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Quit Being A Wicked Mother-in-law, Everyone Became Obsessed With Me RAW novel - Chapter (50)
악녀 시어머니를 그만뒀더니, 다들 내게 집착한다 (50)화(50/180)
<50화>
저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하는 게 효율적인지, 다 파악하고 있다는 거야?
안리체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릴리아나는 검술의 ‘ㄱ’자도 배우지 않은 아이인데?
“저라면 그럴 것 같아요. 일단 체력을 보존해 두고, 차후에 기회를 노리는 편이 훨씬 더…….”
조곤조곤 설명을 늘어놓던 릴리아나가, 아차 하며 황급히 안리체를 돌아보았다.
“제, 제가 너무 아는 척을 했나요?”
“아니, 그게 아니라.”
안리체는 황급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 지적한 것들 말이야, 그것들은 어떻게 눈치챈 거니?”
“네? 그냥 보여서 말씀드린 건데요…….”
릴리아나는 여전히 얼떨떨한 얼굴이었다.
안리체는 묘한 얼굴이 되었다.
혹시…….
‘릴리아나가 검술에 재능이 있는 건 아닐까?’
텅!!
때마침 엘리엇이 목검을 놓치면서, 대련은 끝이 났다.
기사에게 꾸벅 인사를 건넨 엘리엇이 이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아이의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이 맺혀 있었다.
“엄마, 릴리아나!”
“수고했어, 엘리엇.”
릴리아나가 생글생글 웃었다.
안리체는 수건을 건넸다.
“자, 수건. 땀부터 닦으렴.”
“아, 고맙습니다.”
수건으로 대충 땀을 닦아내며, 엘리엇은 릴리아나가 그리고 있는 그림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릴리아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릴리아나, 혹시 호박꽃을 그린 거야?”
“아니야! 백합이란 말이야!”
릴리아나는 그만 발끈하고 말았다.
엘리엇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호박꽃 같은데…….”
“그, 그렇게 말할 거라면, 네가 한 번 그려 보던가!”
“그래, 그러지 뭐.”
엘리엇은 선선히 대답했다.
뜻밖의 반응에, 릴리아나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하지만 엘리엇은 진심이었는지, 릴리아나에게 스케치북을 받아 들고는 자리에 앉았다.
슥슥 연필을 놀리기 시작한다.
“어, 뭐, 뭐야……?”
처음에는 뾰로통했던 릴리아나는, 어느새 엘리엇이 그린 그림을 홀린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엄청 잘 그리잖아?”
안리체도 어느새,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뜬 채였다.
아닌 게 아니라, 엘리엇은 정말로 그림을 잘 그렸다.
활짝 피어난 백합이 어찌나 생생한지, 손으로 어루만지면 보드라운 꽃잎의 감촉이 느껴질 것 같다.
엘리엇은 부러 콧대를 세웠다.
“이 정도야 기본이죠.”
“아니야! 어떻게 저런 그림이 기본인데?”
릴리아나는 그만 억울한 얼굴이 되어 버렸다.
안리체도 그 말에 동감이었다.
그러던 중, 릴리아나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엘리엇에게 말을 붙였다.
“있잖아, 엘리엇. 나 부탁이 있는데…….”
“뭔데?”
“그, 음…….”
한참을 머뭇거리던 릴리아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 목검 한 번만 만져 봐도 돼?”
안리체는 조금 착잡해졌다.
릴리아나가 왜 저렇게 조심스러워하는지 이해가 갔기 때문이었다.
제국법상으로는 여성이든 남성이든 직업을 자유롭게 가질 수 있다고 되어 있었으나, 현실은 달랐다.
‘예전에는 여성이 기사 작위를 땄다는 이유만으로도, 신문에 실릴 정도였으니까.’
그 여성 기사를 두고, 귀부인들은 ‘여자가 기사 작위를 받다니 별스럽다’라며 별종 취급을 했었다.
그러니까, 엘리엇이 저를 이상하게 볼까 봐 걱정스러워한 거겠지.
“좋아, 그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다행스럽게도, 엘리엇은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를 끄덕일 따름이었다.
두 아이는 총총걸음으로 훈련장으로 내려갔다.
릴리아나는 엘리엇이 쥐여 주는 대로, 두 손으로 목검을 붙들었다.
‘오…… 릴리아나, 꽤 그럴듯한데?’
릴리아나는 양다리에 힘을 주어 땅을 디딘 후, 목검을 정면으로 곧게 겨누었다.
그 자세에는 흔들림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와, 릴리아나. 너 혹시 검술 배운 적 있어?”
깜짝 놀란 엘리엇이 그렇게 질문을 던질 정도였다.
안리체는 릴리아나에게 은근슬쩍 질문을 던졌다.
“혹시, 릴리아나도 검술을 배우고 싶은 거니?”
그 질문에, 파드득 놀란 릴리아나가 냉큼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에요, 전 여자인걸요. 제가 어떻게 검술을 배울 수 있겠어요?”
“응? 여자가 검술을 배우는 게 뭐 어때서?”
“……네?”
뜻밖의 반응에, 릴리아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배우고 싶으면 배워도 돼.”
“그, 하지만…….”
“원한다면, 내가 공작님께 직접 말씀드려 볼 테니까.”
그 말에, 릴리아나의 연둣빛 눈동자가 기대감으로 반짝였다.
“정말요?”
“그럼, 정말이고말고.”
안리체는 선선히 대답했다.
