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Quit Being A Wicked Mother-in-law, Everyone Became Obsessed With Me RAW novel - Chapter (128)
악녀 시어머니를 그만뒀더니, 다들 내게 집착한다 (128)화(128/180)
<128화>
* * *
발루아 일가는 댄스 플로어로 나아갔다.
마침 음악 한 곡이 끝난 상태였다.
춤을 추던 사람들이 썰물처럼 밖으로 빠져나오고 있었다.
“리체.”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알렉세이가, 안리체를 향해 정중하게 손을 내밀었다.
“저와 한 곡 추시겠습니까?”
그렇게 말하며, 알렉세이는 속으로 짜릿함을 느꼈다.
그녀에게 춤 한 번을 권하기 위해, 그 얼마나 수많은 난관들을 헤쳐 나가야 했던가!
‘어머니도 어머니일뿐더러, 황제 폐하까지 날 방해할 줄은 몰랐지.’
물론 황제는 고의로 알렉세이를 방해한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러던 중.
알렉세이가 경계심 어린 눈동자로 제 어머니 쪽을 바라보았다.
‘……설마 어머니께서 또 방해하시지는 않겠지?’
델피나는 두 눈을 가늘게 뜬 채, 팔짱을 끼고 이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방해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때마침 안리체가 그의 손 위로 자신의 손을 올렸다.
“기꺼이요.”
그녀의 온기가 손안에 겹쳐진 그 순간.
알렉세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해졌다.
* * *
발루아 부부는 나란히 댄스 플로어에 섰다.
그와 함께, 새로운 춤곡이 연주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박자에 맞춰 스텝을 밟아 나갔다.
하지만 안리체는 여전히 아까 보았던 2황자의 모습을 떠올리는 중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2황자를 따돌리는 것 같단 말이야.’
황제는 모르는 건지, 모르는 척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황후와 1황자 모자가 2황자를 소외시키고 있는 건 명백해 보였다.
그런데 그때.
“리체,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십니까?”
알렉세이의 부름에, 안리체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 그게.”
그녀가 미간을 좁히며 나지막이 소곤거렸다.
“아무래도 1황자 전하와 2황자 전하의 관계가 그리 좋지는 않은 것 같아서요.”
“…….”
그러자, 알렉세이가 뚱한 얼굴로 안리체를 내려다보았다.
어라?
당황한 그녀가 두 눈을 깜빡였다.
‘지금, 알렉세이…… 묘하게 불만스러워 보이는데?’
동시에 그가 슬쩍 그녀 쪽으로 고개를 숙였다.
‘뭐, 뭐지?’
알렉세이의 입술이 귓바퀴에 스쳤다.
온몸의 솜털이 바짝 일어나는 것 같았다.
안리체는 순간 숨 쉬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그는 그대로, 제 아내의 귓가에 나지막하게 소곤거렸다.
“이번 춤은 저에게만 집중해 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군요.”
“……네?”
“황실 가족들 말고요.”
안리체가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알렉세이를 올려다보았다.
“그, 그렇게 갑자기 거리를 좁히면 어떡해요!”
“어째서 그러면 안 됩니까?”
“그야, 그러면……!”
내가 설레니까!
차마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놓지는 못하고, 안리체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한편,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야말로 경악했다.
“세상에, 보셨어요?!”
“바, 방금 공작님께서……!”
발루아 공작이 누구인가.
모든 레이디들에게 무덤덤하다 못해, 목석같기로는 한 손에 꼽히는 남자 아닌가.
그런 그가, 공식 석상에서 저런 애정 공세를 보일 줄이야!
귀부인 한 명이 얼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뭐랄까, 두 분께서 사이가 최악이었던 건 아주 옛일 같네요…….”
“맞아요…….”
“그러게요…….”
사람들이 제각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후.
화제가 전환됐다.
“공작님께서는 그렇다 치고, 공작 부인 말이에요.”
