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Quit Being A Wicked Mother-in-law, Everyone Became Obsessed With Me RAW novel - Chapter (162)
악녀 시어머니를 그만뒀더니, 다들 내게 집착한다 (162)화(161/180)
<162화>
에필로그. 행복의 이유
안리체가 정신을 차린 지 하루.
그녀는 최근, ‘불면 날아갈까 쥐면 꺼질까’라는 흔한 묘사를 몸소 체험하고 있었다.
“작은 마님, 쉬셔야 한다니까요!?”
두 눈에 불을 켜며 잔소리를 늘어놓는 제인과,
“자리에서 일어나신 지도 얼마 안 되셨지 않습니까!”
평소 무덤덤했던 집사까지.
다들 그녀가 침대 밖으로 한 발자국이라도 나갈라치면, 당장 숨이 탁 끊어지기라도 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알렉세이, 저는 정말로 괜찮은데요.”
결국 민망함을 견디다 못한 안리체는, 제 남편에게 구원 요청을 해 봤지만…….
“저도 리체가 좀 더 쉬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알렉세이 또한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을 따름이었다.
당황한 그녀가 두 눈을 깜빡였다.
“네?”
“지금은 몸의 회복에 전념해야 할 때예요.”
그렇게 말한 알렉세이가, 마침 제 아내를 진찰하고 있던 집사를 빤히 바라보았다.
내 말이 맞지?
그렇게 묻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러자 주치의는 허겁지겁 고개를 끄덕였다.
“공작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그 대답을 들은 후에야, 알렉세이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주치의도 그렇다고 하지 않습니까.”
“아, 네…….”
아니, 기가 막혀서 정말…….
안리체는 그만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그렇게 진찰이 끝나고, 가족들과 함께 하릴없이 침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중.
안리체는 문득 지난 일들을 떠올렸다.
‘론디니 일가는…… 결국 이렇게 끝나고 마는구나.’
듣기로, 폐황후는 론디니 남작 부부를 인질로 삼아 제니트를 이용했다고 했다.
하지만 실상은 이미 폐황후에게 살해당한 상태였다고.
그 말은 즉, 제니트가 안리체에게 독살시도를 한 것 자체가 모조리 헛수고였다는 뜻이다.
모든 진실을 알게 된 제니트는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고 했다.
거의 폐인이 되어 버렸다고.
알렉세이는 홀로 남은 제니트가 어떠한 결말을 맞이했는지 알려 주지 않았다.
안리체도 굳이 그에 대해 물어보지는 않았다.
짐작이 갔으니까.
‘발루아의 일원에게 위해를 가하는 자는, 그에 걸맞은 대가를 치르게 한다.’
알렉세이는 아마, 그 원칙에 따라 행동했을 터다.
다만.
‘입이 쓰네.’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은 대부분 처벌을 받았다.
하지만 그 잘못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어떠한가?
‘황제 폐하께서 가정에만 충실하셨어도.’
폐황후에게 충실하고, 다른 곳에서 아이를 낳아 오지 않았더라면.
만약 그랬더라면…….
“정말이지, 네가 막 깨어났을 때만 생각하면…….”
때마침 들려온 델피나의 목소리에, 안리체는 생각에서 깨어났다.
최근 델피나는 안리체가 깨어났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곁에 딱 달라붙어 있었다.
“너희들끼리만 그렇게 울음바다에 들어가 있으면 어떡하니?”
델피나가 밉지 않게 안리체에게 눈을 흘겼다.
“날 진작 불렀어야지.”
“…….”
“…….”
싸한 침묵이 흘렀다.
그도 그럴 것이.
‘뭐? 리체가 깨어났다고?!’
우당탕!
당시의 델피나 또한, 방문을 박차며 침실 안으로 달려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공작 대부인으로서의 체통 따위 모조리 내던져 버린 모습이었다.
‘왜 다들 울고 그래!!’
그렇게 외친 델피나는 그만, 눈물이 그렁그렁해졌었다.
‘너희가 다 울면, 나도 눈물이 난단 말이야……!’
……분명 그러셨었는데.
아무래도 델피나는, 그때의 제 모습은 머릿속에서 까맣게 지워 버렸나 보다.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는 모습을 보면 말이다.
“정말, 다들 리체 옆에서 엉엉 울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 핀잔을 듣다 못한 알렉세이가 미간을 좁혔다.
“그렇게 따지기에는 어머니께서도 우셨잖습니까?”
“내, 내가 언제?!”
델피나가 발끈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알렉세이의 응원군이 있었으니.
“어? 저 할머니가 우시는 거 봤는데요?”
“저도요.”
안리체 곁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두 아이가 나란히 삐악거렸다.
“그, 너희가 잘못 본 거야.”
델피나는 그렇게 시치미를 떼 보았으나,
“아닌데, 진짜로 우셨는데.”
엘리엇은 제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응, 맞아요.”
심지어는 릴리아나까지 고개를 열렬히 끄덕였다.
델피나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아니, 운 게 아니라! 그건, 그러니까!”
