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Quit Being A Wicked Mother-in-law, Everyone Became Obsessed With Me RAW novel - Chapter (168)
악녀 시어머니를 그만뒀더니, 다들 내게 집착한다 (168)화(167/180)
<168화>
외전 2.
발루아 일가가 긴 휴가에서 돌아온 후.
그들은 오랜만에 애버릿 고아원에 방문하기로 했다.
어쨌든 명목상으로는 릴리아나와 엘리엇이 고아원의 원장이기도 한데다가.
“어머님, 어머님!”
애버릿 고아원에서 편지를 받은 릴리아나가 잔뜩 신이 나서 안리체에게 달려왔기 때문이었다.
“이것 좀 보세요!”
릴리아나가 불쑥 편지를 내밀었다.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을 보아하니 무척 흥분한 것 같았다.
“이비가 저에게 편지를 보냈는데요……!”
“무엇 때문에 그러니?”
안리체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편지를 받아들었다.
「내 소중한 친구, 릴리아나에게.」
그 문구를 읽자마자 안리체의 입술에 미소가 번졌다.
‘릴리, 사랑받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였다.
「몸 건강히 잘 지내고 있는 거지?
우리는 잘 지내고 있어.
아 참, 네가 성 필립 축일을 맞이하여 선물을 보내 준 것 말이야.
그 선물을 받고, 모두들 무척 기뻐하고 있어. 정말 고마워.
혹시 시간이 된다면, 우리를 만나러 와 주지 않을래?
모두들 너를 무척 그리워하고 있어.
나도 네가 무척 보고 싶고 말이야.」
그 아래로는 고아원의 소소한 생활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편지의 내용으로 봐서는, 원생들은 모두들 잘 지내는 것 같았다.
‘직원들을 새로 가려 뽑은 보람이 있군.’
안리체는 흐뭇한 기분으로 편지를 마저 읽어 내렸다.
「그럼 편지는 이만 줄이도록 할게.
멀리서나마 너의 행복을 항상 기도하고 있어.
사랑을 담아, 이비가.」
편지는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릴리아나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안리체를 올려다보았다.
“어머님, 저 있잖아요. 저……!”
“고아원에 가 보고 싶다고 말하려는 거지? 알았어.”
안리체가 선선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러자 릴리아나가 놀란 토끼 눈이 되어서 안리체에게 되물었다.
“어, 어떻게 아셨어요?”
“그야 우리 릴리가 할 말은 뻔하니까……?”
그렇지 않아도 애버릿 고아원에 관심이 많은 아이다.
그 고아원에서 릴리아나의 친구가 직접 감사 편지를 보내온 상황 아닌가.
만나러 가고 싶어 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할 것 같은데?
하지만 릴리아나는 제 시어머니의 추측을 조금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석한 것 같았다.
“어머님께서 보여 주시는 사려 깊은 모습, 정말 멋져요!”
릴리아나가 선망에 가득 찬 목소리로 그렇게 외친 것이다.
“저, 얼른 자라서 어머님 같은 멋진 사람이 될게요!”
“으응…… 그러렴…….”
안리체는 그만 머쓱하게 웃어 버렸다.
그녀의 사소한 모습 하나하나를 대단하게 바라봐 주는 릴리아나를 보고 있자니.
‘나도 릴리의 기대에 벗어나지 않는, 멋진 어른이 되어야겠지.’
예전에도 그러했듯이,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게 된다.
* * *
그리하여 고아원에 방문하기 전.
가족들은 다 함께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오늘 저도 함께 고아원에 갈 수 있으면 좋을 텐데요.”
알렉세이가 아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황실에 신청해 두었던 휴가가 모조리 끝났기 때문이었다.
사실은 조금 더 쉴 생각이었지만…….
‘공작님, 언제쯤 돌아오시는 겁니까?’
‘공작님께서 안 계시니 일이 돌아가지를 않습니다!’
휘하의 행정관들이 거의 죽어 가고 있었기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휴식도 물론 좋아하지만, 황실에서 발루아 공을 필요로 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심지어는 황태자가 된 프레데릭까지도 은근슬쩍 그렇게 말을 붙일 정도였다.
“그러게 말이야, 왜 하필이면 오늘이니?”
한편, 델피나도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델피나는 금일 귀부인들과 모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에요. 어머님도 친구분들과 시간을 보내셔야죠.”
“그래도…….”
“이번에는 뭐, 아이들과 오붓하게 지낼까 하고요.”
생긋 미소 지은 안리체가 포크를 들어 샐러드를 헤집었다.
소스를 듬뿍 친 양상추를 한 조각 입에 넣는다.
동시에 그녀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졌다.
‘음, 어쩐지…….’
