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possessed it, it became a ghost story RAW novel - Chapter (131)
로한슨 저택을 집어삼킬 듯 거세게 타오르는 불길은 오래 지나지 않아 사그라들었다. 그사이에 기사를 추가로 지원 받아 로한슨 저택은 빈틈없이 포위되었다.
로한슨 저택의 인질들은, 사람의 목숨을 귀하게 여기는 가브리엘을 묶어두는 데도 참으로 유용하게 사용됐다. 사라카는 덕분에 몹시 수월하게 악마의 신병을 넘겨받을 수 있었다.
“저 남자를 포박해 마차에 실어라.”
“네, 주교님.”
사라카의 지시에 젤리가 포박당했다. 기사들을 죽이고 도망치면 좋았을 텐데 기력이 빠진 것인지 성수의 효능이 유독 잘 들은 것인지 악마는 얌전히 묶여 마차에 실렸다. 사라카를 바라보는 금빛 눈이 흉흉했다.
‘왜 반항하지 않지?’
사라카는 그 이유를 짐작해 보았다.
추론하건대 지금 날뛰게 된다면 에반젤린이 악마를 부린다는 심증에 증거가 생기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애초에 성수로 크게 상한 몸으로 불길 속에 뛰어들어 몸 상태가 엉망이 된 탓에 젤리는 도망칠 수도 없었다.
반항도 못하고 마리크 주교에게 사로잡힌 젤리는 제 처지가 수치스러워 면목이 없었다.
약간은 에반젤린이 구하러 와주기를 기대하기도 했다. 이는 칸나가 자신을 구해 줬을 때 에반젤린이 얼마나 압도적이었는지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자랑해 댄 잘못도 있었다.
‘아가씨께서 나타나셨을 때는 천사가 강림한 줄 알았다.’ ‘그 순간 나팔소리가 들리더라.’ ‘아가씨는 손끝 하나로 날 잡은 남자를 난도질하셨다.’ ‘아가씨의 발끝에서 불길이 일어나더니 혐오스러운 집이 타들어 갔다. 이게 사제들이 입이 닳도록 말하는 정화 같은데, 사실 아가씨는 진짜 천사가 아니신가.’
수백 번은 들어서 이미 달달 외우고도 남았다.
사라카가 악마에게 물었다.
“이름은?”
“신실하신 사제님께서 내 이름을 묻다니 참으로 자비로우셔라.”
젤리가 비아냥거리자 발길질이 날아왔다.
“주교님께서 이름이 뭐냐고 물으시잖아!”
고작 인간에게 얻어맞은 것도 불쾌한데 하필 걷어찬 것도 성기사라 두 배로 기분이 더러웠다. 젤리는 상심이 차올라서 실수로 그들을 죽여 버릴 것 같아 그냥 입을 다물기로 했다.
돌아오는 답이 없자 사라카가 허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눈치 빠른 기사 하나가 사라카의 손에 성수를 쥐여주었다. 기사들이 젤리의 턱을 틀어잡아 입을 열었고, 사라카는 답이 돌아올 때까지 성수를 들이부었다.
젤리는 에반젤린과의 첫 만남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던 걸 떠올렸다.
‘그때는 죽을 뻔했지.’
머리는 과거를 추억하고 있는데 몸은 이미 한계가 왔다. 안 그래도 엉망인 젤리의 속이 녹아내렸다. 이러다가 에반젤린이 구하러 올 때쯤에는 음식물 찌꺼기 같은 꼴이 돼 있을 것 같아 젤리가 항복하고 입을 열었다.
“쿨럭…. 젤리야, 젤리….”
“젤리?”
“왜? 다…라서 혀라도 마비댈 거 가타?”
녹아내린 하관 때문에 발음이 엉망이었다. 말도 제대로 못하는 이까짓 것에게 붙여 주기엔 참으로 단 이름이다. 사라카가 물은 것은 에반젤린이 붙여 준 과자 같은 이름이 아니었겠으나 젤리는 결코 ‘안드라스’라는 이름은 알려 주지 않겠다며 굳게 다짐했다.
녹아내려 골골대는 젤리를 치운 사라카가 이번엔 헤나에게 아자젤의 행방을 물었다.
“아자젤은?”
아자젤은 푸딩의 눈을 가리게 한 후 쓸모를 다 해, 그 후 성수를 먹여 제압해두었다. 위치를 알리자 기사들이 입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아자젤을 부축하여 데려왔다. 젤리를 대하는 것보다 태도가 훨씬 정중하였는데, 아자젤이 대외적으로 마리크 주교의 호위 신분인 데다가, 도망간 것이 아니라 잠시 자리를 비운 거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기사들은 마리크 주교의 호위가 에반젤린 로한슨을 잡기 위해 잠입했다가 역으로 잡혀 감금당해 고초를 겪었다며 눈물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