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Quit Being A Wicked Mother-in-law, Everyone Became Obsessed With Me RAW novel - Chapter (51)
악녀 시어머니를 그만뒀더니, 다들 내게 집착한다 (51)화(51/180)
<51화>
“아, 네, 뭐…….”
엘리엇은 짜게 식은 표정이 된 채,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있는 제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물론, 릴리아나가 예쁘지 않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다만…….
‘……릴리아나만 어머니 바라기인 줄 알았는데.’
가만히 보고 있자면, 어머니께서도 주접이 만만치 않으신 것 같다.
어른을 두고 이런 생각을 해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자, 일단 목검을 좀 쥐어 보겠니?”
알렉세이가 목검을 내밀었다.
꼴깍 마른침을 삼킨 릴리아나가, 목검을 받아들고 자세를 잡았다.
순간, 알렉세이의 눈동자에 이채가 서렸다.
‘검술은 지금까지 접해 본 적도 없다고, 분명 그렇게 들었었는데…….’
릴리아나의 자세는 무척 곧았다.
무엇보다도 온몸의 균형이 잘 잡혀 있었다.
마치, 본능적으로 팔다리에 힘을 어떻게 분배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것처럼.
“……이, 이렇게 하면 되나요?”
“좋아. 그럼 목검을 한 번 휘둘러보겠니?”
알렉세이는 본격적으로 릴리아나의 기초 체력과 순발력, 유연성 등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안리체는 조마조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저, 저건 너무…… 힘들지 않으려나?’
지금껏 운동이라고는 거의 해 본 적 없는 아이가, 저렇게 격하게 움직여도 되는 걸까?
하지만 알렉세이의 생각은 조금 다른 듯했다.
물끄러미 릴리아나를 눈에 담던 그가, 씩 입술 끝을 밀어 올리며 말한 것이다.
“이런, 이것밖에 안 되나?”
그저 작은 도발이었다.
하지만 릴리아나에게 호승심을 끌어내기에는 충분했다.
연둣빛 눈동자에 바짝 날이 섰다.
“핫!”
날카로운 기합과 함께 릴리아나가 발을 굴렀다.
그리고는 날쌔게 알렉세이에게로 달려든다.
카가각!
목검과 목검이 부딪쳐 미끄러지며, 나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캉, 캉, 카각!
양손으로 목검을 움켜쥔 릴리아나가 목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알렉세이는 아주 가볍게 그 검들을 막아냈다.
‘어쩐지, 알렉세이…… 조금 만족스러워 보이는 것 같은데?’
안리체는 고개를 갸웃했다.
실제로 알렉세이의 얼굴에는 시종일관 미소가 떠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그 미소를, 릴리아나는 다소 다르게 받아들인 듯했다.
“칫!”
릴리아나는 이를 악물었다.
다리에 힘을 주며 다시 땅을 박찬다.
목검을 찌르고, 베어내며, 휘두르는 그 기세가 아이답지 않게 상당히 강맹했다.
‘……하지만.’
릴리아나는 지금, 어마어마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눈앞에 서 있는 알렉세이는 마치, 까마득히 높아서 절대로 손이 닿을 수 없는 절벽 같았으니까.
‘내 모든 공격들이 차단되고 있어.’
릴리아나도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자신은 고작해야 오늘 처음 검을 잡은 사람이고, 알렉세이는 제국 제일검이라 불리는 최고의 기사라는 것쯤은.
그래도 자꾸 투쟁심이 생겼다.
어떻게든 알렉세이가 있는 곳에 다다르고 싶었다.
‘안 돼. 이래서는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절대로 공작님을 이길 수 없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자, 저절로 온몸에 바짝 힘이 들어갔다.
하다못해 옷깃이라도 스칠 수 있다면……!
“하앗!”
릴리아나가 기합과 함께 알렉세이의 품 안으로 달려들었다.
알렉세이가 두 눈을 살짝 치켜떴다.
‘본능적으로 자신의 조그만 체구를 이용하려 하는 건가.’
순식간에 저런 판단을 내리고, 두려움 없이 적 안으로 깊숙이 치고 들어오는 저 모습이라니.
확실히 대단한 재능이었다.
그러나…….
쯧, 혀를 찬 알렉세이가 살짝 목검을 들어 올렸다.
릴리아나의 움직임이 틀어 막힘과 동시에, 그녀의 손에서 목검이 튕겨 나갔다.
텅!
목검이 바닥을 구르는 소리가 요란했다.
릴리아나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알렉세이를 올려다보았다.
“하아, 하아, 하아…….”
거의 압도적으로 눌린 것이나 다름없음에도, 릴리아나는 전혀 기세가 죽지 않았다.
오히려 더 대련하고 싶다는 것처럼 두 눈을 치뜬다.
알렉세이가 달래듯 입을 열었다.
“여기까지 하지.”
“아닙니다, 하아, 더, 더 할 수 있습니다!”
“아니, 너무 무리하는 건 오히려 독이 될 뿐이야.”
고개를 가로저은 알렉세이가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릴리아나를 불렀다.
“그보다, 릴리아나.”
“예, 공작님.”
“벌써부터 날 이길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
웃음기 섞인 목소리에, 릴리아나가 흠칫 어깨를 굳혔다.
그리고는 머쓱한 얼굴로 꾸벅 고개를 숙여 보인다.
