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Quit Being A Wicked Mother-in-law, Everyone Became Obsessed With Me RAW novel - Chapter (129)
악녀 시어머니를 그만뒀더니, 다들 내게 집착한다 (129)화(129/180)
<129화>
그 날카로운 목소리에, 귀부인들이 놀란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
“……작센 후작 대부인?”
후작 대부인은 빳빳하게 턱을 세우며 말을 이었다.
“한 가문의 안주인이라면, 마땅히 가문을 다스리는 데에 집중해야 하지 않겠어요?”
“……하지만.”
귀부인들은 불만스러운 얼굴이었으나, 차마 작센 후작가의 큰 어른에게 대놓고 말하지는 못했다.
“사업이네 뭐네 하며, 천한 것들과 직접 말을 섞고 부대끼는 것 자체가.”
작센 후작 대부인은 위압적인 시선으로 귀부인들을 돌아보았다.
“귀부인으로서 지켜야 할 품위를 내팽개친 거라고 생각해요.”
“…….”
“…….”
싸늘한 침묵이 흘렀다.
그런데 그때.
“어머나, 이건 또 무슨 소리람?”
경쾌한 목소리가 울렸다.
“아무래도 나와 작센 후작 대부인은 생각이 참 다른 것 같네요.”
델피나였다.
한 걸음 앞으로 나선 그녀가, 작센 후작 대부인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리고는 후작 대부인을 호위하듯 둘러쌌던 다른 귀부인들에게 시선을 던진다.
“여기 계신 귀부인들께서도, 후작 대부인과 생각을 같이하시는 걸까?”
그 시선을 받자마자, 그녀들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아, 아니.”
“저희는, 그게…….”
귀부인들이 찬물을 맞은 참새들처럼 쪼르르 흩어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후작 대부인을 달래느라 여념이 없던 것과는 상반되는 태도였다.
‘아니, 저것들이?!’
작센 후작 대부인이 도끼눈을 떴다.
하지만 귀부인들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상대는 무려, 황제와도 오랜 친구였던 발루아 공작 대부인 아닌가.
‘아무리 후작 대부인께서 황후 폐하와 친분을 쌓으셨다지만…….’
‘그래도 공작 대부인께 미운털이 박힐 수는 없잖아?’
흠, 좋아. 눈치는 있군.
그제야 델피나는 빙그레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나는 말이죠, 안리체가 내 며느리라서 아주 자랑스러운데요?”
“……공작 대부인.”
“안리체는 발루아의 공작 부인으로서 충분히 훌륭하게 처신하고 있답니다.”
델피나가 힘을 주어 말했다.
후작 대부인의 얼굴이 와락 찌그러졌다.
‘아니, 왜 공작 대부인께서 안리체 고 계집애를 옹호하시는 거지?’
물론 후작 대부인도 알고는 있었다.
예전과는 달리, 델피나와 안리체 사이가 꽤 온화해졌다는 것쯤은 말이다.
하나, 델피나가 제 며느리를 이렇게 대놓고 감싸고 드는 건 다른 문제였다.
‘내 알기로, 공작 대부인은 귀부인의 품위를 중시하는 사람이었는데…….’
그런 델피나가, 안리체가 외부 사업을 진행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이야기할 줄이야?
델피나가 우아하게 말을 이었다.
“내 며느리라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안리체는 다방면에서 무척 뛰어난 아이랍니다.”
“그 말씀은…….”
“바깥일과 집안을 다스리는 것, 양측 모두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러자, 눈치를 살피던 귀부인들은 은근슬쩍 델피나에게 동조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야 뭐, 큰 문제는 없지 않나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아니, 사실 문제가 없다 수준이 아니라…….”
잠시 말끝을 흐리던 귀부인이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굉장히 멋있는 일 아닌가요?”
다른 귀부인들도 제각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전, 여자 몸으로 사업을 하는 건 생각조차 하지 못했었거든요.”
“맞아요. 아무래도 바깥일은 남자들의 전유물처럼 생각되니까…….”
