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Quit Being A Wicked Mother-in-law, Everyone Became Obsessed With Me RAW novel - Chapter (111)
악녀 시어머니를 그만뒀더니, 다들 내게 집착한다 (111)화(111/180)
<111화>
눈앞에 서 있는 알렉세이는 지금, 지상에 현신한 성 필립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리고 안리체는 그런 제 남편을 감상하며…….
‘안구 복지 최고!’
자꾸만 제멋대로 허물어지려는 입가를 정돈하느라 애를 쓰고 있었다.
‘검은 수도사복과 그에 대비되는 새하얀 날개, 게다가 반가면이라니.’
게다가 반가면을 쓰는 이유도, 그 미모가 너무 아름다워서 악마들의 유혹을 많이 받기 때문이란다!
이쪽 세계 성인은, 산타클로스와는 달리 뭘 좀 아는 게 분명했다.
‘여러모로 우리 남편과 딱 어울리는 설정이잖아?’
안리체는 흐뭇한 표정을 감출 생각조차 하지 않으며, 제 남편의 미모를 요리조리 감상했다.
‘이 미모를 감상할 기회를 놓쳤더라면, 평생의 한이 되었을 거야!’
그녀는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알렉세이를 채근했다.
“얼른 들어가자고요. 이러다가 새벽까지 밖에 서 있겠어요.”
“그냥 이런 건 그만두고, 아이들이 잘 때 양말에 선물을 넣어 주는 편이…….”
“안 돼요! 이렇게까지 분장을 했는데 그냥 돌아가면 아쉽잖아요?”
……어쩐지 부인께서 더 흥분하신 것 같은데?
두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제 아내를 바라보며, 알렉세이는 터져 나오는 한숨을 삼켰다.
“이렇게나 성 필립을 똑 닮았는걸요.”
“그, 그래도.”
“절 믿으세요, 아이들도 감쪽같이 속아 넘어갈 거예요!”
하지만 안리체가 두 주먹까지 불끈 쥐며 그렇게 말하자, 알렉세이도 더 거절하기 어려워졌다.
‘그래, 오늘은 아이들도 밖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으니까.’
아마 피곤해서 잠들어 있을지도 모른다.
암, 그렇고말고.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하며, 알렉세이는 방문을 열었다.
그리고.
“……어?”
알렉세이를 발견한 엘리엇의 손에서, 장난감 나무 블록이 툭 떨어져 내렸다.
“어어?!”
릴리아나 또한,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알렉세이를 응시했다.
‘망했군.’
알렉세이는 결국, 두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이제 “아빠가 무슨 성 필립이야!”라면서, 엘리엇이 떼쓰는 소리가 울려 퍼질 텐데…….
“서, 성 필립 님?”
……응?
뜻밖의 반응에, 알렉세이가 눈꺼풀을 슬그머니 들어 올렸다.
동시에, 그가 흠칫 어깨를 굳혔다.
어느새 두 아이가 알렉세이의 코앞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진짜로 성 필립 님이에요?”
“여기는 어떻게 오신 거예요?”
아이들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질문 세례를 퍼붓기 시작했다.
반가면 뒤에 숨겨진 알렉세이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다.
‘아니, 이걸 정말로 속아 넘어가잖아?’
다만 가장 큰 문제는.
‘……이거, 자칫 잘못하다간 목소리 때문에 들킬 것 같은데.’
그렇게, 알렉세이가 어찌할 바 몰라 하던 그때.
안리체가 눈치 빠르게 끼어들었다.
“성 필립께서는 오늘 말씀을 하실 수 없으시다고 하네.”
“어머님, 언제 오셨어요?”
릴리아나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빠는 어디 있고요?”
엘리엇이 의아한 얼굴로 재차 질문을 던졌다.
“아, 음…… 아빠께서는 갑자기 급한 일이 생기셔서 잠깐 나가셨어.”
안리체는 식은땀을 흘리며 대답했다.
두 아이는 서로를 마주 보았다.
“하긴, 아빠는 맨날 바쁘니까.”
“아버님께서도 성 필립 님을 만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어쨌든, 어찌어찌 난처한 상황은 넘어간 것 같다.
안리체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 그 순간.
엘리엇이 물었다.
“그래서, 왜 성 필립 님께서는 말씀을 못 하시는데요?”
“아, 그게.”
도르륵 눈동자를 굴린 안리체가, 능청스럽게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어려운 집의 아이들을 먼저 방문하고, 축복을 내려 주시느라 목이 다 쉬셨다지 뭐야?”
그리고는 얼른 화제를 돌린다.
“대신, 우리 엘리엇과 릴리에게 줄 선물에도 축복을 내려 주셨다고 해.”
선물!
아이들이 두 눈을 빛냈다.
안리체가 알렉세이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쿡쿡 찔렀다.
‘얼른 선물 주세요!’
그 소곤거림에, 알렉세이가 황급히 손에 들고 있던 선물을 아이들에게 안겨 주었다.
허겁지겁 선물을 풀어 본 두 아이가 환호성을 내질렀다.
“새 물감 세트야!”
“나, 나는 검집 장식!”
잔뜩 흥분한 아이들은 손에서 선물을 내려놓을 줄을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들이 평소 갖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던 물건들이었으니까.
잠시 후.
릴리아나가 존경 가득한 목소리로 찬사를 보냈다.
“성 필립께서는 정말 대단하세요. 어떻게 저희가 갖고 싶은 것을 이렇게 잘 아세요?”
그거야 내가 너희의 부모니까…….
