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Quit Being A Wicked Mother-in-law, Everyone Became Obsessed With Me RAW novel - Chapter (66)
악녀 시어머니를 그만뒀더니, 다들 내게 집착한다 (66)화(66/180)
<66화>
“어떻게 그깟 계집애가 제 오빠를 이길 수가 있어요?!”
“이런, 정말 속상했겠네요.”
아이반 자작 부인은 인자한 척 아니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니타가 분한 얼굴로 고개를 번쩍 치켜들었다.
“그러니까요! 앞으로 저 어떻게 고개를 들고 다녀요?!”
릴리아나 계집애 때문에, 내가 이대로 밀려나야 한다고?
아니타는 억울함에 눈물이 다 날 지경이었다.
그때 아이반 자작 부인이 아니타를 꼭 끌어안았다.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말아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어요? 저는……!”
“그렇게 분하다면, 토르니안 양이 앙갚음을 해 주면 되잖아요?”
그 은밀한 속삭임에, 아니타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제, 제가요?”
“그럼요. 아카데미에서는 가끔, 친분 있는 학생들끼리 모임을 만들어 친목을 다지기도 하잖아요?”
“그, 그렇기는 하죠.”
“그리고 토르니안 양은 다도 모임의 부회장이라고 들었는데…… 아닌가요?”
“맞아요.”
아니타가 코를 훌쩍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반 자작 부인이 아니타의 귀에 대고 속살거렸다.
“이왕 지위를 가지고 있다면, 그 지위를 이용해야지요.”
“서, 선생님.”
“애버릿 백작 영애는 제가 가르쳐 봐서 아는데, 아이가 참 기가 약하고 기품이 없어요.”
보란 듯이 한숨을 푹 내쉰 아이반 자작 부인은, 비스듬히 입술 끝을 밀어 올렸다.
“그러니까 토르니안 양이 조금만 콧대를 눌러 준다면, 애버릿 백작 영애도 스스로의 주제를 더 잘 알게 될 거예요.”
“좋은 생각이에요! ……그런데, 어떻게 알려 주죠?”
“아까 말씀드렸지요? 지위가 있으면 그 지위를 이용하라고요.”
아이반 자작 부인은 나긋하게 말을 이었다.
“전혀 어려울 것 없답니다, 다도 모임에 참석해서 교분을 나누자는 핑계도 있으니까요.”
그 대답에, 아니타의 얼굴이 대번 환해졌다.
“와, 선생님밖에 없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하지만 아니타의 밝은 표정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그런데…… 선생님.”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그게, 발루아 공작 부인은 악녀라고 사교계에 소문이 자자하잖아요.”
아니타가 걱정스럽게 되물었다.
“제가 릴리아나 그 계집애를 건드렸다고, 공작 부인께서 제게 앙갚음을 하시기라도 하면 어쩌지요?”
“아, 이런. 토르니안 양.”
“아이반 선생님께서도, 공작 부인께 부당한 대우를 받으셨다고…….”
아니타가 말끝을 흐렸다.
아이반 자작 부인은 한껏 안쓰러운 표정을 꾸며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문제까지 굳이 걱정할 필요 없어요.”
“그, 그래도. 워낙에 공작 부인께서 소문이 좋지 못하시니까.”
“글쎄요, 어른들이 아이들 싸움에 끼는 건 그리 품위 있는 행동이 아닌걸요.”
그렇게 아이반 자작 부인은 아니타를 살살 달래기 시작했다.
“물론 공작 부인께서 다소…… 막 나가는 경향은 있지만, 그래도 그러시지는 않을 거예요.”
“……정말요?”
“그럼요. 최소한의 품위라는 게 있잖아요?”
그 말을 듣고서야 아니타는 조금 안도한 표정이 되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아이반 자작 부인은 음흉하게 두 눈을 빛냈다.
‘이렇게 앙갚음할 기회가 생길 줄이야.’
그녀는 자신이 당했던 수모를 떠올렸다.
수업을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는 아이들은, 따끔하게 혼내서 정신을 차리도록 하는 게 당연했다.
체벌도 그 일환이었다.
선생으로서 그 정도는 당연히 할 수 있지 않은가?
하지만 안리체는 별것도 아닌 일을 예민하게 받아들였다.
그 결과, 아이반 자작 부인에게 씻을 수 없는 모욕까지 주지 않았나.
‘그래봤자 몰락한 백작가의 계집애인데, 그 애의 앞에 무릎까지 꿇리다니!’
게다가, 아이반 자작가에 투자한 투자금까지 회수하는 저 치졸함을 보라!
그 때문에 가문이 파산 직전까지 가고,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진 것만 생각하면……!
‘지금만 해도 그래.’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토르니안 가의 계집아이를 가르치며, 아이의 비위를 맞추느라 절절매고 있는 꼴이라고는!
아이반 자작 부인은 빠드득 이를 갈아붙였다.
‘내가 당한 일들을 생각하면 앙갚음을 하는 건 당연해. 아니, 오히려 너무 약하지!’
사실, 아이반 자작 부인이 이성적인 상태였더라면 이런 선택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신이 굉장히 위험한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을 터.
하지만 타오르는 분노가 그녀의 두 눈을 가렸다.
마비된 이성은, 현 상황을 제 좋을 대로만 해석했다.
‘괜찮아, 아이들 간의 문제니 공작 부인이 끼어들 여지도 적어.’
자칫 잘못하다가는 어른들, 즉 가문들 간의 분쟁이 될 소지가 있으니까.
‘물론 그 공작 부인이니, 품위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끼어들 수도 있기는 하지만…….’