“어찌 보면, 여자가 할 수 있는 영역을 좀 더 넓힌 거잖아요?”
쏟아지는 호평에, 작센 후작 대부인의 얼굴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다들 제정신인가요? 당연히 안주인의 본분을 지켜야 하는데, 어찌…….”
“물론 가문의 구성원들은 제각기 본분을 지켜야 하지요.”
때마침 델피나가 웃는 낯으로 대화에 끼어들었다.
“안리체는 발루아의 안주인으로서 충분히 본분을 지키고 있답니다.”
“아니, 그건……!”
“그러니 후작 대부인께서는 그 아이를 걱정해 주시지 않아도 되어요.”
그렇게 말한 델피나가, 작센 후작에게 흘끗 시선을 주었다.
“다만, 작센 후작께서 가주로서의 본분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네요.”
“발루아 공작 대부인!”
후작 대부인이 와락 언성을 높였다.
하지만 델피나는 물러나기는커녕, 얄미우리만치 침착한 낯을 하고 있었다.
“무려 두 분 폐하, 그리고 황자들께서도 참석하신 무도회인데.”
후작 대부인이 흥분하는 그만큼, 델피나의 목소리는 차분해졌다.
“저렇게 만취한 모습을 보이는 건, 한 가문의 가주로서 적절한 처신은 아니잖아요?”
“지, 지금 뭐라고……!”
“특히 작센 후작 가문 같은 제국의 명가라면 더더욱 그렇지요. 또한.”
델피나는 짙은 미소와 함께 말을 맺었다.
“후작가의 큰어른께서, 이런 자리에서 언성을 높이는 모습도 과히 좋아 보이지는 않네요.”
델피나는 그렇게 작센 모자의 한심한 모습을 꼬집었다.
그 말이 어찌나 신랄한지, 다른 사람들이 저도 모르게 입을 꾹 다물 정도였다.
“…….”
“…….”
때마침 춤곡이 끝났다.
안리체와 알렉세이가 나란히 이쪽으로 다가왔다.
어쩐지 싸한 분위기에, 안리체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델피나는 고개를 내저어 보였다.
“날이 이렇게나 차가운데도, 벌써부터 모기가 있는 것 같구나.”
“모기요? 지금은 겨울인데요?”
“그렇다니까. 어찌나 시끄러운지, 원.”
안리체의 의아한 되물음에, 델피나가 들으란 듯이 쯧쯧 혀를 찼다.
작센 후작 대부인의 얼굴이 굴욕감으로 새빨갛게 물들었다.
* * *
그 후.
발루아 일가는 휴게실로 들어갔다.
사람들의 시선도 좀 부담스러웠거니와, 두어 번 연속으로 춤을 췄더니 피로했기 때문이었다.
“너도 참, 네 아내가 피곤할 때까지 춤을 추면 어떡하니?”
델피나가 알렉세이에게 핀잔을 주었다.
평소라면 한 마디도 안 졌을 알렉세이는, 드물게 시무룩해졌다.
“……반성하고 있습니다.”
“아니에요, 전 괜찮았어요. 즐거웠는걸요.”
안리체가 황급히 대화에 끼어들어 제 남편을 달래 주었다.
델피나가 두 눈을 가늘게 떴다.
“여러모로 네가 고생이구나.”
“네?”
“저 모자란 아들 녀석도, 남편이랍시고 감싸 줘야만 하니까 말이야.”
아니, 그 정도는 아니에요…….
안리체가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한편, 델피나는 어느새 전대 공작과의 추억에 잠겨 든 상태였다.
“사교댄스 하니까 생각나는데, 에이든은 무척 춤을 잘 췄단다. 그래서…….”
그러던 중.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던 델피나가 발을 딱 멈추었다.
휴게실에 선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이런.”
델피나가 난처한 얼굴을 했다.
몸을 일으킨 남자가 선량한 미소를 지었다.
“편히 쉬시지요. 저는 괜찮습니다.”
그 남자는 바로 2황자 프레데릭이었다.
