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Quit Being A Wicked Mother-in-law, Everyone Became Obsessed With Me RAW novel - Chapter (124)
악녀 시어머니를 그만뒀더니, 다들 내게 집착한다 (124)화(124/180)
<124화>
‘……2황자라고?’
이복동생, 프레드릭은 레널드의 역린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레널드는 프레드릭에 비해 모든 면에서 뒤처졌으니까.
유일하게 앞서는 것은 ‘정통성’뿐.
그러나 문제는, 황제는 정통성보다는 좀 더 뛰어난 황자를 후계로 세우고 싶어 한다는 점이었다.
‘어떻게 내 앞에서 프레드릭을 언급할 수가!’
레널드의 눈동자에서 불길이 튕겨 올랐다.
하지만 안리체는 그의 분노를 보고서도, 여상하게 되물을 따름이었다.
“그를 만회하기 위해 발루아의 다인승 마차 사업을 견식하려 오신 것 아니었나요?”
레널드는 뿌드득 이를 갈아붙였다.
“황자를 이따위로 대접하다니, 공작가에 정말 실망했습니다!”
“실망하셨다니 아쉽네요.”
“그따위 입바른 말은 마십시오!”
레널드가 사나운 목소리로 을러댔다.
“지금 당장 제도로 돌아갈 생각이니까!”
그 외침에, 안리체는 한심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 저건 무슨…….’
제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집에 가겠다고 떼를 쓰는 어린애와 뭐가 다르지?
그런데 그때.
“이게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일견 경쾌하게 들리는 목소리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알렉세이?’
안리체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여긴 어쩐 일이에요?”
“오늘 일정이 생각보다 일찍 끝나서, 제 부인을 도와드릴 겸 겸사겸사 왔습니다만.”
알렉세이는 제 아내를 향해 화사하게 미소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가 굳어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발루아 공, 들어 보십시오!”
레널드가 알렉세이에게 하소연을 하려 들었으니까.
“공작부인께서 글쎄……!”
“아, 그렇지. 제도로 돌아가신다고요?”
알렉세이는 웃는 낯 그대로 레널드를 돌아보았다.
다만 미소를 머금은 입술과는 달리,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예?”
레널드가 얼빠진 얼굴로 알렉세이를 마주 보았다.
그리고는 아드득 이를 갈아붙인다.
“공작 부인께서 제게 크나큰 무례를 저지르셨습니다!”
“그랬습니까?”
“그래요! 그래서 지금 당장 공작령을 떠나려고 하는데……!”
레널드의 목소리가 점차 움츠러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알렉세이는 물끄러미 레널드를 응시하고 있었으니까.
왜 유난이냐, 라고 묻는 것 같은 시선이었다.
그 후.
레널드를 달래 주기는커녕 한다는 말이.
“예, 조심히 돌아가시길.”
작별인사였다.
레널드는 기가 막힌 표정으로 알렉세이에게 되물었다.
“나를 정말로 붙잡지 않는 겁니까?!”
“글쎄요, 돌아가시는 건 1황자 전하의 마음이지요.”
“허!”
분을 이기지 못한 레널드가 휙 자리를 떴다.
그러면서도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았으나, 알렉세이가 그를 붙들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을 깨닫자.
“젠장!”
욕설을 내뱉으며 사라져 버린다.
‘어, 어라?’
안리체가 어찌할 바를 몰라 알렉세이를 올려다보았다.
“저, 알렉세이?”
“말씀하시지요.”
레널드를 대할 때와는 다르게 안리체와 시선을 맞추는 그의 얼굴은 무척 상냥했다.
안리체는 얼떨떨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그래도 1황자 전하인데, 저렇게 보내도 되나요?”
“무슨 상관입니까? 1황자께서 직접 떠나신다고 결정하신 건데요.”
……음, 저렇게까지 평온해도 되는 건가?
안리체가 저도 모르게 말끝을 흐렸다.
“그래도…….”
“이미 리체께서도 알고 계신 것 아니었습니까?”
알렉세이가 의아한 얼굴로 제 아내를 바라보았다.
“현 상황에서 불리한 쪽은, 발루아가 아니라 1황자라는 것 말입니다.”
그 대답에 안리체는 조금 머쓱해졌다.
물론 그런 계산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레널드가 너무 재수 없게 굴어서 그런 건데.’
어쩌다 보니, 소 뒷걸음질로 쥐를 잡은 형세가 된 것 같다.
안리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야, 황제께서는 아직 두 황자 중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으셨잖아요?”
“그 말씀도 맞습니다. 하지만.”
알렉세이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내심 2황자를 마음에 들어 하시는 건 사실입니다.”
그리고는 장난스럽게 안리체에게 되묻는다.
“그 상황에서 발루아가 중립을 깨고 어느 한쪽을 지지하면 어떻게 될까요?”
“……황위 계승의 판도가 바뀌겠지요.”
“정답입니다.”
그 여상한 대답에, 안리체의 눈이 조금 커졌다.
“그렇군요. 발루아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면 최소한 중립만큼은 깨지 않기를 원하겠네요.”
“제 부인은 언제나 현명하시군요.”
알렉세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의 얼굴에 금칠을 해 주었다.
‘오, 이거 좀 민망한걸.’