그리고 그 대화를 유심히 듣고 있는 사람이 있었으니.
‘우리 안리체에 대해 말하고 있는 건가?’
그녀는 바로 델피나였다.
‘내 며느리에 대한 이야기는 단 하나라도 놓칠 수 없지!’
델피나는 귀를 쫑긋 세우며 사람들 쪽을 흘깃거렸다.
한편 사람들은 어느새, 안리체에 관한 이야기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확실히 예전보다 많이 달라지신 것 같지 않아요?”
‘그럼, 그렇고말고.’
안리체를 향한 호평에, 델피나의 입술 끝이 움찔거리기 시작했다.
“맞는 말씀이에요. 공식 석상에도 자주 나오실뿐더러, 태도도 온화하시고…….”
‘그렇지. 우리 애가 얼마나 착한데?’
델피나의 입술이 흡족한 미소를 머금었다.
“무엇보다도, 말 붙이기가 편한걸요.”
“아, 저도 그래요.”
“저는 공작 부인께서 그렇게 잘 웃으시는 분인 줄 몰랐어요.”
아, 못 참겠다!
입이 간질거리는 것을 참지 못한 델피나는, 결국 대화에 끼어들고 말았다.
“자네들도 그렇게 느꼈나?”
“고, 공작 대부인?”
놀란 귀부인들이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델피나를 돌아보았다.
“다들 우리 안리체에게 관심이 아주 많은 것 같아, 내 설명을 좀 해 주지.”
그렇게 운을 뗀 델피나는, 마치 제가 칭찬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어깨를 으쓱거렸다.
“우리 안리체가 얼마나 착하고 영리한지에 대해 말일세.”
“아, 네에…….”
귀부인들은 머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그때까지는 나름대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안리체에게 호의적인 시선만 있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워낙에 발루아 공작 부인께서 악명이 높으시잖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뭐, 사람은 쉽게 변하는 게 아니니까요.”
델피나와 조금 떨어진 곳에 모여 있는 한 무리의 귀부인들은, 어떻게든 안리체를 깎아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입가를 가린 부채와 은밀하게 나누는 눈빛 사이로, 음험한 악의가 은밀하게 숨어 있었다.
“흥, 그래 봤자 저 애의 평판이란 뻔하지.”
그리고 그 귀부인들의 중심에는 작센 후작 대부인이 있었다.
후작 대부인은 새치름한 시선으로 제 딸을 쏘아보았다.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꾸어 봤자, 타고난 성정을 어찌 바꿀 수 있겠어?”
현재, 후작 대부인은 기분이 아주 안 좋았다.
안리체가 악녀라는 소문을 꼬리표처럼 달고 있던 그 시절.
그 소문을 기반으로, 안리체는 사교계에서 점점 더 고립되고 있었다.
또한 작센 후작 대부인에게, 모두에게 미움 받는 제 딸을 쥐락펴락하는 건 아주 쉬운 일이었다.
허나 이제는 달랐다.
안리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들보다, 안리체의 긍정적인 면모를 발견한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 것이다.
그 증거로.
“공작 대부인께서는 공작 부인을 무척 아끼시는 것 같아요.”
“마치 친 모녀 같네요.”
무도회장 곳곳에서 이런 말들이 들려올 정도였다.
때마침 알렉세이와 춤을 추던 안리체가, 제 남편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그 미소를 목도한 순간.
후작 대부인은 속이 뒤틀리는 것을 느꼈다.
‘여태껏 저 애를 누가 키웠는데!’
분기를 이기지 못하고, 후작 대부인이 주먹을 꽉 틀어쥐었다.
‘제깟 게 발루아 공작 부인이랍시고 거들먹거리다니, 은혜도 모르고……!’
평생 어머니에게 사랑을 갈구했던 딸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딸아이는, 이전처럼 어머니의 간섭을 참아 넘기지 않는다.
