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possessed it, it became a ghost story RAW novel - Chapter (81)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마리크 주교의 선택지에 따라 황제가 테네브레이를 범인으로 내세울 것을 결정했을 무렵. 사람들 사이에선 반대로 예레미아가 아버지를 죽였다는 소문이 돌았다. 소문의 근원지는 알 수 없었으나 가브리엘이 예레미아를 의심하여 시작되었다는 추측만 무성할 뿐이었다.
알음알음 퍼지기 시작한 이야기는 결국 당사자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예레미아는 친부를 자신이 살해했다는 괴상한 소문이 퍼진 것에 큰 충격을 받았는지 그만 앓아눕고 말았다. 쌍둥이 자매인 테네브레이가 예레미아를 간호했다.
“테네브레이. 소문 들어 봤어? 내가 아버지를 살해했다고…. 어떻게, 어떻게 그런 심한 말을 할 수가 있지?”
예레미아는 눈물로 범벅된 얼굴을 슬피 구기며 쌍둥이 자매의 손을 꽉 쥐었다. 그리고 테네브레이를 향해 눈을 돌렸다. 눈물 때문에 시야가 번져 테네브레이의 얼굴이 잘 보이질 않았다.
“가브리엘 경이 날 수상하게 여겨서 그런 거래.”
예레미아가 황태자를 죽였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은 가브리엘 때문이라고 했다. 예레미아는 한때 흠모한 적이 있었던 기사가 이 순간은 몹시 증오스러웠다.
“그 기사는 로한슨 영애가 무죄이길 바라면서 너한테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하는 것뿐이야.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믿지 않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 예레미아.”
“정말로? 하지만 소문이 이렇게 커졌는걸.”
테네브레이는 평소에는 소문 따위에 신경 쓰지 말라고 하던 천진한 예레미아가 자신의 소문에는 지나치게 휘둘리는 모습을 끔찍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예레미아는 눈물 때문에 테네브레이의 험악한 표정을 보지 못하고 계속 말을 걸었다.
“테네브레이, 너는 아버지의 바로 옆에 있었잖아. 로한슨 영애가 무슨 수작질을 부리는 걸 못 느꼈어? 네가 증언해 주면 모두가 로한슨 영애가 범인이라는 걸 알 텐데.”
“하지만 우리가 그날 목걸이를 바꾼 건 비밀이잖아. 예레미아.”
“그랬지….”
예레미아는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황태자의 탄신 연회 직전에 예레미아를 찾아온 테네브레이는 잠시만 목걸이를 바꿔 달라고 부탁했다.
그날 테네브레이는 평소보다 훨씬 활기차고 반짝이는 얼굴로 예레미아에게 애원했다. 자신도 아버지와 함께 첫 춤을 춰 보고 싶은데, 황태자는 예레미아에게만 춤 신청을 하니 예레미아인 척하고 나서라도 춤을 추고 싶다는 말이었다.
황태자가 딸 둘을 차별하는 것은 딱히 비밀로 치부할 수도 없는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그 사실을 모르는 건 눈치 없는 예레미아뿐이었다. 테네브레이의 춤 실력은 별로여서 함께 하지 못한다는 황태자의 변명을 예레미아는 곧이곧대로 신뢰했다.
“아직 네 춤 실력이 부족한 줄 아시고 그런 걸 거야. 우선 나인 척하고 춤을 춘 후, 너였다고 아버지께만 몰래 말씀드리자. 그럼 네 실력이 늘었다는 걸 아실 테고 다음에는 너에게도 춤을 권유하실 거야.”
황제가 절대 목걸이를 벗어서는 안 된다고 한 말을 무시하고, 비밀로 하면 된다면서 예레미아는 흔쾌히 목걸이를 바꿔 주었다.
“사랑하는 내 딸, 아비의 생일을 기념해 한 곡 청해도 되겠느냐?”
고작 목걸이를 바꿨을 뿐인데 대우가 얼마나 끔찍이 달라지던지. 사랑한다고? 목걸이가 아니면 예레미아와 테네브레이를 구분도 못 하는 주제에 사랑은 무슨!
테네브레이는 당장 천진한 예레미아의 숨통을 조이고 싶은 것을 참을성 있게 인내했다. 질투할 것 없다. 잠깐 경험했던 황금 같던 순간이 앞으로는 오로지 테네브레이의 것이었으니까.
“한숨 자고 일어나면 다들 헛소문이라는 걸 알고 잠잠해질 거야. 예레미아 넌 모두가 사랑하는 황녀잖아?”
예레미아는 테네브레이의 위로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눈을 감았다. 울다 지친 바람에 예레미아는 금방 잠에 빠져들었다. 테네브레이는 예레미아가 깊이 잠든 것을 확인하고 몰래 목걸이를 풀었다. 그리고 테네브레이가 늘 몸에 차고 다니던 흑색의 목걸이를 예레미아에게 걸어 주었다.