뭐랄까, 아주 당연한 대답을 한 것뿐인데 똑똑하다고 칭찬받은 기분…….
다소 머쓱해하던 안리체가 질문을 던졌다.
“그럼, 아주 만약에 레널드 1황자께서 황제가 되신다면 어떻게 되나요?”
“그래도 달라질 건 없습니다.”
알렉세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사실 어찌 보면 오만하게 들릴 수도 있는 말이었다.
그러나 그런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이유는…….
“세간에서는 발루아를 두고, 왕작을 가지고 독립할 수 있는 유일한 가문이라고 떠들어대지요.”
그 말을 하는 사람이 바로 발루아 공작이기 때문일 것이다.
“뭐, 사람들이 제멋대로 입을 놀리는 건 영 달갑지 않습니다만.”
알렉세이가 가볍게 말을 맺었다.
“그 말 자체는 사실입니다.”
절대적인 진리를 말하듯, 그저 덤덤한 말투였다.
‘와.’
안리체는 꼴깍 마른침을 삼켰다.
발루아가 얼마나 강대한 가문인지, 새삼 다시 한번 실감이 간다.
‘그리고 알렉세이는…… 그런 가문의 주인이지.’
황제의 가장 신뢰받는 벗, 제국 유일의 공작.
어마어마한 수식어를 당연하게 두르고 있는 남자.
하지만.
“그러니까 리체는 아무 걱정도 하지 마십시오.”
……눈앞의 알렉세이는 그저, 아내를 열렬히 사랑하는 남편일 뿐이지 않은가.
그 사실이 못내 기꺼워서.
“후훗.”
안리체는 저도 모르게 조그맣게 웃음을 터뜨렸다.
알렉세이는 조금 어리둥절해졌다.
“왜 그렇게 웃으십니까?”
“그냥…….”
슬그머니 손을 뻗은 안리체가 알렉세이의 손을 꼭 붙들었다.
“알렉세이가 좋아서요.”
“…….”
순간, 알렉세이의 얼굴에 훅 열기가 돌았다.
그 즉각적인 반응까지 모조리 사랑스럽다.
말끄러미 알렉세이를 올려다보던 안리체가 불쑥 입을 열었다.
“당신은 어쩜 그렇게 귀여워요?”
“……놀리지 마십시오.”
“진심인데.”
“…….”
이제 알렉세이는 얼굴뿐 아니라 목까지 새빨개져 있었다.
흡사 손을 대면 붉은 물이 묻어날 것 같은 모양새였다.
“……리체?”
입술을 꾹 다물던 안리체가, 이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하!”
듣는 사람의 기분까지 즐겁게 하는 맑은 웃음소리였다.
“정말, 놀리지 말라니까…….”
밉지 않게 투덜거리던 알렉세이도, 결국 안리체를 따라 웃어 버렸다.
* * *
제도로 돌아가는 내내 레널드는 계속 분노에 차 있었다.
“발루아가 아무리 그 위세가 어마어마하다 해도 그렇지!”
분을 이기지 못한 레널드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마차의 푹신한 시트를 마구 내리치기도 수차례.
“나는 황자야! 제국의 유일한 적통 황자라고!”
수많은 번민 끝에 레널드는 마침내 황궁에 도착했다.
마차가 매끄럽게 황궁 안에 멈춰 섰다.
레널드는 신경질적으로 마차 안에서 뛰어내렸다.
“그런 내게 이렇게 무도하게 굴 줄이야!”
그렇게 씩씩거리면서 황궁으로 들어서던 그때.
“1황자 전하를 뵈옵니다.”
시녀 한 명이 레널드 앞에 고개를 조아렸다.
황후의 최측근 시녀였다.
레널드가 미간을 좁히며 시녀를 내려다보았다.
“무슨 일이지?”
“황후 폐하께서 찾으십니다.”
“……어마마마께서?”
“예. 지금 당장 황후궁으로 입궁하시라고…….”
레널드는 그제야 찬물을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발루아 공작령으로 떠나기 전, 황후가 신신당부하던 모습이 이제야 다시 떠오른 탓이다.
‘무조건 발루아를 네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때의 황후가 어떠했던가.
레널드의 어깨를 콱 틀어쥐며 몇 번이고 말하지 않았나.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최소한 중립은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해. 알았니?’
그 대화를 곱씹던 레널드가 신경질적으로 이마를 짚었다.
‘젠장, 망했군.’
시녀가 다시 레널드를 채근했다.
“1황자 전하, 황후 폐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가, 간다고!”
레널드는 왈칵 짜증을 냈다.
하지만, 황후궁으로 향하는 그의 걸음걸이는 무척 무거웠다.
* * *
황후궁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 화려한 방.
그 안에 발을 들이며, 레널드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어마마마, 저 왔…….”
순간, 뺨이 화끈해졌다.
찰싹!!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황후가 제 아들의 뺨을 냅다 갈겨 버렸기 때문이었다.
“큭! ……어마마마!”
레널드가 화끈거리는 뺨을 감싸며 황후를 바라보았다.
황후는 분노로 인해 거의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너!”
황후가 제 아들에게 마구 삿대질을 했다.
“도대체 발루아 공작가에서 무슨 짓을 저지르고 온 게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