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Quit Being A Wicked Mother-in-law, Everyone Became Obsessed With Me RAW novel - Chapter (114)
악녀 시어머니를 그만뒀더니, 다들 내게 집착한다 (114)화(114/180)
<114화>
한참을 그녀의 목을 지분거리던 그가, 한숨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리체는 역시…… 저를 믿어 주는 건 어렵겠지요?”
처음의 격렬했던 감정을 간신히 갈무리한 알렉세이는, 평소의 정중한 존대로 질문을 던졌다.
다만, 안리체에게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당신은 날 믿지 않는다.
거의 확신하는 말투에, 안리체는 순간 당황하고 말았다.
“네?”
“그럴 만하죠. 저는…….”
이제 알렉세이는 죄책감에 가득 찬 얼굴이 되어 있었다.
“당신이 힘들 때 의지가 될 수 없었던 사람이니까요.”
“잠깐만요. 그게 무슨 소리예요?”
안리체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렉세이는 묵묵한 시선으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당신, 내내 작센 후작가 때문에 힘들었지 않습니까.”
“아니, 그건…….”
“하지만 저는, 당신이 힘들어하는 것에 대해 알려고 한 적 자체가 없었으니까요.”
여태껏 안리체가 벌여 왔던 온갖 기행에만 주목했을 뿐.
그녀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녀가 친정에서 착취당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전혀 몰랐다.
‘아니, 정확히는.’
알렉세이는 쓰게 웃었다.
‘알려고 하지조차 않았지.’
깊은 자괴감을 느끼며, 알렉세이가 말을 이었다.
“당시에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다는 건 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저, 알렉세이. 그건…….”
“저는…….”
“그, 그만해요!”
끝없이 흘러나오는 자기반성에, 기겁한 안리체가 양손으로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이, 일단 입을 막기는 했는데.’
여기서 어쩌면 좋담?
식은땀을 흘리던 그녀가, 일단 알렉세이에게 못을 박았다.
“제가 손을 떼면, 제 말부터 들어 주시는 거예요. 알았죠?”
“…….”
끄덕.
그가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리체는 손을 떼어냈다.
그리고는 최대한 엄격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알렉세이가 하나 오해하는 게 있어요.”
“……오해요?”
“네.”
고개를 끄덕인 안리체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아무리 부부라고 한들, 상대방이 이야기하지 않으면 그 내밀한 속내까지 알 수 있을 리 없잖아요.”
“리체.”
“그러니까 그건, 알렉세이가 사과할 만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냥…….”
잠시 말을 고르던 그녀가 빙그레 눈웃음을 지었다.
“대화가 부족했던 것뿐이죠.”
솔직히 알렉세이는 남편으로서 할 만큼 했다.
아내의 패악을 참아 주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제 아내가 작센 후작가에게 꾸준히 돈을 빼돌리는 것까지 눈감아 주지 않았나.
게다가, 안리체의 기억을 잘 살펴보면…….
‘처음부터 대화가 단절된 것도 아니었는걸.’
대화를 거부했던 쪽은, 알렉세이가 아닌 안리체였다.
‘물론, 원작의 안리체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도 이해해.’
친정 식구들은 그녀를 ‘가문의 입지를 다질 수단’으로만 여겼다.
또한 그 반동으로, 안리체는 더더욱 친정 식구들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길 원했다.
그 과정에서, 그녀도 그녀 나름대로 힘들고 외로웠으니까.
모나게 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건 알렉세이의 잘못이 아니니까.’
원작의 안리체가 어떠한 공허함을 느꼈던지 간에, 제 감정을 설명하지 않으면 상대는 알 수 없다.
알렉세이 또한 마찬가지다.
‘그런 상황에서 그가 죄책감을 느끼는 건, 너무 불합리하잖아.’
입술을 잘근 깨물던 안리체가, 불쑥 말을 꺼냈다.
“무엇보다도 알렉세이는 제게 있어, 세상에서 가장 의지가 되는 사람인걸요.”
“……진심입니까?”
“그럼요.”
안리체는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리고 전…… 이제 그만 의지가 되는 가족을 넘어서서.”
그녀의 양 뺨이 살포시 붉어졌다.
“당신의…… 단 하나뿐인 여자가 되고 싶은데.”
그 순간.
온 세상이 고요해지는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알렉세이는 숨을 쉬는 것조차 잊은 채,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안리체는 알렉세이의 눈동자 안, 가장 깊은 곳을 들여다보았다.
끓어오르는 애정이 선명하다.
‘그렇구나.’
그 순간, 그녀는 벼락같은 깨달음을 얻었다.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다.
당신은…….
‘날 사랑하는구나.’
수백, 수천 번의 ‘사랑한다’는 고백 같은 건, 애초부터 필요 없었다.
알 수 있었다.
그는 그녀를 열렬히 사랑한다.
……그녀와 마찬가지로.
“당신도…… 저와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해도 될까요?”
순간, 알렉세이의 눈동자가 강렬한 애정으로 새카맣게 물들었다.
그리고 안리체는…….
그 시선 속에 영원히 갇혀도 좋다고 생각했다.
* * *
새벽에 가까운 늦은 시간.
알렉세이는 배부른 맹수 같은 얼굴로, 제 팔 안에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안리체를 내려다보았다.
‘……주무시는군.’