평소에는 잘 먹었던 음식인데 이상하게 모래를 씹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영 입맛이 없네.’
안리체는 음식들을 좀 깨작거렸다.
그러자 알렉세이가 대번에 그녀의 이상을 눈치챘다.
“괜찮으십니까, 리체?”
“네?”
“아까 전부터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아, 그냥 입맛이 좀 없어서요.”
그렇게 대답한 안리체가 슬그머니 식기를 내려놓았다.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엘리엇이, 대번에 도끼눈을 떴다.
“엄마, 저한테는 끼니는 꼭꼭 챙겨 먹어야 한다고 하셨잖아요!”
“그, 그랬지.”
그 부분은 할 말이 없어서, 안리체는 다소 민망해졌다.
엘리엇이 뿌듯하게 제 앞의 접시를 가리켜 보였다.
“저는 오늘 토마토도 다 먹었다고요!”
하지만 엘리엇은 제 자랑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릴리아나가 새치름하게 엘리엇을 쏘아보았기 때문이었다.
“너 왜 어머님한테 그래?”
그 박력에, 엘리엇이 저도 모르게 움찔 어깨를 굳혔다.
“아니, 그게…….”
“어머님께 그러지 마. 알았어?”
그렇게 톡 쏘아붙인 릴리아나가 안리체를 걱정스럽게 올려다보았다.
“그보다 어머님, 괜찮으세요?”
“으, 응?”
“혹여 몸이 불편하신 건 아니고요?”
“에이, 그런 거 아니야.”
안리체가 웃는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래도 걱정해 줘서 고맙구나.”
“헤헤.”
릴리아나는 그제야 안심이 된다는 것처럼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
엘리엇이 서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쳇, 릴리는 맨날 엄마만 좋아해…….”
* * *
우여곡절 끝에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안리체는 아이들을 데리고 고아원에 방문했다.
“와, 릴리!”
릴리아나가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이비는 황급히 밖으로 달려 나왔다.
환한 얼굴로 릴리아나의 양손을 맞잡는다.
“정말 보고 싶었어!”
“나도, 이비.”
릴리아나가 양 뺨을 발그레하게 물들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이비의 등 뒤로 원생들이 고개를 쏙 내밀었다.
“릴리!”
“언제 왔어?”
“이번에 선물 보내 준 거, 정말 고마워!”
원생들은 제각기 릴리아나를 환대했다.
그 모습을 보며 안리체도 내심 흐뭇했다.
‘릴리아나, 원생들에게 사랑받고 있구나.’
무엇보다도 원생들의 표정이 예전과는 다르게 무척 밝았다.
론디니가 고아원을 운영할 때에는, 아이들의 얼굴에 그늘이 져 있었는데.
“치, 릴리는 쟤네들하고만 놀고.”
한편 엘리엇은 양 뺨이 퉁퉁 부어올랐다.
토라진 아들을 바라보던 안리체가 은근슬쩍 말을 붙었다.
“있잖니, 엘리엇.”
“네?”
“엘리엇은 엘리엇의 친구들에게 잘해 주는 사람이 좋니, 아니면 그 친구들에게 질투하는 사람이 좋니?”
“……으음.”
그 질문에 엘리엇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하기야, 집사가 그랬어요.”
“응?”
“더 좋아하는 사람이 지는 법이라고요.”
엘리엇은 한숨 섞인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제가 져 줘야겠죠?”
세상 모든 고뇌를 끌어안은 것처럼 근심이 가득한 말이었다.
‘쟤도 참. 이런 때만 은근히 조숙해서는…….’
릴리아나 쪽으로 향하는 엘리엇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안리체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억눌러 삼켰다.
* * *
안리체는 한 걸음 떨어진 자리에서 릴리아나와 엘리엇이 원생들과 놀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그때.
“저, 발루아 공작 부인.”
조심스러운 부름이 들렸다.
안리체가 의아한 얼굴로 곁을 돌아보았다.
‘이비라고 했나?’
릴리아나와 친한 친구라던 여자아이가 주뼛거리면서 서 있었다.
“무슨 일이니?”
“그…….”
우물쭈물하기도 잠시.
이비가 작심한 것처럼 입을 열었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어서요.”
“내게? 왜?”
뜻밖의 말에 안리체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비가 눈매를 둥글게 휘며 미소 지었다.
“릴리가 저희를 많이 신경 써 주는 건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말끝을 흐리던 이비가 허리를 곧게 펴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공작 부인께서 릴리를 지원해 주시지 않았더라면, 저희의 처지가 이렇게 좋아지지는 못했을 것 같아서요.”
그러고는 꾸벅 고개를 숙여 보인다.
“덕분에 아이들이 무척 행복해 보여요.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