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Quit Being A Wicked Mother-in-law, Everyone Became Obsessed With Me RAW novel - Chapter (16)
악녀 시어머니를 그만뒀더니, 다들 내게 집착한다 (16)화(16/180)
<16화>
“……여러 가지 모습이라.”
“그, 그러니까. 제가 알고 있는 어머님과 소공작님께서 알고 계시는 어머님의 모습은 다를 수도 있죠.”
릴리아나는 론디니 남작 부부를 떠올렸다.
자신들의 딸은 보물단지처럼 끌어안고 키웠지만, 릴리아나는 언제나 냉정한 눈초리로 바라보던 당숙과 당숙모.
“그냥…… 저에게는 그런 분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릴리아나의 해사한 미소를 바라보던 엘리엇은, 최근 안리체가 보여 준 모습을 곱씹어 보았다.
솔직히, 어머니께서 최근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지시기는 했다.
계속 살갑게 말을 붙이려 노력하시던 것도 그렇고, 코코아를 갖다 주신 것도 그렇고…….
‘하지만 사람이 그렇게, 손바닥 뒤집듯이 바뀔 수 있는 건가?’
엘리엇이 그렇게, 고민에 빠져 있던 중.
‘……어?’
엘리엇은 릴리아나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눈치챘다.
릴리아나는 은근슬쩍 엘리엇의 표정을 살피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말이 엘리엇의 기분을 나쁘게 하지는 않았나, 두려워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남의 기분부터 살피는 그 모습이 못내 안쓰러웠다.
한숨을 삼킨 엘리엇이, 불쑥 질문을 던졌다.
“너, 심심하지?”
“네에?”
그 뜬금없는 질문에, 릴리아나는 엘리엇의 눈치를 살피던 것조차 잊어버리고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금 심심하냐고.”
“어, 음…….”
“심심한 거 맞잖아, 그렇지?”
엘리엇은 몇 번이나 릴리아나에게 캐물었다.
마치 답은 정해져 있으니까, 넌 대답만 하라는 것처럼.
릴리아나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어, 그, 그게…… 심심한 것 같기도 하고……?”
“좋았어, 그럼 오늘은 내가 놀아 줄게.”
“네에?”
“큰맘 먹고 놀아 주는 거니까, 나한테 감사하라고.”
크게 가슴을 부풀리며, 엘리엇이 재차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넌 뭘 하고 놀고 싶어?”
“음…… 글쎄요, 인형놀이……?”
“……넌 인형이 지겹지도 않아? 주방에까지 인형을 들고 왔잖아.”
엘리엇은 질색하는 낯으로, 릴리아나의 품 안에 안겨 있는 인형을 곁눈질로 가리켜 보였다.
릴리아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겹지 않아요.”
“어째서?”
“그야 전 선물을 받아본 것도 처음이고, 인형을 가져 본 것도 처음이니까요.”
릴리아나가 수줍은 표정으로 그렇게 대답했다.
엘리엇은 그만 대답할 말을 잃고 말았다.
고작해야 인형 하나일 뿐인데, 저걸 선물 받았다고 저렇게나 행복해하다니.
릴리아나는 지금까지 어떤 삶을 살아온 걸까?
엘리엇이 짠한 기분을 느끼던 바로 그때.
릴리아나가 양 뺨을 발그레하게 물들이며 말을 덧붙였다.
“무엇보다도 어머님께서 직접 저를 위해 골라 주신 거잖아요?”
“……아, 그래.”
엘리엇은 그만, 짜게 식은 눈빛으로 릴리아나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그가 ‘어머니’라는 산을 넘어서, 릴리아나의 호감을 쟁취하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한숨을 푹 내쉰 엘리엇이 릴리아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자, 가자.”
“…….”
하지만 릴리아나는 자신을 향해 내밀어진 손을 물끄러미 내려다볼 뿐, 쉽사리 손을 잡지 못했다.
감히 나 같은 애가 소공작님의 손을 잡아도 되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런데 바로 그때.
“아, 왜 안 잡아?”
엘리엇이 덥석 릴리아나의 손을 붙들었다.
당황한 릴리아나는 반사적으로 엘리엇을 만류하려 했다.
“저, 소, 소공작님?”
“소공작님은 무슨, 엘리엇이라고 불러.”
그 시큰둥한 대답에, 릴리아나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이, 이름까지 허락해 주시는 거야?
하지만 엘리엇은 한술 더 떴다.
“그리고 왜 자꾸 존댓말 해? 우리 동갑이잖아.”
“네? 하, 하지만…….”
“말 놓으라고.”
“그래도 어떻게 제가 감히, 발루아 소공작님께 말을 놓을 수 있겠…….”
릴리아나가 황급히 말끝을 집어삼켰다.
어느새 엘리엇이 두 눈을 가늘게 뜬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어서였다.
“정말로, 말 안 놓을 거야?”
“어, 그, 그게.”
“정말, 정말로?”
“……그, 으, 노, 놓을게.”
엘리엇의 집요한 시선을 이기지 못하고, 릴리아나는 결국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을 놓았다.
그제야 엘리엇은 씩 눈웃음을 지었다.
“그럼 우리, 쿠키 먹으면서 인형놀이 할까?”
* * *
잠시 후.
안리체는 거실에서 두 아이가 인형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 앙증맞은 모습에, 안리체는 와락 입을 틀어막았다.
‘귀여워! 쪼끄만 애들 둘이서 인형놀이 하는 거, 너무 귀엽단 말이야!’
안리체는 빠른 걸음으로 거실 안으로 들어갔다.
