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Quit Being A Wicked Mother-in-law, Everyone Became Obsessed With Me RAW novel - Chapter (146)
악녀 시어머니를 그만뒀더니, 다들 내게 집착한다 (146)화(146/180)
<146화>
* * *
재판일까지 이 주 정도 남은 시점이었다.
발루아는 최선을 다했다.
최고의 변호사를 구하고, 증거를 수집하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의외의 난관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릴리.”
릴리아나였다.
“릴리, 오늘은 좀 기분이 어떠니?”
“전 괜찮아요.”
릴리아나는 애써 웃어 보였다.
한편 그 미소를 마주하며, 안리체는 더욱 착잡해지고 말았다.
‘괜찮을 리가 없잖아.’
아무리 온 가족이 살뜰하게 신경을 써 준다고 한들, 릴리아나의 크게 상처 입은 마음을 치유하기는 어려웠다.
물론 릴리아나는 제 나름대로 가족들을 배려하여,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려 했다.
하지만 아이는 결국 아이였다.
완벽하게 괜찮은 척을 할 수는 없었다.
‘……확실히 변했어.’
안리체는 가라앉은 얼굴로 릴리아나를 바라보았다.
예를 들자면 검술훈련.
예전의 릴리아나는 검술훈련에 열정적으로 참여했었다.
그에 반해, 요새는 목검을 쥐려고도 하지 않았다.
마치 만사에 의욕을 잃기라도 한 것처럼.
그 어떤 것에도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고, 멍하니 앉아 있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특히 가장 문제인 것은.
‘꺄아악!!’
밤마다 계속해서 악몽을 꾼다는 것이었다.
‘릴리, 일어나 보렴. 릴리!!’
찢어지는 비명을 듣고, 안리체가 아이를 흔들어 깨운 지도 벌써 대여섯 번이 넘었다.
‘어, 엄마. 아빠…….’
릴리아나가 힘겹게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간신히 잠에서 깨어나기만 했을 뿐, 흐릿한 눈동자는 초점이 맞춰지지 않았다.
그 당시 안리체가 할 수 있었던 건, 다급하게 아이를 채근하는 것뿐이었다.
‘릴리, 괜찮아? 나 알아보겠어?’
‘어, 어머님.’
그제야 연녹색 눈동자에 희미하게 빛이 돌아왔다.
동시에, 아이의 창백한 뺨 위로 주르륵 눈물이 흘러내린다.
‘죄송해요, 정말 죄송…….’
‘뭐가 죄송하다는 거니?’
‘이, 이번에, 저 때문에 발루아에게 피해가 간다면…….’
토막토막 끊어지는 목소리가 가슴을 저며 오는 것 같았다.
안리체는 애써 아이를 달랬다.
‘그런 생각 하는 거 아니야.’
‘하지만…….’
‘릴리가 그런 생각을 하면, 나까지 슬퍼진단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아이의 등을 토닥였다.
‘그러니 날 위해서라도, 그런 생각은 하지 말아 줬으면 해.’
‘……윽.’
그 말에, 릴리아나의 입술 사이로 신음 같은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하여 의사에게 아이의 상태를 상담해 보기도 했지만.
‘이건 마음의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곁에서 힘을 북돋아 줄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침중한 대답만이 되돌아올 따름이었다.
‘릴리아나 아가씨께서 극복하실 수밖에 없어요.’
……그랬었지.
릴리아나, 날 도대체 어쩌면 좋을까…….
안리체가 막막함에 젖어 있던 바로 그때.
“어머님, 저 정말로 괜찮아요.”
다정한 목소리가 그녀를 현실로 불러냈다.
“……릴리.”
“그러니까 그런 표정 하지 마세요.”
고개를 가로저은 릴리아나가 힘겹게 입술 끝을 밀어 올렸다.
안리체는 말을 잃었다.
“…….”
지금 이 순간조차, 릴리아나는 안리체를 위로하려 하고 있었으니까.
“……릴리.”
안리체는 릴리아나를 보듬어 안았다.
아이는 얌전히 안리체의 품에 고개를 묻었다.
지금 당장 릴리아나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일이, 이것뿐이라는 것이…….
못내 서러웠다.
* * *
그리하여 재판 당일이 도래했다.
‘재판은 3심제로 진행된다고 했지.’
제니트는 거울 앞에 서 있었다.
파리한 낯의 소녀가 제니트를 기웃이 마주 보았다.
‘정말 괜찮을까.’
긴장을 이기지 못한 제니트가 커다랗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녀의 눈동자가 과거를 더듬었다.
제니트가 아직 미성년임에도 이 재판장에 고소인으로서 서게 된 것은, 한 여성을 만났기 때문이었다.
‘황후 폐하.’
그 호칭을 떠올리자마자, 돌덩이가 얹히기라도 한 것처럼 가슴이 답답해졌다.
제니트가 황후를 만난 건 약 3주일 전.
온 제국이 불법 도박장 때문에 떠들썩해졌던 직후였다.
