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Quit Being A Wicked Mother-in-law, Everyone Became Obsessed With Me RAW novel - Chapter (90)
악녀 시어머니를 그만뒀더니, 다들 내게 집착한다 (90)화(90/180)
<90화>
한편 그녀의 대답을 들은 알렉세이는 확연히 안도한 낯을 하고 있었다.
‘안 되겠다!’
아무래도 화제를 바꿀 필요가 있어 보였다.
안리체는 허겁지겁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으, 우리 식사도 거의 다 했는데!”
“부인?”
“배를 타러 갈까요?”
안리체의 제안에, 아이들이 두 눈을 반짝였다.
‘다행이다, 아이들이 관심을 보여서…….’
그녀는 속으로 깊이 안도했다.
“저, 아까 전부터 저 배에 한 번 타 보고 싶었거든요.”
“어머님, 우리 진짜 배 타는 거예요?”
“아빠, 저 노를 저어 보고 싶어요!”
엘리엇과 릴리아나가 병아리처럼 삐악거렸다.
잠시 미간을 좁히던 알렉세이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 * *
발루아 부부는 호숫가 쪽으로 느긋하게 걸음을 옮겼다.
릴리아나와 엘리엇은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며 부모를 앞서 달렸다.
“얘들아, 앞을 잘 보고 다녀야지! 그러다 넘어지면 어쩌려고!”
안리체가 질색을 했다.
그러자, 아이들의 웃음 섞인 대답이 되돌아왔다.
“네에-!”
“엄마, 아빠! 빨리 와요!”
아이들은 어느새 조각배 앞에 서서, 커다랗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안리체가 무심결에 입을 열었다.
“저렇게 좋을까요?”
“아이들은 보통 저러죠.”
알렉세이가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저도 어렸을 땐, 배나 마차 모형에 흥미가 있었습니다.”
“세상에, 공작님도요?”
뜻밖의 말에, 안리체가 두 눈을 빛냈다.
‘웬일이야, 공작님께서는 갓 태어났을 때부터 어른스러울 것 같았는데!’
그런 알렉세이에게도, 장난감을 좋아하던 어린 시절이 있었었을 줄이야.
어쩐지 그의 새로운 일면을 본 것 같아서, 안리체는 조금 신이 났다.
한편, 알렉세이는 그런 그녀의 반응을 조금 다른 쪽으로 받아들인 것 같았다.
“……이상합니까?”
머쓱한 얼굴로, 은근슬쩍 그렇게 묻는 것을 보면 말이다.
“아뇨, 이상하다기보다는.”
고개를 가로저은 안리체가 활짝 미소 지었다.
“무척 귀여운데요?”
“…….”
알렉세이의 눈동자가 조금 커졌다.
그리고는 괜히 목 뒤를 쓸어내리며, 슬쩍 고개를 돌려 버린다.
“……감사합니다.”
와, 지금 공작님…….
부끄러워하고 계시는 거 맞지?
‘오늘 정말, 의외의 모습을 많이 보여 주시잖아?’
안리체가 그의 붉어진 목 뒷덜미를 멍하니 응시하고 있던 그때.
“엄마아!”
엘리엇이 울상이 되어 그녀를 불렀다.
퍼뜩 정신을 차린 안리체가 엘리엇을 돌아보았다.
“으, 응? 엘리엇, 왜 그러니?”
“배 위로 못 올라가겠어요…….”
엘리엇이 입술을 삐죽이며 칭얼거렸다.
“아하.”
안리체는 지금 엘리엇이 어떤 상황인지 금방 파악했다.
배가 떠 있는 호수와, 땅 사이에 조금 간격이 있었던 것이다.
아이들의 작은 보폭으로는, 발을 적시지 않고서는 배에 오를 수가 없었다.
‘음, 나도 이대로는 못 넘어가겠는데…….’
안리체는 난감한 얼굴로 제 치렁치렁한 드레스 자락을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그도 잠시.
“조금만 기다리렴.”
까짓거, 발 좀 젖으면 어때?
치마를 걷어 올린 안리체가, 결연한 얼굴로 호수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아이들을 안아서 배 위에 태워 주려 함이었다.
그런데 그때, 알렉세이가 그녀를 만류했다.
“그러지 마십시오.”
“네?”
“제가 할 테니까요.”
그렇게 말한 알렉세이가 신발을 벗어 내려놓았다.
안리체가 당황하여 입을 열었다.
“저, 정말로 물에 들어가시게요?”
“예. 부인께서 젖으시는 것보다는 낫지 않습니까?”
아무래도 알렉세이는 진심인가 보다.
첨벙첨벙 호수 안으로 걸어 들어간 그가, 물 안에 단단히 버티고 섰다.
그리고는 엘리엇에게 양팔을 활짝 펼쳤다.
“엘리엇, 이리 오렴.”
“네!”
그렇게 엘리엇과 릴리아나가 배 위로 올라탔다.
그리고 마침내, 안리체 차례였다.
“부인, 이쪽으로.”
알렉세이가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안리체는 생긋 미소 지었다.
“아, 고마워요.”
그때까지만 해도, 안리체는 그가 부축 정도를 해 줄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녀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꺅!”
안리체는 저도 모르게 조그맣게 비명을 질렀다.
제 아내의 허리를 감싸 안은 알렉세이가, 그대로 그녀를 훌쩍 들어 올렸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고, 공작님?!”
동시에, 그녀의 발이 배 바닥에 닿았다.
‘응?’
안리체가 어리벙벙한 얼굴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알렉세이는 어느새, 아내를 향해 빙그레 미소를 짓고 있었다.
