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possessed it, it became a ghost story RAW novel - Chapter (139)
호사퀸 공작가의 안주인, 아게라 호사퀸이 위독하다는 소식이 퍼졌다.
“세상에, 우리 마님 어쩌면 좋아.”
공작가의 하인들이 무척이나 술렁였다. 공작가에서만큼은 에반젤린 로한슨이 마녀라는 소문보다 아게라의 건강이 더욱 중요하게 여겨질 정도였다.
오히려 에반젤린이 아게라의 간호에 전념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역시 로한슨 저택을 에반젤린이 불을 질렀다는 이야기는 다 오명이라며 화를 낼 정도였다.
아게라가 위독하다는 소식은 무척이나 빨리 퍼졌다. 소문에 발이 달렸다면, 무려 천리마의 발일 것이다.
하루아침에 수도로까지 퍼져나가 호사퀸 가문에 관심이 없는 저잣거리의 아이들까지 호사퀸 부인의 중태를 알 정도였다. 호사퀸 공작가 사람들은 소문이 빨리 퍼진 이유가 그만큼 호사퀸 공작가를 주시하는 눈이 많기 때문이리라 여겼다.
그 소식은 아게라의 사랑하는 딸, 유일한 딸, 리코의 몸을 뒤집어쓰고 있는 ‘쥐’에게도 들어갔다.
로한슨 저택을 태우는 것으로 복수를 한 쥐는 마리크 주교를 피해 도망간 후 근처를 돌며 배를 채우곤 했다. 악행을 저지를 땐 꼭 에반젤린의 외형을 따라 했는데, 이는 자신이 저지른 일들이 에반젤린에게 해를 끼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에반젤린을 흉내 내는 데는 반발이 돌아온다. 뼈에 각인된 관념이 감히 에반젤린에게 해를 끼친다며 반발하기 때문이다.
‘쥐’가 직접 에반젤린을 해하는 대신 로한슨 저택을 찾아가 화풀이를 한 것도 직접 손을 대기가 어렵기 때문이었다.
에반젤린을 따라 하는 것은 그토록 고통스러웠으나 그의 질투는 피부에 새겨진 경전을 이겨낼 만큼 질척거렸다.
그 악독함이 아게라가 위중하다는 말에 단박에 무너져내렸다.
“세상에, 어머니가 위독….”
“로한슨 영애가 아니라 네가 아게라 님의 간호를 해야지. 어서 저택으로 돌아가자.”
쥐가 자기의 몸으로, 에반젤린의 형태를 꾸며내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 꼴을 지켜만 봐야 했던 리코가 냉큼 집으로 돌아가자며 부추겼다.
“그래. 가자.”
쥐는 지체 없이 호사퀸 공작가로 향했다.
쥐는 그때까지도 에반젤린의 외형을 흉내 내는 중이었다. 호사퀸 공작가의 하인들은 로한슨 영애가 잠시 외출하다가 오셨겠거니 하며 문을 열어주었다. 덕분에 쥐는 어머니의 하인들을 죽이지 않고 무혈입성할 수 있었다.
곧장 저택에 들어간 쥐는 리코의 기억을 더듬어 아게라의 방으로 달려갔다. 에반젤린이 아게라를 간호 중이었으니, 방에 갔다가는 분명 맞닥트릴 게 분명한데 아게라에게 정신이 팔린 탓에 그것까지 고려할 수 없었다.
쥐는 아게라의 방 앞에 도달하고 나서야 기억을 더듬으며 얼굴을 다시 가다듬었다. 로한슨 저택을 불태우면서, 우연히 아마란스의 그림을 보았다.
열댓 개는 되어 보이는 그림들은 모두 같은 얼굴에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었는데, 쥐는 본능적으로 그림의 주인이 제가 모방해야 하는 원형임을 알아차렸다.
쥐는 그림을 눈에 잘 새긴 후, 모조리 불태워 버렸다. 세상에 어머니의 딸은 자신 하나뿐이었으므로, 아마란스의 그림 따위 남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로한슨 저택에 불을 질러서 다행이라고 여겼다.
그리해서 쥐는 그림을 흉내 냈다. 이전에 엉성하고 부족했던 모습보다 훨씬 아마란스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아게라, 내 어머니. 아마란스에요. 아마란스가 왔어요.”
쥐가 문을 열었다. 방 안에는 단둘뿐이었다. 잠자리에 들려는 것처럼 피로해 보이는 아게라와, 아게라의 손을 잡고 있는 에반젤린이 보였다.
아게라는 위독하다는 소문이 돌았던 것에 비해, 무척이나 건강하고 평온했으나 쥐는 아게라의 상태를 헤아릴 틈이 없었다. 증오스러운 에반젤린에게 모든 신경이 쏠린 탓이다.
“왔네.”
에반젤린이 태연하게 쥐를 반겼다. 꼭 쥐가 오기만을 기다렸다는 투였다.
건방진 에반젤린, 감히 쥐의 자리를 빼앗는 못되고 사악한 에반젤린. 자매로서 사이좋게 지내려고 하였으나 나를 죽이려고 한 에반젤린.
“손목을 잘라 버리기 전에 그 손을 놔.”
쥐가 날을 세우며 말하자 에반젤린은 쥐가 우습다는 듯이 아게라를 들먹이며 대꾸했다.
“아게라 님 앞에서 소란스럽게 굴지 마.”
쥐는 아게라의 눈치를 살폈다. 에반젤린은 그저 그런 쥐가 우습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쥐를 비웃는 것이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