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Quit Being A Wicked Mother-in-law, Everyone Became Obsessed With Me RAW novel - Chapter (56)
악녀 시어머니를 그만뒀더니, 다들 내게 집착한다 (56)화(56/180)
<56화>
혀끝으로 사탕을 굴리자, 달콤한 맛이 입안에 퍼지며 전신에 활력이 돌았다.
릴리아나가 다정하게 인사했다.
“신경 써 줘서 고마워, 엘리엇.”
“벼, 별것도 아닌데 뭐.”
엘리엇은 새침한 척 고개를 돌려 버렸으나, 귀 뒤가 새빨갛게 달아오르는 것까지 막지는 못했다.
“어머님도 감사해요.”
“응? 나?”
“네. 엘리엇에게 조언을 해 주셨잖아요?”
미소가 가득 담긴 연둣빛 눈동자가 그녀를 빤히 올려다보았다.
그런 릴리아나가 너무나도 사랑스러워서, 안리체는 하마터면 양손으로 와락 입을 틀어막을 뻔했다.
으으, 귀여운 것!
안 돼, 아이들 앞에서는 체통을 지켜야지.
간신히 아이들 앞에서 주접을 떠는 것을 자제한 그녀가, 제인을 손짓으로 불렀다.
“제인.”
“네, 마님.”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가렴. 릴리아나가 씻는 걸 도와주고 간식도 좀 챙겨 줘.”
“그러겠습니다.”
제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함께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는지, 릴리아나가 두 눈이 동그래져서는 안리체를 돌아보았다.
“네? 어머님은요?”
“음, 난 기사분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눌 게 있어서. 먼저 들어가 있을래?”
“네에…….”
안리체가 함께 가지 않는다는 말을 듣자마자, 릴리아나는 조금 시무룩해지고 말았다.
“가자, 릴리아나.”
“그래도, 어머님은…….”
머뭇거리는 릴리아나를 향해, 안리체가 짧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금방 쫓아갈 테니까 먼저 가 있으렴.”
“우리 엄마 어디 안 가니까, 빨리 와.”
보다 못한 엘리엇이 두 눈을 가늘게 뜨며 릴리아나의 손을 잡아끌었다.
“으, 응.”
아쉬움을 이기지 못한 릴리아나는, 몇 번이나 뒤를 흘긋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그런 두 아이에게 시선을 주던 안리체가 기사들에게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마, 마님?”
“저희는 어쩐 일로 찾으십니까?”
자리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기사들이, 제각기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 보면 원작의 안리체는 기사들과 교류했던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은데…….’
안리체는 겉으로는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척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 속으로는 식은땀을 흘렸다.
발루아는 제국 최고의 기사 가문인데도, 그 가문의 안주인이 기사들과 제대로 대화 한번 해 본 적 없다니.
원작의 안리체는 도대체 얼마나 집안일에 무심했던 거야?
“저, 하나 여쭙고 싶은 것이 있어서요.”
그 조심스러운 목소리에, 기사들은 서로를 힐끗 곁눈질로 마주 보았다.
최근 안주인 마님이 바뀌었다는 소문이 짜하게 돌기는 했지만, 그건 기사들에게는 별세계 이야기에 가까웠다.
그도 그럴 것이, 기사들에게 있어 ‘안주인 마님’이라는 사람은…….
‘집사가 있는데, 내가 왜 당신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야 하지?’
3년 전, 발루아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용인들이 모두 참석하는 만찬이 열렸던 때.
기사들이 자신들의 불편함을 호소하고자 안주인 마님을 찾았을 때, 안리체는 미간을 찌푸리며 매몰차게 대답했었다.
‘난 험악하고 땀내 나는 기사들은 딱 질색이라네.’
안리체는 무례하게 선을 그었다.
그날 이후, 기사들과 안리체 사이에서 대화가 이루어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 말은 즉, 기사들에게 있어 안리체의 이미지는 3년 전 그날에 고정되어 있다는 소리다.
그런데 그 오만한 안주인 마님이 먼저 기사들을 찾아와 말을 붙이다니?
“예, 편히 물어보시지요.”
“그게, 릴리아나가 최근 훈련을 열심히 하는 것 같아서요.”
그렇게 운을 뗀 안리체가, 두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기사들을 응시했다.
“그래서 말인데, 기사님들께서 보시기에는 우리 릴리아나의 실력이 어때 보이세요?”
예상치 못한 질문에, 기사들의 눈동자가 휘둥그레 하게 커졌다.
‘뭐지, 이거?’
‘마님이 릴리아나 아가씨에 관해 직접 우리에게 물으신다고?’
‘이렇게 세심한 분이셨나?’
그도 그럴 것이, 눈앞의 안리체는 정말로 아이를 염려하는 부모 같은 모습이었으므로.
예전에 엘리엇을 대할 때와는 완전히 딴판이지 않은가.
마님께서 많이 달라지셨다고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정말로 저런 모습을 보일 줄이야…….
“저, 기사님들?”
안리체는 어리둥절한 얼굴이 되어 침묵하는 기사들을 마주 보았다.
‘아차.’
그제야 기사들은 정신을 차렸다.
크흠, 헛기침을 한 기사 한 명이 입을 열었다.
“그, 릴리아나 아가씨께서는 정말로 재능 있으신 분입니다.”
