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Quit Being A Wicked Mother-in-law, Everyone Became Obsessed With Me RAW novel - Chapter (74)
악녀 시어머니를 그만뒀더니, 다들 내게 집착한다 (74)화(74/180)
<74화>
“물론, 토르니안 영애와 영식께서 우리 릴리아나를 좋아해야 할 이유는 없죠.”
“저, 지금 무슨 말씀을…….”
“그러나 자제분들께서 우리 릴리아나에게 어떤 감정을 갖고 있든, 릴리아나를 함부로 대할 권리가 생기는 건 아니지 않을까요?”
잠깐만.
우리 애들이 릴리아나를 함부로 대했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토르니안 부인이 입을 딱 벌렸다.
“토르니안과 론디니가 오랫동안 약혼 관계였고, 꾸준히 교류를 해 왔다는 것은 알고 있어요.”
일견 다정하게 들리는 목소리에는, 이제 온기라고는 단 한 조각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러니 두 분 자제께서는 아마도, 론디니 영애가 우리 릴리아나를 하녀처럼 부려먹는 모습을 몇 번이고 보았겠죠.”
“……고, 공작 부인.”
“하나, 이제 상황은 바뀌었어요. 우리 릴리아나는 엘리엇의 약혼녀이자, 차후 발루아의 공작 부인이 될 아이예요.”
안리체는 단호하게 못을 박았다.
“또한 저는, 제 아이들에 관한 문제에서는 절대 물러날 생각이 없답니다.”
토르니안 부인의 등 뒤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발루아 공작 부인은 조금 전, 론디니 남작가를 완전히 귀족 사회에서 배제해 버렸다.
가주와 그 부인이 교도소에 들어간 시점에서, 가문은 완전히 몰락했다고 봐도 무방했으니까.
그 상황에서, 공작 부인은 그녀에게 묻고 있는 것이었다.
이쯤에서 론디니와의 약혼을 파기하고, 그들과 맞잡았던 손을 뗄 것이냐.
아니면…….
함께 수렁 속으로 빠져들어 갈 셈이냐.
그 상황에서 토르니안 부인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단 하나뿐이었다.
“……죄송합니다, 발루아 공작 부인.”
토르니안 부인은 식은땀이 축축이 배어난 손을 꽉 마주 쥐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손등이 덜덜 떨리고 있음을 들킬 것 같아서였다.
“아무래도 저희 아이들이…… 철없는 짓을 저지른 것 같네요.”
호오.
순간, 제비꽃빛 눈동자에 이채가 서렸다.
‘적어도 눈치는 있는 사람이네.’
토르니안 부인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다음부터는 절대로 이런 일이 없을 겁니다. 약속드릴게요.”
“이야기가 빨라서 좋네요.”
안리체가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거짓말처럼 분위기가 가벼워졌다.
“그리고 하나 더 조언을 드리자면, 고용인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고, 고용인을요?”
“네. 특히 가정교사는 소중한 자제분을 맡기는 사람이잖아요?”
안리체는 보란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 보였다.
“저도 릴리아나의 선생님 문제로 많이 골치가 아팠었거든요.”
“아…….”
그 순간, 토르니안 부인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고 보면, 애버릿 영애를 가르쳤던 선생은 바로 아이반 자작 부인이었잖아?’
지금까지는 아이반 자작 부인의 말만을 철석같이 믿어 왔었다.
발루아 공작 부인에게 억울하게 내쫓겼다는 주장 말이다.
하지만…… 정말 그게 진짜일까?
‘그러고 보면, 아니타가 유난히 떼를 쓰게 된 때도…….’
아이반 자작 부인이 가정교사로 들어온 이후인 것 같다.
그 전에는 다소 고집이 세긴 했지만, 저렇게 오만방자하게 굴지는 않았었는데.
토르니안 부인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조언 감사합니다.”
처음으로, 아이반 자작 부인에 대해 제대로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 끝까지 치솟은 의심을 꾹꾹 안으로 눌러 두면서, 토르니안 부인은 슬쩍 고개를 숙여 보였다.
“아, 그리고.”
그러나 안리체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건 그저 제 생각이지만, 다른 가문의 아이들도 살펴봐야 한다고 봐요.”
“저, 다른 아이들이라면…….”
“아이반 자작 부인은 토르니안 뿐 아니라, 여러 가문의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으니 말이에요.”
안리체는 정말로 걱정스럽다는 것처럼 말을 이었다.
“검은 잉크를 곁에 두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새 손발이 더러워지는 경우가 허다하지요.”
“손발이 더러워진다 하시면…….”
“간단한 이야기죠. 토르니안 부인께서 아무리, 자제분들 곁에서 잉크병을 치워 버린다고 하신들.”
그녀의 목소리가 은밀하게 가라앉았다.
“자제분들과 어울리는 친구들이 잉크 범벅이라면, 어쩔 수 없이 자제분들에게도 잉크가 묻지 않겠어요?”
“예, 무슨 말씀이신지 잘 이해했습니다.”
토르니안 부인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안리체는 빙긋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런, 어쩐지 너무 무거운 이야기만 한 것 같네요.”
그리고는 살가운 목소리로 케이크를 권한다.
“이 가게의 레몬 케이크, 무척 맛있기로 유명하답니다. 한 번 드셔 보시겠어요?”
