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Quit Being A Wicked Mother-in-law, Everyone Became Obsessed With Me RAW novel - Chapter (149)
악녀 시어머니를 그만뒀더니, 다들 내게 집착한다 (149)화(180/180)
<149화>
동시에 마차가 멈춰 섰다.
어느새 제니트의 집에 도착한 것이다.
“그럼, 다시 연락할 때까지 얌전히 대기하고 있도록.”
그 말을 끝으로, 황후는 찬바람이 일도록 쌩하니 마차 밖으로 빠져나갔다.
제니트는 멍하니 그 뒷모습을 응시했다.
‘무언가 잘못되었어.’
늪 속에 발을 디딘 느낌이었다.
정신을 차려 보니, 오도 가도 못하는 막막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이제 와서 발을 뺄 수도 없잖아.’
자작가가 위조화폐 제작에 가담했다 위증하고, 애버릿 백작가와 발루아 공작가에 누명을 덮어씌웠다.
그런 그녀를 발루아가 가만둘까?
‘그럴 리가 없잖아.’
제니트는 이를 악물었다.
‘황후 폐하의 말씀이 옳아.’
릴리아나 계집애 한 명 때문에, 론디니 일가는 억울하게 몰락하지 않았나.
‘그러니까…… 그 계집애도 나만큼 고통스러워야만 해.’
제니트의 눈동자에 새파랗게 불이 붙었다.
그 불길의 이름은 바로, 증오였다.
* * *
안리체 일행이 타운하우스로 돌아왔다.
안절부절못하며 그들을 기다리던 델피나와 엘리엇이, 놀란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나갈 때만 해도 그럭저럭 멀쩡해 보였던 릴리아나가, 새하얗게 질린 채 알렉세이의 품 안에 안겨 있었으니까.
“세상에, 왜 릴리가 네게 안겨 온 게냐?”
“릴리, 괜찮은 거야?”
두 사람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질문을 던졌다.
릴리아나는 그들을 멀거니 바라보았다.
‘괜찮다고 대답해야 하는데.’
더 이상 걱정시키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차마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아냐, 내가 여기서 더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이면 안 돼.’
릴리아나는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이미 애버릿 백작가 때문에, 발루아 공작가까지 누명을 뒤집어쓴 상황이지 않은가.
“그, 릴리가 조금 충격을 받은 것 같아서요.”
때마침 안리체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일단 방에서 조금 쉬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래, 그러렴.”
델피나가 염려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
사람들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오래 보고 있는 것조차 죄스러워서.
릴리아나는 도망치듯 알렉세이의 품 안에 고개를 파묻었다.
* * *
모두들 어떻게든 릴리아나를 위로하려 했다.
‘릴리, 이번 일은 말이지…….’
‘네 탓이 절대 아니니까, 응?’
하지만 슬프게도, 그 위로들은 릴리아나에게 단 하나도 닿지 않았다.
‘죄송해요, 저는 그냥 혼자 있고 싶어요.’
‘……그래, 네가 정 그렇다면.’
안리체는 안쓰러운 얼굴로 뒤로 물러났다.
‘그래도 뭔가 마음이 힘들다면, 나한테는 꼭 말해 주기야. 알았지?’
‘네.’
릴리아나는 기운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며칠이 흘렀다.
릴리아나는 계속 방 안에 틀어박혀 있었다.
그리고 그런 제 약혼녀를 보다 못해, 엘리엇이 나섰다.
* * *
똑똑.
노크 소리가 울렸다.
“릴리.”
“…….”
아무리 기다려 봐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엘리엇은 다소 난감한 얼굴을 했다.
‘자고 있나.’
엘리엇은 우선, 릴리아나가 배고플까 봐 바리바리 싸 들고 온 간식 쟁반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살짝 문고리를 돌려 보자,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엘리엇이 슬쩍 미간을 좁혔다.
“들어갈게.”
“…….”
이번에도 대답은 없었다.
달칵.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간 엘리엇은,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기분을 느꼈다.
커튼을 내려 깜깜한 방 안.
릴리아나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침대에 누워 있었기 때문이었다.
‘설마, 하루 종일 계속 이러고 있었던 거야?’
엘리엇이 막막한 얼굴을 했다.
“릴리 너, 오늘 하루 종일 계속 굶었지?”
“…….”
“언제까지 그렇게 누워만 있을 수는 없잖아.”
“…….”
“정말 너, 이러기야?”
엘리엇은 걱정스러운 시선을 감추지 못했다.
간식 쟁반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재차 말을 붙인다.
“일단 뭐라도 먹어야지, 응?”
그런데 그때.
조그마한 속삭임이 들려왔다.
