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Quit Being A Wicked Mother-in-law, Everyone Became Obsessed With Me RAW novel - Chapter (24)
악녀 시어머니를 그만뒀더니, 다들 내게 집착한다 (24)화(24/180)
<24화>
그 와중, 작센 후작가의 계집애가 갑자기 튀어나왔다.
그리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발루아 공작 부인의 자리를 거머쥐었다.
매그가 그토록 갖고 싶어 했던 자리였다.
‘그래도 거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어, 고위 귀족끼리 정략혼을 진행하는 건 흔한 일이니까.’
하지만 막상 공작 부인이 된 그 계집애가 한 일이라곤, 온갖 사치를 부리는 것뿐이었다.
안주인의 의무 따위, 헌신짝처럼 내동댕이쳐 버렸다.
그 이후, 그 계집이 공작가의 후계자를 낳았던 때는 어떠했던가.
오만방자함이 절정에 달하여, ‘나는 소공작의 어미’라며 유세를 부리지 않았나.
아이에게 관심이라고는 한 톨도 없었던 주제에!
그럼에도 가주님께서는 그 계집에게 충실했고, 공작 부인의 지위를 박탈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번에도…….
‘가주님께서는 그 계집을 감싸 주셨잖아!’
도대체 그 계집이 뭐라고!
내가 그 계집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는데!
매그는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마구 소리를 지르고 싶은 기분에 사로잡혔다.
‘가장 큰 문제는, 내 힘으로는 그 계집애를 내쫓을 수 없다는 거야.’
상대는 발루아 공작 부인이었다.
일개 하녀장이 대적하기에는 너무나도 버거운 상대.
하지만…….
‘아직 피어나지 못한 싹 정도는 미리 밟아 둘 수 있지.’
매그는 서늘하게 눈동자를 빛냈다.
릴리아나.
엘리엇 도련님의 마음을 차근차근 빼앗아 가고 있는, 그 밉살맞은 꼬마 말이다.
큰 것을 이루려면,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니, 일단은 그 꼬마부터 정리할 생각이었다.
* * *
그날, 늦은 저녁.
하녀들의 휴게실에서는, 분통에 가득 찬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떻게 마님께서 이러실 수가 있어?”
“맞아, 우리가 이 타운하우스에서 일한 시간이 몇 년인데!”
하녀들은 제각기 불만을 터뜨렸다.
“지금껏 마님의 그 까다로운 성격을 다 감수하고 일해 왔잖아! 그런데 이런 대접이라니!”
“아니, 이전에는 별다르게 예민하게 구시지는 않았잖아? 갑자기 왜 이러시는데!”
이전의 안리체는 그 누구와도 감정적인 교류를 한 적이 없이, 모두에게 무관심했다.
그 말은 즉, 사용인들이 자신의 시중을 잘 들어 주기만 하면 됐다는 뜻이다.
타운하우스 관리를 소홀히 하든지, 사용인들이 제멋대로 굴든지, 어쨌든 자신의 몸만 편하면 아무런 질책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안리체가 이제 제대로 사리 분별을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솔직히 우리는 하소연만 한 거잖아?”
“그러니까! 아까 마님께서 우리를 대하시는 거 봤어? 어쩜 그렇게 매몰차실 수 있는지!”
안리체는 릴리아나를 가족으로서 아꼈고, 릴리아나를 함부로 대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았다.
그랬기에, 하녀들의 적의는 모조리 릴리아나에게로 향했다.
발루아의 안주인인 안리체보다는, 어리고 순한 릴리아나가 만만했기 때문이었다.
“이건 모두, 릴리아나 그 계집애 때문이야!”
“그 계집애가 마님의 눈을 가린 거라고!”
“이게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내는 거지 뭐야?”
자신들의 행실은 전혀 되돌아보지 않고, 하녀들은 와글와글 언성을 높였다.
그때, 여유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너희들 말이 맞아.”
매그였다.
그녀가 부드럽게 입술 끝을 밀어 올렸다.
“솔직히 이미 애버릿 백작 가문은 이미 몰락했잖아?”
“그, 그렇죠?”
“하녀장님께서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당연하지. 그런 집안의 여자아이를 차기 안주인이랍시고 모셔야 한다니…….”
매그는 기나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보란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 보인다.
“발루아의 자존심이 있지, 안 그래?”
매그의 충동질은 마치 도화선에 불을 붙인 것과 같았다.
폭약에 불길이 붙듯이, 하녀들은 하나둘씩 동요하기 시작했다.
“하녀장님의 말씀이 옳아요.”
“도대체 왜 우리가, 몰락한 가문의 아가씨를 윗사람으로 모셔야 하는 거예요?”
하녀들은 내밀한 본심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매그는 하녀들의 불평불만을 귀 기울여 들었다.
이윽고, 매그의 눈동자 위로 만족스러운 기색이 서렸다.
자고로 불만이 많은 사람들만큼, 충동질하기 쉬운 사람들도 없었으니까.
“그런 가문의 여자아이를 데려다가, 도련님의 약혼녀랍시고 세워 놓다니…….”
매그는 부러 구슬픈 목소리를 내어 말을 이었다.
“마님께서는 엘리엇 도련님의 미래를 전혀 생각하지 않으시는 거야.”
