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Quit Being A Wicked Mother-in-law, Everyone Became Obsessed With Me RAW novel - Chapter (18)
악녀 시어머니를 그만뒀더니, 다들 내게 집착한다 (18)화(18/180)
<18화>
아무래도 지난번에, 덮어놓고 론디니 남작 부부를 믿었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인 것 같다.
그 결과, 네 사람은 모두 릴리아나의 방을 구경 가게 되었다.
“여, 여기가 제 방이라고요?”
릴리아나는 환한 빛깔로 꾸며진 제 방을 보며,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까지 릴리아나가 봤던 방 중 제일 좋았던 방은, 6촌 언니인 론디니 남작 영애가 쓰던 방이었는데…….
‘여기가 그 방보다 훨씬 좋은 것 같아.’
방의 정경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릴리아나는, 잠시 후 살짝 풀이 죽었다.
그 이상 반응을 기민하게 눈치챈 안리체가 질문을 던졌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라도 있니?”
“아, 아니요. 그런 게 아니고…….”
한참 동안 입술만을 달싹거리던 릴리아나가, 세상의 근심은 다 끌어안은 것 같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제 방이 생겼으니, 이제 어머님과 같이 잠들 일은 없을 것 같아서…….”
“뭐야, 그런 걱정을 하고 있었어?”
안리체가 짧게 웃음을 터뜨렸다.
“릴리아나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나와 함께 잠을 자도 된단다.”
“네? 하지만…….”
“그렇죠, 공작님?”
안리체는 그렇게, 은근슬쩍 알렉세이에게 질문을 돌렸다.
어차피 우리 각방 쓰잖아, 그렇지?
빨리 그렇다고 해!
불타는 보랏빛 눈동자가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그 박력을 이기지 못하고, 알렉세이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렇…… 죠.”
“봐봐, 공작님도 그렇게 말씀하시잖니.”
그렇게 말한 안리체가 릴리아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릴리아나는 다행이라는 것처럼, 안리체의 드레스 자락에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알렉세이는…….
‘뭔가 좀 이상하군.’
그들 부부에게 있어, 서로 다른 침실을 쓰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었는데.
어쩐지 지금은, 그 당연함이…….
‘……아쉬워.’
이유를 알 수 없는 감정에, 알렉세이는 잔뜩 미간을 구기고 말았다.
* * *
그렇게 모두가 돌아간 후, 릴리아나는 제 방에 혼자 남았다.
‘이렇게 예쁜 방이 내 방이라니…….’
릴리아나는 두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방 이곳저곳을 돌아보았다.
침대 위에 드리워진 캐노피도 한 번 쓰다듬어 보고, 먼지 하나 없는 가구들도 쓸어 보았다.
살랑살랑 흔들리는 커튼을 바라보던 릴리아나의 눈이 감격에 젖어 들었다.
‘춥지도 않고, 더럽지도 않고, 게다가…… 내 방이야.’
물건을 몰아넣은 창고도 아니고, 햇빛조차 들지 않는 음침한 다락방도 아니다.
오로지 릴리아나를 위해 마련된 방.
릴리아나는 깊은 감회에 젖어 들었다.
‘……어쩐지,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야.’
릴리아나가 ‘고아원의 식충이’가 아니라, ‘애버릿 백작가의 귀한 따님’으로 살아가던 그 시절 말이다.
“…….”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아서, 릴리아나가 살짝 입술을 사리물던 바로 그때.
“넌 왜 이렇게 애가 굼뜨니?”
반쯤 열린 문 너머로,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렸다.
‘무슨 일이지?’
릴리아나는 문밖으로 살짝 고개를 내밀어 보았다.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오는 사람은, 빨래가 가득 담긴 빨래 바구니를 끌어안은 신입 하녀였다.
무엇을 그렇게 잘못한 것인지, 하녀는 연신 허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맞은편에 선 하녀는, 화를 풀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너, 도대체 이 빨랫감을 나르는 데 얼마나 시간을 들이려고 그래?!”
“얼른 갖다 두고 올게요. 그러니까 매그 님…….”
신입 하녀는 이제, 거의 울어 버릴 것처럼 그렁그렁한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
매그라고?
릴리아나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분명히 들어 본 적 있는 이름이었다.
그러니까…….
‘아까 인형놀이를 할 때, 엘리엇이 말해 줬었지.’
엘리엇의 들뜬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선했다.
‘나중에 네게도 매그를 소개시켜 줄게.’
‘매그? 그게 누군데?’
‘우리 집에서 제일 오랫동안 일해 온 하녀장이야. 날 어렸을 때부터 돌봐 줬어.’
그렇게 말하는 엘리엇의 눈동자에는, 매그를 향한 숨길 수 없는 애정이 가득 서려 있었다.
‘매그는 나한테 엄청 잘해 주거든.’
‘그래?’
‘응. 그러니까, 릴리아나에게도 분명 다정하게 대해 줄 거야.’
그때 듣기로는, 매그라는 그 하녀는 굉장히 따스한 사람 같았는데…….
릴리아나가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때.
“정말, 이렇게 쓸모없어서야 원!”
사나운 외침과 함께, 매그는 신입 하녀를 확 밀쳐 버렸다.
“꺄악!”
콰당!
바닥에 나뒹구는 바람에, 신입 하녀는 그만 빨래 바구니를 놓치고 말았다.