“……나 때문이야.”
“뭐?”
엘리엇은 당황한 얼굴을 감추지 못하며, 담요를 도롱이처럼 감고 있는 릴리아나를 내려다보았다.
“나 때문에…… 발루아가 곤경에 처했어.”
“릴리.”
“정말로…… 정말로 우리 아빠랑 엄마가 위조화폐를 유통했을까?”
릴리아나는 지그시 이를 악물었다.
위조화폐.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그게 얼마나 큰 문제인지 정도는 릴리아나도 잘 알았다.
‘릴리, 이리 오렴.’
‘우리 사랑하는 딸.’
부모님의 따스한 목소리가 귓속에 맴돌았다.
여태까지 부모님이 그러실 리 없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아주 혹시라도 제니트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럴 리 없잖아.”
때마침 단호한 목소리가 릴리아나의 상념을 끊어냈다.
엘리엇이었다.
“릴리, 잠깐만 나 좀 봐.”
“…….”
“응?”
엘리엇이 몇 번이고 채근한 후에야, 릴리아나는 이불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안리체를 꼭 닮은 보랏빛 눈동자가 릴리아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릴리 네가 생각할 때, 네 부모님이 그러실 분이었어?”
“아니야!”
그렇게 발끈하던 것도 잠시.
릴리아나는 이내 힘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래도…… 내가 이번 일에 대해 자세히 모르는 건 사실이잖아.”
치받는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릴리아나는 조막만 한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만약에 정말로 그런 일이 있었던 거라면…….”
“아니지.”
응?
엘리엇의 대답에, 릴리아나가 멍하니 두 눈을 깜빡였다.
“아주 혹시라도 그런 일이 있었다면, 우리 엄마랑 아빠가 네게 미리 말씀해 주셨을 테니까.”
그 목소리에는 부모를 향한 단단한 신뢰가 서려 있었다.
“우리 엄마 아빠가 너한테 거짓말하신 적 있어?”
“……아니.”
“그 봐.”
엘리엇이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네 부모님은 아무런 잘못도 없으셔.”
“엘리엇.”
“무엇보다도 네가 이렇게 우울해하는 거, 네 부모님들도 바라지 않으실걸?”
그렇게 말한 엘리엇이, 릴리아나의 손에 포크를 쥐여 주었다.
그리고는 다정하게 속삭였다.
“기억나? 예전에 네가 간식을 챙겨 들고 날 찾아와 줬던 적이 있었잖아.”
“언제…… 아.”
연녹색 눈동자에 희미한 빛이 서렸다.
예전 엘리엇이 릴리아나의 검술을 보며 좌절하고, 그를 극복하기 위해 붓을 들었던 그때.
엘리엇은 그때를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때 네가 그렇게 해 줘서, 정말 힘이 됐었거든.”
“그, 그건.”
“그러니까 나도…… 네게 힘이 되어 주고 싶어.”
진심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릴리아나는 묵묵히 손에 쥔 포크를 내려다보았다.
잠시 후.
포크가 움직였다.
감자 팬케이크를 커다랗게 잘라낸 릴리아나가, 팬케이크 조각을 입에 밀어 넣었다.
고소한 맛이 입에 가득 찼다.
“……맛있어.”
입안에 팬케이크를 가득 문 채, 릴리아나가 뚝뚝 눈물을 떨어뜨렸다.
“고마워, 엘리엇…….”
* * *
그리고 그 시각.
안리체는 골똘히 고민에 잠겨 있었다.
‘어쨌든 모든 문제가 해결되려면 위조화폐에 대한 진실이 밝혀져야만 해.’
위조화폐를 제작하고 유통시킨 진범이 누구인지 밝혀진다면.
자연스럽게 애버릿과 발루아 모두 누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 터다.
게다가 알렉세이가 증언했었다.
황후가 제니트와 함께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말이다.
다른 사람은 잘못 볼 확률이 있어도, 알렉세이는 아니었다.
알렉세이는 제국 최고의 기사였고, 제국의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신체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으므로.
‘심증으로는 황후 쪽에서 손을 쓴 것 같은데, 그를 뒷받침할 증거가 하나도 없으니.’
적어도 위조화폐가 어떻게 유통이 된 건지, 그 과정이라도 알면 좀 수월하련만…….
“하아.”
안리체가 그렇게 긴 한숨을 내쉬던 중.
‘잠깐. 유통망이라고?’
순간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에, 안리체가 두 눈을 휘둥그렇게 치떴다.
있었다.
제국 전체의 유통망에 대해 빠삭한 인재.
거기에 더하여, 황후와 1황자의 유혹에 흔들릴 수 없는 사람.
그는 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