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Quit Being A Wicked Mother-in-law, Everyone Became Obsessed With Me RAW novel - Chapter (153)
악녀 시어머니를 그만뒀더니, 다들 내게 집착한다 (153)화(152/180)
<153화>
“발루아 공!”
쾅!
분노한 황제가 테이블을 내리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꼭 이렇게까지 했어야만 했나?!”
“예, 그랬어야만 합니다.”
알렉세이는 눈썹 하나 까닥하지 않았다.
그런 알렉세이를 마주하며, 황제는 직감했다.
“발루아 공작은…… 물러날 생각이 없는 게야.”
동시에 알렉세이가 다시 입을 열었다.
“릴리아나 애버릿은 발루아의 일원입니다.”
명료한 진실을 이야기하듯 그저 무덤덤한 목소리였다.
“그리고 폐하께서도 잘 아시겠지만, 발루아는 발루아의 일원에게 위해를 끼치는 것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그, 그건 나도 알고 있네. 허나…….”
“황후 폐하와 1황자께서는 이미 선을 넘으셨습니다.”
그 담담한 선언에, 황제가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었다.
동시에, 살얼음 낀 호수처럼 싸늘한 눈동자가 황제를 응시했다.
“그러니, 황제께서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게 무슨 말인가?”
“황후 폐하와 1황자 전하, 그리고 발루아 공작가 중.”
알렉세이는 허리를 곧게 세우며 말을 맺었다.
“어느 쪽을 택하실 것인지를 여쭙고 있는 겁니다.”
“고, 공작. 그건…….”
“대답 여하에 따라, 발루아는 2황자 전하를 전심전력으로 지지할 의사가 있음을 말씀드립니다.”
부러 입 밖에 내어 말하지는 않았으나, 황제와 알렉세이 모두 저 말의 진의를 알고 있었다.
황제가 발루아를 택하지 않는다면.
……발루아 또한, 황제 대신 2황자를 차기 황제로 지지할 수 있다는 선언이었다.
* * *
한 여인이 황제궁의 화려한 복도를 거침없이 가로지르고 있었다.
제국에서도 가장 고귀한 귀부인이라 일컬어지는 여인.
그녀는 바로, 만민의 어머니라 불리는 황후였다.
황후의 손에는 석간신문이 쥐어져 있었다.
‘애버릿, 그 작자들이 끝까지 내 발목을 붙들 줄이야!’
초조함이 목을 죄었다.
발루아에서 어떻게 애버릿의 일지를 얻어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단 하나는 확실했다.
이렇게 언론을 통해 대놓고 공개했다는 것 자체가, 상황을 뒤집을 명확한 증거가 있다는 뜻이었다.
‘어떻게든 황제 폐하부터 만나야 해. 이대로 있다가는……!’
황후는 두 눈을 부릅뜨며 걸음을 빨리했다.
그리고 그때.
“황후 폐하!”
“이러시면 안 됩니다!”
시종들이 허겁지겁 황후를 가로막았다.
시종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황후가 싸늘하게 뇌까렸다.
“비켜라.”
“그, 황제 폐하께서…….”
시종들은 서로서로 눈치를 살폈다.
그 후.
처음 말을 꺼냈던 시종이 두 눈을 질끈 감으며 말을 이었다.
“황후께서는 황후궁에 머무셔야 한다고 명령하셨습니다.”
“……뭐라고?”
“황제 폐하께서 황후 폐하의 방문을 거절하셨습니다. 황후궁에 계시라고…….”
그 대답에, 황후가 살벌한 시선으로 시종을 노려보았다.
“네 지금 무어라 지껄였느냐?”
“황후 폐하, 그것이…….”
어찌할 바 모르던 시종은, 어금니를 악물며 사죄의 말을 읊조렸다.
“……죄송합니다.”
그리고는 주변의 시종들에게 눈짓을 했다.
그를 시작으로, 시종들이 황후의 양팔을 단단히 결박했다.
“이, 이게 무슨 짓이냐!”
경악한 황후가 두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놀라기에는 아직 일렀다.
시종들이 곧바로, 황후를 황후궁으로 끌고 갔기 때문이었다.
“이것 놓아라!”
황후가 미친 듯이 발버둥을 쳤다.
“내가 황제 폐하를 뵐 수 없다니, 이게 무슨 소리야!”
“…….”
“…….”
시종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하나, 황후를 붙든 손에서 힘이 빠져나가지는 않았다.
“지금 내 명령을 거부하는 것이냐? 내 너희를 모두 목을 쳐 버릴 것이다!!”
마구 몸부림을 치던 황후가 복도 끝을 쏘아보았다.
그곳은 바로 황제의 집무실이었다.
황후는 쌔근쌔근 숨을 몰아쉬며, 굳건히 닫힌 방문을 쏘아보았다.
“폐하!”
황후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제 남편을 불렀다.
“폐하께서 제게 이러실 수는 없으십니다!”
황후는 목에 핏대를 세우며 재차 고험을 질렀다.
“천한 시녀와 동침하여, 씨를 함부로 뿌리신 분은 폐하 아니십니까!!”