“감사합니다, 발루아 공작 부인.”
그 태도는 마치, 오랜 친구를 대하는 것처럼 친근했다.
토르니안 부인은 억지웃음을 지으며 케이크를 포크로 잘라 입에 넣었다.
슬프게도 입 안에서는 레몬 향이고 뭐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모래를 씹는 것처럼 케이크가 입 안에서 설겅거릴 뿐.
* * *
그날 저녁.
타운하우스로 귀가한 토르니안 부인은, 당장에 제 아이들을 불러들였다.
“피터와 아니타, 둘 다 이리 와 보렴.”
토르니안 부인은 평소와는 달리 무척 살벌한 분위기였다.
피터와 아니타는 바짝 긴장하여 서로 눈짓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어, 엄마, 왜 저렇게 화나신 거야?’
‘나도 몰라!’
“얼른 오지 않고 뭐 하는 거야!!”
서릿발 같은 고함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깜짝 놀란 토르니안 남매가 어머니에게로 주춤주춤 다가섰다.
토르니안 부인이 험악한 시선으로 제 아이들을 노려보았다.
“너희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니?”
당황한 아니타가 말까지 더듬으며 되물었다.
“무, 뭐가요?”
“내가 여태껏 귀에 딱지가 앉도록 말해 왔던 건 귓등으로 들었어?”
날카로운 고성이 타운하우스를 뒤흔들었다.
“발루아 공작가의 아이들과는 절대로 문제를 일으키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했었잖니!”
헉.
두 아이는 그만 그 자리에 뻣뻣하게 굳어지고 말았다.
“너희가 애버릿 백작 영애를 괴롭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게 사실이니?!”
“아, 그게…….”
어, 어쩌지?
피터는 제 여동생의 눈치를 살피며 우물쭈물 입을 열었다.
무거운 공기를 이기지 못한 아니타는 결국, 앙칼진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서, 선생님께서 괜찮다고 하셨단 말이에요!”
“……선생님? 설마, 아이반 자작 부인을 말하는 거니?”
순간, 토르니안 부인의 눈동자가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그리고 하나 더 조언을 드리자면, 고용인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고, 고용인을요?’
‘네. 저도 릴리아나의 선생님 문제로 많이 골치가 아팠었거든요.’
……어째서 지금, 아까 전 발루아 공작 부인과 나누었던 대화가 떠오르는 건지.
“그래서, 선생님이 아니타에게 무슨 말을 했는데?”
분기를 꾹꾹 억누르며 아니타에게 묻자, 아니타가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어, 그게…….”
그리하여 저간의 사정을 다 들은 토르니안 부인은 이마를 짚었다.
‘세상에, 그래도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아이가 철없는 생각을 하면 당장 말려도 모자랄 판국에, 오히려 충동질을 하다니!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던 그녀가, 엄격한 얼굴로 제 딸아이를 내려다보았다.
“일단 릴리아나에게 사과하렴.”
“어, 엄마!”
아니타는 무어라 항변하려는 것처럼 언성을 높였다.
물론, 어머니의 사나운 눈초리를 마주하며 금세 꼬리를 내렸지만 말이다.
“그래서, 네가 잘못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
“아니타.”
아니타는 한참을 고집스럽게 입술을 다물고 있던 끝에, 시무룩한 표정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네에, 잘못했어요.”
사실 아니타 자신도, 이번 티타임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생각이 많았으니까.
순순히 사과하는 아니타의 모습에, 토르니안 부인은 그저 한숨만 나왔다.
‘정말로 일이 꽤 크게 있긴 했었나 보구나.’
막내딸이라고 오냐오냐 키워서일까, 아니타는 무척 고집이 센 성정이었다.
웬만큼 잘못하지 않고서야, ‘잘못했다’고 말하지 않는 성격.
그런 아니타가 저렇게 순순히 사과하다니…….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하지?’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 와서, 토르니안 부인은 저도 모르게 두 눈을 질끈 감았다.
* * *
하루 뒤.
안리체는 토르니안 부인이 보낸 정성스러운 편지를 받았다.
편지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대략 이러했다.
「아무래도 가정교사가 아이들에게 부적절한 충동질을 한 것 같습니다.
귀중한 조언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가정교사는 당장 해고했습니다.
그리고 말씀해 주신 조언 또한 충실히 이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편지를 만지작거리던 안리체의 입술 위로, 사악한 미소가 서렸다.
그런데 그때.
똑똑.
짧은 노크 소리에, 안리체는 편지를 서랍에 집어넣으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들어오세요.”
방문이 열리고, 릴리아나와 엘리엇이 쪼르르 방 안에 달려 들어왔다.
“다녀왔어요, 어머님!”
“다녀왔습니다!”
그리고는 입을 모아 외친다.
그런 두 아이가 흡사 병아리 같아서, 안리체는 입술 끝이 절로 위로 밀려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잘 다녀왔니, 얘들아?”
“네!”
목이 떨어져라 고개를 끄덕인 릴리아나가, 초롱초롱한 눈동자로 입을 열었다.
“있잖아요, 어머님. 오늘 정말 신기한 일이 있었어요.”
“신기한 일?”
“네. 글쎄, 토르니안 영애와 영식께서 제게 사과했어요!”
“어머나, 진짜?”
안리체의 사악한 미소가 조금 더 짙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