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Quit Being A Wicked Mother-in-law, Everyone Became Obsessed With Me RAW novel - Chapter (134)
악녀 시어머니를 그만뒀더니, 다들 내게 집착한다 (134)화(134/180)
<134화>
알렉세이가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찾았나?”
“……그것이.”
알렉세이 쪽으로 바짝 다가온 집사가, 목소리를 낮춰 속삭였다.
“제도 내에서도 위조화폐가 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중에서 발견될 정도면, 이미 제도 전체에 퍼져 있다고 생각해야 할 것 같군.”
말이 제도지, 정확히는 제국 전체라고 봐야 함이 옳았다.
예상보다도 훨씬 심각한 상황에 알렉세이의 표정이 다소 어두워졌다.
“다만…….”
잠시 머뭇거리던 집사가 말을 이었다.
“꼬리를 잡는 게 영 쉽지가 않습니다.”
그 말에, 알렉세이가 다소 놀란 눈으로 집사를 응시했다.
“발루아에서 전력을 다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도, 아무런 실마리도 잡지 못했다는 건가?”
“면목 없습니다.”
집사가 묵묵하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알렉세이가 성마른 어조로 채근했다.
“정확히 어느 부분부터 조사가 막힌 거지?”
“어떤 유통망을 통해 위조화폐를 유통시키고 있는지, 그 부분을 알 수가 없습니다.”
“……그렇군.”
알렉세이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잡혔다.
“지금 이 사실을 아는 쪽은?”
“일단은 저희뿐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치안국이나 황실 측에서 자체적으로 조사하는 건?”
“그런 건 없었습니다.”
잠시 눈치를 살피던 집사가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공작님, 이제 황제 폐하께 보고를 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
알렉세이는 침묵했다.
원칙적으로는 황제에게 보고하는 게 맞다.
위조화폐 자체가, 사회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는 커다란 문제이니까.
하지만…….
‘발루아에 위조화폐가 등장한 그 상황 자체가…… 너무 공교롭지 않은가.’
1황자의 수행인원이 위조화폐를 사용했다.
머리로는 1황자가 바보가 아닌 이상, 일부러 위조화폐를 사용할 리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주 만약에, 1황자께서 이번 일에 연관되어 있는 거라면?’
정말로 그렇다면.
황제에게 보고한다는 것은 곧, 1황자에게 꼬리를 자르고 도망칠 기회를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아무리 황제가 아들들에게 큰 애정은 없다고 하더라도.
무려 위조화폐라는 큰 사건에, 자신의 적장자가 연루되는 것을 달가워할 리 없으니 말이다.
‘아직은 괜찮아. 발루아에서 위조화폐가 발견되어 조사했다고 주장할 여지가 있으니까…….’
발루아 공작령은 제국에서도 유일하게 자치령에 준하는 곳이었다.
그 말은 즉, 발루아에 관련한 일은 황실에게 보고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대로 1황자가 도망치도록 둘 수는 없어.’
지금은 여유가 있으니, 조금 더 버텨 보는 편이 옳다.
알렉세이는 두 눈을 꾹 감았다 다시 떴다.
“일단은 조금만 더 지켜보도록 하지.”
단호한 목소리가 울렸다.
“알겠습니다.”
짧게 고개를 끄덕인 집사가 뒤로 물러났다.
알렉세이는 마차에 올랐다.
그의 표정은 어느새,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 * *
알렉세이는 귀족원 회의에 참석했다.
다만 몸은 회의장에 앉아 있되, 머리는 여전히 위조화폐에 대한 고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도대체 어떤 유통망을 통해 유포되고 있기에, 발루아에서도 찾아내지 못하는 거지?’
객관적으로 발루아가 가진 정보력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아니, 굳이 따지면 황실과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었다.
그런 발루아에서도 위조화폐의 출처를 알아내지 못한다는 것은…….
“……공.”
“…….”
“발루아 공!”
그제야 알렉세이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고급스러운 옷차림을 한 중년 사내가 그를 향해 서글서글하게 웃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십니까?”
황후의 오라비인 앤더슨 후작이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알렉세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의례상의 인사만 하고 떠날 줄 알았건만, 도리어 앤더슨 후작은 그의 곁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러고는 은근슬쩍 입을 연다.
“이번에 공작령으로 돌아가신 동안, 얼마나 공작님이 그리웠는지 모릅니다.”
그 말에, 알렉세이가 시큰둥한 얼굴로 후작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그 정도로 친한 사이였던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저 오가며 안면만 익혔을 뿐, 크게 친밀한 관계는 아니었다.