그거야 자신이 알 바인가?
어차피 사고를 치는 건 토르니안 영애니까, 그 책임도 토르니안 가문이 질 텐데 말이다.
‘좋아, 다 잘 될 거야.’
자작 부인의 미소가 조금 더 짙어졌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이 돌이킬 수 없는 걸음을 내디뎠다는 사실도 모르고.
* * *
그렇게 아이반 자작 부인과의 대화가 끝난 후.
아니타는 피터의 방으로 향했다.
쿵쿵쿵!
주먹으로 문을 두드렸지만, 방 안에 틀어박힌 피터는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아니타가 얼굴을 구기며 언성을 높였다.
“오라버니, 나 들어간다.”
“…….”
벌컥 문을 연 아니타가 방 안으로 성큼성큼 발을 들였다.
그리고는 양 허리에 손을 얹으며 피터에게 쏘아붙였다.
“언제까지 이렇게 땅만 파고 있을 거야?”
“젠장, 넌 내 심정 몰라!”
피터가 머리를 싸쥐며 앓는 소리를 냈다.
“나보다 여덟 살이나 어린 계집애한테 지다니, 이래서야 다른 애들 얼굴을 어떻게 봐?!”
“너무 그러지 마. 내가 복수해 줄 테니까.”
“……복수?”
“그래, 오라버니는 이대로 지켜보고나 있으라고!”
아니타가 자신만만하게 선언했다.
피터가 미심쩍은 목소리로 동생에게 되물었다.
“뭔가 계획이라도 있는 거야?”
“그게 말이지…….”
아니타는 아까 전 아이반 자작 부인이 말해 주었던 방법을 설명해 주었다.
잠시 후.
피터의 얼굴에 사악한 미소가 서렸다.
“생각보다 괜찮은데?”
“그렇지?”
아니타가 어깨를 우쭐거렸다.
잠시 골똘히 고민에 잠겼던 피터가, 두 눈을 빛내며 아니타에게 질문을 던졌다.
“흠, 그렇다면 제니트도 초대하면 어때?”
“오라버니의 약혼녀 말이야?”
“응.”
고개를 끄덕인 피터가 음험하게 웃어 보였다.
“릴리아나 걔 말이야, 내 약혼녀 앞에서는 엄청나게 빌빌거리잖아?”
“아, 맞아. 그렇지.”
“이왕 할 거면 확실하게 하는 편이 좋지 않겠어?”
“와, 오빠가 웬일로 괜찮은 생각을 다 해내네?”
두 남매는 서로를 마주 보며 씩 웃어 보였다.
* * *
그리고 며칠 후.
릴리아나는 다도 모임의 초대장을 받았다.
아카데미 내에서 다도에 관심이 있는 여학생들 몇 명이 모여 진행하는 모임이라고.
그 이야기를 들은 안리체가 두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세상에, 우리 릴리아나가 차 모임에 초대받았다고? 누군데?”
“그게…….”
릴리아나는 다소 가라앉은 표정으로 안리체에게 초대장을 건넸다.
옅은 향수 냄새가 풍기는 초대장에는, ‘아니타 토르니안’이라는 이름이 흘림체로 쓰여 있었다.
어른스러워 보이려 한껏 노력한 것 같은 글씨체를 내려다보던 안리체가, 미묘한 표정으로 릴리아나에게 되물었다.
“그, 토르니안이라면…….”
론디니와 약혼 관계에 있다는 그 가문이지 않나.
게다가 최근 릴리아나가 토르니안 영식을 검술로 꺾어 버린 일도 있었다.
여러 정황을 살펴보면 볼수록, 릴리아나에게 호의를 갖고 초대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토르니안 영식의 여동생분이에요.”
“릴리아나, 그 다도 모임 말이야. 꼭 가야 해?”
때마침 엘리엇이 미간을 찌푸리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좀 수상하단 말이야.”
“수상하다니, 왜 그렇게 생각하니?”
“그렇잖아요? 릴리아나가 이겼을 때, 토르니안 영애가 지었던 표정을 엄마도 보셨어야 해요.”
그렇게 말하는 엘리엇은 마치, 허공에 주먹질이라도 할 것 같은 기세였다.
“어찌나 험악하던지, 당장이라도 릴리아나를 잡아먹을 것 같은 얼굴이었다니까요?”
“그으래?”
안리체는 두 눈을 가늘게 떴다.
사실 그녀도 엘리엇의 생각에 동감이었으니까.
물론 아이들 간의 일이니, 어른인 그녀가 직접 끼어드는 건 좀 아닌 것 같지만.
“그 초대, 거절하는 건 어떻겠니?”
굳이 릴리아나가 그런 불편한 자리에 참석할 필요는 없겠지.
하지만 의외로 릴리아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에요, 도망치고 싶지는 않아요. 그건 뭔가…….”
연녹색 눈동자가 결연하게 빛났다.
“지는 것 같잖아요.”
“꼭 그렇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 서로 맞지 않으면 피하는 것도 괜찮아.”
안리체는 릴리아나를 다독였다.
그러나 릴리아나는 이미 마음을 정한 것 같았다.
“어머님 말씀도 일리가 있지만, 언제까지나 불편한 상황을 피하기만 하면서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건.”
“앞으로 사교계에도 데뷔할 거고, 저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사람들을 계속 만나게 될 텐데.”
허리를 곧게 세운 릴리아나가 방긋 미소를 지었다.
“그때마다 일일이 발루아의 그늘로 도망칠 수는 없잖아요?”
……언제 우리 릴리아나가 이렇게 어른스러워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