아까 릴리아나에게 인사를 건넸던 기사였다.
“아마 황립 아카데미 검술부에서도 아가씨만큼 재능 넘치는 분은 없을 겁니다.”
“세상에, 황립 아카데미 검술부에서도요?”
안리체는 입을 가리며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우리 릴리아나가 잘난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잘난 줄은 몰랐네!
황립 아카데미.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재능 있는 학생들 중, 가장 뛰어난 인재만을 골라 입학시키는 학원이었다.
특히 아카데미의 검술부에서 황실 기사들 중 반수 이상을 충원하기에, 황실 기사를 지망하는 학생들에게는 꿈의 학원이기도 했다.
안리체는 잔뜩 의욕에 차서 재차 질문을 던졌다.
“혹시 릴리아나의 교육을 위해, 제가 좀 더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을까요?”
“글쎄요…… 아!”
무언가 생각나기라도 한 것처럼 기사가 작은 탄성을 올렸다.
안리체가 두 눈을 반짝였다.
“뭐든 괜찮으니 기탄없이 말씀해 주세요!”
“아가씨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자원은, 또래의 다른 경쟁자입니다.”
“또래의 경쟁자요?”
“예, 아무래도 경쟁자가 있는 편이 향상심을 가지는 데에 큰 도움이 되니까요.”
일리 있는 말이었다.
릴리아나 같은 성품을 가진 아이에게는, 또래의 엇비슷한 경쟁자만큼 의욕을 자극하게 하는 존재도 없었다.
릴리아나는 보기보다 상당히 승부욕이 강한 아이였으니까.
기사가 말끝을 흐렸다.
“일주일에 한두 번이라도 좋으니, 또래의 검술을 견식하면 좋을 텐데…….”
“그렇다면 황립 아카데미 검술부에 견학을 보내면 어떨까요?”
뜻밖의 제안에, 기사가 두 눈을 크게 뜨며 안리체를 바라보았다.
“검술부 견학을요?”
“네.”
안리체는 환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교장 선생님의 허락을 받는다면, 아카데미 외부 학생들도 수업을 견식 하는 것 정도는 가능하잖아요?”
하지만 기사는 난처한 표정이 되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 그건 조금 어려울 겁니다.”
“어렵다니, 그건 어째서죠?”
“아무래도 검술부는 남자아이들이 주로 다니는 곳이니까요.”
“그게 왜요?”
안리체는 의아한 낯을 감추지 못했다.
남자아이들이 주로 다니는 것과, 릴리아나가 견식을 하는 것이 도대체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인가?
기사는 조심스럽게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아무래도 검술부는 아카데미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곳이라서…….”
“아.”
안리체는 그제야 기사가 하려는 말을 이해했다.
“릴리아나는 여자아이니까 견식을 하기 어렵다, 이 소리인가요?”
“예, 굳이 따지자면 그렇습니다.”
“…….”
안리체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와락 구겼다.
합당한 이유도 아니고, 단순히 릴리아나가 여자아이라는 이유만으로 견식이 안 된다고?
잠시 후.
그녀가 입술 끝을 비틀어 올렸다.
“뭐, 안 되면 되게 해야죠.”
안 된다고 하니까 더 해 주고 싶잖아?
안리체의 사나운 미소에, 기사들이 얼떨떨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마님?”
“물론 릴리아나의 의견을 가장 먼저 물어봐야 하겠지만요.”
그렇게 말을 맺은 안리체는, 상냥한 목소리로 기사들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소중한 의견을 나누어 준 것, 정말 고마워요.”
세상에, 마님께서 감사하다고 직접 말씀하시다니……?
눈앞의 안주인 마님이 마치, 풀리지 않는 세기의 미스테리처럼 느껴졌다.
기사들은 황급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마님.”
“아참, 그리고.”
그대로 몸을 물리려던 안리체는, 다소 멋쩍은 얼굴로 기사들에게 말을 붙였다.
“일전에는 제가 죄송했어요.”
“……예?”
“그…… 3년 전에, 제가 기사님들께 무례하게 군 적이 있잖아요?”
정확히는 그녀가 아니라 원작의 안리체가 한 짓이었지만…….
‘그래도 이왕 이 몸에 빙의했으니, 지금 제대로 감정을 정리해 둬야 앞일이 편할 테지.’
게다가 이대로 입을 싹 씻고 모른 척하기에는, 그녀의 양심이 지나치게 따끔거렸다.
한 걸음 앞으로 나선 안리체가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저는 발루아의 안주인이니, 마땅히 기사님들과 사용인들의 어려움을 귀담아듣고 해결해 줘야 하는 사람인데.”
“…….”
“…….”
“지금까지 책임을 태만하게 했던 점, 사과드리겠습니다.”
감사 인사로도 모자라서, 지금 마님께서 우리에게 직접 사과하시는 거야?
기사들은 제 귀를 의심했다.
그리고 안리체는 정중하게 허리를 굽혀 보임으로써, 기사들의 청력이 정상임을 증명했다.
“다시는 그럴 일 없을 거예요.”
“마, 마님!”
“어찌 저희에게 허리를 숙이십니까!”
“그러지 마십시오!”
지금까지의 악독한 마님과 눈앞의 마님은 괴리가 너무나도 컸기에, 기사들은 저도 모르게 우왕좌왕했다.
한편, 안리체는 내심 다행이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