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Quit Being A Wicked Mother-in-law, Everyone Became Obsessed With Me RAW novel - Chapter (169)
악녀 시어머니를 그만뒀더니, 다들 내게 집착한다 (169)화(168/180)
<169화>
안리체는 물끄러미 이비를 바라보았다.
‘저 말을 하기까지 얼마나 고민이 많았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녀 자신이야 신분제에서 다소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지만.
제국은 엄연히 신분제가 존재하는 나라였다.
사실 감사 인사 따위 하지 않고, 모르는 척해 버려도 그 누구도 질책하지 않았을 텐데…….
‘기특하네.’
안리체의 입술 위로 미소가 어렸다.
“나도 너희에게 고맙구나.”
“네?”
그 대답에, 이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안리체의 미소가 조금 더 짙어졌다.
“릴리가 저렇게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건, 너희 같은 친구들이 있어서일 테니까.”
“그, 그건.”
“그러니까 앞으로도 릴리와 친하게 지내 주렴. 알았지?”
다정한 대답이 되돌아왔다.
이비를 바라보는 제비꽃빛 시선은, 한 점의 편견조차 없이 그저 따스하기만 해서.
이비는 어쩐지 가슴이 뭉클해졌다.
내심, 릴리아나와 자신은 이미 사는 세계가 달라졌다고 생각하고 있었었다.
이렇게 친하게 지내는 것도 아직 나이가 어려서일 뿐.
앞으로는 그렇게 지내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있었는데.
‘발루아 공작가에서는 분명, 나 같은 평민과 릴리아나가 친하게 지내는 것을 좋지 않게 생각할 거라고 여겼는데.’
다른 사람도 아닌 발루아 공작 부인이 저렇게 말해 줄 줄이야…….
“……네.”
이비가 울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안리체는 이비의 어깨를 가만가만 다독여 주었다.
* * *
시간이 흘러, 황혼이 깔리는 시각.
안리체와 릴리아나, 엘리엇은 고아원에서 빠져나왔다.
“다음에 또 놀러 올게!”
릴리아나가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래, 기다리고 있을게!”
“꼭 다시 와야 해!”
원생들도 커다란 목소리로 릴리아나의 인사에 화답했다.
그 중, 이비의 표정이 가장 밝았다.
“또 봐!”
엘리엇 또한 아까 뾰로통했던 것은 간데없이, 원생들을 향해 양손을 붕붕 흔들어 보였다.
그렇게 세 사람은 마차에 올랐다.
* * *
발루아의 타운하우스로 돌아가는 길.
안리체는 슬며시 미간을 좁혔다.
묘하게 가슴이 답답했기 때문이었다.
‘……이상하네.’
안리체는 짧게 심호흡을 하며, 답답함을 해소하려 애를 썼다.
평소와 별다를 것도 없는데.
마차에 타고 있는 것 자체가 갑갑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순간.
덜컹!
마차가 짧게 진동했다.
아무래도 바닥의 턱을 잘못 지난 것 같았다.
동시에 안리체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빠져나갔다.
“욱.”
그녀는 저도 모르게 입을 틀어막았다.
구역질이 치밀어 오른 것이다.
“어, 어머님!”
릴리아나가 소스라치게 놀라 안리체를 돌아보았다.
“왜 그러세요?”
“아, 아니, 그게…….”
무어라 대답하려던 안리체가 다시 한번 구역질을 했다.
“우욱!”
엘리엇 또한 기절할 것처럼 놀라서 안리체에게 매달렸다.
“엄마, 얼굴이 엄청 하얘요!”
“괘, 괜찮아.”
안리체가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아무래도 멀미를 하나 봐.”
“하지만 엄마, 평소에는 멀미 같은 거 안 했잖아요?”
엘리엇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크게 아프셨다가 일어나신 지도 얼마 안 됐는데…….”
“맞아요.”
릴리아나가 말을 거들었다.
아이들의 얼굴은 어느새, 먹구름이 가득 낀 하늘처럼 흐려져 있었다.
안리체가 난감한 낯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걱정 끼친 것 같아서 미안하네.”
“타운하우스로 돌아가면, 꼭 주치의한테 진료를 받아 보셔야 해요. 네?”
릴리아나가 간절하게 말했다.
엘리엇도 얼른 릴리아나의 말에 힘을 보탰다.
“엄마가 그랬잖아요, 아프면 바로바로 주치의에게 진찰을 받아서 치료해야 한다고요.”
음,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안리체는 조금 멋쩍어졌다.
그녀가 제니트의 공격에 당해서, 사경을 헤맸던 그때부터.
가족들은 안리체를 두고, 금방이라도 깨져 버릴 유리 인형처럼 다루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뭐.’
안리체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주치의를 만남으로써 아이들의 마음이 편해진다면야, 어려울 것도 없었으니까.
“그래, 돌아가서 주치의에게 꼭 진료를 받도록 할게.”
