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Quit Being A Wicked Mother-in-law, Everyone Became Obsessed With Me RAW novel - Chapter (73)
악녀 시어머니를 그만뒀더니, 다들 내게 집착한다 (73)화(73/180)
<73화>
“고, 공작 부인. 지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사실 그렇잖아요? 귀족들이 워낙에 제 잇속에 대해서는 똘똘 뭉치다 보니, 귀족에게 계속 특혜를 줘야만 했는데.”
안리체는 가볍게 어깨만 으쓱일 따름이었다.
“이번에는 발루아에서 직접 문제 제기를 해 줬으니, 정치적인 부담 없이도 만인에게 본보기를 보일 수 있게 되었잖아요?”
……지금, 뭐라고?
론디니 남작 부부는 모골이 송연해지는 것을 느꼈다.
“위대하신 황제 폐하께서는 발루아를 통해 지엄한 제국법을 바로 세우실 생각이랍니다.”
아, 안 된다.
이대로 어영부영 처벌을 받게 된다면, 정말로 가문이 몰락하게 될지도 몰라……!
“아, 아무리 발루아가 그 위세가 높다 한들, 지금 저희에게 저지르는 일은 너무 심하지 않습니까!”
“맞아요, 귀족원에 진정을 넣을……!”
“아하, 귀족원에게 진정을 넣는다고요?”
안리체는 비스듬히 고개를 기울였다.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하더니, 딱 그 짝이지 않은가.
“넣어 봐요.”
“……모, 못할 줄 알아요? 진짜로 할 거예요!”
“네, 하라니까요?”
하지만 두 부부가 한껏 핏대를 세우고 있음에도, 안리체의 얼굴은 그저 평온하기만 했다.
“다만 잘 생각하셔야 할 거예요.”
그러나 그 평온한 표정과는 달리, 그 말은 무척 살벌했다.
“귀족원이 론디니 남작가를 지지할지, 아니면 발루아 공작가를 지지할지에 대해서 말이에요.”
“…….”
“…….”
정곡을 찔린 론디니 남작과 남작 부인은, 은근슬쩍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나 안리체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보다, 지금 두 분께서는, 황제 폐하의 명령을 거부하고 귀족원을 방패로 쓰려 하고 계시는데…….”
“아, 아니!”
“저희는 그런 뜻이 아니라……!”
질겁한 론디니 남작 부부가 앞을 다투어 입을 열었다.
어느새 새하얗게 질린 두 사람의 낯빛을 감상하며, 안리체는 느긋하게 말을 맺었다.
“……황제 폐하의 눈에는 그런 두 분이 어떻게 보일지, 저는 참 궁금한 거 있죠?”
젠장!
론디니 남작은 어금니가 주저앉도록 거세게 이를 악물었다.
때마침 남작 부인이 두려움에 가득 찬 얼굴로 제 남편의 옷깃을 붙들었다.
“여, 여보. 우리 어떡해요……?”
“어떡하긴 뭘 어떡해?!”
남작은 억눌린 목소리로 거칠게 쏘아붙였다.
안리체의 말은 하등 틀린 부분이 없었기에, 더더욱 속이 탔다.
황실에서 세무조사를 진행했으니 증거와 증인 또한 황실이 가지고 있었다.
그 말은 즉, 황실이 발루아 공작가에게 협조하기로 결심했다면…….
‘……도망칠 구석이 아예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야.’
론디니 남작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지금은 공작 부인에게 맞서서는 안 돼. 일단은 상황을 모면하고 후일을 도모해야 해.’
표정을 싹 바꾼 론디니 남작이, 비굴하게 고개를 조아리며 입을 열었다.
“저, 공작 부인.”
“자아, 그럼 남은 이야기는 법정과 교도소에서 하도록 해요.”
허나 안리체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더 이상 들어 주려 하지 않았다.
기겁한 두 부부가 안리체를 붙들었다.
“제, 제발, 이러지 마십시오! 그래도 귀족의 체면이 있지 않겠습니까!”
“맞아요! 앞으로는 행동을 조심, 그래요, 릴리아나의 근처에도 가지 않을게요!”
동시에, 치안대장의 입에서 준엄한 명령이 떨어졌다.
“다들 무엇 하나, 저 두 죄인을 붙들지 않고!”
죄인.
그 단어에, 론디니 남작 부부가 두 눈을 부릅떴다.
“제국의 근간인 조세 문제를 어지럽힌 자들이다. 당장 끌고 가라!”
“발루아 공작 부인!”
“정말로 이러시기입니까!”
그런 두 사람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안리체가, 쌕 눈웃음을 지었다.
“두 분, 저라면 여기서 조용히 물러날 것 같아요.”
“……예?”
“발루아 공작가의 안주인을 겁박했다는 죄목까지 더하고 싶지 않으면 말이에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론디니 남작 부부는 무어라 고함이라도 내지를 것처럼 입을 벌렸으나, 그뿐이었다.
본능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더 반항해 봤자 더 불리해진다는 것을.
“이것 놔! 내 발로 갈 테니까!”
“범죄자가 말이 많군.”
론디니 남작이 성마르게 손을 뿌리쳤으나, 치안대의 반응은 그저 싸늘할 뿐이었다.
결국 두 부부는 그렇게 치안대에게 끌려가고 말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안리체가, 우아한 동작으로 토르니안 부인을 돌아보았다.
“이런, 거친 모습을 보여드리게 되어 정말 죄송해요. 많이 놀라셨나요?”
비단결처럼 매끄러운 목소리에, 토르니안 부인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 아닙니다. 거, 건물은…….”
