고로 우리 박 여사께서 어린 시절 첫사랑을 하던 내게 했던 말이 있지.”
“엄마가?”
“들려줄까?”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자 류미란이 말했다.
“종규 녀석을 꼬시는 데 3년이나 걸린 건 다 마음이 겸손했기 때문이다.”
박 여사, 즉 류씨세가의 안주인 박수정의 사이즈는 확실히 평범하다 못해 빈약하다.
그리고 그것은 박씨 집안, 류씨 집안 할 것 없이 두 집안의 공통적인 내력이었다.
고모, 이모, 엄마, 할머니, 심지어 하다못해 언니 류미란까지 예외 없이 얼굴은 아름다울지언정 겸손한 것이었다. 그곳이.
때문에 류세란이 한창 성장할 때는 류종규가 박수정 몰래 친자 확인까지 하다가 들켜서 집안이 된통 뒤집어졌던 일까지 있었다.
물론 그 뒤로 집안에서 류종규는 거의 잡혀 살긴 하지만 그만큼 류씨세가의 피에는 무서운 유전자가 흐르는 것이었다.
류미란이 시를 읽고 감명받은 소녀처럼 말했다.
“멋진 말이었어. 그리고 이 언니는 지금도 선배 전우인 엄마의 그 말을 가슴에 새기고 있지.”
결혼 시장의 최전선에서 뛰는 류미란의 이야기였기 때문일까?
류세란의 표정이 조금 설득당한 얼굴로 바뀌었다.
류세란의 표정을 읽은 류미란이 선견자 같은 얼굴을 풀고는 픽 웃으며 말했다.
“너무 노출하자는 게 아니야. 다만 내 말은, 그렇게 하늘하늘하게 입어서 기껏 받은 복을 내팽개치지 말자는 거지.”
“…….”
고민하던 류세란이 말했다.
“어떻게 하면 되는데?”
***
결국 류세란이 입고 나간 옷은 단아한 느낌을 주는 달라붙는 흰색 니트 원피스와 추위를 고려한 가벼운 카디건이었다.
무릎 위 10미터까지 올라간 치맛단을 보고 류세란이 한숨 쉬었다.
솔직히 활동하기 편한 복장은 아니었을뿐더러 류세란이 선호하는 차림은 더더욱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 다 좋게 좋게 생각하자. 결과적으로 효과가 있긴 한 것 같잖아?’
물론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였다. 이성에게 느껴지는 매력 면에서는 실제로도 상승했다는 것이 체감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 괜찮으시면 같이 드라이브하러 가실래요?”
이런 값비싼 외제차를 자랑하며 작업을 걸어오는 남자들이 그 증거라는 게 문제였지만 말이다.
예약한 호텔 인근의 약속 장소에서 최강을 기다리던 류세란이 벌써 네 번째로 맞이하는 남자를 보며 말했다.
“저, 궁금한 게 있는데요.”
류세란의 말을 들은 남자가 속으로 생각했다.
‘고럼 고렇지. 쉽다, 쉬워.’
옆에 주차해 둔 자신의 차를 류세란이 슬쩍 확인하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남자가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다.
“뭔데요?”
류세란이 말했다.
“도대체 이런 도심에서 스포츠카를 몰고 다니는 이유가 뭔가요?”
“네?”
“아니, 솔직히 세단이라면 모를까, 별로 이해가 안 돼서요.”
당연히 자신의 차냐고 물어볼 줄 알았던 남자가 류세란의 말에 벙찐 얼굴을 해 보이다가 어색하게 웃었다.
“아하하. 뭐 스포츠카가 남자들의 로망인 거잖아요?”
“그래요?”
류세란이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기다리는 분하고는 좀 다르네요.”
호기심이 식은 류세란이 시선을 거두고 10여 초쯤 지났을까?
뻘쭘하게 서 있던 남자가 다시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그래서, 드라이브하러 가실 거죠?”
“아니요? 말했잖아요.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니까요?”
“혹시 무서워서 그런 거라면 걱정할 없는데. 저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라서.”
류세란이 픽 웃으면서 말했다.
“무서운 건 모르겠구요. 저는 일단 허세나 허영심에 찌든 남자는 별로 안 좋아해요.”
남자의 얼굴이 구겨졌다.
“뭐? 이게 보자 보자 하니까.”
마치 때릴 기세로 화내는 남자를 보며 류세란이 한숨 쉬었다. 그래도 이전 남자들은 눈치라도 있었지, 이번 놈은 눈치도 없는데 교양까지 없는 사람이었다.
“제가 궁금한 게 하나 더 생겼거든요?”
“궁금해? 막말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뭐가 궁금하실까?”
류세란이 남자의 눈을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왜 그쪽이 기분이 상한 건지 이해가 안 돼서요.”
남자가 어이없는 얼굴로 말했다.
“뭐야? 방금 전에 그딴 말 한 주제에 그걸 모른…….”
류세란이 남자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저 지금 누가 봐도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모습 아닌가요? 그리고 실제로 말로도 말씀드렸죠.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고요. 그럼 기분이 상해야 할 건 선약이 있는데 찝쩍대는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저인가요, 아니면 귀찮게 한 당신인가요?”
“…….”
“왜 말이 없으시죠?”
류세란이 때릴 기세로 꽉 쥐어진 남자의 주먹을 보고 말했다.
“저 경고하는데, 그 주먹 내리시는 게 좋을 거예요.”
“아, 그건 걱정할 거 없거든? 내가 ‘빽’이 좀 좋으니까.”