“네!”
“꼭 그러셔야 해요!”
두 아이는 그제야 약간 안도한 기색이 되었다.
열렬히 고개를 끄덕이는 두 아이를 바라보며, 안리체는 영 입 안이 썼다.
‘나도 참, 아이들에게 걱정이나 끼치고.’
그녀는 주치의의 진료에 성실히 응할 것을 다짐했다.
* * *
안리체는 타운하우스에 발을 들이자마자, 주치의를 방으로 불러들였다.
“엄마, 진찰받아야죠!”
“이런 건 빨리빨리 확인을 해야 하는 거예요!”
아이들이 워낙에 성화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아이들이 수선을 피우는 통에, 델피나까지 안리체의 구역질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게 무슨 소리야, 리체가 구역질을 했다고?”
놀란 델피나가 허둥지둥 안리체에게로 달려왔다.
“내가 무리하지 말라고 했잖니!”
“어, 어머님?”
“몸이 나은 지 얼마나 됐다고!”
델피나가 덥석 안리체의 손을 마주 쥐었다.
그와 함께, 델피나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이것 봐, 손에 뼈밖에 안 남아 있잖아!”
“…….”
안리체는 그만 할 말을 잃어버렸다.
물론 그녀가 마른 편이기는 했지만, 엄연히 정상 체중의 범주에 있었다.
델피나가 애절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에 고아원에 가느라 몸에 피로가 쌓인 거야. 분명해!”
아뇨, 그거 아니에요.
저는 계속 타운하우스에만 있었던 거, 어머님께서도 잘 아시잖아요?
게다가 제 일의 대부분을 집사가 맡아서 해 주는 바람에, 팽팽 놀고 있었는데…….
민망함을 이기지 못한 안리체가 입을 열었다.
“아시잖아요, 저 계속 푹 쉬고 있었던 거.”
“그런데 왜 구역질을 한단 말이니?”
하지만 델피나는 안리체의 항변을 전혀 듣고 있지 않았다.
“열이 나는 건 아니고?”
그 대신 안리체의 이마를 짚으며 온도를 체크하고,
“어디 불편하거나 아픈 곳은 없니?”
염려가 가득한 눈빛으로 안리체를 꼼꼼히 뜯어볼 따름이었다.
게다가.
“황궁에 사람을 보낼까? 리체 네가 몸이 불편하다는데, 알렉세이도 불러와야만…….”
이런 말까지 하고 있었다.
기겁한 안리체가 손사래를 쳤다.
“괜찮아요!”
“하지만…….”
“알렉세이는 바쁘잖아요? 공무를 수행하는 사람을 방해할 수는 없죠!”
“아니, 공무가 중하니? 네가 더 중하지!”
델피나가 잔뜩 성을 냈다.
그렇게 한참을 옥신각신하던 중.
안리체는 방문 앞에 어색하게 서 있는 주치의를 발견했다.
가족들이 온통 호들갑을 떨고 있는 바람에, 차마 자신이 도착했다고 말조차 하지 못한 것 같았다.
“아, 마침 잘 왔네.”
안리체는 흡사 구원자를 맞이하는 심정으로 주치의를 불러들였다.
“내가 아무래도 체한 것 같아.”
“정확히 어떤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그게, 자꾸 구역질이 올라오거든.”
“알겠습니다. 일단 한 번 살펴보죠.”
주치의가 안리체를 진찰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주치의의 눈동자에 놀라움이 서렸다.
주치의가 번쩍 고개를 들어 올렸다.
“저, 작은 마님.”
“왜, 왜 그러나?”
안리체는 흠칫 어깨를 굳혔다.
방금 전과는 달리, 주치의가 무척 진중한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주치의가 재차 질문을 던졌다.
“혹시 체기 이외에 무언가 불편했던 점이 있으셨습니까?”
“불편했던 점? 아니, 그런 건 없…….”
반사적으로 ‘그런 건 없다’라고 대답하려던 안리체가 멈칫했다.
“아, 그러고 보니 최근 자주 잠이 오더군.”
“그러셨습니까?”
“그랬네. 요새는 딱히 집안일을 살피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런 건지 도무지 이유를 모르겠어.”
안리체는 절레절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외로는 그냥, 가끔 온몸에 열이 오르는 정도?”
“열이 오르셨다고요.”
“가끔은 더워서 잠을 청하기가 어려울 때도 있어. 아직 날씨가 많이 풀리지도 않았는데 왜 이러는지 원…….”
한숨을 푹 내쉬며 말을 잇던 안리체는 미묘한 시선을 느꼈다.
“……왜 그러나?”
오묘한 얼굴로 그녀를 응시하던 주치의가 입을 열었다.
“이건 제 소견일 뿐이고, 조금 더 정밀한 검진을 받아 봐야 하겠지만.”
주치의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제가 보기에는…… 아무래도 작은 마님께서 회임하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