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Quit Being A Wicked Mother-in-law, Everyone Became Obsessed With Me RAW novel - Chapter (144)
악녀 시어머니를 그만뒀더니, 다들 내게 집착한다 (144)화(144/180)
<144화>
“……뭐?”
잠시 굳어졌던 황제가, 이내 발끈하여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짐의 아들을 의심하는 건가!”
“단순히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 의심하는 건 아닙니다.”
잔뜩 흥분한 황제와는 달리, 알렉세이는 시종일관 차분했다.
“사실 발루아는 이전부터 위조화폐에 대해 의심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지금 뭐라고 했나?”
“이미 발루아 공작령에서 위조화폐가 발견된 전적이 있었으니까요.”
황제가 경악한 낯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황제에게 알렉세이는 다시 한번 폭탄을 떨어뜨렸다.
“또한 그 위조화폐는, 1황자 전하의 수행원이 사용한 것이었습니다.”
“어, 어째서.”
황제가 주먹을 꽉 틀어쥐었다.
잘 다듬은 손톱이 손바닥 안을 찔러댔으나, 황제는 통증조차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어째서 그걸 진작 보고하지 않았지?”
“그야.”
알렉세이가 냉정한 시선으로 황제를 응시했다.
“황제 폐하께서 이런 반응이실 것을 예상했기 때문이지요.”
“…….”
정곡을 찔렸다.
황제는 침묵했다.
차마 저 말에 반박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내 아들을 의심하느냐’라고 언성을 높인 게 사실이었으니까.
“또한 발루아는, 발루아 공작령 안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독립 수사권이 있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적법한 조사 끝에, 잘못을 저지른 이들을 모두 기소했을 뿐입니다.”
맞는 말이었다.
1황자와 같이 붙들린 작센 후작은 안리체의 남동생이었다.
만약 알렉세이가 조사에 사심을 섞었더라면, 처음부터 작센 후작을 숨겨 주려 했을 터.
“그렇다면…… 법정에서 위조화폐에 대해서도 밝힐 사실인가?”
“예, 당연히 그럴 것입니다.”
알렉세이는 완고했다.
황제는 알렉세이가 이 문제에 대해 물러나지 않을 것임을 직감했다.
‘사실, 물러나서는 안 되는 일이기도 하지.’
비록 아버지로서 충격을 받기는 했으나, 황제는 아버지이기 이전에 제국의 군주였다.
그 말은, 제국의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하는 위치란 뜻이다.
황제는 결국, 시름에 젖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알았네. 물러가 보게.”
“예, 폐하.”
예를 갖춘 알렉세이가 알현실에서 빠져나갔다.
황제는 이마를 짚었다.
“허, 이럴 수가…….”
그 목소리는 혼란에 가득 차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 * *
레널드는 두 눈에 핏발을 세우며 신문을 쏘아보았다.
마치 그렇게 노려보고 있으면, 신문의 내용이 저절로 바뀌기라도 할 것처럼.
“어, 어떻게 이럴 수가…….”
레널드가 피가 나도록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모든 신문들이 불법 도박장에 대해 대서특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여태까지 신문사에 뿌려 둔 금화가 얼만데!”
분을 이기지 못한 레널드가 와락 언성을 높였다.
“나에 대한 기사들은 알아서 잘 편집해 두어야 할 것 아냐!!”
그나마 레널드에 대한 기사는 온정적으로 쓰여 있었지만, 그따위 것이 눈에 들어올 리 만무했다.
그리고 그때.
쾅!
노크조차 없이 문이 열렸다.
기겁한 레널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니, 누구……!”
하지만 레널드는 끝까지 화를 내지 못했다.
문을 박차고 들어온 사람은 바로 황후였으니까.
“레널드.”
“어, 어마마마!”
레널드가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흉험하게 얼굴을 일그러뜨린 황후가, 성큼성큼 레널드에게로 걸어왔다.
“뭐? 민생을 살피기 위해 잠행을 해?”
사나운 목소리가 짜랑하게 울렸다.
레널드는 채찍이라도 얻어맞은 것처럼 양어깨를 움츠렸다.
“어마마마, 그것이…….”
“하, 너에게 기대를 건 내가 멍청했던 게지.”
황후가 이를 갈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내 배 아파 낳은 아들인 네가, 이렇게까지 머저리일 줄은 몰랐다.”
“어마마마…….”
“불법 도박? 그것만으로도 네 위신은 땅에 떨어지기에 충분한데!”
황후의 목소리가 와락 높아졌다.
“위조화폐까지 들키면 어쩌자는 게냐?!”
그 외침에, 레널드는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예? 어째서 그게 들통이 났단 말입니까?”
“네가 저지른 일인데 내게 되묻는 게야?”
황후가 기가 막힌 얼굴로 쏘아붙였다.
그리고는 이마를 감싸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하, 내가 여태껏 이 머저리를 아들이랍시고 감싸고 있었을 줄이야…….”
“…….”
그 웃음 끝에, 황후는 제 아들을 당장이라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발루아 공작령에서 위조 금화가 발견되었다더구나.”