멍청하고 순진하여 남을 의심할 줄 모르는 것은 천성일까? 아니면 늘 사랑받고 자라 모두가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못할 거라 자만하는 것뿐일까.
테네브레이는 잠든 예레미아를 두고 방을 나왔다. 테네브레이의 뒤를 입을 가린 하녀가 따랐다. 걸을수록 외진 곳으로 향한 끝에 테네브레이가 도착한 곳은 황손이 쓰는 곳이라기엔 허름하기 짝이 없는 방이었다. 방금까지 온갖 사치스러운 것에 둘러싸인 예레미아의 방에 있다 온지라 편차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예레미아는 테네브레이의 방을 보며 ‘넌 참 검소한 걸 좋아하네.’라며 일축했다. 검소하다고? 이 방은 황태자가 내어 준 방이었다. 가구들은 충분한 자금이 주어지지 않아 제대로 갖출 수 없는 것이었다.
테네브레이는 그 천진난만한 목소리를 떠올렸다가 분을 못 이겨 방 안의 가구들을 던지며 부수기 시작했다. 입을 가린 하녀는 그 모습을 말리지 않고 지켜봐 주었다.
방 안이 난장판이 되고, 제풀에 지치고 나서야 테네브레이는 포악질을 부리는 것을 그만두고 옷 시중을 받았다. 하녀가 테네브레이의 드레스를 벗기던 도중 주인이 바뀐 녹색 목걸이를 보며 물었다.
“테네브레이 님. 목걸이가 바뀌었네요?”
테네브레이는 하녀를 질책하고 입막음을 하는 대신 유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사라카 네가 오늘이면 남은 상처를 전부 치료할 수 있을 거라고 해서.”
“기특하셔라. 잘하셨어요.”
사라카가 테네브레이의 남은 상처를 확인했다. 테네브레이의 몸에 남아 있는 상처는 이제 등에 있는 채찍 자국뿐이었다. 부위가 커서 뒤로 미루다가 마지막으로 남은 것이다.
사라카는 테네브레이의 방에 미리 가져다 둔 성수와 칼을 잡아 들었다. 그리고 테네브레이의 등에 그어진 흉터를 칼로 파헤쳤다.
“아윽…!”
파헤친 자국에는 곧바로 성수를 붓는다. 황족은 축복받은 자들이라 특별히 성수가 잘 듣는 체질이 많은데, 테네브레이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성수가 닿자 곧바로 새 살이 차올랐다.
테네브레이는 겉보기에는 예레미아와 크게 다르지 않으나 옷으로 가려진 곳에 수년간 쌓인 상처가 가득했었다. 칼에 베인 자국, 넘어진 자국, 뼈가 부러졌다가 잘못 붙은 것은 물론이고, 채찍 자국과 맞은 자국들도 한가득했다. 황태자에게 얼마나 모진 대우를 받았던 건지, 제때 치료받을 시기도 놓쳐 흉터가 남은 것이다.
그러나 흉은 성수로 사라지지 않았다. 다시 새롭게 상처를 더 크게 만든 후 성수를 부어 치료하는 수밖에 없었다. 상처를 헤집으며 하나하나 더듬어 갈 때마다 테네브레이는 살의에 가득 찼다. 아버지를 죽였는데도 다시 죽이고 싶을 정도였다. 역시 심장에 칼을 하나만 꽂은 것은 너무 자비로운 처사가 아니었을까?
사라카가 테네브레이의 분노를 눈치챘는지 등을 쓰다듬으며 달래 주었다.
“고통스러워하지 마시고 부디 즐기세요. 남을 닮아 간다는 건 참 즐거운 준비 과정이 아닌가요?”
사라카가 마리크 주교의 대타로 있기 위해 하관과 손에 화상 자국을 만든 것처럼, 테네브레이는 앞으로 예레미아로 살아가기 위해 오래된 상처를 모두 치료해 말끔한 몸을 만들어야 했다. 그래야 사랑만을 받고 자라난 쌍둥이 자매를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사라카의 말은 정말 위로가 되었다. 자신을 오랜 시간 학대한 아버지에게도 사라카 덕분에 말끔히 복수할 수 있었다. 내일이면 예레미아는 테네브레이가 되어 죽고,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등을 칼로 헤집는 고통마저 달콤했다. 두 사람이 목걸이만 바꾼다면 아무도 구분하지 못함을 연회장에서 확인했으니 문제 될 게 없었다.
“마리크 주교님을 만난 건 정말 내 인생 다신 없을 축복이야.”
마리크 주교가 아니었다면 테네브레이는 오늘도 황태자의 부름을 받고 화풀이 상대가 되어 체벌을 받고 있을 터였다. 벌을 받고 돌아오면 멍청한 예레미아가 아버지와 단둘이 시간을 보내다니 참 사이가 좋다며 부럽다는 말이나 해대겠지.