짐짓 상체를 숙여 보인 매그가, 우중우중 모인 하녀들을 커다랗게 둘러보았다.
“난 우리 도련님이 좀 더 좋은 가문의 레이디와 맺어지는 게 옳다고 생각해.”
은밀한 목소리가 하녀들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무엇보다도 이건 우리 엘리엇 도련님을 위한 일이기도 해.”
“그, 그런가요?”
“당연하지. 지금은 도련님 나이가 어리셔서, 세상 물정을 잘 모르시니까 그러는 거야.”
매그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도련님께서, 릴리아나 그 계집애와 언제까지 친밀하게 지내실 것 같아?”
“어, 그건…….”
“다들 잘 생각해 봐. 도련님께서 조금 더 성장하시고, 사리 판단을 명확하게 하시게 되면.”
매그는 확고하게 말을 이었다.
“분명 우리에게 감사하실 거야.”
“도련님께서…… 저희에게 감사하신다고요?”
“그럼. 몰락한 가문의 레이디와 괜히 얽히지 않을 수 있도록, 미리 도움을 드린 거잖아?”
꿀처럼 달짝지근한 말이 하녀들의 귓속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하나둘씩, 하녀들은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내 생각에도 하녀장님의 말씀이 맞는 것 같아.”
“하녀장님은 엘리엇 도련님의 유모이시니, 우리보다 훨씬 더 도련님의 마음을 잘 아시겠지.”
“당연하지, 도련님께서 하녀장님을 따라다니시는 모습 못 봤어?”
하녀들은 그렇게, 자신들이 ‘옳은 일을 한다’는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매그는 다시 한번 하녀들을 들쑤셔 놓았다.
“그러려면…… 그 여자애를 원래 있던 자리로 되돌려 보내야겠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하녀장님?”
“뭔가 좋은 생각이라도 있으세요?”
하녀들의 시선이 일제히 매그에게로 쏠렸다.
매그는 깊게 고민하는 척,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좋은 생각이라.”
잠시 후, 매그의 입술 위로 매끄러운 미소가 서렸다.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
* * *
똑똑똑.
조심스러운 노크 소리에, 안리체가 살짝 고개를 들어 올렸다.
‘누구지? 이 늦은 시간에…….’
힐끔 시계를 살펴보니, 벌써 저녁 8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보통은 몸을 씻고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시간.
그 말은 즉, 가족 외의 사람이 지금 시간에 찾아오는 건 다소 무례한 짓이라는 뜻이다.
안리체는 미간을 좁히면서 입을 열었다.
“들어오렴.”
달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식은땀이 배어나는 손을 꼭 맞잡은 채, 조그맣게 어깨를 움츠리고 있는 하녀는…….
“아까 정원에서 봤었던…… 아, 이름이 제인이라고 했었나?”
안리체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녀는 아까, 릴리아나를 유일하게 편들어 주었던 하녀였다.
하녀가 떨리는 눈동자로 안리체를 올려다보았다.
“네, 네. 맞습니다, 마님. 늦은 시간에 찾아와서 정말 죄송합니다.”
“아니다, 그만큼 급한 일일 테지. 무슨 일이니?”
안리체가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하녀는 한참을 입술을 달싹이다 말고, 결연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 이런 말 이상하게 들리시겠지만…….”
“신경 쓰지 말고 말해 보렴.”
그 말에, 하녀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하, 하녀장님께서 무언가 일을 꾸미고 계세요.”
“뭐라고?”
안리체는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녀는 잔뜩 어깨를 움츠리며 안리체의 눈치를 살폈다.
잠시 후.
긴 한숨을 내뱉은 안리체가, 허리를 곧게 폈다.
하녀와 똑바로 시선을 맞추며, 또박또박 말을 잇는다.
“이 방에서 네가 어떤 이야기를 하든지, 그 이야기는 절대로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을 거란다.”
“마, 마님.”
“또한 너에게 불이익이 가는 일도 없을 거야.”
그 확고한 목소리에, 하녀의 눈동자에 가득 차 있던 두려움이 조금 가셨다.
“그러니 네가 알고 있는 것을 모조리 이야기해 주렴.”
안리체는 차게 웃었다.
“단 하나도 남김없이 말이야.”
* * *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발루아 공작가의 집사, 레이몬드는 아침부터 반갑지 않은 손님을 맞이했다.
그 손님은 바로, 발루아의 안주인인 안리체였다.
“이른 시간부터 이렇게 찾아오게 되어 미안하네.”
안리체는 사과의 말부터 건넸다.
뜻밖의 모습에, 집사는 저도 모르게 두 눈을 휘둥그렇게 치뜨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안리체는 평소 아랫사람에게 절대로 ‘미안하다’는 사과를 하지 않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녀에게 있어 아랫사람이란, 그녀의 시중을 들어 주는 사물 이상이 되지 않았다.
솔직히 이번에 매그가 수상하게 행동하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마님도 영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사실이었다.
도대체 무슨 변덕으로, 학대당하던 릴리아나 아가씨를 데리고 왔는지 모르겠지만…….
‘어차피 잠깐의 흥미일 테지.’
찰나의 흥미가 식으면, 안리체는 가차 없이 릴리아나를 내팽개칠 것이다.
또한 그 뒷감당은 자신이 해야 할 테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