허공으로 치솟아 오른 더러운 빨래들이, 하녀의 머리 위로 우수수 떨어졌다.
하녀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새빨갛게 물들었다.
그와 동시에, 릴리아나는 저도 모르게 문밖으로 튀어나오고 말았다.
“그, 그렇게까지 화를 낼 필요는 없잖아요?!”
바짝 언성을 높인 릴리아나가, 아차 하며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혹시, 내가 너무 주제넘게 나선 게 아닐까?’
아직 타운하우스에 온 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비록 어머님께서는 ‘내 며느리’라고 말씀해 주시지만, 모두에게 인정받지도 못한 상태인데…….
‘……하지만.’
릴리아나는 살짝 시선을 내려, 신입 하녀를 바라보았다.
괴롭힘을 당하는 저 하녀 위로, 론디니 고아원에서 이리저리 시달리던 스스로가 겹쳐 보였다.
가슴이 선뜩해지는 기분에,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새 몸이 먼저 움직여 버렸어.’
릴리아나는 꼴깍 마른침을 삼켰다.
어느새, 마뜩잖은 표정이 된 매그가 릴리아나를 마주 보고 있었다.
‘여기서 이렇게 마주칠 줄이야. 재수 없게…….’
매그는 속으로 잔뜩 툴툴거렸다.
그녀는 현재, 아주 기분이 좋지 못했다.
릴리아나가 타운하우스에 온 후부터, 엘리엇의 관심은 온통 릴리아나에게 쏠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님 한 분만으로도 아주 골치가 아픈데, 저 조그만 계집아이까지 신경 써야 한다니.’
최근 안리체는 딴사람이 된 것처럼 태도가 뒤바뀌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엘리엇이 제 어머니에 대한 경계심을 완전히 내려놓지는 않은 상태다.
하지만…….
‘마님께서 계속 저렇게 다정하게 구신다면, 엘리엇 도련님께서는 결국 마음을 열고 말 거야.’
그 자체만으로도 매그의 입지는 좁아지고 만다.
그런 위기 상황에서, 평소 눈엣가시였던 릴리아나가 끼어드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역시, 기분 나빠.’
그야말로 뱃속이 뒤틀리는 기분이었다.
매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릴리아나 아가씨, 신입 하녀를 가르치는 건 제 몫입니다.”
“그, 그래도요. 이건…….”
“아가씨께서는 하녀들 일에 끼어들지 않으시는 편이, 저희를 도와주시는 일이에요.”
“…….”
릴리아나는 헛숨을 삼켰다.
가볍게 치켜 올린 턱, 빳빳하게 세운 목과 허리, 가슴 앞으로 팔짱을 낀 자세, 비스듬한 미소를 걸고 있는 입술.
무엇보다도, 릴리아나를 오만하게 깔아보고 있는 저 눈동자까지.
매그는 지금, 릴리아나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매그, 도대체 릴리아나에게 그게 무슨 무례한 짓이야?”
기가 막힌 목소리가 울렸다.
엘리엇이었다.
릴리아나가 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매그 또한, 새하얗게 질린 얼굴이 되어 엘리엇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에, 엘리엇 도련님?!”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에는, 릴리아나를 대할 때의 오만방자함은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 있었다.
엘리엇은 싸늘한 눈동자로 매그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내가 매그를 좋아한다지만, 지금 행동은 매그가 심한 것 같은데?”
그렇게 쏘아붙인 엘리엇이 허리를 숙였다.
바닥에 떨어진 빨래 하나를 주워서, 빨래 바구니 안에 넣어 주었다.
그리고는 매그를 홱 돌아본다.
“굳이 사람을 밀칠 필요까지는 없잖아?”
“그, 그건 교육을 위해…….”
“말로 가르쳐도 되는데, 왜 사람에게 손까지 대는 거야? 저 하녀가 다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려고!”
엘리엇은 무척 실망한 얼굴이었다.
“게다가, 릴리아나는 내 약혼녀야.”
약혼녀.
그 단어에, 매그가 입 안의 보드라운 살을 짓씹었다.
엘리엇은 드물게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 말은 즉, 릴리아나를 함부로 대하는 건 날 함부로 대하는 것과 똑같다는 뜻이지.”
“……도, 도련님.”
“그러니까, 앞으로는 릴리아나에게 예의를 갖춰 주었으면 좋겠어.”
그렇게 말한 엘리엇이 릴리아나를 돌아보았다.
“괜찮아, 릴리아나?”
“으, 응.”
릴리아나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대답을 들은 후에야, 엘리엇은 약간이나마 안도한 표정이 되었다.
신입 하녀에게도 곧장 질문을 던진다.
“너도 다친 데는 없고?”
“네, 네.”
“다행이네. 그럼 이만 가 봐도 좋아.”
그 말에, 신입 하녀는 고개를 몇 번이고 숙여 보이며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매그는 얼른 엘리엇을 구워삶으려 했다.
“도련님, 전……!”
“변명은 듣고 싶지 않아.”
칼로 잘라내는 것처럼 매몰찬 그 말에, 매그는 저도 모르게 흠칫 어깨를 굳혔다.
매그를 바라보는 엘리엇의 눈빛은, 예전답지 않게 냉정했으므로.
“가자, 릴리아나.”
그렇게 말하며, 엘리엇은 릴리아나의 손을 가만히 감아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