“부인께서도 발이 젖으면 안 되지 않습니까.”
“그, 그렇기는…… 하지만…….”
아니, 왜 갑자기 저렇게 훅 치고 들어오는 건데?!
내가 설레다 못해, 심장마비라도 걸려서 죽어 버리면 어쩌려고!
게다가!
‘웃는 얼굴은 왜 저렇게 잘생긴 거야!!’
안리체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하지만 알렉세이는, 안리체의 두근거림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아무렇지도 않게 노를 집어 드는 것을 보면 말이다.
“다들 자리에 앉아 주시지요.”
안리체는 황급히 아이들을 끌어당겨 앉혔다.
모두가 자리에 착석하기를 기다려, 알렉세이가 노를 젓기 시작했다.
배가 호수 중앙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안리체는 홀린 듯이 호수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와, 말 그대로 그림 같은 풍경이네.’
마치 그림엽서 속에 들어간 것 같은 기분이었다.
호수 위로는 붉고 노랗게 물든 나무 그림자들이 내려앉아 있었다.
물 위로 낙엽들이 둥둥 떠가며 우아한 잔상을 남겼다.
“정말 예쁘네요.”
“부인의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알렉세이가 다정하게 대답했다.
그에게 미소를 되돌려 준 안리체가 다시 한번 주변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면, 여태껏 정신없이 달려오기만 했었지.’
이렇게 여유를 가지고 휴식을 취했던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배가 호수 가운데에 자리 잡기를 기다려, 엘리엇이 제 아버지에게 손을 뻗었다.
“아빠, 저도 노 잡아 보면 안 돼요?”
“노를? 좀 어려울 텐데.”
알렉세이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노를 쥐여 주었다.
그러자, 엘리엇이 결연한 얼굴로 릴리아나를 돌아보았다.
“릴리, 잘 봐.”
“응?”
“난 노도 저을 줄 안다고!”
엘리엇은 그렇게, 어떻게든 멋지게 노를 저어 보려고 했지만…….
“으아아!”
결국 엘리엇은 노를 놓쳐 버리고 말았다.
첨벙!
노와 물이 맞닿는 소리가 경쾌했다.
릴리아나가 두 눈을 가늘게 뜨며 엘리엇을 바라보았다.
“뭐야, 노 저을 줄 안다더니…….”
“하, 할 줄 알거든?!”
엘리엇은 다시 한번 노에 매달렸지만, 모조리 허사였다.
노가 헛도는 것은 예사요, 자꾸만 손안에서 노가 미끄러지는 것이었다.
엘리엇은 결국, 분한 얼굴로 쌔근쌔근 숨을 몰아쉬었다.
“이익……!”
“엘리엇, 그만 하고 자리에 앉으렴.”
보다 못한 안리체가 엘리엇을 손짓으로 불렀다.
“그러다가 넘어지면 어쩌려고 그러니?”
“하지만……!”
“엘리엇이 조금 더 나이를 먹고, 아빠만큼 힘이 세지면 노를 잘 젓게 될 거야.”
“……치이.”
안리체가 살살 달랜 후에야, 엘리엇은 양 뺨을 부풀리며 자리에 앉았다.
알렉세이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지그시 삼키며 안리체를 돌아보았다.
“어디 가고 싶은 곳은 있으십니까?”
“아니요, 잠시 여기에 있어도 좋을 것 같아요.”
안리체가 빙긋 눈웃음을 지었다.
“이렇게 풍경이 예쁜데, 그를 감상하지 않고 그냥 지나가는 건 아깝잖아요?”
“그도 옳은 말씀이군요.”
그제야 그는 노를 내려놓고 자리에 앉았다.
평화로운 시간이 이어졌다.
부드럽게 머리카락을 흩뜨리는 가을바람, 춥지도 덥지도 않은 기온, 청량한 공기까지.
그야말로 뱃놀이를 즐기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그러던 중.
“어어?”
엘리엇이 배 난간에 바짝 매달리며 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엄마, 아빠! 릴리!”
“왜 그러니?”
“세상에, 그렇게 난간으로 몸을 기울이다 떨어지면 어쩌려고.”
알렉세이와 안리체가 나란히 입을 모아 엘리엇을 만류했다.
“저기, 물고기가 있어요!”
하지만 엘리엇은 물고기에 정신이 팔려, 부모님의 말을 귓등으로 흘려들었다.
“엄청 커요! 거기다 무지개색으로 반짝거려!”
“엘리엇, 난간 뒤로 물러나…….”
“앗!”
순간, 엘리엇의 입술에서 외마디 비명이 터져 나왔다.
난간에서 몸을 너무 깊숙이 기울인 바람에, 몸의 균형이 무너졌기 때문이었다.
“으아아!”
첨벙!
엘리엇의 몸이 호수 밖으로 떨어져 내렸다.
순간, 사색이 된 안리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에, 엘리엇!”
공포에 질린 엘리엇이 물속에서 마구 버둥거렸다.
“어푸, 살려, 푸……!”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이 코와 입 안으로 쏟아져 내렸다.
밖에서 보기에는 맑고 투명하기만 했던 호수는, 안으로 들어오자 그 무게가 어마어마했다.
누군가가 온몸을 아래로 끌어당기는 것 같았다.
‘살려 줘!’
허우적거릴 때마다, 물이 묵직하게 온몸을 짓눌렀다.
그리고 그때.
첨벙!
물살이 거세게 튕겨 올랐다.
안리체가 망설임 없이 물 안으로 뛰어든 것이었다.
“어머님!”
릴리아나가 비명처럼 그녀를 외쳐 불렀다.
안리체는 다급하게 주변을 돌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