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Quit Being A Wicked Mother-in-law, Everyone Became Obsessed With Me RAW novel - Chapter (138)
악녀 시어머니를 그만뒀더니, 다들 내게 집착한다 (138)화(138/180)
<138화>
* * *
마침내 발루아 부부가 타운하우스에 도착했다.
“엄마, 아빠!”
“어머님!”
엘리엇과 릴리아나가 쪼르르 달려 나왔다.
알렉세이가 피식 웃으며 양팔을 벌렸다.
“기다렸니?”
“당연하죠!”
깡충 뛰어오른 엘리엇이 제 아버지의 목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알렉세이는 아들이 품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단단히 엉덩이를 받쳐 안았다.
한편,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릴리아나가 질문을 던졌다.
“할머님은요?”
“아, 조금 늦으실 거야.”
안리체가 릴리아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이들을 뒤따라 나온 집사가,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 보였다.
“어서 오십시오, 가주님. 작은 마님.”
“다녀왔네. 스카일러 자작가에 큰 마님을 모셔 올 마차를 미리 보내 두도록.”
“예, 그러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집사가 안리체를 돌아보았다.
“아 참, 작은 마님. 황실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황실에서?”
안리체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예, 여기.”
집사가 공손하게 황가의 문장이 찍힌 편지봉투를 건넸다.
‘이게 뭐지?’
안리체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봉투를 뜯었다.
내용물을 확인한 안리체의 얼굴 위로, 천천히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황제 폐하께서 연락을 주셨네요.”
“황제께서요?”
“네. 한 번 입궁하라고 하세요.”
안리체가 두 눈을 반짝이며 알렉세이를 바라보았다.
“다인승 마차 사업에 관련하여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고 해요.”
“그래요? 정말 잘됐네요.”
알렉세이가 환한 얼굴로 안리체에게 대답했다.
황제가 마차 사업에 관련하여 안리체를 불러낸 것 자체가, 안리체의 능력을 인정한다는 뜻이었다.
‘게다가 리체는 다인승 마차 사업에 정말 큰 공을 들였는걸.’
알렉세이는 제 아내의 노력이 마땅히 보상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속사정을 모르는 아이들은, 조금 시무룩해지고 말았다.
“엄마, 또 일하는 거예요?”
“어머님이랑 같이 있고 싶은데…….”
아, 이런.
양어깨를 축 늘어뜨린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안리체는 조금 미안해졌다.
‘그러고 보면, 요새 워낙에 일이 바빴었지.’
안리체 나름대로는 아이들에게 신경을 쓴다고 썼으나, 그건 그녀의 입장일 뿐.
아이들은 아쉬웠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리체, 들었죠?”
때마침 알렉세이가 장난스럽게 말을 붙였다.
“우리 애들도 저렇게까지 말하니까, 무리하지는 마세요. 아셨죠?”
“그럴게요.”
고개를 끄덕인 안리체가 아이들과 시선을 맞추었다.
“그럼, 얘들아. 오늘 밤에는 동화책 읽어 줄까?”
“네!”
“엄마, 전 그럼 한스와 아기토끼 세 자매요!”
엘리엇이 냉큼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릴리아나가 샐쭉하게 엘리엇을 흘겨보았다.
“또 한스야? 지겨워.”
“뭐? 한스가 어떻게 지겨울 수가 있어?”
“그야, 엘리엇은 맨날 한스가 주인공인 것만 읽으려고 하니까.”
“아니야, 저번에는 다람쥐 토리의 대모험을 읽었잖아!”
아이들이 아웅다웅하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 풀이 죽어 있던 모습은 간데없었다.
‘다행이야.’
그제야 안리체는 조금 안도했다.
그러면서도 어쩐지, 아이들에게 소홀하게 군 건 아닐까 싶어서.
마음 깊은 곳이 시큰거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 * *
그날, 늦은 밤.
아이들이 잠들기를 기다려, 안리체와 알렉세이는 조용히 방에서 빠져나왔다.
‘무슨 고민이라도 있으신 건가.’
알렉세이는 힐끔 제 아내를 곁눈질로 내려다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침실로 돌아가는 내내 안리체는 입을 꾹 닫고 있었으니까.
“리체.”
“…….”
“리체!”
“아, 네!”
안리체가 화들짝 놀라 그를 올려다보았다.
알렉세이가 의아한 얼굴로 그녀를 마주 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그리 하십니까?”
“……그게.”
잠시 머뭇거리던 안리체가 불쑥 입을 열었다.
“제가 너무 많은 일을 벌이고 있는 건가 싶어서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러니까…….”
안리체는 말끝을 흐렸다.
“제가 너무 제 욕심만 부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말하는 안리체의 목소리에는, 힘이라고는 한 톨도 남아 있지 않았다.
“아이들은 아직 어머니의 손길이 필요한 나이니까요.”
