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Quit Being A Wicked Mother-in-law, Everyone Became Obsessed With Me RAW novel - Chapter (86)
악녀 시어머니를 그만뒀더니, 다들 내게 집착한다 (86)화(86/180)
<86화>
문득, 그녀가 전생에 알고 있었던 속담이 떠오른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
눈치 없이 끼어드는 것부터 한 대 쥐어박고 싶은데, 할 말 못 할 말까지 가리지 못하는 성정이라니.
‘저러니까 집안을 말아먹지.’
안리체는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우리 아들, 네 말도 일리가 있구나.”
한편, 작센 후작 대부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 보였다.
“네 누이에게 그런 사려 깊은 행동을 바라는 것 자체가 잘못됐지.”
“예, 그러니까 어머니도 조금 마음을 가라앉히세요.”
“그래, 그래야지.”
후작 대부인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안리체를 대할 때와는 달리, 그녀가 제 아들을 대하는 태도는 무척 부드러웠다.
“됐다. 이미 지나간 일이니, 그에 대해서 더 왈가왈부해 봤자 나아질 것도 없겠지. 다만.”
작센 후작 대부인은 느긋하게 제 딸아이를 위아래로 뜯어보았다.
마치 맛 좋은 먹이를 보기라도 하는 것 같은 태도였다.
“네 친정에 대한 성의를 좀 보여 줬으면 하는구나.”
“성의요?”
“그래. 최근 네 동생이 은행에 빚을 좀 졌단다.”
빚이라면…….
안리체의 표정이 차게 식어 내렸다.
동시에, 후작 대부인이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남자가 사업을 좀 하다 보면 빚도 질 수 있고 그런 거지. 안 그러니?”
“……남자가, 사업을 하다 보면, 빚도 질 수 있다고요?”
“그래. 그 빚을 메우지 않으면, 작센의 영지 하나가 은행으로 넘어가게 된단다.”
후작 대부인이 당당하게 요구했다.
“그러니, 그 빚을 갚는 데 네가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구나.”
“…….”
“이번 문제에서 네가 성의를 보인다면, 우리도 네가 우리에게 진심이라는 것을 믿어 줄 테니까.”
마치 잘못을 저지른 딸을 관대하게 용서해 주기라도 하는 것 같은 말투였다.
작센 후작이 얄밉게 말을 거들었다.
“그래, 누나. 누나를 발루아 공작 부인으로 만들어 준 건 작센이잖아? 그 은혜를 갚아야지.”
안리체의 미간이 꿈틀 굳어졌다.
‘와, 진짜 재수 없게 거들먹거리네?’
그녀가 주먹을 꾹 말아 쥐었다.
제멋대로 나불거리는 저 입이라도 한 대 때려 줘야, 속이 시원할 것 같은데…….
‘안 돼, 지금은 엘리엇과 릴리아나의 약혼식을 진행하고 있으니까.’
참을 인 자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댔어.
간신히 마음을 다스린 안리체가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제비꽃빛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제 잘난 남동생이 사업 병에 걸려서, 집안 영지 한두 개를 해먹다 못해 은행에 빚까지 졌는데.”
안리체는 팔짱을 끼며 삐딱하게 고개를 기울였다.
“그 빚을 갚아야 하니까, 돈을 내놓으라 이건가요?”
그녀는 그렇게, 정말로 궁금하다는 것처럼 제 어머니에게 되물었다.
“제가 왜요?”
“왜라니? 너는 정말…… 가족을 무어라고 생각하는 거야?!”
“가족은 가족이죠. 저에게 있어 가장 친근하고,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피붙이들 말이에요.”
“그런데 왜 네 남동생에게는 아무런 지원도 해 주지 않는 게야!”
작센 후작 대부인이 두 눈을 부릅떴다.
“네 몸에 흐르는 피는 작센의 것……!”
“글쎄요.”
하지만, 안리체는 보란 듯이 어깨를 으쓱여 보일 따름이었다.
“결혼하면 작센이 아니라 발루아의 사람이 되는 거라면서요?”
“뭐라고?”
후작 대부인은 제 귀를 의심했다.
“너! 누가 발루아의 안주인으로 만들어 준 건데!”
동시에, 후작 대부인이 제 딸아이를 향해 핏대를 세웠다.
어찌나 분노에 차 있는지, 당장에라도 혈압이 올라 쓰러질 것 같은 모습이었다.
“작센의 딸이 아니었더라면, 네가 공작가에 이름이나 올릴 수 있었을 거 같아?!”
한편 삿대질을 하는 제 어머니를 마주하며, 안리체는 형용할 수 없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랬었지.’
사실 저 말 자체는 맞는 말이었다.
작센의 지원이 없었더라면, 안리체는 제국 최고의 가문인 발루아의 안주인 자리를 꿰찰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지원은 온전히 안리체를 위한 것이 아니었잖아.’
차후 작센 후작이 될 남동생에게 어떻게든 도움이 되기 위해, 가장 좋은 혼처를 찾아낸 것.
그것이 안리체의 혼사였다.
‘물론, 난 알렉세이를 남편으로서 존중하고 아끼고 있어.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그녀의 결혼이 작센 후작을 위한 것이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원작의 안리체는 엘리엇을 미워하게 되고 만 것이었다.
차후 순탄하게 ‘발루아 공작’의 작위를 잇게 될, 가문의 적장자인 아들.
그리고 ‘작센의 적장자’인 남동생에게 모든 것을 빼앗기며 살아온 안리체.