황궁에서 테네브레이의 위치는 고작 그 정도였다. 그래서 라헬 님께서 테네브레이를 안타깝게 여기셔서 대리자인 마리크 주교를 보내 도움의 손길을 주신 게 분명했다. 마리크 주교는 테네브레이의 사연을 알고 기꺼이 그녀의 우군이 되어주었다.
제 핏줄을 죽이고 싶다고 소원하는 테네브레이의 마음을 헤아려 아버지와 자매를 죽여도 된다는 면죄부를 주었을뿐더러 직접 실천할 수 있도록 무대를 만들어 주기까지 했다.
사라카는 칼로 파헤쳐놓은 테네브레이의 등에 성수를 부으며 공감했다.
“저도 그래요. 마리크 주교님이 제 인생을 바꾸셨거든요.”
사라카는 원래는 죽어야 마땅한 이교도의 자식이었는데 아버지와 함께 불에 타 죽었어야 하는 걸 마리크 주교가 빼돌려 구해 주었다.
마리크 주교가 사라카를 구한 것은 신분이 없는 아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당시 부쩍 몸이 쇠약해지던 마리크 주교는 자신이 머지않아 죽을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마리크 주교는 그 당시 이교도 학살로 한창 위세를 떨치고 있었고, 마리크 주교가 병마에 걸려 죽는 게 알려지면 얼마나 큰 파문이 생길지 몰랐다.
그래서 자신이 죽더라도 ‘마리크 주교’는 신전의 건재한 상징으로 남아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어린아이를 골라 ‘마리크 주교’로 길러 내기 시작했는데 그게 바로 사라카였다. 사라카에게 일부러 자신과 같은 화상 자국을 만들어 내고, 자신의 기억을 외우게 하고, 말투와 습관을 학습시켰다.
마리크 주교는 교육이 완벽하게 끝나기도 전에 쓰러져 지금은 식물인간과 다름없었다. 더는 가르침은 없었으나 사라카는 미리 안배된 대로 마리크 주교로 살아갔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강탈해 살아가다니, 이렇게 보면 사라카와 테네브레이는 참으로 공통점이 많았다.
이교도 학살을 다시 일으키기 위한 시발점으로 비교적 안전한 다른 방법도 여럿 있었으나 굳이 황태자를 죽이는 위협을 무릅쓴 것은 사라카가 테네브레이와 자신을 겹쳐보았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물론 황태자가 신전에 적대적으로 굴어댄 탓도 분명히 있었을 테지만.
살이 전부 차올라 매끈해진 등을 보며 사라카가 준비가 끝났음을 전했다.
“테네브레이 님, 다 됐어요.”
사라카의 말에 테네브레이가 몸을 일으켰다. 누워 있던 침대의 이불이 피가 번져 눅눅해졌다. 테네브레이가 스스로 등을 만져보자 울퉁불퉁한 감촉 대신 매끄러운 살결이 느껴졌다.
“정말로 등이 매끈거려…. 이제 준비가 전부 끝났구나!”
테네브레이는 희열에 차 외쳤다.
예레미아에게서 몰래 훔쳐온 잠옷을 입고, 에메랄드 목걸이를 걸고 거울 앞에 섰다. 상처가 가득한 몰골이 보기 싫어 늘 덮어두었던 천을 걷어내자 거울 너머로 테네브레이와 똑 닮은 예레미아가 보이는 듯했다. 테네브레이는 거울에 손을 맞대었다.
“앞으로 나는 예레미아로 살아가는 거야.”
그리고 예레미아는 테네브레이가 되어 누명을 쓰고 그동안 테네브레이가 겪었던 모든 수모를 대신 떠안고 죽을 것이다.
테네브레이는 흥에 겨워 아무도 없는 허공에 손을 뻗어 자세를 취한 다음 황태자의 장송곡으로 추었던 왈츠를 추기 시작했다. 이번의 춤은 사랑스러운 예레미아를 위해서 추는 것이었다.
그다음 차례로는 누가 좋을까? 황제의 총애를 받으며 테네브레이를 남매로도 취급하지 않고 멸시하며 업신여기던 오라토리오? 아니면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던 구설을 무시하고 자신의 권위를 세우려 멋대로 테네브레이를 살려놓고서는, 손녀가 아들에게 학대를 당하며 죽음보다 못한 삶을 살아도 방관하며 묵인한 조모님?
사실 순서는 중요하지 않았다. 누가 먼저가 됐든 이 사랑스러운 가족들을 전부 죽이고 말 것이다.