차마 무어라 대답은 하지 못하고, 알렉세이가 애매하게 웃고 있던 그때.
“성 필립 님!”
엘리엇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저, 내년에 선물 안 주셔도 되니까!”
그리고는 기대에 가득 찬 눈초리로 알렉세이를 올려다본다.
“대신 저, 소원 하나만 들어주시면 안 돼요?”
소원? 갑자기 웬?
알렉세이가 제 아들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그와 동시에, 엘리엇이 천진난만한 얼굴로 외쳤다.
“저, 동생 갖고 싶어요!”
발루아 부부는 그만, 그 자리에 빳빳하게 굳어져 버렸다.
‘……동생?’
‘그러니까, 엘리엇의 동생이 생기려면…….’
그런 가정을 하자마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
“…….”
찰나의 침묵이 흐른 후.
먼저 정신을 차린 사람은 안리체였다.
‘아, 안 돼. 여기서 당황하면……!’
엘리엇과 릴리아나가 그들을 의심하게 되면 끝장이다.
그런 생각으로, 안리체가 허겁지겁 입을 열었다.
“그, 음…… 성 필립께서 그 소원을 아빠께 전해 주실 거야!”
“그럼 엄마는요?”
“응?”
나?
안리체가 멍하니 두 눈을 깜빡였다.
엘리엇은 ‘당연한 것 아니야?’라고 묻듯이, 새초롬한 시선으로 안리체를 응시했다.
“동화책에서 읽었어요.”
“뭐, 뭘?”
“동생을 가지려면, 엄마랑 아빠랑 같은 침대에서 자야만 한 대요.”
엘리엇이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래야만 황새가 동생을 물어다 준다고 했다고요!”
“……그랬어?”
황새라니.
우리 애는 조숙한 건지, 순진한 건지…….
안리체가 혼란에 빠져 있던 그 순간.
릴리아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엘리엇을 거들었다.
“맞아요, 뮐러 경께서 원래 부부는 같이 잠드는 거라고 하셨어요.”
“리, 릴리?”
“그리고 저도…….”
릴리아나가 수줍게 양 뺨을 감쌌다.
어느새 아이의 뺨은 발그레하게 물들어 있었다.
“어머님을 꼭 닮은 여동생이 생기면…… 좋을 것 같기도 하고…….”
“……그, 엘리엇을 닮은 여동생이 아니라?”
“네. 엘리엇 말고 어머님이요.”
릴리아나가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그 칼 같은 단호함에, 엘리엇은 그만 뾰로통해지고 말았다.
“릴리, 내가 네 약혼자인 건 알지?”
“응, 알지.”
“그런데 넌 왜 내가 아니라 엄마를 닮은 여동생이 갖고 싶은데?”
엘리엇이 그렇게 따져 묻자, 릴리아나는 아주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야, 엘리엇을 닮은 아이는 내가 낳을 거니까.”
“…….”
“…….”
와, 와아.
요새 애들의 조숙함이란…….
안리체는 입을 딱 벌렸다.
한편, 감동의 파도에 휩쓸린 엘리엇은 릴리아나의 손을 꼭 맞잡았다.
“릴리……!”
“내가 이렇게나 널 생각하고 있는데, 자꾸 서운하다고 할 거야?”
“그럴 리가 있어? 내가 잘못했어!”
……음, 엘리엇이 릴리아나에게 꽉 붙잡혀 사는 미래가 눈에 보이는 것 같은데.
‘어쨌든.’
이 기회에, 이만 이 혼란의 도가니 속에서 빠져나가는 편이 좋을 것 같다.
“그, 얘들아!”
아이들의 시선이 제게로 쏠리기를 기다려, 안리체가 방긋 웃었다.
“이제 성 필립께서는 남은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떠나셔야 한대. 다들 인사드리자.”
“안녕히 가세요!”
“선물 감사합니다!”
엘리엇과 릴리아나는 나란히 배꼽 인사를 했다.
“너희도 너무 늦게 자면 안 된다, 알았지?”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주의를 남긴 안리체가, 알렉세이와 함께 방 밖으로 빠져나왔다.
* * *
달칵.
문이 닫혔다.
동시에, 두 사람은 소금에 절인 잎채소처럼 양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당장에 반가면부터 벗은 알렉세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아까 안에서 잔뜩 시달려서일까.
그의 이마 위로 송골송골 땀이 맺혀 있었다.
“이런, 공작님.”
“예?”
“땀이 났어요.”
무심결에 손수건을 꺼내 든 안리체가, 발꿈치를 들고 그의 이마를 닦아 주었다.
순간 알렉세이의 호흡이 조금 불규칙해졌다.
‘……거리가 너무 가까운가?’
그렇게 생각하자, 안리체도 어쩐지 지금 상황이 의식되기 시작했다.
손수건을 챙겨 들고 화드득 거리를 벌린 그녀가,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입을 열었다.
“오늘 정말 고생하셨어요.”
“별말씀을요. 부인께서 더 고생하셨죠.”
다행히도 알렉세이는 부드럽게 대화를 받아 주었다.
‘하, 다행이야.’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 그녀가, 별생각 없이 말을 이었다.
“아니, 엘리엇도 참. 갑자기 거기서 소원이라니…….”
동시에, 안리체는 움찔 어깨를 굳혔다.
‘아차.’
그녀가 입 안의 보드라운 살갗을 사정없이 짓씹었다.
엘리엇의 소원이라 함은, 그것이…….
‘동생을 갖고 싶다는 거였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