“버릇없는 태도였더라면 죄송합니다.”
“아니다. 오히려 아주 마음에 들었어.”
“…….”
“의욕이 넘치는 건 좋은 일이지. 검을 다루는 자에게 있어서 꼭 필요한 재능이야.”
알렉세이가 가볍게 말을 덧붙였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도 훌륭했다.”
“고, 공작님.”
“테스트는 이쯤에서 끝내도록 하지. 수고했다.”
“……감사합니다.”
뜻밖의 칭찬에, 릴리아나의 양 뺨이 발그레하게 물들었다.
“……대단하네요, 릴리아나.”
엘리엇이 얼떨떨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안리체 또한 동감했다.
한편, 그렇게 테스트가 모두 끝난 후.
릴리아나는 초조한 얼굴로 안리체를 붙들었다.
“어머님, 공작님께서 제게 검술을 배울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실까요?”
어느새 릴리아나는 목검을 쥘 때의 패기는 모조리 사라지고, 평소의 소심한 얼굴로 되돌아와 있었다.
안리체는 킥킥 웃으며 릴리아나를 다독였다.
“애초에 검술을 가르쳐 주실 의향이 없었더라면, 테스트 자체를 안 하지 않았을까?”
“……아무래도 그렇겠죠?”
그제야 릴리아나는 활짝 미소 지었다.
워낙 피곤했는지, 릴리아나는 땀만 간신히 씻어낸 후 기절하듯이 잠들어 버렸다.
아이의 새근거리는 숨소리를 듣고 있던 안리체는, 짧은 노크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아, 공작님.”
알렉세이였다.
발소리가 나지 않도록 주의하며, 알렉세이는 방 안으로 발을 들였다.
“릴리아나는 잠들었습니까?”
“네, 좀 피곤했나 봐요.”
“아무래도 제가 오늘 좀 한계까지 몰아붙이기는 했으니까요.”
릴리아나를 바라보는 알렉세이의 표정은, 어쩐지 조금 들뜬 것처럼 보였다.
알렉세이가 살짝 손짓으로 그녀를 불렀다.
“잠깐 시간 좀 내주시겠습니까?”
“그럼요.”
안리체는 알렉세이를 따라 밖으로 빠져나왔다.
소리 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문을 닫자마자, 알렉세이는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릴리아나는 확실히 검술에 재능이 있습니다.”
“음, 공작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실 정도면…… 재능이 꽤 뛰어난가 봐요?”
“물론입니다. 세간에서는 저런 아이를 ‘천재’라고 부르지요.”
아니, 그 정도라고?
안리체는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제국 최고의 기사라고 일컬어지는 알렉세이 아닌가.
그런 그가 저렇게 확언까지 할 줄이야!
알렉세이는 차근차근 설명을 이었다.
“여자아이라서 근력 자체는 모자라지만, 몸이 유연하고 움직이는 속도도 빠릅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희미한 열기가 서려 있었다.
“무엇보다도, 선천적으로 전투에 대한 감각이 있어요.”
“그 말씀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굉장히 잘 파악하고, 그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어갈 재능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 말을 들은 안리체는, 문득 엘리엇의 검술 훈련을 지켜보던 릴리아나를 떠올렸다.
엘리엇이 스승과 대련하는 모습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그 시선.
‘무작정 검을 막아내기보다는, 일단 체력을 보존해 뒀다가 차후에 기회를 노리는 편이 훨씬 더…….’
‘지금 지적한 것들 말이야, 그것들은 어떻게 눈치챈 거니?’
‘네? 그냥 보여서 말씀드린 건데요…….’
……그러고 보면, 릴리아나는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대처 방법을 떠올렸었지.
안리체는 조금 얼떨떨해졌다.
그때, 알렉세이의 목소리가 안리체의 상념을 깨뜨렸다.
“사실 제 눈에는, 엘리엇보다도 릴리아나가 나은 것 같습니다.”
“네? 하지만…….”
“재능의 문제를 이야기하려는 게 아닙니다.”
살짝 고개를 가로저은 알렉세이가, 말을 이었다.
“애초에, 두 아이가 가진 재능 자체는 엇비슷하니까요.”
“그런데 왜 릴리아나가 더 낫다고 하시는 건가요?”
“그건…… 호승심 때문입니다.”
호승심?
안리체가 두 눈을 깜빡였다.
“사실, 엘리엇도 상당히 뛰어난 실력을 가졌습니다. 그 애가 마음만 먹으면, 웬만한 아이들은 가뿐히 이길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말하는 알렉세이의 표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 대련에 들어가면, 엘리엇의 승률은 그리 높지 않을 겁니다.”
“어째서인가요?”
“왜냐하면 엘리엇은, 승리하겠다는 욕망 자체가 그리 강하지 않은 아이니까요.”
……그런 거였구나.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관점에, 안리체는 말을 잃었다.
하긴, 기사들은 언제나 목숨을 거는 경쟁의 최전선에 서 있으니까…….
“지면 지는 대로, 이기면 이기는 대로 무덤덤하죠.”
잠시 말을 고르던 알렉세이가, 짧은 한숨을 섞어 말을 맺었다.
“그런 성격이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기사에게 있어서는 그리 유리한 성향은 아니지요.”
안리체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소리인지 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