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Quit Being A Wicked Mother-in-law, Everyone Became Obsessed With Me RAW novel - Chapter (174)
악녀 시어머니를 그만뒀더니, 다들 내게 집착한다 (174)화(173/180)
<174화>
외전 4.
최근 발루아 공작가는 무척 분주했다.
막내 공녀, 베아트리스가 아홉 번째 생일을 맞이했기 때문이었다.
베아트리스의 이번 생일은 무척 특별했는데, 그 이유는 바로…….
‘계속해서 작센 후작가를 공석으로 놓아둘 수는 없지 않은가?’
뜻밖에도 황제가 이렇게 권유를 해 왔기 때문이었다.
‘작센 후작가는 제국에서도 유서 깊은 귀족 가문이니 말일세.’
그렇게 운을 뗀 황제가, 은근슬쩍 알렉세이의 눈치를 살폈다.
‘슬슬 공녀에게 작센 후작가의 작위를 물려주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공작의 생각은 어떠한가?’
최근 황제는 예전에 비해 그 영향력을 많이 잃었다.
이유가 몇 가지 있었는데, 첫 번째 이유는 프레데릭 황태자가 실무 전반을 받아 갔기 때문이었다.
황제가 예전에 비해 노쇠하기도 했고, 프레데릭이 워낙에 실무에 강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게다가 프레데릭은 귀족들의 대표인 발루아 공작가와의 관계도 무척 좋았으니까.
사람들은 모두 프레데릭이 업무 전반을 인계받는 것을 환영했다.
한편, 아무래도 황제는 그 부분에 위기감을 느꼈던 것 같다.
그 증거로, 최근 발루아와의 관계를 개선하려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 노력 중 하나가 바로 작센 후작 작위.
베아트리스에게 작센 후작위를 안겨 주면, 아내와 자식들을 끔찍하게 생각하는 발루아 공작과의 관계도 개선되리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막상 발루아 공작가의 반응은 다소 시큰둥했는데.
‘아직 벨라는 아홉 살밖에 안 됐는걸요.’
안리체는 미묘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벨라에게 다소 부담스럽지 않을까요?’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해서 제안을 거절했었는데 말입니다.’
알렉세이가 한숨을 섞어 대답했다.
‘황태자께서도 내심 벨라가 작위를 이어 주었으면 하고 바라더군요.’
‘황태자 전하도요?’
‘예. 황태자께서는 어쨌든, 황제 폐하의 아드님이시니까요.’
알렉세이는 슬그머니 미간을 좁혔다.
‘황제 폐하와의 사이가 벌어지는 건 바라지 않으시겠죠.’
‘하긴…….’
안리체도 그 말에는 조금 납득했다.
현재 발루아 공작가는 황태자를 지지하고 있었다.
제 아버지가 은근히 자신을 견제하는 상황 자체가 부담스러울 터.
그에 반해, 작위 계승 자체는 크게 문제가 되는 일은 아니었다.
베아트리스가 아직 나이가 어려서 부담스럽다는 것 외로는, 어차피 받을 작위를 조금 일찍 받는 것뿐이니까.
‘그렇다면 일단 벨라의 의견을 물어 보는 게 어떨까요?’
안리체가 제안했다.
‘아이가 부담스럽다면 거절하고, 괜찮다고 하면 진행하도록 해요.’
‘그럽시다.’
두 부부는 그렇게 합의했다.
그 후, 베아트리스를 찾아가 의견을 물었더니.
“우와, 그러면 사람들이 저한테 작센 후작님이라고 부르는 거예요?”
베아트리스가 별처럼 두 눈을 반짝였다.
……어쩐지 너무 과하게 좋아하는 것 같은데?
안리체는 오묘한 낯으로 어린 딸아이를 내려다보았다.
그와 함께, 베아트리스가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그럼 엄마, 오빠도 나한테 존댓말을 해야겠네요?”
“으, 응?”
허를 찔린 안리체가 두 눈을 깜빡였다.
베아트리스는 잔뜩 신이 난 목소리로 외쳤다.
“그렇잖아요! 오빠는 아직 소공작, 저는 작센 후작!”
“어음…… 굳이 따지자면 그렇기는 한데…….”
보통 작위를 가진 귀족끼리는 공대를 하고는 한다.
게다가 베아트리스가 후작 작위를 잇는다면.
아직 엘리엇은 공작가의 후계자일 뿐이니, 원칙상으로는 베아트리스의 아랫사람이 되는 것이기는 한데…….
“……벨라 너 말이야.”
안리체는 두 눈을 가늘게 떴다.
“혹시 오빠에게 존댓말을 듣고 싶어서 작위를 잇겠다고 하는 거니?”
