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Quit Being A Wicked Mother-in-law, Everyone Became Obsessed With Me RAW novel - Chapter (20)
악녀 시어머니를 그만뒀더니, 다들 내게 집착한다 (20)화(20/180)
<20화>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던 바로 그때.
“아아, 너무 힘들다-.”
누군가의 커다란 한탄이 들렸다.
깜짝 놀란 릴리아나가 파드득 고개를 들어 올렸다.
릴리아나가 앉아 있는 벤치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하녀들 몇몇이 모여 바닥을 쓸고 있었다.
그 하녀들 중 한 명이 한탄을 한 것이었다.
“그거 들었어? 이번에 주방이 난장판이 된 것 말이야.”
“그럼, 사방에 쿠키 반죽이 달라붙어 있었다며?”
원망이 가득 서린 목소리에, 릴리아나는 저도 모르게 어깨를 바짝 움츠렸다.
최근 쿠키를 만든 사람은 어머님과 자신이었으므로.
“그 반죽들을 모조리 청소하느라, 하녀장님께서는 팔을 들어 올리지도 못할 정도래.”
“세상에, 근육통 때문에 그런 거야?”
“어쩜 좋아, 하녀장님께서 너무 고생을 하시네…….”
설마, 나 때문에 매그가 근육통에 시달리고 있는 건가?
하지만 이전에 봤을 때에는 멀쩡해 보였었는데…….
릴리아나는 꼴깍 마른침을 삼켰다.
“마님께서는 본디 귀족적인 분이셨잖아? 주방에는 얼씬도 하지 않으실 정도였는데…….”
“맞아, 맞아. 거기다 난 도련님이 너무 안쓰럽더라고.”
……엘리엇은 도대체 왜?
릴리아나는 힐끔 하녀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녀들은 이제, 릴리아나에게 들으란 듯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도련님께서는 지금, 릴리아나 아가씨께 어머니를 빼앗긴 것이나 다름없잖아?”
“릴리아나 아가씨 때문에, 도련님이 마님의 관심을 하나도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엘리엇이 불쌍하다며, 하녀들은 제각기 입을 모아 떠들어댔다.
치졸한 방식이었다.
일전에 안리체가 ‘릴리아나에 대한 뒷담을 하지 말라’고 경고하자, 이제는 하소연의 형식을 빌려 돌려 욕하고 있는 것이다.
‘릴리아나가 들어옴으로써 일거리가 늘어났기에, 하녀들이 과도한 일에 시달리고 있다.’
‘릴리아나 때문에 귀족적이셨던 마님께서 바뀌었다.’
‘마님의 관심을 빼앗긴 엘리엇이 불쌍하다.’
결국 모든 문제는 릴리아나 때문에 일어났다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사실 릴리아나가 찬찬히 생각해 보면, 저 하소연들은 말도 안 되는 음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터였다.
매그가 청소를 하다가 근육통에 시달릴 정도로 주방을 더럽게 쓰지도 않았을뿐더러, 나가기 전에 안리체가 대충 치우기도 했었다.
애초에 매그는 타운하우스를 총괄하는 하녀장이자, 엘리엇의 유모이기도 했다.
그런 매그가 주방 청소를 담당할 리 없었다.
무엇보다도 릴리아나가 들어오기 전, 엘리엇과 안리체의 관계는 최악이었다.
오히려 릴리아나가 들어옴으로써, 엘리엇이 이전보다 조금 더 어머니에게 다가가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릴리아나는 아직 어렸고, 이성적인 판단을 할 정도로 머리가 여물지도 않았다.
또한, 발루아 공작가의 사람들에게 미움 받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고 있기도 했다.
‘결국…… 내가 문제구나.’
릴리아나는 입술을 꽉 깨물며, 온몸을 조그맣게 옹송그렸다.
모두가 그녀를 따뜻하게 대해 주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 주고, 상냥하게 웃어 주었다.
그래서 잊고 있었다.
‘나 때문에, 발루아 공작가에 분란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한편, 릴리아나의 시무룩한 모습을 지켜보는 시선이 하나 있었다.
안리체였다.
‘와, 저것들이 진짜.’
그녀가 주먹을 콱 말아 쥐었다.
‘애를 구박하지 말라고 경고를 해 뒀더니, 돌려 까기를 하고 있네?’
무슨 애를 괴롭히는 데 저렇게까지 머리를 쓰냐고!
우리 릴리아나가 도대체 어디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들어서, 저렇게 눈엣가시처럼 미워하는 거야!
‘……그건 그렇고, 뭔가 좀 이상한데.’
안리체는 두 눈을 가늘게 떴다.
릴리아나가 공작가에 들어온 첫날, 안리체는 아이의 뒷담을 하던 하녀들에게 직접 경고했었다.
릴리아나를 함부로 대하지 말라고 말이다.
그 이후, 하녀들은 적어도 겉으로는 릴리아나에게 공손하게 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릴리아나에게 저렇게 무례하게 군다고?’
안리체는 의심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바로 그때.
“……그만 하세요, 릴리아나 아가씨께서 들으시겠어요.”
조그마한 체구의 하녀 한 명이, 마른침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오호라?
순간, 안리체는 의외라는 눈빛이 되었다.
‘이것 보게, 릴리아나의 편을 들어 주는 하녀도 있잖아?’
릴리아나도 깜짝 놀랐는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쪽을 돌아보고 있었다.
‘아, 저 하녀는…….’
동시에, 연둣빛 눈동자에 이채가 서렸다.
그 하녀는 바로, 일전에 릴리아나가 매그에게서 감싸 줬었던 그 신입 하녀였으므로.
험담을 주도하던 하녀가 두 눈을 부라렸다.
