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Quit Being A Wicked Mother-in-law, Everyone Became Obsessed With Me RAW novel - Chapter (180)
악녀 시어머니를 그만뒀더니, 다들 내게 집착한다 (180)화(179/180)
<180화>
한편 베아트리스의 망상은 어느새 클라이막스까지 향하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나는 그 신사분의 에스코트를 받아서 휴게실로 향하는 거야.”
베아트리스가 발그레해진 양 뺨을 양손으로 감싸며 말을 이었다.
“신사분이 나에게 붉디붉은 와인 한 잔을 건네면서 말하는 거지.”
“뭐, 뭐?”
“당신은 이 와인이 가장 잘 어울리는 여인입니다. 부디 놀란 가슴을 와인 한 잔으로 가라앉히시길…….”
“벨라, 너 데뷔탕트 파티 때까지는 성년이 아니잖니!”
듣다 못한 릴리아나가 고함을 빽 질렀다.
데뷔탕트 파티는 그 해에 성년이 되었거나, 성년이 될 사람들이 참석한다.
성년이 지난 사람과, 아직 지나지 않은 사람이 섞이는 것이다.
제국에서는 당연히 미성년자에게 술을 금지한다.
하지만 데뷔탕트 파티에서는 누가 성년이고 누가 미성년인지를 알아볼 수 없으니.
이 기회에 몰래 술을 마시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다.
“술은 안 돼! 어딜 미성년자가!”
“뭐어, 말이 그렇다는 거지.”
하지만 입술을 삐죽거리는 모양새를 보아하니.
은근슬쩍 이번 데뷔탕트 파티에서 술 한 잔을 얻어 마셔 볼 속셈이었던 듯하다.
정말, 내가 못 살아!
릴리아나는 이번 데뷔탕트 파티에서, 귀여운 시동생을 무조건 밀착 마크하리라고 다짐했다.
* * *
그렇게 데뷔탕트 파티 당일.
안리체와 알렉세이 부부, 그리고 델피나는 파티가 시작된 이후에 따로 도착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데뷔탕트 파티는 젊은 사람들이 주가 되는 자리였으니까.
그리하여 현재, 발루아 소공작 부부는 베아트리스를 돌봐야 하는 막중한 업무를 어깨에 짊어지고 있었다.
화려한 마차에 다소곳이 앉은 베아트리스를 바라보며, 두 부부는 뿌듯함 반, 막막함 반을 느꼈다.
“알지? 오늘 파트너는 오빠라는 거.”
엘리엇이 신신당부를 했다.
“첫 춤도 오빠랑 추는 거야. 알았지?”
“아, 몇 번이나 말해?!”
그러자 베아트리스가 양 뺨을 부풀리며 톡 쏘아붙였다.
“내가 나이가 몇 살인데, 자꾸 어린애 취급할 거야?”
“이게, 아직 성년도 안 지난 게 까불어?”
두 남매는 개와 고양이처럼 으르렁거렸다.
그러자 릴리아나가 엘리엇을 다독였다.
“너무 걱정 마, 엘리엇. 내가 계속 눈여겨볼 테니까.”
그제야 엘리엇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릴리가 그렇게 해 준다니 안심이네.”
제국 최고의 기사인 릴리아나가 밀착하여 살펴본다면, 베아트리스가 뭔가 사고를 치기 전에 눈치 챌 수 있겠지.
한편 베아트리스는 잔뜩 뾰로통해졌다.
“정말, 릴리 언니까지 정말 이러기야?!”
* * *
그리하여 베아트리스는 자신만만하게 연회장에 발을 들였다.
‘어라?’
동시에 베아트리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매의 눈으로 연회장을 살펴보았으나, 로맨스 소설 속에 나오던 잘생긴 남자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베아트리스가 힐끗 제 손을 잡은 엘리엇을 곁눈질로 올려다보았다.
‘오히려 우리 오빠가 더 잘생긴 거 같기도…… 아니, 지금 내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베아트리스가 얼른 고개를 휘저었다.
그러자 사람들을 대하며 매끄러운 미소를 짓고 있던 엘리엇이, 기묘한 눈빛으로 제 여동생을 내려다보았다.
“너 뭐 잘못 먹었냐?”
“……하아, 정말 낭만이라고는 전혀 없는 인간 같으니라고.”
베아트리스가 샐쭉하게 중얼거렸다.
“릴리 언니가 아까워.”
“뭐야?”
엘리엇이 두 눈을 부라렸다.
보다 못한 릴리아나가 황급히 두 남매를 진정시켰다.
“다들 그만해. 사람들이 쳐다보잖아?”
“…….”
“…….”
두 남매는 두 눈에 힘을 주어 서로를 노려보더니, 억지로 입술 끝을 밀어 올려 미소 지었다.