그녀가 딸아이를 향해 미심쩍은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베아트리스가 잠깐 멈칫하는가 싶더니.
“그, 그런 거 아니에요!”
그야말로 격렬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그으래?”
“진짜로 아니라니까요?!”
베아트리스는 발까지 동동 구르며 자신의 진실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과한 부정은 가끔 긍정의 뜻을 내포하는 법이다.
‘못 살아, 정말.’
안리체는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한 우여곡절 끝에 베아트리스가 작센 후작 작위를 잇기로 결정됐다.
* * *
베아트리스의 작위 계승은 황궁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저, 이번에 황궁에 입궁하는 거예요?”
잔뜩 기대에 부풀어 오른 딸아이를 보며, 안리체가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좋니?”
“그럼요!”
베아트리스가 열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입술을 삐죽이며 중얼거린다.
“엘리엇 오빠가 맨날 약 올렸단 말이에요.”
“엘리엇이? 뭐라고?”
“자기는 황궁 가 봤는데, 저는 아직도 못 갔다고요.”
베아트리스가 두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그 후, 음산한 목소리로 혼잣말을 한다.
“이번에 제가 작센 후작이 되기만 해 봐요. 엘리엇 오빠한테 ‘작센 후작님’이라고 부르라고 할 거야.”
“……언제는 오빠에게 존댓말 들으려고 작위를 잇는 건 아니라고 하지 않았니?”
“아차.”
허를 찔린 베아트리스가 빳빳하게 굳어졌다.
잠시 후.
“아하하…….”
난처한 웃음을 흘리는 딸아이를 보며, 안리체는 짧게 혀를 찼다.
아무래도 베아트리스가 작센 후작이 되면, 엘리엇이 된통 당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런데 그때.
“작은 마님.”
“응?”
저를 부르는 음성에, 안리체가 뒤를 돌아보았다.
집사가 당혹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손님?”
안리체가 어리둥절한 낯을 감추지 못했다.
“오늘은 약속을 정한 게 없는데. 누구라던가?”
“그것이…….”
집사는 쉬이 대답을 입 밖에 꺼내놓지 못했다.
두 눈을 질끈 감으며 대답한다.
“전대 작센 후작님과…… 후작 대부인이십니다.”
“……뭐라고?”
안리체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 * *
데니스, 그리고 전대 후작 대부인은 타운하우스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다고 했다.
입구를 지키던 경비들이 그들을 들여보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공작가 사람들 중, 작은 마님과 친정의 관계가 어떤지 모르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아니, 아무리 그래도 내가 안리체의 어미인데……!”
“누님 얼굴도 못 뵈게 한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짓입니까?!”
두 사람이 잔뜩 성을 내던 그때.
저 멀리서 귀부인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안리체였다.
“안리체!”
“누님!”
그녀를 발견한 두 사람이 반색을 했다.
안리체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들의 시선을 맞받았다.
“이 사람들이 글쎄, 우리 앞길을 막지 뭐니?!”
후작 대부인이 경비들에게 삿대질을 했다.
“어미가 딸을 보러 간다는데 이게 무슨 무례한 짓인지 모르겠……!”
“제가 그러라고 했어요.”
싸늘한 대답이 울렸다.
두 사람이 허를 찔린 얼굴로 안리체를 바라보았다.
안리체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아이들이 어머니와 데니스를 만나는 건 바라지 않으니까요.”
“아니, 리체.”
후작 대부인이 기가 막힌 얼굴로 안리체를 불렀다.
“그게 무슨 말이니?”
“말 그대로예요.”
안리체의 목소리에 냉기가 스며들었다.
“두 분이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까 봐 염려스러워, 타운하우스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하라고 명령을 내려 뒀어요.”
“어, 어떻게 그런 심한 말을……!”
과장된 동작으로 이마를 짚은 후작 대부인이, 일부러 그 자리에서 비틀거렸다.
데니스가 제 어머니를 부축하며 두 눈을 부릅떴다.
“누님, 꼭 그런 식으로 말해야만 했습니까?!”
“누님이라.”
그 말을 곱씹던 안리체가 차게 웃었다.
“네게 ‘누님’이라는 예의 바른 호칭을 들어본 건 정말 처음인 것 같구나.”
“…….”
“존댓말도 말이야.”
정곡을 찔린 데니스가 찔끔했다.
그랬었다.
엘리엇의 약혼식 때도, 폐황자의 도박장 문제로 법정에 섰을 때도.
데니스, 그리고 후작 대부인은 단 한 번도 안리체에게 예의를 지켜 준 적이 없었으니까.
안리체가 싸늘하게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무슨 일로 여기까지 찾아오셨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