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Quit Being A Wicked Mother-in-law, Everyone Became Obsessed With Me RAW novel - Chapter (125)
악녀 시어머니를 그만뒀더니, 다들 내게 집착한다 (125)화(125/180)
<125화>
“무슨 짓이라니요, 오히려 발루아에서 황자인 제게 온갖 모욕을……!”
“내가 입이 닳도록 말하지 않았느냐! 발루아와는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날카로운 고함이 짜랑짜랑하게 울렸다.
“발루아는 그 존재 자체로 킹메이커가 될 수 있는 가문이야!”
황후는 쌔근쌔근 숨을 몰아쉬며 제 아들을 노려보았다.
“대대로 황실에서 발루아를 회유하다 못해, ‘벗’이라는 이름으로 붙잡아 둔 이유를 정녕 모르겠어?!”
“그, 그건……!”
“그런 가문을 두고, 호감을 사도 모자랄 판국에!”
황후가 다시 한번 악을 질렀다.
“마차 사업이며 뭐며 트집이나 잔뜩 잡아 댔다고? 네가 제정신이야?!”
레널드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얼마나 큰일을 저질렀는지, 이제야 조금이나마 자각했기 때문이었다.
“혹여나 발루아에서 프레데릭 그 녀석을 지지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려고!”
황후가 몸서리를 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안 되지. 그건 절대로 안 돼!”
그러고는 형형한 시선으로 레널드를 바라보았다.
“앞으로도 계속, 프레데릭 그 녀석에게 치이며 살 생각인 게야!?”
“그럴 리가 없잖습니까!”
레널드가 저도 모르게 와락 언성을 높였다.
제 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황후가 손을 뻗었다.
“레널드.”
“…….”
메마른 손가락이, 레널드의 부어오른 뺨을 천천히 어루만졌다.
“너는 차기 황제가 될 아이야.”
“……어머니.”
“잊지 마렴.”
단호한 목소리가 울렸다.
황후는 제 아들의 양 뺨을 와락 움켜쥐고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네가 황제가 되려면 최소한 발루아가 네 적이 되어서는 안 돼.”
형형하게 빛나는 눈동자가 제 아들을 똑바로 쏘아본다.
“네가 그따위로 제멋대로 굴다가, 프레데릭에게 황위를 빼앗기기라도 한다면…….”
“절대로 그럴 일은 없습니다.”
레널드의 눈동자에서 불똥이 튕겨 올랐다.
그를 확인한 후에야 황후는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야지.”
황후의 손에서 천천히 힘이 빠져나갔다.
아들의 뺨을 어루만지며, 스르륵 미끄러져 내린다.
그리고.
“시녀의 피가 흐르는 그 천한 것이 너를 짓밟고 황제가 되는 모습을 보느니.”
황후는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제 아들에게 소곤거렸다.
“혀를 깨물고 죽어 버릴 거란다. 알겠니?”
“……예, 어마마마.”
“좋아.”
고개를 끄덕인 황후가 한 발 뒤로 물러났다.
“이번에 신년 무도회를 맞이하여, 공작 일가가 제도로 올라올 게야.”
“알겠습니다. 최대한 신경 쓰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나가 보도록 해라.”
황후는 손짓으로 제 아들을 물렸다.
꾸벅 고개를 숙인 레널드는 그대로 방 밖으로 빠져나왔다.
달칵.
문이 닫혔다.
“……난 프레데릭 그 새끼와는 달라.”
비틀린 입술 사이로 짓눌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천한 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지.”
치받는 감정을 억누르기 위해, 레널드가 주먹을 콱 움켜쥐었다.
“나는 이 제국의 유일한 적통 황자라고.”
황가의 적통.
프레데릭에게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부분은 그것뿐이라는 것을.
……그 자신도 잘 알고 있기에.
“나는, 차후 황제가 될 황자야.”
레널드는 필사적으로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 * *
한편, 레널드가 떠난 후.
공작령은 다시 원래의 평화를 되찾았다.
아니, 정확히는 그렇다고 생각했었다.
“…….”
안리체는 제 손에 들린 서류를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그렇게 계속해서 노려보고 있으면 서류의 내용이 바뀌기라도 할 것처럼.
똑똑.
때마침 노크 소리가 들렸다.
파드득 정신을 차린 안리체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네, 들어오세요.”
방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바로 알렉세이였다.
“리체, 이번 다인승 마차 사업에 관련하여 드릴 말씀이…….”
하지만 알렉세이는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안리체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그를 마주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왜 그런 표정입니까?”
“저도.”
안리체가 커다랗게 숨을 몰아쉬었다.
“다인승 마차 사업에 대해 말씀드릴 게 있어요.”
“예, 말씀하시지요.”
“잠시 이쪽으로 와 주시겠어요?”