“구매해야죠.”
안리체가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행정관이 다가왔다.
그리고는 정중한 동작으로 서류와 펜을 내민다.
안리체는 의외라는 눈빛으로 행정관을 마주 보았다.
“서류까지 미리 준비해 두었나요?”
“그게, 공작님께서 따로 명령을 내려 두셨습니다.”
“네? 공작님께서요?”
“예. 불편함 없이 일을 처리하실 수 있도록 신신당부를 하시더군요.”
행정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대답에, 안리체의 표정이 처음으로 부드러워졌다.
“……그랬군요.”
안리체는 서류를 받아 들었다.
서명 하나로 대금이 지불되고, 소유주가 바뀔 수 있도록 세심하게 처리된 서류였다.
그녀를 최대한 번거롭지 않게 하려는 노고가 돋보인다.
‘공작님, 날 배려해 주신 거구나.’
어쩐지 기분이 몽글몽글해져서, 안리체는 저도 모르게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5천 그로센, 맞나요?”
“예, 맞습니다.”
“좋아요. 그 금액은 일시불로 지불할게요.”
안리체는 무덤덤한 태도로 서류 끝에 서명을 남겼다.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던 토르니안 부인은, 놀란 표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 필사의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그 모든 노력이 허망하게도, 그녀의 동공은 이미 커다랗게 확장되어 있었다.
‘5, 5천 그로센이라고?’
제도에서도 노른자 땅에 위치한 3층 건물이니, 가격이 상당할 거라고는 생각했었다.
하지만 저렇게 어마어마한 금액일 줄이야.
‘제 입으로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가격이 꽤 나간답니다.’
새삼스럽게, 론디니 남작 부인이 양어깨에 힘을 주며 우쭐거렸던 모습이 떠올렸다.
‘그런데 그 금액을 일시불로 지불하다니…….’
등골에 바짝 소름이 돋았다.
무엇보다도 가장 놀라운 건, 안리체의 무덤덤한 태도였다.
저 모습만 보고 있자면, 그저 별 것 아닌 물건을 구매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나.
그 순간, 토르니안 부인은 깨달았다.
‘만약 발루아가 토르니안을 적대한다면…… 토르니안은 절대 살아남을 수 없어.’
압도적인 부유함, 그리고 황실까지 움직여 한 가문을 몰락시킬 수 있는 영향력.
둘 중 하나만 있어도 두려운데, 발루아는 저 두 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었다.
또한 이 모든 과정을 토르니안에게 보여 주는 것 자체가, 토르니안 가문을 향한 경고였다.
언제든 토르니안에게도 이만큼 대할 수 있다는 경고.
“…….”
토르니안 부인은 입 안이 바짝 마르는 것을 느꼈다.
동시에, 안리체는 생글생글 웃는 낯으로 그녀에게 말을 붙였다.
“그럼 볼일이 다 끝났으니, 우리는 어디 분위기 좋은 찻집에서 차라도 한잔할까요?”
자신이 지금 얼마나 무시무시한 일을 해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조차 없이, 그저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였다.
* * *
고급스러운 찻잔 위로 모락모락 김이 올라왔다.
향기로운 차향이 코끝을 맴돈다.
하지만 토르니안 부인은, 그 차향에 전혀 신경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사형장에 끌려온 죄수 같은 기분인데.’
입 안이 바짝바짝 마르는 기분에, 토르니안 부인은 미지근한 찻물을 냉수처럼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리고.
“차향이 좋네요.”
때마침 안리체가 붙임성 좋게 말을 거는 바람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콜록, 콜록콜록!”
거한 기침을 내뱉는 토르니안 부인에게, 안리체가 황급히 손수건을 건넸다.
“세상에, 괜찮으세요?”
“아, 네, 네…….”
토르니안 부인은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에야 기침을 멈출 수 있었다.
“그보다, 이렇게 토르니안 부인과 단둘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참 좋네요.”
안리체는 흠잡을 데 없이 우아한 동작으로, 차를 한 모금 머금었다.
그리고는 농담처럼 말을 덧붙였다.
“아무래도 사교계에 퍼진 소문이 있어서 그런가, 다들 저를 은근히 피해 다니더라고요.”
“아, 아하하…….”
그야 발루아 공작 부인은 사교계에서도 손꼽히는 ‘악녀’였으니까.
최근에는 예전과는 달리 상당히 온화해졌다는 소문이 간간이 흘러나왔지만, 사람들은 눈으로 보지 않는 이상 그 소문을 쉬이 믿지 않았다.
그리고 토르니안 부인의 입장에서는…….
‘온화해지기는 무슨!’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는 제비꽃빛 눈동자는 날이 바짝 선 칼날 같았으니까.
차라리 예전이 더 낫다고 느껴질 지경이었다.
그때는 대충 비위만 맞춰 주면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 알 수가 없잖아!’
그렇게, 토르니안 부인이 속으로 비명을 내지르고 있던 그때.
“이렇게 단둘이 이야기할 기회가 생겨서 정말 기뻐요.”
달칵.
찻잔을 내려놓는 소리가 유난히도 귀에 크게 들렸다.
동시에, 안리체는 보란 듯이 폭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은 말예요, 아이들 간의 싸움이니 크게 끼어들고 싶지는 않았어요.”
“……네?”
“그런데…… 제가 언제까지 참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서요.”
참는다니,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이야?
토르니안 부인은 어리벙벙한 얼굴로 안리체를 마주 보았다.
그런 그녀를 향해, 안리체는 폭탄을 떨어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