“너 지금 뭐라고 했어?”
“방금 그 말씀은 조금 심하잖아요? 그,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
하지만 릴리아나를 옹호하려던 하녀는, 끝까지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몇몇 하녀들이 그녀를 살벌하게 노려보았기 때문이었다.
“설마 지금 너, 내게 대드는 거니?”
양 허리에 손을 얹은 하녀가, 하, 하고 기가 막힌 웃음을 터뜨리며 질문을 던졌다.
그 뒤를 따라, 다른 하녀들이 하나둘씩 말을 얹었다.
“쟤, 고작해야 타운하우스에 들어온 지 한 달밖에 안 된 신입 아냐?”
“그러니까 말이야, 신입이 간도 크지.”
“어딜 주제도 모르고 선배들이 말하는 데 끼어들어?”
그 시선들이 어찌나 사나운지, 하녀는 입술조차 벙긋하지 못하고 있었다.
흐음.
안리체는 그런 하녀들을 관찰하듯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모든 하녀들이 릴리아나에 대해 적대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소수지만 릴리아나에게 호감을 품은 하녀들도 있었다.
다만…….
‘호감을 품은 쪽은 신입이고, 텃세를 부리려는 쪽이 타운하우스에서 오래 일한 하녀들이라는 게 문제지.’
안리체는 한숨을 삼켰다.
한쪽은 길어 봐야 한 달, 다른 쪽은 최소 5년 이상 일한 하녀들이라…….
애초부터 호감을 가진 쪽이 짓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한편, 상황은 더더욱 격화되고 있었다.
“너, 무척 한가한가 보구나? 선배님들 말에 딴지나 걸고 말이야.”
“그, 그게 아니라!”
“그렇게 입을 놀리고 있느니, 가서 창고 청소나 하고 있는 게 어때?”
“네에? 하지만 창고를 어떻게 저 혼자서……!”
명령을 받은 하녀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그도 그럴 것이, 공작가의 창고는 그 규모가 어마어마했으니까.
일 년에 한 번 하녀와 하인들이 달라붙어 대청소를 하는 장소를, 혼자 청소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게다가 창고에 들어 있는 물건도 문제였다.
창고에는 발루아 기준에서는 귀중품이 아닐지라도, 하녀들 선에서 관리하기에는 지나치게 값비싼 물건들이 많았다.
그런 물건들을 잘못 건드리기라도 한다면…….
“맞아, 그 정도는 되어야 저 맹랑한 것이 정신을 차리지 않겠어?”
“신입이면 신입답게 얌전히 있을 것이지!”
하녀들이 날카롭게 말을 쏘아붙이던 바로 그때.
“그, 그러지 마세요!”
앳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릴리아나였다.
이쪽으로 쪼르르 달려온 릴리아나가, 제 편을 들던 하녀를 감싸 준 것이다.
“저, 저 때문에 이 분에게 화를 내시는 거잖아요. 그러지 마세요.”
릴리아나는 잔뜩 긴장한 채로도 또박또박 말을 이었다.
하녀들의 눈매가 일그러졌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그래 봤자 몰락 귀족 출신인 주제에?’라고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하지만, 마님께서 저 꼬마를 아끼시잖아.’
아무래도 릴리아나의 뒤에 있는 안리체가 무서웠던 것이다.
“다들, 그렇게 불만스러운 표정 지을 필요 없어.”
동시에 차분한 목소리가 들렸다.
‘헉!’
‘서, 설마?!’
하녀들은 사색이 되어 뒤를 돌아보았다.
안리체가 비딱한 시선으로 하녀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희는 애초부터 릴리아나의 명령을 따라야 할 입장이니까.”
“마, 마님……!”
“듣자 하니 참 우습구나. 아무리 맞는 말이라 해도, ‘신입이기에’ 입술 하나 벙긋하지 말아야 한다니.”
그렇게 말하며, 안리체가 한 걸음을 내디뎠다.
그저 주인마님이 가까이 다가왔을 뿐인데, 하녀들은 어느새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안리체는 턱짓으로, 릴리아나 뒤에서 어깨를 움츠리고 있는 하녀를 가리켰다.
“또한 저 하녀에게 ‘창고 청소’를 시킨 그 행동, 엄연한 월권 아닌가?”
“그, 그게. 그러니까…….”
“이 타운하우스에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은, 가주님과 나, 엘리엇.”
다정한 보랏빛 눈동자가 릴리아나를 응시했다.
“그리고 릴리아나뿐이야.”
그 담담한 목소리에, 릴리아나의 연둣빛 눈동자에 잔뜩 눈물이 고였다.
안리체는 지금, ‘릴리아나는 발루아의 일원’이라고 명확하게 선언하고 있었으니까.
“너희에게 무척 실망스럽구나.”
실망.
그 단어에 하녀들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왜냐하면 지금껏 안리체는, 단 한 번도 하녀들을 대하며 ‘실망’이라는 단어를 쓴 적 없었으므로.
물론 이전의 안리체는, 사용인들을 ‘발끝으로 부릴 수 있는 사물’ 이상으로 바라보지 않았기에 그랬던 거지만…….
‘……마님께서 정말로 화가 많이 나셨나 봐.’
‘어떻게 하면 좋지?’
안리체의 단어 선정은, 하녀들의 눈앞을 깜깜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담담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일전에는 대놓고 뒷담을 했었지. 그를 지적했으면, 마땅히 고칠 생각을 해야 할 텐데…….”
“…….”
“…….”
“오히려 그에 더하여, 하소연을 하는 척 릴리아나에게 눈치를 주다니 말이야.”
안리체가 싸늘한 눈동자로, 제 앞에 고개 숙인 하녀들을 둘러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