의심의 눈초리를 감추지 못하는 두 아이를 앞에 두고, 델피나는 와락 언성을 높였다.
“그, 그래! 눈에 먼지가 들어가서 그런 거였……!”
똑똑똑.
때마침 노크 소리가 짧게 울렸다.
“어머나, 누가 왔나 보다.”
곤란한 상황에서 벗어날 기회에, 델피나는 반색을 하며 문 쪽을 돌아보았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바로 집사였다.
“황제 폐하께서 서신을 보내셨습니다.”
“……황제께서?”
알렉세이가 미묘한 얼굴을 했다.
이번 폐황후와 폐황자에 얽힌 사건 때문에, 황가에 대한 감정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예. 서신은 꼭 작은 마님께 전해 주시라고.”
“응? 나한테?”
안리체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편지를 받아들었다.
잠시 후.
편지를 모조리 읽은 안리체가 얼빠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제 병문안을 오시겠다는데요?”
“황제 폐하께서?”
“네.”
그 말에, 사람들의 눈이 모조리 휘둥그레 하게 커졌다.
* * *
며칠 후.
안리체는 그야말로 체할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무려 제국의 황제가 직접 안리체의 병문안을 온 상황이었으니까.
“몸은 좀 어떠한가, 공작 부인?”
“염려해 주신 덕에 괜찮습니다.”
안리체는 있는 힘껏 입술 양 끝을 밀어 올렸다.
‘아무리 몸이 덜 회복되었다지만, 침대에 누운 채로 황제 폐하를 만나 본 사람은 나밖에 없을 거야…….’
애써 미소를 유지하는 입술 끝이 파르르 떨렸다.
황제는 힐끔 알렉세이를 곁눈질로 바라보았다.
비록 지금의 알렉세이는 평연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사건의 전말이 밝혀진 직후, 발루아 공작이 두 눈이 뒤집어져서 자신을 찾아올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다.
‘그, 공작. 진정하시게……!’
‘진정이요?’
당시 알렉세이가 보였던 칼날 같은 기세가 아직도 생생했다.
‘이 상황에서 폐하라면 진정하시겠습니까?’
‘아, 아니. 그건…….’
황제는 멈칫했다.
알렉세이가 입술 끝을 비틀어 올렸다.
당장이라도 누군가의 목줄을 물어뜯을 것 같은, 그야말로 맹수 같은 미소였다.
‘저희는 이미 충분히 참아드렸습니다.’
맞는 말이었다.
이번 일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애버릿 백작가, 그리고 발루아 공작가였다.
애버릿 백작 부부의 죽음과 사후 명예훼손은 물론인 데다가.
아무리 폐황후와 폐황자가 막 나간다 한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공작 부인을 암살하려 할 줄은.
‘선택하시지요, 폐하.’
‘선택이라니, 무엇을 말인가?’
‘저는 어떻게든 제 아내와 제 친우의 핏값을 받아내야겠습니다. 그러니.’
알렉세이가 서늘하게 말을 이었다.
‘폐황후와 폐황자의 목숨을 제게 주십시오.’
황제는 그 말에 흠칫 어깨를 굳혔다.
‘어쩌시겠습니까?’
‘공작, 그건…….’
‘발루아입니까, 폐황후와 폐황자입니까?’
그 상황에서 황제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단 하나뿐이었다.
그 후.
폐황후와 폐황자의 소식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세상에서 지워진 듯이 말끔히 자라져 버렸다.
‘발루아의 사적 제재’는, 그만큼 강력했다.
황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너무 고통스럽지는 않았으면 좋겠군.’
‘발루아의 사적 제재’를 당했을 옛 가족들이, 너무 고통받지는 않았기만을 비는 것뿐이었다.
……그랬었는데.
현재의 알렉세이는 그저, 양순한 초식동물 같은 얼굴로 안리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의 살벌한 기세는 온데간데없다.
‘공작 부인이 앞에 있으면, 아예 다른 사람이 되어 버린단 말이야.’
황제는 새삼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몸은 많이 나아졌습니다.”
때마침 들려온 안리체의 대답에, 황제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안리체가 정중하게 말을 덧붙였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닐세. 마땅히 찾아왔어야지.”
고개를 가로저은 황제가 물끄러미 안리체를 바라보았다.
“이번 일은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네.”
그리고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 사죄라기에는 뭐하지만, 작센 후작위를 물려받는 계승식은 성대하게 치러 줄…….”
“아닙니다.”
안리체는 단호하게 거절의 말을 입에 담았다.
“계승식은 필요 없습니다.”
“허나…… 아쉽지 않겠는가?”
“네.”
안리체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심이었다.
작센 후작가는 완전히 몰락하여 그 이름만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가문 자체가 제국 경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되어 있는 데다가, 전대 가주와 대부인은 유폐되어 있는 상태.
그런 상황에서, 대외적으로 호화로운 계승식을 벌임으로써 세간의 이목을 끌고 싶지 않았다.
이미 발루아는 수많은 일들을 겪었으니까.
지금은 그저,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싶은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