“아, 그래요?”
남자가 휘두르는 주먹을 가볍게 피한 류세란이 팔을 꺾어 차 보닛에 남자를 밀어 넣었다.
남자가 힘으로 류세란의 관절기를 풀려다가 더욱 강하게 조여 오는 것을 느끼고 생각했다.
‘뭔 놈의 여자가 힘이…….’
류세란이 말했다.
“부러트려 드릴까요?”
“…….”
때마침 들려오는 류세란의 목소리에 남자가 비참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류세란이 남자의 팔을 놓아주자 류세란을 노려보던 남자가 거칠게 차를 몰고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하…….”
류세란이 한숨 쉬었다. 좋아하는 사람하고 기분 좋게 밥 먹으러 나와서 만나기도 전부터 기분부터 상했기 때문이다.
류세란이 최강에게 연락하려고 휴대폰을 꺼내 들었을 때였다.
“뭔 소란이래?”
“어? 저거 류세란 아니야?”
“그러게?”
원래 류세란은 일반인들마저 알아보는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근래에 최강 때문에 류세란도 덩달아 유명해져서 종종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추리닝 차림이 아니네?”
“누구 기다리나?”
“혹시 최강 아니야?”
이목이 많이 집중된 것을 자각한 류세란이 장소를 황급히 옮겨서 다시 휴대폰을 꺼냈다. 최강에게 약속 장소가 바뀌었음을 말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콰앙.
류세란이 최강에게 전화를 걸기 직전이었다. 거대한 소음이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는 류세란의 귀에 들려왔다.
“몬스터다!”
“몬스터? 마물이라는 소리냐?”
붉은색 전신 갑주와 거대한 두 자루의 배틀액스를 든 남자는 2미터 남짓의 거구였다. 남자가 몬스터라는 말에 기분이 상했는지 배틀액스를 내리찍는 모습을 확인한 류세란이 황급히 달렸다.
쿵.
남자의 도끼가 시민을 향해 휘둘러졌기 때문이다.
“호오……?”
남자가 한 손으로 내려찍은 배틀액스에 전방 수십 킬로미터 건물까지 세로로 토막 나는 것을 확인하고 고개를 틀었다.
“빠르군, 여자.”
류세란이 끌어안은 여자를 놓아주며 말했다.
“빨리 도망가세요.”
“감사합니다.”
도망가는 시민이 멀어지자 남자가 말했다.
“여자, 소속이 어디냐? 그리고 그 복장은 뭐지? 전장을 모독하는 거냐?”
‘전장? 무슨 소리지?’
남자의 말을 듣고 류세란이 생각에 잠겼을 때였다. 한 번쯤 들어 본 듯한 남자의 고성이 들려왔다.
“어이, 너! 무림인이지? 어쩐지 이상하다 했어.”
류세란이 붉은 갑주의 남자를 신경 쓰면서 슬쩍 시선을 옮기자 무너져 내린 돌 더미에 깔린 스포츠카 때문에 이도 저도 못 하고 있는 남자가 보였다.
“아까 일반 시민인 나한테 위해를 가한 건 그냥 넘어가 줄 테니까, 빨리 좋게 말할 때 이거나 치워. 이 차가 얼마짜린 줄은 알아?”
류세란이 남자를 보며 인상 쓰자 붉은 갑주 남자가 배틀액스를 휘둘렀다.
“시끄럽군.”
배틀액스가 가볍게 휘둘러지자 쏘아진 기운이 차를 폭발시키는 모습이 보였다.
남자가 폭발에 휩쓸려 데굴데굴 굴러 건물 벽에 박더니 그제야 도망갔다.
“자! 말해 봐라, 여자. 어떻게 네년이 무형기를 사용하지?”
“당신이 어떻게 무형기를 알죠? 혹시 최강 씨를 아나요?”
“최강? 그게 누구지? 아니면 시치미 떼는 건가?”
“…….”
남자가 류세란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류세란을 향해 달려들었다.
남자가 달려드는 모습을 확인한 류세란이 허리춤에 손을 올렸다.
“아…….”
평소에 있어야 할 곳에 검이 없음을 자각한 류세란이 반격하지 못하고 훌쩍 물러났다.
남자가 이번에도 공격을 피한 류세란을 보며 말했다.
“뭐, 확실히 속도는 빠르구나. 페르간 소속이냐? 하긴 이런 농간을 부릴 녀석들은 그놈들뿐이겠지!”
류세란이 달려드는 남자의 배틀액스를 연달아 피해 내다가 하이힐 때문에 발을 삐끗한 순간이었다.
“호오, 걸렸……!?”
쿠웅.
하지만 이번에도 허무하게 간발의 차이로 땅을 찍은 남자가 굳은 얼굴로 돌아섰다.
순간적으로 전해진 감촉, 무형기를 느꼈기 때문이다.
“뭐냐, 방금 전에? 무형기를 사용한 거냐?”
류세란의 얼굴이 동요했다.
‘무형기를 알아……?’
신기한 일이었다. 여태까지 류세란이 무형기를 사용해도 정확히 기술명까지 아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자. 어떻게 네년이 무형기를 사용하지?”
남자의 기세가 살벌해지는 모습이 보였다.
류세란이 달려드는 남자를 확인하고 하이힐을 벗은 뒤에 훌쩍 물러났을 때였다.
좀 전보다 무서운 기세로 들러붙으며 맹공을 퍼붓는 남자의 공격을 피하던 류세란이 무형기를 발동한 순간이었다.
“무형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