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Quit Being A Wicked Mother-in-law, Everyone Became Obsessed With Me RAW novel - Chapter (27)
악녀 시어머니를 그만뒀더니, 다들 내게 집착한다 (27)화(27/180)
<27화>
당황한 엘리엇이 얼른 매그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알았어, 알았어!”
“도, 도련님.”
“비밀로 해 줄 테니까, 그렇게 울지 마.”
엘리엇은 안쓰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러자 매그는 엘리엇의 고사리 같은 손을 와락 붙들었다.
감격에 찬 목소리로 외친다.
“가, 감사합니다!”
“아니야, 매그는 내게 있어 이모 같은 사람인걸.”
그렇게 말하는 엘리엇의 목소리에는, 매그를 향한 호의가 가득 서려 있었다.
아, 순진한 우리 도련님.
지금까지 당신을 구워삶은 보람이 있네요.
이래서 제가 당신을 아낀다니까요.
매그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억눌러 참았다.
* * *
그렇게 엘리엇과 헤어진 후.
매그는 앞치마 자락을 들어, 눈에 고인 눈물을 슥슥 닦아 냈다.
바짝 날이 선 눈동자에는 어느새, 습기라고는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도련님께서…… 내가 브로치를 챙기는 모습을 보셨을까?’
매그는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엘리엇이 떠나간 복도는, 인적 하나 없이 고요하기만 했다.
‘뭐, 못 보셨을 거야. 게다가…….’
매그의 입술 끝이 비틀려 올라갔다.
선명한 비웃음이었다.
‘무엇보다도 도련님께서는 날 아주 잘 따르시잖아?’
어린아이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매그가, 지금껏 짜증스러움을 감수하면서까지 엘리엇을 돌보았던 이유.
그건 바로 엘리엇의 맹목적인 믿음을 얻기 위해서였다.
발루아 소공작이 가장 잘 따르는 유모.
그 위치를 이용하여, 발루아에서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그러니, 내게 불리한 말씀은 하지 않으실 게 분명해.’
그리고 그 믿음은 지금, 아주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다.
눈물 몇 방울을 떨어뜨리는 것만으로도, 엘리엇이 입을 다물지 않았나.
명백히 의심할 만한 상황이었는데도 말이다.
‘하긴,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데. 당연히 날 믿으셔야지.’
매그는 나지막이 콧노래를 부르며, 가벼운 걸음걸이로 복도를 가로질렀다.
그녀의 발걸음 끝은, 릴리아나의 방을 향하고 있었다.
* * *
안리체는 햇볕이 환하게 내리쬐는 창문에 기대선 채, 봄이 무르익은 정원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만면에는 흐뭇한 미소가 가득 차 있었다.
‘아이고, 우리 두 꼬맹이들! 귀여워 죽겠어!’
제비꽃빛 눈동자는, 정원에서 뛰어노는 엘리엇과 릴리아나에게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봄의 요정이 인간으로 현신한다면 저 아이들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을까?
안리체가 그렇게 속으로 온갖 주접을 다 떨고 있던 바로 그때.
“저, 마님.”
딱딱한 목소리가 들렸다.
응?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안리체는 뒤를 돌아보았다.
집사가 굳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내게?”
“예. 일전에 제게 부탁하셨던 그 일에 관련한 겁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안리체의 입술에 걸려 있던 흐뭇한 미소가 씻은 듯이 사라졌다.
그녀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말해 보게.”
집사는 마른침을 삼켰다.
안리체는 어느새, 발루아의 위엄 있는 안주인이 되어 있었으므로.
집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사실, 아까 매그가…….”
* * *
마침내 집사와의 대화가 끝났다.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집사가 먼저 거실을 빠져나갔다.
안리체는 집사를 따라 바로 나가는 대신, 조금 시간을 두고 기다렸다.
‘일단, 매그가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을 줘야겠지.’
도둑질에 성공한 매그는 분명, 하녀들을 움직일 것이다.
릴리아나에게 불리한 여론을 만들려면, 여러 사람의 증언이 필수적이었으니까.
매그는 현재 하녀들에게 맹목적인 충성과 받고 있으니, 어떻게든 하녀들을 이용하여 여론을 만들려 할 터.
‘……부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안리체는 미간을 좁혔다.
엘리엇이 매그에게 가지고 있는 신뢰를 생각해서라도, 매그가 부디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를 바랐다.
‘매그가 정말로 잘못을 저지른다면, 엘리엇이 상처를 받을 테니까.’
매그는 평소 엘리엇이 가장 잘 따르던 사용인이었다.
친애하는 유모가 도둑질을 하고, 그 죄를 릴리아나에게 덮어씌우려고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분명 엘리엇의 마음이 다치고 말 테지.
그렇게, 충분한 시간이 흐른 후.
‘이 정도면 충분하게 시간을 줬겠지.’
안리체도 거실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
복도를 가로지르고 있자니, 몇몇 하녀들의 시선이 자신을 따라붙는 게 느껴졌다.
마치 그녀의 행동을 관찰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이럴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제 예상과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매그와 하녀들의 행동에, 안리체는 착잡한 기분을 느꼈다.
