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possessed it, it became a ghost story RAW novel - Chapter (98)
“폐하. 사제들의 간섭이 도를 넘고 있습니다.”
“대주교를 불러 마리크 주교를 막아야 합니다!”
“폐하! 저의 여식은 결코 이교도가 아닙니다! 그 아이가 얼마나 신실했는지 아십니까? 모두 모함입니다!”
최근 황제는 귀족들이 신전의 횡포를 막아 달라 달려와 밤낮으로 새처럼 조르는 통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황제가 부동의 자세를 취하자 귀족들은 저들끼리 모여 온갖 추측을 속닥댔다.
“폐하는 도통 우리 말을 들어 줄 생각이 없어 보이시네.”
“애초에 이번에 신전 놈들이 나서는 것도 폐하의 뜻일지도 모르지. 폐하께서는 전적이 있지 않은가. 폐하를 적대하는 놈들을 싹….”
“쉿. 조용히 하게. 그러다 자네 목이 달아날걸세.”
“이번에 죽은 우발라 자작의 여식 말일세. 황태자 전하 쪽의 사람이었다고 하더군.”
“황태자 전하의 세력은 신전에 적대적이지 않았는가. 혹시 신전에서 눈꼴사나운 것들을 확 치려고 명분을 세운 게 아닌가?”
“하지만 신전에 적대적이라면 이교도일 가능성도 있지.”
“우발라 자작은 사람이 그리 나쁘진 않았단 말이지.”
“그러다 한데 묶일지도 모르니 입조심함세.”
여기저기서 신전의 세력이 활개를 치고 다녔지만 신전을 적대하면 이단으로 몰렸으니 누구도 쉬이 제지하기가 어려웠다.
“폐하. 어찌하여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으십니까?”
대책을 세우지 않는 게 아니었다. 애초에 황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마리크 주교는 황제가 정당성과 권력을 잡기 위해 이교도 학살이란 누명으로 다른 세력을 숙청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자였다. 괜히 건드리기에는 내부 속 사정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이게 자신이 바라던 절대 권력이었나? 형제자매와 아들을 버리면서 만든 권력이란 게 겨우 이 정도인가? 마리크 주교와 너무 깊게 얽혀 버렸다.
요긴하게 썼다면 진작 치웠어야 하는 것을…. 황제가 마리크 주교를 정리할 방법은 테네브레이를 사용하는 것뿐이었다.
마리크 주교는 에반젤린의 이야기를 꺼냈으나, 사실 테네브레이가 아들을 살해하는 것을 도운 자는 마리크 주교일 것이다. 이것은 오랜 시간 그치와 함께한 자의 확신이었다. 자신과 독대할 때 능글맞게 웃어 보이던 마리크 주교의 얼굴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마리크 주교가 어디까지 관여하는지를 파악하고자 황태자의 호위였던 무제타에게 수색을 맡겼다. 아들에게 충성했던 자이니 성심을 다해 조사하리라 생각하였지만 오판이었다.
“이딴 저급한 것에 혹하여 명을 어기다니, 내가 사람을 잘못 보았어.”
테네브레이의 방에서 나왔다는 편지를 테이블 위에 던지듯이 내려놓았다. 황태자를 죽였던 흉기와 다를 바 없는 함정이었다. 필체도 편지에서 언급되는 벚꽃도 모두 대놓고 에반젤린 로한슨이 범인이라 외치고 있으니 오히려 신빙성이 떨어졌다.
황제는 무제타가 나간 텅 빈 알현실에서 미간을 짚었다. 최근 벌어지는 사건은 모두 황제의 통제를 벗어난 것들뿐이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두통이 상당했다. 그런데 무제타마저 심기를 거스를 줄이야. 말을 잘 듣는 개라고 생각했더니, 제 목줄을 누가 달아 줬는지 망각한 모양이다.
“…폐하. 어찌하여 에반젤린 로한슨을 감싸시는 겁니까?”
황제가 굳이 경고한 말을 어기고 로한슨을 파고들어? 마리크 주교의 수완이 아주 대단했다.
어째서 로한슨을 감싸느냐고? 황제 역시 바란 것이 아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가브리엘과의 거래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