입술에 경련이 이는 모습을 보아하니, 두 남매 모두 상당히 속이 뒤집히는 모양인데.
‘어휴.’
릴리아나는 속으로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이번 데뷔탕트 파티에서는, 릴리아나가 가장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 할 것 같다.
* * *
‘정말 이상해.’
현재 베아트리스는 인생 최대의 난제에 빠져 있었다.
‘왜 다들 이렇게…….’
기대에 못 미치는 거지?
베아트리스는 미간을 좁혔다.
오빠와 첫 춤을 춘 이래로, 베아트리스에게는 그야말로 춤 신청이 쇄도했다.
그리하여 릴리아나와 엘리엇의 감시의 눈초리 아래, 베아트리스는 영윤들과 몇 번 춤을 추었다.
하지만 로맨스 소설 속에 나오는 그런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손을 스치는 순간 전기가 찌릿하게 올라온다고 했는데?’
하지만 몇 번이나 파트너를 바꿔 가며 손을 마주 잡았음에도, 그런 찌릿한 감각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머릿속에서 종이 댕댕 울린다고도 했었지.’
그러나 종소리는커녕 춤곡만이 물 흐르듯 울려 퍼질 뿐이다.
‘저 영윤들이 오빠와 언니가 추천해 준 사람들이라서 그런가?’
반짝이는 금발도 없고, 우수에 찬 검은 눈동자도 없었다.
세상에, 아빠도 아니고 오빠보다도 못한 영식들이라니.
그렇게 몇 번째일지 모를 춤을 마치고, 음료를 한 모금 마시던 중.
“엘리엇 소공작님, 너무 멋있지 않나요?”
레이디들 사이로 꺄아-. 하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마침 엘리엇과 릴리아나가 춤을 추고 있었던 것이다.
‘저 망할 인간에게 저런 과분한 칭찬이라니, 레이디들은 다 눈이 삐었군.’
베아트리스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빈 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그뿐이에요? 소공작 부인께서도 정말 아름다우세요!”
베아트리스는 속으로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음, 릴리 언니는 저런 칭찬을 들을 만하지. 우리 오빠랑 결혼한 게 정말 아깝다니까?’
그런데 그때.
‘어? 에밀리다.’
베아트리스의 눈이 조금 커졌다.
에밀리.
베아트리스와 함께 로맨스 소설을 탐독하던 독서 모임의 친구였다.
그 외로도 모 자작가의 영윤을 향한 절절한 짝사랑에 가슴앓이를 하고 있어서, 베아트리스도 몇 번 그 짝사랑 이야기를 들어 주고는 했었는데.
“에밀……!”
순간 베아트리스가 멈칫했다.
에밀리가 조심스럽게 어떤 영윤에게 말을 붙인 것이다.
에밀리의 설레는 표정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저 사람이 에밀 리가 몇 번이고 말하던 짝사랑 상대인 것 같다.
‘어떻게 되려나?’
흥미진진하게 눈동자를 빛내던 베아트리스가, 순간 두 눈을 부릅떴다.
영윤이 에밀리의 말을 싹 무시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리고는 베아트리스를 발견하더니 표정이 환해졌다.
“발루아 공녀님.”
영윤이 정중하게 가슴에 손을 얹고 허리를 숙여 보였다.
“제가 공녀님께 춤을 신청해도 되겠습니까?”
“…….”
베아트리스는 눈앞에 선 영윤과, 영윤의 뒤에서 울상이 된 에밀리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와 함께 베아트리스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혹시 벌써부터 노환이 오셔서 귀가 잘 안 들리시나요?”
“……예?”
뜬금없는 질문에, 영윤이 미간을 찌푸렸다.
“제 친구가 영윤에게 인사를 했잖아요.”
“예, 예?”
하지만 베아트리스는 영윤과 더 말을 섞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리 와, 에밀리.”
에밀리의 손목을 휙 낚아챈 베아트리스가, 새침하게 홱 돌아섰다.
“나랑 같이 과자나 먹으러 가자. 저런 남자한테 넌 너무 아까워.”
그 말을 끝으로, 베아트리스는 에밀리 데리고 휙 휴게실로 가 버렸다.
상황을 유심히 살펴보던 릴리아나가 허겁지겁 뒤를 따랐다.
* * *
그 후.
휴게실에 들어선 베아트리스가 뾰로통하게 선언했다.
“아무래도 로맨스 소설은 다 거짓말인가 봐.”
릴리아나는 터져 나오려는 한숨을 간신히 억눌러 삼켰다.
로맨스 소설은 여러모로 과장된 거라고,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지 않았니…….
“나는 엄마랑 릴리 언니랑 에밀리랑 노는 게 더 좋아.”
베아트리스가 과자를 오독오독 씹으며 재차 말했다.
뭐, 일단.
릴리아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베아트리스의 로맨스 병이 완치되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 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