‘아무리 발루아의 안주인이라지만, 그래도 내 딸이야! 당연히 내 말을 들어야 하는데!!’
안리체에게 더 이상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다는 것.
그 사실이 작센 후작 대부인을 미치게 만들었다.
“작센 후작 대부인, 너무 심려 마세요.”
때마침 한 귀부인이 나긋하게 말을 붙였다.
“공작 부인께서도 언젠가는 후작 대부인의 마음을 이해하실 거예요.”
그러자, 다른 귀부인이 냉큼 말을 받았다.
그러면서 두 귀부인은 재빠르게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이럴 때 후작 대부인의 호감을 사 놔야지.’
그런 마음이었다.
최근 사교계에서는, 작센 후작 대부인이 황후와 사이가 돈독하다는 소문이 파다했으니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작센 후작 대부인께서는 공작 부인의 어머니시잖아요?”
“그럼요. 어떻게 딸이 어머니의 말을 거역할 수 있겠어요?”
그렇게 작센 후작 대부인을 살살 달래고 있던 그때.
“아참, 공작 부인께서 이번에 다인승 마차 사업을 훌륭하게 성공시키셨다면서요?”
다시 한번, 안리체가 세운 공을 일깨우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델피나가 끼어 있는 귀부인 무리에서 흘러나온 말이었다.
“아, 저도 들었어요.”
“무려 황제 폐하께서도 호기심을 보이셨다고요.”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그와 함께, 몇몇 귀부인들의 시선이 무도회장 구석으로 향했다.
작센 후작이 남성 귀족들 몇몇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다.
벌써 상당히 과음을 했는지, 얼굴이 불콰하게 달아오른 상태였다.
“내가 말이지, 이번에 마차를 한 대 샀는데……!”
“와하하!”
귀족들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그 시끄러운 웃음소리에 사람들이 그쪽으로 눈총을 주었다.
‘우리 아들이 저렇게 밝게 웃는 모습은 오랜만에 보네.’
작센 후작 대부인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오래가지 않았다.
“그에 비하면, 남동생이신 작센 후작님께서는…….”
귀부인들이 목소리를 낮춰 소곤거리는 화제가, 영 달갑지 않아서였다.
“최근 무언가 성과를 거두신 게 있던가요?”
“글쎄요. 제가 마지막으로 들은 소식은, 노튼의 별장을 처분했다는 것이었는데…….”
“세상에, 그 별장은 가문에서도 유서 깊은 건물 아니었어요?”
비록 목소리는 한껏 억눌렀으나, 그 목소리에 스며든 비웃음을 눈치 채지 못할 후작 대부인이 아니었다.
“작센 후작가의 사정이 무척 어렵기는 한가 봐요.”
“저라면 저기서 저렇게 시끄럽게 웃고 있지는 못할 텐데 말이에요.”
그 말을 끝으로, 귀부인들은 부채를 활짝 펼쳐 입가를 가렸다.
입가에 번진 조소를 감추지 위해서였다.
‘저, 저! 아무것도 모르는 것들이!’
작센 후작 대부인은 살벌한 시선으로 귀부인들을 쏘아보았다.
‘우리 가문은 황후 폐하께 특별한 신뢰를 받고 있다고!’
후작 대부인이 빠드득 이를 갈아붙였다.
‘황후께서 우리에게 혜택을 주신 게 얼만데……!’
하지만 황후가 작센에게 보여 준 신뢰를 입 밖에 낼 수는 없었다.
황후가 신신당부를 했기 때문이었다.
‘이 일은 절대 비밀이에요.’
황후가 말갛게 눈웃음을 짓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앞으로 나와 1황자를 많이 도와주세요. 아셨죠?’
어쨌든, 제 귀한 아들이 조롱당하는 모습을 눈 뜨고 보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후작 대부인은 한 걸음 성큼 나섰다.
“글쎄요, 오히려 저는 제 딸의 행보가 창피한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