고개를 끄덕인 알렉세이가 그녀에게로 다가섰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책상 위에 놓여 있는 금화 세 닢이었다.
보는 이를 놀리기라도 하듯이, 햇빛을 반사해 요란하게 반짝거린다.
“이건…….”
“위조화폐예요.”
안리체가 입을 열었다.
순간, 알렉세이의 얼굴에 경악이 서렸다.
“마차 요금으로 거두어들인 금액 중 일부가 위조화폐로 지불됐대요.”
“그게 정말입니까?”
“네. 듣기로, 금화에 포함된 금의 함량이 낮다고 해요.”
빠르게 설명을 덧붙인 안리체가, 서류를 건네주었다.
“자세한 사항은 이 서류를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알렉세이는 서류를 샅샅이 훑어보기 시작했다.
잠시 후.
“일단, 한번 조사는 해 봐야겠지만…….”
알렉세이는 이를 악물며 서류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정말로 제국 내에 위조화폐가 유통되고 있다면, 정말 큰일이군요.”
안리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불길한 예감이 온몸을 스멀스멀 기어올랐다.
11. 드러나는 진실
최근 며칠간 발루아 부부는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위조화폐 문제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글쎄요, 일단은 자체적으로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운을 뗀 알렉세이가 한숨을 섞어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로는, 그 위조 금화를 1황자의 수행원이 지불한 건 확실하더군요.”
“……그래요?”
“예. 마차 삯으로 금화를 내는 사람은 무척 적어서, 마부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 말에, 안리체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의 전말은 이러했다.
비록 1황자는 공작령에 방문한 다음 날 바로 떠나 버렸지만, 1황자를 수행하는 수행 인원 중 일부는 남아 있었다.
1황자가 저지른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서였다.
‘저희가 따로 다인승 마차 사업을 살펴보아도 되겠습니까?’
그 조심스러운 물음에, 안리체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수행원들에게 되물었다.
‘하지만 1황자께서는 이미 공작령을 떠나셨잖아요?’
‘그게, 황후 폐하께 바칠 보고서를 써야 해서…….’
수행원들은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그 표정을 보자마자, 안리체는 저들이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눈치챘다.
‘그러고 보니, 황후께서 직접 편지를 보내어 1황자를 내려보내셨지.’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1황자가 방문한 이유는, 1황자 자신의 의지라기보다는 황후의 의지라고 해도 좋았다.
여기서 보고서를 허락하지 않으면 저들은 황후에게 아마 문책을 당하게 될 터.
‘좋아요.’
딱히 켕기는 것도 없기에 허락을 해 줬었는데…….
“……수행원들은 위조 금화인 걸 모르고 그냥 사용한 거겠죠?”
“아마 그럴 확률이 높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알렉세이가 마땅찮은 목소리로 말을 덧붙였다.
“아무리 성품이 모났다지만, 제국의 황족으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책임감은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말하면서도, 알렉세이는 깊은 괴리감을 느꼈다.
사실 1황자와 가장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바로 ‘책임감’ 아닌가.
“무엇보다도 위조 금화가 들통난다면, 곧바로 1황자께서 의심받게 되는 상황이니까요.”
“……그렇기는 하죠.”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진심으로 납득한 표정은 아니었다.
‘정말로 1황자가 몰랐을까?’
안리체는 그 의심에서 영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엄마!”
“어머님!”
엘리엇과 릴리아나가 쪼르르 이쪽으로 달려왔다.
안리체가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너희들, 뛰면 안 된다고 했지? 넘어져요.”
“엄마, 엄마!”
동시에, 엘리엇이 안리체의 무릎에 답삭 매달리며 입을 열었다.
“할머니가 그러시는데, 우리 이번에 다시 제도로 올라간대요!”
“응?”
갑자기?
안리체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와 함께 델피나가 사뿐사뿐 이쪽으로 걸어왔다.
“얘들아, 이것 좀 보렴.”
델피나는 보란 듯이 황실의 직인이 찍힌 초대장을 들어 보였다.
“황실에서 신년무도회 초대장이 왔어.”
“아…….”
안리체와 알렉세이는 애매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1황자의 미심쩍은 행보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와 별개로, 신년무도회는 황실에서 매년 개최하는 유서 깊은 행사니까.’
황실 일가와 귀족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로, 서로의 친목을 다지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발루아 공작가는 귀족들의 수장이었다.
당연히 참여해야 하는 자리였다.
그러자 델피나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그보다…… 둘 다 왜 그렇게 어두운 표정이니? 부부싸움이라도 했어?”
“아녜요, 그런 거.”
안리체가 황급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자, 델피나는 대번에 도끼눈을 뜨며 알렉세이를 노려보았다.
“너, 안리체 속 썩이지 마. 알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