그 당시 제니트는, 한때 그녀가 누렸던 호화로운 삶은 간데없이 일반 평민보다도 못한 삶을 살고 있었다.
물론 일은 구하지 않았다.
평생을 귀족 영애로 살아왔고, 손끝에 물 한 방울조차 묻혀 본 적 없었거니와.
혹여나 일을 시작하게 되면, 남들이 자신을 비웃을까 봐 부끄러웠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몇 푼 안 되는 돈을 까먹으며 방에 틀어박혀 있기만 하던 그때.
쾅쾅쾅!!
누군가가 거칠게 문을 두드렸다.
‘아, 젠장!’
귀를 틀어막아 봤지만 전혀 소용없었다.
결국 제니트가 잔뜩 신경질을 내며 몸을 일으켰다.
‘아니, 집세는 조만간 내겠다고……!’
거칠게 방문을 밀어 열던 제니트가 멈칫했다.
눈앞에 커다란 모자로 얼굴을 가린 귀부인 한 명이 서 있었다.
아무래도 남들의 눈에 띄고 싶지 않았는지, 수수해 보이는 의복을 차려 입었다.
하지만 그 의복의 재질 자체가 무척 고급스러웠다.
‘누, 누구……?’
제니트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본능적으로 알았다.
눈앞의 중년 여인이 상당한 신분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쯤은.
여인은 슬쩍 모자를 들어 올려, 깡마르고 초라한 제니트의 모습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제안할 것이 있어.’
‘제, 제안이요?’
여인은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밝히지 않은 채, 대뜸 제 용무부터 말했다.
아주 당연하게 말을 놓는 모습이 무척 오만했다.
하지만 제니트는 그 모습에도 제대로 항변조차 하지 못했다.
머릿속에서 격렬하게 경종이 울렸기 때문이었다.
‘저 귀부인에게 절대로 거슬려서는 안 돼.’
여인이 고개를 까닥였다.
‘그래. 이야기를 하려면 안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은데.’
‘……드, 들어오세요.’
제니트는 여인이 방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여인은 마치 제집에 들어가기라도 하는 것처럼 당당하게 걸음을 옮겼다.
‘흐음.’
여인이 초라한 방 안을 한 바퀴 휙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연다.
‘마치 쥐새끼가 숨어 사는 곳 같군.’
‘…….’
‘더럽고, 지저분하고…… 천박해.’
제니트는 발끈했으나, 그렇다고 저 여인에게 화를 내지는 못했다.
저 여인이 태생부터 두르고 태어난 것 같은 여유로움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뭐,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여인이 힐끗 제니트를 곁눈질로 바라보았다.
‘너도 잘 알고 있겠지만, 네 부모는 현재 감옥에서 푹푹 썩어 가고 있단다.’
그 담담한 목소리에, 제니트가 두 눈을 부릅떴다.
여인은 놀리듯 말을 이었다.
‘발루아의 분노가 쉬이 가라앉지 않을 테니, 아마 평생을 감옥에 처박힌 채 보내야 할 수도 있어.’
‘그, 그럴 수가……!’
‘그리고 난, 네 부모의 처우를 좀 더 나아지게 해 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고 말이야.’
그 자신만만한 말에, 제니트가 멍하니 여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귀부인께서는 도대체 누구시죠?’
모깃소리만 한 질문에, 여인이 딱딱하게 얼굴을 굳혔다.
‘정말 재미있구나.’
뱀처럼 서늘한 눈동자가 제니트를 쏘아보았다.
‘평소였더라면 감히 내게 말조차 붙여 보지 못할 계집이, 감히 먼저 질문을 할 줄이야.’
‘죄, 죄송합니다.’
바짝 얼어붙은 제니트가 연신 고개를 숙여 보였다.
여인이 나긋하게 말을 이었다.
‘앞으로는 좀 더 언사를 조심하도록 하렴.’
‘…….’
‘그 버러지 같은 목숨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붙여 놓고 싶다면 말이지.’
제니트는 이제, 감히 입을 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때마침 여인이 가볍게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하지만 뭐, 이쪽이 누구인지를 밝혀야 너도 좀 더 협조할 마음이 들 테니까.’
그리고는 여상하게 말을 맺는다.
‘나는 이 제국의 황후란다.’
지, 지금 뭐라고?!
제니트는 제 귀를 의심했다.
황후가 한 걸음 제니트에게로 다가섰다.
‘릴리아나 애버릿이라고 했나? 너희 가문이 몰락하는 데에 일조했던 그 계집의 이름말이지.’
‘…….’
순간, 제니트의 눈동자에 적개심이 서렸다.
황후가 나직하게 속삭였다.
‘내가 너라면 그 계집애에게 복수하고 싶을 것 같은데. 아니니?’
‘저, 저는.’
‘넌 평생 이 쓰레기 같은 방에서 썩어 갈 텐데…….’
과장된 동작으로 방 안을 커다랗게 휘둘러본 황후가, 양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그 계집애는 발루아 공작가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잖아?’
‘…….’
제니트가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황후가 나긋하게 속살거렸다.
‘어때, 내게 협조할 생각이 좀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