중립을 지키는 발루아 공작가의 입장 상.
앤더슨 후작은 친교를 나누기에 적절한 상대는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앤더슨 후작은…….
‘1황자파의 수장이니까.’
하지만 앤더슨 후작은 어떻게든 알렉세이에게 한마디라도 더 붙이기 위해 열심이었다.
“공작께서 자리를 비우시니, 회의장이 텅 빈 것 같더군요.”
“……아, 그러셨습니까.”
알렉세이의 다소 떨떠름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앤더슨 후작은 도무지 그에게서 떨어져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기야, 발루아 공이 아니면 누가 우리 귀족들을 이끌어 나가겠습니까?”
“과찬이십니다.”
“과찬은 무슨, 저는 없는 말은 안 합니다. 허허허!”
앤더슨 후작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소리가 어찌나 시끄러운지, 알렉세이는 표정 관리를 하느라 무진 애를 써야만 했다.
잠시 후.
웃음을 그친 앤더슨 후작이 주변을 슬그머니 돌아보았다.
“그래서 말인데.”
그리고는 목소리를 낮춰 알렉세이에게 질문을 던진다.
“발루아 공께서는 언제까지 중립을 지키실 생각이십니까?”
“…….”
알렉세이는 슬쩍 얼굴을 굳혔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물론 공작께서 중립파의 중심이시라는 건, 저도 잘 압니다.”
앤더슨 후작이 보란 듯이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허나, 언제까지 황태자 자리를 비워 놓을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후작.”
“제국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한시바삐 황태자를 책봉하는 편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앤더슨 후작이 두 눈을 반짝이며 알렉세이를 응시했다.
“공작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하지만 알렉세이는 앤더슨 후작에게 장단을 맞춰 주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가 냉정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이야기는 더 하고 싶지 않군요.”
“하지만…….”
“황제 폐하께서 황위를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모를까, 아직 건재하시지 않습니까.”
알렉세이가 단호하게 말을 맺었다.
“발루아는 황위 계승에 대해서는 끝까지 중립을 지킬 생각입니다.”
“……그러시군요.”
앤더슨 후작은 무척 아쉬운 얼굴이었으나, 일단 그쯤에서 입을 다물었다.
굳이 알렉세이의 기분을 건드리고 싶지는 않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때.
달칵.
대회의장의 문이 열렸다.
그와 함께, 한 사내가 대회의장 안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들이 제각기 아는 척을 했다.
“이런, 작센 후작 아니십니까?”
“이쪽으로 와 앉으시지요.”
그 사람은 바로 데니스 작센이었다.
알렉세이의 두 눈이 가늘어졌다.
‘웬일로 저 작자가 귀족원 회의에 참석했지?’
때마침 알렉세이의 시선을 느꼈는지, 작센 후작이 알렉세이 쪽을 돌아보았다.
“…….”
그리고는 입술을 꾹 다물며 고개를 홱 돌려 버렸다.
아무래도 엘리엇과 릴리아나의 약혼식 때 있었던 일을 아직도 마음에 두고 있는 것 같았지만.
‘뭐, 내 알 바는 아니지.’
알렉세이 또한 무심한 얼굴로 시선을 돌릴 따름이었다.
때마침 의장이 주의를 환기했다.
“모두들 자리에 착석해 주십시오, 귀족원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사람들이 제각기 자리에 앉기를 기다려, 의장이 말을 이었다.
“오늘의 의제는…….”
하지만 의장은 제 할 말을 끝까지 하지 못했다.
그의 말을 중간에 끊어내며, 작센 후작이 손을 번쩍 들어 올렸기 때문이었다.
“……말씀하시지요.”
의장은 떨떠름하게 발언권을 주었다.
물론, 다른 귀족이었더라면 저런 무례한 행동을 그냥 보아 넘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작센 후작이었다.
아무리 예전보다 그 기력이 쇠했다 한들, 제국에서도 한 손에 드는 고위 귀족 말이다.
‘그러니까 저따위로 굴겠지.’
‘의장님께서 정말 고생하시는군.’
귀족들의 시선은 영 곱지 않았다.
한편, 자리에서 일어난 작센 후작이 짧게 헛기침을 하며 목을 가다듬었다.
“크흠, 흠.”
그리고는 커다랗게 주변을 휘돌아본다.
“제가 의제를 하나 제안해도 되겠습니까?”
“의제를 제안한다면, 어떤……?”
“이번 회의에서, 황태자 책봉에 대해 논의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