그리고는 한마디 한마디 말을 짓씹어 뱉는다.
“또한 그 위조 금화는 네 수행원이 사용했다던데,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그, 그건…….”
“설마, 여기서도 몰랐다는 변명을 지껄이지는 않으리라 믿는다.”
황후의 시선은 마치, 발밑에서 꿈틀거리는 벌레를 보는 것처럼 차가웠다.
그 시선을 견디다 못한 레널드가 발작적으로 제 어머니에게 항변했다.
“여, 여태까지 단 한 번도 들키지 않았잖습니까!”
“뭐?”
“수행비로 좀 지급하면 어떻습니까? 다른 사람들이 모르기만 하면 그만인데……!”
하지만 레널드는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고 입을 다물어야만 했다.
제 어머니가 자신을 천하의 멍청이를 보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네가 네 수행원들에게 위조화폐를 수행비로 지급했다 이거냐?”
“…….”
레널드는 침묵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으므로.
답답함을 이기지 못한 황후가, 제 아들을 거칠게 다그쳤다.
“맞다, 아니다. 둘 중 하나로만 대답해!”
“……마, 맞습니다.”
그 대답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황후가 거세게 손을 휘둘렀다.
짝!!
날카로운 파공음이 울렸다.
“……윽.”
뺨을 얻어맞은 레널드가 입술을 깨물며 신음을 삼켰다.
하지만 통증은 그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 한심하고 멍청한 것이!”
황후가 악에 받쳐, 몇 번이고 레널드의 뺨을 후려쳤기 때문이었다.
“이걸 내 아들이라고, 기필코 황제로 만들어야겠다고!”
잘 다듬은 손톱이 레널드의 뺨을 긁고 지나갔다.
따끔한 통증에, 레널드가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긁힌 자리를 쓸어내렸다.
손끝에는 어느새 피가 묻어나고 있었다.
“내가 발 벗고 뛰어다니고 있었다니!!”
눈이 뒤집힌 황후가 쌕쌕 숨을 몰아쉬었다.
“너를 바라보는 시선이 몇인데, 행동 하나하나를 조심해도 모자랄 판에!!”
황후는 양손으로 레널드의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내 노력을 모조리 물거품으로 만들면 어쩌자는 게야!!”
“……윽, 어마마마!”
“나는 여태껏, 오로지 널 황제로 만들기 위해 살아온 것이나 마찬가진데……!!”
어머니의 손찌검을 가만히 받아내던 레널드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 올렸다.
“어, 어마마마.”
겁에 질린 시선이 황후를 응시했다.
“저는 이제 어찌하면 좋습니까?”
“…….”
그 질문에, 황후가 제 아들을 내리치려던 손길을 멈추었다.
레널드가 절박하게 애원했다.
“제발 저 좀…… 도와주십시오.”
그런 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황후가 천천히 손을 내렸다.
“……비록 네가 한심하고 모자라며 어리석은 망종이라고 한들.”
한숨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내 하나뿐인 아들이라는 건 변하지 않지.”
“……그 말씀은.”
“네가 내 아들이라는 건, 즉.”
황후는 손을 뻗었다.
자신이 할퀸 아들의 뺨을 느릿하게 쓸어내린다.
따끔거리는 감각에, 레널드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이 제국에서 황제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너뿐이라는 거야.”
황후가 힘을 주어 말을 이었다.
“내가 어떻게든 다 해결할 테니 걱정 말거라.”
서늘하게 가라앉은 눈동자가 레널드를 똑바로 응시했다.
“너는 어떻게든 내가 황제로 만들어 줄 테니까. 알겠니?”
황후의 목소리가 조금 더 낮아졌다.
“기억하렴.”
황후가 세뇌하듯 소곤거렸다.
“네가 아니면 그 누구도 황제가 될 수 없어.”
“예, 어마마마.”
레널드가 결연하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저는 어마마마만 믿고 있겠습니다.”
* * *
조사차 황실에서 머물며, 숙식을 해결한 지도 근 일주일.
알렉세이는 마침내 발루아의 타운하우스로 귀가할 수 있었다.
“알렉세이!”
타운하우스 입구에 들어서는 알렉세이를 발견하자마자, 안리체가 튕겨 오르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괜찮아요? 피곤하지는 않아요? 식사는 했어요?”
질문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그런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알렉세이가, 이내 피식 웃었다.
“리체, 대답할 틈은 주셔야지요.”
“아, 음, 그렇네요.”
안리체는 조금 머쓱해졌다.
그리고 그때.
알렉세이가 불쑥 입을 열었다.
“리체야말로 괜찮은 겁니까?”
“저요?”
그 질문에, 안리체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알렉세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못내 미안한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물론 이전에…… 리체가 괜찮다고 말씀해 주신 건 기억하고 있지만.”
그의 목소리가 점점 기어들어 갔다.
“그래도 작센 후작은 리체의 남동생…….”
하지만 알렉세이는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안리체가 그를 와락 끌어안았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괜찮죠.”
그의 품에 고개를 묻은 채, 안리체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당신은 옳은 일을 했는걸요. 그러니까 어깨 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