“아버지는 늘 바라셨던 대로 모두가 우러러보며 죽었고, 예레미아는 사랑스러운 이름을 빼앗긴 채 죽겠지. 오라토리오는 그 고고한 척 들고 다니던 머리를 떨궈 죽일 거야. 조모님은 가족보다 귀하게 여기던 황제의 자리를 무참히 빼앗기고 내가 그랬듯이 온갖 악소문에 휘감겨 죽는 거지….”
테네브레이는 춤을 추며 사라카에게 노래하듯 자신의 바람과 계획을 얘기해 주었다.
“테네브레이 님은 황제가 되고 싶으신가요?”
테네브레이의 바람을 듣던 사라카가 황족을 전부 죽인다는 말에 불현듯 물었다.
“딱히 그런 목표는 없어. 하지만 내가 죽이고 싶은 것들을 모두 죽이고 나면 황제가 될 건 나뿐이긴 하겠네.”
그러다 문득 떠오른 인물에 테네브레이가 멈칫했다.
“아니지. 내게 행방불명된 숙부님이 있다고 들었어.”
“행방불명된 숙부님이요?”
사라카는 모른 척 되물었다. 세간에 막내 황자는 태어나자마자 난산으로 죽었다고 알려졌었고, 가족들에게도 속내를 털어놓지 않는 황제가 테네브레이에게 진실을 이야기해 주었을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런데 테네브레이가 어떻게 진실을 알고 있는지 무척 궁금했다.
테네브레이는 유려한 스텝을 밟으며 술술 아는 것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래. 아버지께 들었어.”
테네브레이가 아는 정보의 출처는 예상 밖의 인물이었다.
황태자는 테네브레이를 마치 버려진 우물처럼 이용했다. 테네브레이를 때리며 온갖 스트레스를 풀어대니 테네브레이가 모르는 일이 있을 리가 없었다.
“페하가 막내 황자를 낳을 때 우연히 아버지께서 근처에 있었던 모양이야.”
마리크 주교에게서도 들은 적 없던 이야기에 사라카가 아닌 척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
“태어날 동생이 궁금해 찾아갔던 건데 오히려 폐하가 자식을 죽이라는 소리를 엿듣고 만 거지. 들으면 안 될 말을 들은 것 같아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고 했어. 그런데 웬걸, 장례식의 관에 동생의 시체가 없는 거야. 그리고 훗날 폐하가 어린애를 찾는 걸 보며 누가 동생을 빼돌렸다는 걸 알아차리셨대.”
“황태자 전하는 빼돌린 사람이 누구인지 아셨을까요?”
테네브레이는 왈츠를 추던 자세에서 고개만을 돌려 사라카를 바라봤다가 흥이 식어 손을 내렸다.
“그래. 내게 말해 주지는 않았지만 알고 계셨어. 그래서 동생이 나타나서 자신의 자리를 뺐을까 늘 병적으로 두려워하셨지.”
신이 나서 왈츠를 췄던 조금 전과 다르게 테네브레이의 얼굴은 급속도로 어두워져 있었다. 예레미아가 되고 싶어 그녀의 잠옷과 목걸이를 훔쳐 착용했는데도 과거를 떠올릴 때만큼은 다시 지하실에 묶인 테네브레이로 되돌아간 것 같았다.
테네브레이는 매끈해진 등을 쓸어 내렸다. 상처는 전부 치료했는데도 채찍질 당한 등줄기가 쓰라렸다.
“등에 있는 상처 대부분은 아버지가 가진 막내 황자를 향한 두려움 때문에 생긴 거야.”
황태자는 생각보다 많은 진실을 알고 있었다. 황제의 말이 들렸을 정도라면 그곳에 마리크 주교가 함께 있었다는 걸 알았을 테고 자연스럽게 마리크 주교가 아이를 빼돌렸음을 눈치를 챘을 거다.
가진 능력에 비해 권력욕과 황제의 자리에 욕심이 많던 사람이었으니 막내 황자를 빼돌린 신전이 반역을 일으켜 동생을 황제로 추대할까 두려웠을 것이다. 사라카는 왜 황태자가 여태 신전과 마리크 주교에게 적의를 내비쳤는지 이해했다.
거기다 쌍생은 죽음을 가져온다는 불길한 구설이 더해졌다. 테네브레이의 존재는 황태자의 불안한 망상에 박차를 가했고, 황태자는 테네브레이를 학대하며 초조함과 화를 풀었다.
“테네브레이 님은 사라진 막내 황자님이 살아 있을 거라 생각하시나요?”
테네브레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여태까지 나타나지 않을 걸 보니 폐하가 결국 찾아내어 죽인 게 아닐까? 참 아쉬워. 비슷하게 버려진 처지이니만큼 어쩌면 숙부님과 나는 꽤 좋은 사이가 될지도 모르지.”
“글쎄요….”
사라카는 그 말에 가브리엘을 떠올리며 말끝을 흐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