릴리아나는 양 뺨을 발그레하게 물들이며 커다랗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좋아.”
안리체는 이채 서린 시선으로 릴리아나를 내려다보았다.
저 수줍음을 많이 타는 아이가 ‘부탁드린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검술을 무척 배우고 싶은가 보다.
한편, 엘리엇은 질색하는 얼굴이 되어 양어깨를 움츠려 보였다.
“아니, 이 힘들고 땀나는 걸 왜 배우려는 거야?”
* * *
그날 저녁.
안리체는 알렉세이를 찾아갔다.
“저, 공작님?”
“무슨 일이십니까, 부인?”
그녀를 돌아보는 알렉세이의 눈동자는 그저 온화하기만 하다.
이제 알렉세이는 자신을 경계하지 않는다.
그 사실에, 안리체는 어쩐지 조금은 가슴이 뭉클해졌다.
“릴리아나의 교육 문제로, 공작님과 상의를 하고 싶은 게 있어서요.”
“제게 말입니까?”
알렉세이는 조금 놀란 표정이 되었다.
아무래도 엘리엇은 남자아이니까, 알렉세이가 직접 교육에 참여할 여지가 많았다.
특히 검술 수업 같은 경우는, 알렉세이가 손수 엘리엇을 가르치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릴리아나는 여자아이 아닌가.
여자아이의 경우에는 보통, 안주인이 아이를 가르치는 편이었다.
‘무엇보다도…… 굳이 내게 상의하지 않으셔도 알아서 잘하시는 것 같던데?’
어리둥절해하는 알렉세이를 향해, 안리체는 조심스럽게 말을 덧붙였다.
“그게, 릴리아나가 검술을 배우고 싶어 하거든요.”
“……검술이요?”
알렉세이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혹여나 유난을 떤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안리체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알렉세이를 바라보았다.
보통 제국에서는, 여자아이에게 검술을 가르치는 분위기는 아니었으니까.
“네. 솔직히 여자아이가 검술을 배우지 말라는 법은 없잖아요? 그러니까…….”
“릴리아나가 관심을 보인다면, 좋습니다.”
“그, 너무 편견에 갇혀 있는 것보다는…… 네?”
알렉세이를 설득하기 위해 온갖 말을 늘어놓던 안리체는, 문득 두 눈을 깜빡였다.
방금 알렉세이가, ‘좋다’고 한 것 같은데?
알렉세이는 여상한 표정으로 안리체를 마주 보고 있었다.
“릴리아나가 검술에 관심을 보인다면, 마땅히 배우게 해 줘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저, 정말로 괜찮으신 거예요?”
“물론입니다. 여자아이라고 해서 검술을 배우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알렉세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발루아에도 예전에, 여성 기사가 한 명 임관하지 않았습니까?”
“아, 그, 그랬었죠!”
안리체는 놀란 표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만 했다.
‘원작의 안리체’는, 발루아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없었던 거야?
사교계에서 ‘별스럽다’라는 소리를 들었던 그 여성 기사가, 실은 발루아의 기사였었다니!
“사실 제가 그 기사를 뽑을 때, 주변에서는 상당히 반대했었습니다.”
“이런, 정말요?”
“예. 하지만 지금 그녀는, 발루아에서도 손꼽히는 실력을 가진 기사가 되었죠.”
오, 그런 비화가?
안리체가 호기심으로 눈동자를 빛냈다.
“그럼 지금 그녀는 어디에 있나요?”
“발루아 공작령에 내려가 있습니다. 부기사단장 직위를 맡고 있지요.”
알렉세이가 싱긋 눈웃음을 지었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녀를 잘라냈더라면, 전 아마 두고두고 후회했을 겁니다.”
“아하, 그랬었군요…….”
“릴리아나도 그 기사와 비슷할 수도 있죠.”
그렇게 말을 맺은 알렉세이가, 탁상달력을 집어 들었다.
빼곡하게 적힌 일정을 확인하는가 싶더니, 안리체에게 질문을 던진다.
“혹시, 모레 오후는 릴리아나의 시간이 어떻습니까?”
“별다른 일정은 없을 거예요.”
“그럼 그날, 릴리아나를 한번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알렉세이가 가볍게 한마디를 덧붙였다.
“아이의 기본적인 역량은 파악해 봐야 하니까요.”
몇 날 며칠을 설득할 각오도 했었는데, 이렇게 쉽게 허락해 줄 줄이야.
안리체는 얼떨떨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 * *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알렉세이가 릴리아나를 만나보기로 한 날이 다가왔다.
릴리아나는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훈련장으로 내려갔다.
먼저 내려와 있던 알렉세이가,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좋은 아침이구나.”
“안녕하세요, 공작님! 좋은 아침이에요!”
릴리아나는 바짝 긴장한 얼굴로 꾸벅 허리를 숙여 보였다.
안리체 곁에 서 있던 엘리엇이 어머니에게 소곤소곤 질문을 던졌다.
“엄마, 진짜로 릴리아나가 검술을 배우게 되는 거예요?”
“음, 아마도?”
안리체가 가볍게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있잖니, 엘리엇.”
“네?”
“릴리아나 말이야, 오늘 너무 귀엽지 않니?”
안리체는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결 고운 금발을 높게 묶어 올리고, 아이용 훈련복을 차려입고 있는 릴리아나라니!
너무너무 사랑스럽잖아?!
“우리 릴리아나는 뭘 입어도 귀여운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