그랬기에, 제 배로 낳은 아이였음에도 어쩔 수 없이 질투를 느끼게 된 것이다.
‘또한, 발루아 공작 부인의 자리에 집착했던 것도 그렇지.’
그 신분은, 작센 후작인 제 남동생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신분이니까.
“후우.”
깊게 심호흡을 한 안리체가, 차갑게 식은 눈으로 두 사람을 마주 보았다.
“제 가족은 발루아의 사람들이지, 작센의 사람들이 아니에요.”
“안리체!”
“그리고 제가 그런 생각을 갖게 만든 사람들은, 어머니와 데니스였고요.”
“너, 어떻게 그런 말을!!”
작센 후작 대부인이 빽 고함을 내질렀다.
한편, 작센 후작은 경악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누, 누나가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가 있어?”
사실 그에게는 굉장히 충격적인 일이기는 했다.
그의 누나는, 여태껏 고분고분하게 남동생을 위해서만 살아왔으니 말이다.
후작 대부인은 황급히 제 아들을 달래려 들었다.
“너무 걱정 마라, 이 어미가 어떻게든 잘 설득할 테니까.”
“쓸데없이 힘 빼지 마세요.”
그때, 단호한 목소리가 울렸다. 안리체였다.
“설득은, 상대방의 말을 들을 생각이 있는 사람에게 하는 거잖아요?”
“……지금 뭐라고?”
“두 분께서 뭐라고 하시든 간에, 제가 작센을 도울 일은 없을 거예요.”
그리고 그때.
철썩!
날카로운 파공음이 울렸다.
안리체의 눈앞에서 불꽃이 튕겼다.
그녀의 몸이 헝겊 인형처럼 바닥에 나뒹굴었다.
“윽!”
뭐, 뭐지?
안리체는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에야 지금 자신이 어떤 꼴을 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설마 나…… 데니스에게 뺨을 맞은 거야?’
그제야 욱신거리는 통증이 밀려들었다.
입술이 터졌는지, 혀끝에서는 비릿한 피 맛이 돌았다.
작센 후작이 사나운 시선으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게, 오냐오냐 봐 줬더니! 발루아 공작 부인이랍시고 계속 기어오르네?”
“……뭐라고?”
“어머니한테 오만불손하게 굴지 말고, 네 주제나 좀 알라고!”
작센 후작이 안리체를 윽박질렀다.
“당장 돈 내놓으란 말이야!”
방 안을 쩌렁쩌렁 울리는 고함을 들으며, 안리체는 지그시 이를 악물었다.
사실, 이 손찌검은 처음이 아니었다.
원작 속 안리체는, 결혼 전에 남동생에게 몇 번이나 얻어맞은 적이 있었던 것이다.
“너……!”
안리체가 몸을 일으키려던 바로 그때.
벌컥!
방문이 열렸다.
“엄마!”
“어머님!”
날쌔게 방 안으로 뛰어든 두 아이가, 경악에 가득 찬 얼굴로 안리체를 바라보았다.
“엄마, 엄마 얼굴이 왜 그래요?!”
“뺨이……!”
안리체는 아차 하는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아마 꼴이 엉망일 것이다.
온통 부어 있는 뺨은 물론이고, 입술도 터져서 피투성이일 테니까.
순간, 엘리엇의 눈동자에 확 불길이 일었다.
“설마, 외삼촌이 우리 엄마 때린 거예요?!”
“아니, 그게…….”
“외삼촌이 뭔데 우리 엄마를 때려!”
엘리엇이 분을 이기지 못하고 와락 언성을 높였다.
‘왜 하필이면 발루아 소공작이 이 방에 들어와서는……!’
작센 후작은 난처한 낯을 감추지 못했다.
제 누이에게 손찌검을 하는 것 자체는 괜찮았다.
여태껏 이런 일이 아예 없었던 것도 아니고 말이다.
하지만 차기 발루아 공작인 엘리엇에게 현 상황을 들킨 것은…….
그런데 바로 그때.
“지금.”
얼음처럼 싸늘한 목소리가 울렸다.
알렉세이였다.
“내 아내에게…… 손찌검을 한 겁니까?”
순간, 작센 후작은 맹수 앞의 쥐처럼 얼어붙었다.
아이들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알렉세이는, 그야말로 당장이라도 작센 후작을 죽여 버리고 싶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으므로.
“내 앞에서?”
그 물음과 동시에, 알렉세이가 손을 뻗었다.
쇳덩이처럼 단단한 손아귀가, 순식간에 작센 후작의 목을 조여들었다.
“커억!”
날카로운 신음이 터졌다.
“이것 좀, 좀……!”
작센 후작은 마구 발버둥을 치며 알렉세이의 손등을 긁어 댔으나,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점점 더 손아귀에 힘이 들어갈 뿐.
‘어떻게 내 아내를 때릴 수가 있지?’
머리를 새하얗게 태우는 분노 속에서, 알렉세이의 뇌리에 남은 질문은 그것뿐이었다.
‘어떻게 그녀에게 폭력을 휘두를 수가 있지?’
발루아의 안주인.
그의 아내.
제국에서도 한 명뿐인 공작 부인.
그 모든 이유를 앞서는, 그를 분노케 하는 단 하나의 이유.
‘내게는 너무나도 귀해서…… 손가락 하나조차 대기 어려운 여자인데.’
그런 그녀를 저렇게 함부로 대하는 것이 화가 났다.
당장이라도 저자를 짓이겨 버리고 싶었다.
어떻게든, 그의 눈앞에서 치워 버리지 않으면…….
“공작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