발루아 일가가 예를 갖추었다.
“2황자 전하를 뵙습니다.”
“2황자 전하를 뵙습니다.”
프레데릭이 얼른 손사래를 쳤다.
“아니, 우리끼리 있는 자리 아닙니까.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으십니다.”
“하오나…….”
“얼른 이쪽으로 와 앉으시지요.”
그 제안에 발루아 일가가 자리에 착석했다.
2황자가 저렇게까지 권하는데 거절하기도 좀 뭐했기 때문이었다.
“어찌하여 다른 황실 가족들과 계시지 않으십니까?”
“다들 연회를 즐기고 있는데, 제가 함께 있으면 영 기분이 안 날 것 아닙니까.”
델피나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프레데릭이 쓰게 웃었다.
‘하긴.’
안리체는 어쩐지 프레데릭이 조금 안쓰러워졌다.
‘나라도 거기에 끼어 있을 엄두가 안 났을 테니까.’
아까 목격한바, 황후와 1황자가 2황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야말로 살벌했었다.
황제는 다른 귀족들과 담소를 나누느라 바빠, 2황자에게는 전혀 관심조차 없었고 말이다.
그러던 중.
“저, 발루아 공작 부인.”
프레데릭의 부름에, 안리체는 상념에서 깨어났다.
응? 나는 왜?
그런 의문을 담아 프레데릭을 마주했더니.
“그…… 이번에 공작 부인께서 새로 시작하신 다인승 마차 사업 말입니다.”
뜻밖에도, 열의에 가득 차 반짝이는 눈동자를 마주하게 되었다.
‘가, 갑자기 뜬금없이 그건 왜?’
안리체는 그만 당황하고 말았다.
하지만 프레데릭의 목소리에는 어느새, 숨길 수 없는 흥분이 서려 있었다.
“정말 훌륭한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네, 네?”
“그를 다인승 마차로 구체화시킨 것도 정말 멋집니다. 노선은 어떻게 잡으신 겁니까? 아, 그리고 또 궁금한 점이 있는데……!”
찬탄과 질문이 엉망으로 뒤섞여 쏟아져 내렸다.
안리체는 넋이 나가서 중얼거렸다.
“그렇게 궁금하셨더라면, 한 번 발루아 공작령에 와 보셨어도 됐을 텐데…….”
“아, 그게.”
그 말에, 프레데릭이 뺨을 긁적이며 머쓱하게 웃었다.
“굳이 분란을 일으키고 싶지는 않아서요.”
아.
안리체는 조금 미안해졌다.
‘내가 너무 생각 없이 말했나.’
뻔하지 않은가.
황후와 1황자의 견제 때문에 옴짝달싹 못하는 것일 터.
프레데릭이 얼른 말을 이었다.
“그래도, 나중에 꼭 한 번 견식하고 싶습니다.”
“저도 2황자 전하께 꼭 보여드리고 싶네요.”
안리체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별달리 기분이 나빠 보이지 않자, 프레데릭은 확연히 안도한 얼굴을 했다.
그런 모습이 어쩐지, 예전 가족들의 눈치를 살피던 자신 같아서.
“…….”
안리체는 조금 마음이 아팠다.
동시에 프레데릭이 생각난 것처럼 입을 열었다.
“아 참, 아까 연회장에서 독특한 모양의 디저트를 보았습니다.”
“쿠키요?”
“쿠키를 컵처럼 구워서 우유를 담았더군요.”
프레데릭이 쾌활하게 말을 이었다.
“그 디저트, 공작 부인께서 처음으로 유행시키셨다죠?”
“아, 그게 신년무도회에도 들어왔나요?”
안리체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프레데릭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척 맛있던걸요. 먹는 재미도 있고요.”
“아이들이 먹기 편하라고 만든 건데, 신년무도회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네요.”
그렇게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던 중.
“너는 무슨…… 간식 같은 시시껄렁한 얘기나 떠들어대고 있어?”
이죽거리는 목소리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계집애처럼 말이야.”
레널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