안리체가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그러니, 지금은 아이들을 돌보는 데에 더 집중해야 하는 게 아닐지…….”
“글쎄요,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응?
뜻밖의 반응에, 안리체가 번쩍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도 그럴 것이, 알렉세이는 제 아내를 대할 때에는 이렇게 단호한 적이 드물었으니까.
“리체가 왜 고민하고 있는지는 이해하지만, 그래도 전 리체가 하고 싶은 대로 나아가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물론 리체는 엘리엇의 어머니이자, 릴리아나의 보호자죠. 하지만 그에 앞서.”
푸른 눈동자가 그녀를 똑바로 응시했다.
“리체라는 한 개인이잖습니까.”
“…….”
그녀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아이들의 어머니, 보호자이기에 앞서…… 나라고.’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은 해 본 적 없었다.
그저 가족들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기를 바랐을 뿐.
그녀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주관도 가진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어머니라는 이유로, 리체가 스스로를 희생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알렉세이는 힘을 주어 말을 이었다.
“언젠가는 아이들도 리체의 마음을 이해하고, 리체를 자랑스러워하게 될 겁니다.”
“……정말로 그럴까요?”
“당연하죠. 그러니 스스로에게 조금 더 믿음을 가지도록 해요.”
알렉세이의 목소리는 흔들림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단단했다.
“리체는 지금도 무척 잘하고 있으니까요.”
잘하고 있다.
안리체는 그 말을 가만히 곱씹어 보았다.
왜냐하면…….
‘처음이야.’
저 모든 말들이 처음이었으니까.
‘잘하고 있다’는 칭찬도.
‘당신은 가족의 구성원이기에 앞서, 당신이라는 한 개인이다’라는 말도.
저 말들은 마치, 그녀가 무조건 희생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처럼 들려서…….
한편 안리체의 침묵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알렉세이가 얼른 말을 덧붙였다.
“아이들을 돌보는 건, 저도 앞으로 최대한 함께 노력할 겁니다.”
“……알렉세이.”
“그건 리체만의 책임이 아니라, 부부 공동의 책임이니까요.”
안리체는 저 말이 알렉세이의 진심임을 알았다.
8년.
안리체가 어머니이자 공작 부인으로서 수행해야 했던 임무를 방기했던 시간이었다.
그 시간 동안 알렉세이는 그녀의 빈자리를 훌륭히 채워 넣지 않았나.
“……고마워요.”
약간의 침묵이 흐른 후.
억눌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안리체가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래도…… 앞으로는 아이들과도 좀 더 시간을 보내도록 노력하려고요.”
“그럼 저도 한자리 끼워 주시는 겁니까?”
알렉세이가 장난스럽게 되물었다.
그 농담을 듣고 나서야, 안리체는 그제야 조금 웃을 수 있었다.
“정말, 당연한 말씀을 하시네요.”
그렇게 대답한 안리체가, 손을 뻗어 알렉세이의 손을 맞잡았다.
“당신 자리는 언제나 제 옆이잖아요.”
* * *
그리고 다음 날.
안리체는 다소 긴장한 얼굴로 황제궁의 알현실로 들어섰다.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어서 오시게, 발루아 공작 부인.”
황제는 직접 몸까지 일으켜 가며 안리체를 맞이했다.
꽤 살가운 태도였다.
“이쪽에 앉게나.”
“감사합니다.”
안리체는 황제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황제가 대뜸 입을 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네. 일전에 다인승 마차 사업에 대해 말했던 것, 기억나나?”
“예, 기억합니다.”
“그 다인승 마차 체계를 제도에도 도입하고 싶네.”
그 말에, 안리체의 두 눈이 별처럼 반짝였다.
황제가 상체를 안리체 쪽으로 기울이며 말을 이었다.
“또한 공작 부인에게 마차 사업에 관한 조언을 듣고 싶은데, 도와줄 수 있겠나?”
“예. 기쁜 마음으로 따르겠습니다.”
안리체가 활짝 미소 지었다.
황제도 안리체를 따라 빙그레 웃었다.
“정말 고맙네. 공작 부인이 그리 흔쾌히 허락해 주니, 내 마음도 흔흔하군.”
“아닙니다, 이런 제안을 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좋아, 이 문제를 오래 끌 필요는 없겠지. 내일부터 바로 도움을 주기를 바라네.”
“그러겠습니다.”
안리체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황제가 능글맞은 목소리로 말을 덧붙였다.
“아 참, 그러고 보니…… 언제 그렇게 발루아 공과 사이가 좋아진 겐가?”
응?
안리체가 멍하니 두 눈을 깜빡였다.
황제의 주름진 얼굴 위로는 어느새, 장난기가 가득 차 있었다.
“그 목석같은 사내가, 공작 부인에게는 죽고 못 살지 않나.”
“아…… 그것이.”
안리체는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