“거기, 너.”
안리체는 태연한 목소리를 가장하여, 하녀 한 명을 불러냈다.
“옷매무새를 다시 정돈할 생각인데, 좀 도와주겠니?”
“그, 그럼요!”
하녀가 쪼르르 안리체 곁으로 향했다.
제 방으로 돌아간 안리체는, 곧장 화장대 앞에 앉았다.
그녀의 머리를 빗질해 주던 하녀가,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저, 머리 장식은 어떻게 할까요?”
마치 안리체가 보석함을 열어 보기를 바라기라도 하는 것처럼.
안리체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기분전환 삼아 장식을 바꿔 보는 것도 좋겠지.”
그 명령을 듣는 순간, 하녀의 얼굴 위로 화색이 돌았다.
안리체는 서랍을 열어 보석함을 꺼냈다.
하녀는 꼴깍 마른침을 삼켰다.
‘좋아, 마님께서 브로치가 없어지는 것을 발견하기만 하면…….’
매그 하녀장님께서 말씀하셨다.
잔뜩 호들갑을 떨어서 일을 키워야 한다고.
‘그렇게 집안을 뒤집어엎기만 하면, 애버릿가의 계집애를 도둑으로 모는 건 일도 아니야.’
그 자신만만한 목소리가 귀에 선했다.
‘마님의 브로치 말이지, 그 계집애의 소지품 사이에 잘 숨겨 뒀거든.’
달칵.
보석함이 열렸다.
안리체는 속을 알 수 없는 시선으로 보석함 안을 내려다보았다.
‘……정말이네.’
입 안에 씁쓸한 맛이 가득 괴었다.
집사의 말대로, 호박 브로치가 사라져 있었다.
‘일부러, 평소 내가 자주 사용하던 브로치를 가져간 거겠지.’
그래야 물건이 사라졌음을 빨리 알아챌 수 있을 테니까.
그 세심한 악의가 혐오스럽다.
안리체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마님, 왜 그러세요?”
그때 하녀가 질문을 던졌다.
하녀의 목소리에는 미세한 기대감이 서려 있었다.
그런 하녀를 향해, 안리체가 싱긋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 머리핀을 무엇으로 할지 잠시 고민하고 있었단다.”
그리고는 손톱만 한 루비들이 종종 박힌 머리핀을 집어 들었다.
“이걸로 하자꾸나.”
“……네?”
“왜 그러니? 이걸로 하자고.”
안리체의 두 눈이 가느스름해졌다.
어, 어라?
하녀가 두 눈을 휘둥그렇게 치켜떴다.
브로치가 놓였던 빈자리가 저렇게 눈에 띄는데도, 안리체의 표정은 그저 평온하기만 하다.
‘부, 분명히 평소의 마님이었더라면…… 지금쯤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도 남으셨을 텐데?’
하지만 안리체는 태연한 손길로 보석함을 닫았다.
서랍 안에 보석함을 넣어 둔 그녀가, 의아한 눈동자로 하녀를 올려다본다.
“뭐 하니? 거기에 멍하니 서서.”
“아, 네, 네!”
파드득 정신을 차린 하녀가, 당황한 얼굴로 바쁘게 손을 놀리기 시작했다.
안리체는 거울 너머로, 그런 하녀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제비꽃빛 눈동자는 어느새 싸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 * *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정원에서 실컷 놀고 들어온 두 꼬마가, 안리체를 향해 쪼르르 달려왔다.
“어머님! 이것 보세요!”
릴리아나는 조막만 한 손안에, 갖가지 꽃들을 꺾어 쥐고 있었다.
“어머님 꽃병에 꽂아 두면 예쁠 것 같아서요!”
“어머나, 고맙구나.”
“그, 제가 함부로 꺾은 건 아니고요! 정원사 아저씨께 허락을 받고 꺾은 거예요!”
저렇게 성실하게 설명을 덧붙이는 것까지 너무 사랑스러웠다.
안리체는 생긋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꽃다발을 받아 들고, 꽃송이 속에 코를 묻는다.
“예쁘기도 예쁜데, 향기도 정말 좋구나.”
그러자 릴리아나는 양 뺨을 붉히며 배시시 눈웃음을 지었다.
한편, 엘리엇은 무언가 골똘히 고민에 빠진 얼굴이었다.
안리체는 은근슬쩍 엘리엇에게 말을 붙였다.
“엘리엇, 무슨 일이야?”
“네?”
“표정이 심각해 보여서 말이야.”
“아…… 그게.”
잠시 미간을 찌푸리던 엘리엇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어머니.”
“응?”
엘리엇은 한참을 입술을 달싹였으나, 결국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까 전 봤던 매그는, 솔직히 정말 수상해 보였다.
하지만…… 말하지 않기로 약속했으니까.
내가 매그를 믿지 않으면 누구를 믿을 수 있겠어?
매그는 내게 있어 가족과도 같은 사람인걸.
“…….”
그러니까 괜찮을 거야.
엘리엇은 그렇게, 고개를 가로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