엘리엇은 그녀를 보자마자 보고 움찔 어깨를 굳혔지만, 예전처럼 쪼르르 도망가지는 않았다.
‘와, 이거. 장족의 발전인데?’
안리체는 그만 코끝이 찡해지고 말았다.
한편, 안리체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릴리아나는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아, 어머님 오셨어요?”
“응. 릴리아나랑 엘리엇, 인형놀이 하고 있는 거야?”
“네, 어머님!”
릴리아나에게 마주 웃어 준 안리체가, 아이들이 노는 모양을 살펴보았다.
아이들은 양탄자를 깐 바닥 위에 앉아 있었다.
소꿉장난용 살림살이까지 늘어놓은 모습이 꽤나 본격적이었다.
“재미있겠다. 나도 끼워 줄래?”
“그럼요!”
릴리아나는 열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엘리엇은 어느새, 조금 뚱한 얼굴이 되어 있었다.
“릴리아나랑 재밌게 놀고 있었는데…….”
엘리엇은 입 안으로 작게 툴툴거렸다.
아무래도 릴리아나와 단둘이 오붓하게 놀고 있었는데, 안리체가 끼어드는 그 상황 자체가 조금 싫은 모양이었다.
안리체는 짓궂은 목소리로 엘리엇에게 말을 붙였다.
“아하, 우리 아드님. 예쁜 약혼녀랑 단둘이서만 놀고 싶으셨어요?”
“그, 그런 거 아니거든요!”
내심 찔렸는지, 엘리엇이 발끈했다.
안리체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지그시 참았다.
“그래, 그래. 아니라고 믿어 줄게.”
“지, 진짜 그런 거 아니라고요!”
“그거 아니, 엘리엇? 과한 부정은 긍정과 똑같은 말이래.”
“이익!”
안리체의 능글맞은 대답에, 엘리엇은 그만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안리체는 릴리아나의 옆에 자리를 잡았다.
릴리아나가 냉큼 제 몫의 인형을 내밀었다.
“어머님께서 공주님 역할 하세요!”
안리체가 의상점에서 사 준 바로 그 인형이었다.
릴리아나가 매번 품에 끼고 사는 애착 인형이기도 했다.
안리체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메이드복을 입은 하녀 인형을 들어 올렸다.
“아니야, 공주님은 릴리아나가 해.”
“하지만…….”
“릴리아나는 내 공주님이니까 말이야.”
그렇게 대답하며 눈을 찡긋해 보이자, 릴리아나는 황홀한 얼굴이 되어 버렸다.
엘리엇은 도끼눈을 뜨고, 능숙하게 제 약혼녀를 유혹해 내는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인형놀이가 시작되었다.
* * *
“후우…….”
바쁘게 서류를 살펴보던 알렉세이는, 펜을 놓아 버리며 기나긴 한숨을 내쉬었다.
안리체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지 않은 게 못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역시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 했어.’
마치 목 안에 가시가 걸리기라도 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도무지 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
알렉세이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안리체의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안리체는 방에 없었다.
‘……뭐지?’
알렉세이가 의아해하던 그때.
저 멀리, 까르르 웃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려 왔다.
‘거실인가?’
알렉세이는 거실로 향했다.
반쯤 열려 있는 거실문 너머로, 안리체와 두 아이가 보였다.
순간 알렉세이는 제 눈을 의심하고 말았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 부인이…… 아이들과 인형놀이를 하고 있다고?’
그것도 소파도 아닌 맨바닥에 앉아서?
안리체는 평소 바닥에 앉는 것은 품위 없는 짓이라며 질색했기에, 더더욱 당황스러웠다.
‘……설마 애들을 괴롭히는 건 아니겠지?’
알렉세이의 두 눈이 가늘어졌다.
하지만 생각 외로, 안리체는 아이들과 잘 놀아주고 있었다.
심지어는 하녀 역할까지 능숙하게 해냈다.
지금까지 제 아랫사람은 인간 이하로 봐 왔던 안리체가, 하녀 역할을 맡고 있다고?
알렉세이의 놀라움은 극에 달했다.
그러던 중.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것 같던 안리체가, 이쪽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
“…….”
침묵이 흘렀다.
본의는 아니었지만, 안리체와 두 아이가 노는 모습을 훔쳐보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민망함을 이기지 못한 알렉세이가, 고개를 홱 돌리면서 크흠 헛기침을 했다.
그의 목 뒷덜미는 어느새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아니, 저 인간은 왜 저렇게 살벌한 눈빛으로 이쪽을 노려보고 있어?’
안리체는 두 눈을 가늘게 떴다.
‘설마, 내가 애들을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 저러는 거야?’
그녀가 그렇게, 속으로 불평불만을 늘어놓고 있던 바로 그때.
알렉세이가 거실 안으로 발을 들였다.
다소 머쓱한 얼굴로 안리체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 인형놀이를 하고 계십니까?”
“아, 네. 공작님 오셨어요?”
안리체는 겉으로는 웃는 낯으로 알은체를 하면서, 속으로는 피눈물을 흘렸다.
안 되는데, 알렉세이만 오면 분위기가 어색해지는데…….
어색한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방긋방긋 웃고 있기에는, 내 라이프는 이미 제로란 말이야!
“그래서, 여긴 어쩐 일이세요?”
“아, 감사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아서 말입니다.”
“……감사 인사요?”
“예. 아까 쿠키를 갖다 주시지 않았습니까?”
그 대답에, 안리체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말? 내가 쿠키를 갖다 줬다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고 여기까지 찾아왔다고?
잠시 망설이던 알렉세이가 그녀를 향해 살짝 손짓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