사실, 저걸 두고 ‘잠들었다’라고 말하는 건 다소 어폐가 있었다.
안리체는 몇 번이고 절정에 달한 끝에, 거의 기절하다시피 쓰러져 버렸으니 말이다.
‘내가 조금 심했나.’
미안한 마음에, 알렉세이는 슬그머니 손을 뻗었다.
이마와 뺨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정돈해 준다.
그러자, 안리체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잠투정을 했다.
“으음…….”
아무래도 그의 손길이 좀 귀찮았나 보다.
‘이런.’
알렉세이는 머쓱하게 손을 거둬들였다.
그리고 바로 그때.
몸을 뒤척이던 안리체가, 그대로 알렉세이를 꼭 끌어안았다.
“리, 리체?”
기겁한 알렉세이가 그녀를 불렀다.
하지만 안리체는 입술을 오물거리며 흡족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정말, 당신도.”
한숨을 푹 내쉰 알렉세이는, 이불을 끌어당겨 그녀의 어깨를 덮어 주었다.
폭신폭신한 이불의 감촉이 기분 좋았는지, 안리체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날 줄을 몰랐다.
알렉세이는 그런 그녀의 얼굴을 아주 오랫동안 들여다보았다.
‘무엇보다도 알렉세이는 제게 있어, 세상에서 가장 의지가 되는 사람인걸요.’
그녀의 수줍은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듯하다.
그 말을 곱씹던 그가, 조심스럽게 그녀를 불렀다.
“리체.”
“…….”
깊이 잠든 그녀는 새근거리는 숨소리만을 되돌려줄 뿐이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고맙습니다.”
그 인사를 끝으로, 알렉세이는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오랫동안 마음 한구석에 가시처럼 박혀 있던 죄책감이, 드디어 빠져나왔다.
그리고 그 자리를 채우는 건…….
‘난 이제…… 당신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게 된 거야.’
가없는 애정이었다.
* * *
다음 날 아침.
안리체는 무거운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 올렸다.
“……으으.”
온몸이 물먹은 솜처럼 축축 늘어진다.
‘아무래도 어제 너무…… 과했던 것 같은데…….’
낑낑거리며 몸을 뒤척거리던 안리체는, 문득 두 눈이 동그래졌다.
탄탄한 가슴이 시야에 들어온 탓이다.
‘헉.’
안리체가 꼴깍 마른침을 삼켰다.
군살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보기 좋게 갈라진 가슴은 그야말로 예술품 같았다.
홀린 듯이 가슴에 시선을 고정시키던 그녀가,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마, 만져 봐도 되나?’
안리체의 고뇌와는 상관없이, 몸은 조금 더 솔직했다.
검지가 멋대로 움직여서, 그의 가슴을 콕 찌른 것이다.
‘헉.’
동시에, 그녀가 거세게 숨을 들이쉬었다.
손가락 끝에 닿는 가슴의 감촉은, 따끈하면서도 단단했다.
‘우와.’
안리체의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렸다.
남자의 가슴이란…… 정말 엄청나잖아?!
그녀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가슴을 건드려 보기 시작했다.
‘조각 같다는 표현은 아마, 이런 때에 쓰는 거겠지?’
이런 가슴을 그녀가 합법적으로 독점하고 있다니.
전 세계의 여자들에게 미안하면서도, 어쩐지 조금 뿌듯하기도 하고.
안리체는 연신 속으로 감탄을 토해냈다.
‘우와아…….’
그런데 그때.
“……리체?”
그녀의 머리 위에서 잠긴 목소리가 들려 왔다.
알렉세이였다.
“헉.”
안리체의 얼굴이 터져 나갈 것처럼 새빨개졌다.
나, 어쩌면 좋아!!
“그, 제가 일부러 그러려던 건 아니고……!”
알렉세이는 대답 대신, 그녀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정말로 아무런 흑심도 없었던 겁니까?’
그렇게 묻기라도 하는 것처럼.
결국 안리체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만지고 싶었던 건 맞기는…… 한, 데…….”
“그렇습니까?”
그렇게 되묻는 알렉세이의 목소리에는, 미미한 웃음기가 섞여 있었다.
그러고는 한다는 말이.
“마음껏 만지셔도 됩니다.”
“……예?”
지금, 뭐라고?
안리체는 제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알렉세이는, 특유의 단정한 얼굴로 다시 못을 박을 따름이었다.
“마음껏 만지셔도 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안리체는 입을 딱 벌렸다.
아니, 저 사람은 진짜!
어떻게 저런 말을 하면서도 담백할 수가 있지?!
그러면서도 자꾸만 살금살금 알렉세이의 가슴을 쳐다보게 되는 것이…….
‘……나, 변태 맞나 봐.’
안리체가 속으로 자기반성을 하고 있던 그때.
알렉세이가 안리체의 손을 가만히 붙들어 올렸다.
“저기, 손은 왜……?”
쪽.
알렉세이는 그녀의 손끝에 짧게 키스를 남겼다.
그 후, 그대로 제 가슴 위에 그녀의 손을 올려놓는다.
“어, 어……?!”
소스라쳐 자신을 바라보는 안리체를 향해, 그가 짓궂게 눈웃음을 지었다.
“아까 전부터 계속 제 가슴을 쳐다보고 계시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