독기 어린 목소리가 짜랑짜랑하게 울렸다.
“저와 제 아들을 막다른 곳으로 몰아가신 분은, 바로 폐하이신데!”
황후는 두 눈에 날을 세웠다.
시종들의 손을 할퀴고, 발길질을 하며, 어떻게든 황제의 앞에 도달하기 위해 애를 썼다.
“어찌 저를 이리 내치신단 말입니까!!”
사람의 애간장을 녹일 것 같은 처절한 하소연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 하소연에 응답하지 않았다.
황후의 남편이자, 이 모든 일들의 시발점인 황제조차도.
* * *
애버릿 백작가는 상당한 명문가로, 제국민들에게도 인지도와 호감이 높았다.
사실 이번 재판만 해도 그랬다.
‘그런 올곧은 성품을 가진 분께서, 정말로 그런 일을 했을까?’
그렇게 의아해하는 사람이 상당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 가문의 가주와 아내가 참살당했다는 것은 꽤 커다란 이슈가 됐다.
게다가 그 가문을 몰락시킨 당사자가, 현 황후와 황후의 친정인 앤더슨 후작가였다.
황제는 이번 사건에 대해 커다란 유감을 표했다.
발루아에게 사과하는 한편, 이번 일에 대해 황후와 1황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선언했다.
황후와 1황자는 황족의 직위를 박탈하여 평민으로 내려 앉힌 후, 국외 추방형을 내렸다.
그나마 마지막 자비를 베풀어 목숨만 살려 주었다.
평생 부부, 그리고 아비와 아들로서 살아온 정을 생각한 것이었다.
이번 일의 공범인 앤더슨 후작가는 작위를 회수하고 전 재산을 몰수했다.
제국의 명가 하나가 삽시간에 멸문당한 것이다.
“앤더슨 후작은 귀족원에서 힘깨나 썼었는데, 가차 없이 국외추방 당했다면서요?”
“정말, 사람 일은 모르는 일이네요…….”
“저 세도가들이 이렇게 몰락할 줄이야.”
“그러게 말이에요.”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번 사건에 대해 떠들어댔다.
또한 제니트도 평민으로 각하되었다.
폐황후에게 이용당했음을 감안했지만, 그럼에도 죄질이 무척 좋지 않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나마 아직 미성년자임을 고려하여, 제니트는 국외추방 대신 소년교도소에 수감되었다.
그 외로, 황후에게 위조화폐로 지원을 받았던 가문들도 모두 엄중한 처벌을 받았다.
대표적으로 작센 후작가가 있었다.
“들으셨습니까? 이번에 작센 후작가 말입니다.”
신사들과 귀부인들이 모여 앉은 고급 클럽 안.
신사 한 명이 은밀하게 운을 뗐다.
“영지까지 회수당한다고 들었습니다.”
그 소곤거림에, 다른 사람들이 두 눈을 휘둥그렇게 치켜떴다.
“정말…… 황제께서 꽤 단호하게 나오시는군요.”
황가에서 하사했던 영지를 회수한다는 건 특별한 의미를 가졌다.
영지는 황가와 귀족 사이의 신뢰 관계를 상징하는 것이었으니까.
그 말은 즉, 영지 회수에 내포된 속뜻은.
‘황제는 더 이상 작센 후작가를 신뢰하지 않는다.’
그러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투자로 큰 수익을 얻었다며 떠벌렸던 것들이, 모두 폐황후께서 지원한 금액이었다니…….”
“게다가 차기 황제에 가장 어울리는 분은 폐황자라면서, 귀족원에서도 수시로 발언하셨잖아요?”
“그나마 후작 작위를 남겨둔 건, 발루아 공작 부인을 배려하여 그러신 거래요.”
“아, 그러고 보니.”
귀부인 한 명이 마침 생각난 것처럼 입술을 열었다.
“제가 작센 후작가의 작위에 대해, 들은 것이 하나 있는데…….”
* * *
“네에?”
안리체는 놀란 얼굴로 알렉세이를 돌아보았다.
“제가 작센 후작위를 물려받게 되었다고요?”
“예, 황제 폐하께서 그리하자고 말씀하시더군요.”
알렉세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작센 후작은 폐황후, 그리고 폐황자와 함께 이번 사건의 당사자 중 한 명이니까요.”
“……그렇기는 하죠.”
“다른 이들은 다 처벌받는 상황에서, 작센 후작은 계속 후작 작위를 유지하게 둘 수는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황제의 입장에서는, 이번에 발루아와 틀어진 것에 대한 사과의 의미이기도 했다.
알렉세이가 제 아내를 금이야 옥이야 대하는 건 황제 자신도 잘 알았으니까.
“일단 리체가 작센 후작위를 이어받은 후에…… 그 다음에…….”
크흠, 흠.
알렉세이가 짧게 헛기침을 했다.
“……엘리엇에게 동생이 생긴다면, 그 아이에게 작센 후작위를 잇게 하면 될 것이라고.”
그렇게 말하는 알렉세이의 얼굴은 어느새,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안리체도 덩달아 얼굴이 붉어졌다.
“아,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