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Quit Being A Wicked Mother-in-law, Everyone Became Obsessed With Me RAW novel - Chapter (94)
악녀 시어머니를 그만뒀더니, 다들 내게 집착한다 (94)화(94/180)
<94화>
“투자할 만한 일이었습니다. 아이들도 있고, 부인께서도 타실 것 아닙니까.”
“뭐, 그렇기는 하지만…….”
엘리엇이랑 주기적으로 내려갈 때에는 마차에 그렇게까지 신경 쓰지는 않았었잖아요?
그런 의문을 접어 넣으며, 안리체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보다, 아이들은요?”
“어머님께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셔서, 잠깐 내려보냈습니다.”
“그렇군요.”
안리체를 싫어하는 것과는 별개로, 델피나는 엘리엇에게는 꽤 좋은 할머니인 것 같았다.
엘리엇도 델피나를 꽤 잘 따르는 것 같고…….
‘릴리도 잘 대해 주시면 좋을 텐데.’
그때, 시간을 확인한 알렉세이가 그녀에게 팔을 내밀었다.
레이디를 대하는 신사의 에스코트 자세였다.
“벌써 만찬 시간이 다 되었군요.”
“그래요, 내려가요.”
안리체는 그 팔 위에 살포시 손을 얹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나란히 식당으로 향했다.
* * *
식당으로 내려가자, 아이들과 도란도란 대화하고 있는 델피나가 보였다.
“할머니, 이번에 말이에요…….”
“그래, 그래.”
델피나는 흐뭇한 얼굴로, 쉴 새 없이 종알거리는 엘리엇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아이, 그게 아니잖아.”
릴리아나도 간간이 엘리엇의 말에 추임새를 넣곤 했다.
그러던 중.
엘리엇이 식당 입구로 들어서는 발루아 공작 부부를 발견했다.
“아, 엄마, 아빠!”
“오셨어요?”
릴리아나가 수줍게 인사를 건넸다.
델피나는 순간 놀란 얼굴로 발루아 공작 부부를 돌아보았다.
‘관계가 꽤나 개선되었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래도, 저 둘이 함께 내려올 줄은 몰랐다.
델피나가 기억하는 알렉세이와 안리체는, 서로 같은 자리에 있는 것조차 진절머리를 내던 부부였으니까.
한편 안리체는 반사적으로 릴리아나의 표정부터 살폈다.
‘음, 괜찮아 보이네.’
낯선 장소에 처음 와서 그런지, 아이는 조금 긴장한 기색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크게 두려워하는 표정은 아니다.
“앉으렴.”
델피나가 두 부부에게 자리를 권했다.
안리체가 방긋 웃어 보였다.
“예, 어머님.”
“이쪽으로 오시죠, 부인.”
한편, 알렉세이는 자연스럽게 안리체의 의자부터 빼 주었다.
델피나는 오묘한 얼굴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저 레이디를 대하는 신사의 예의로, 저렇게 행동하는 게 아니었다.
‘……내 아들이 저런 표정을 짓는 건 처음 보는데.’
알렉세이는 정말로, 제 아내를 소중히 생각하여 배려하는 것이었다.
그 증거로, 안리체를 대할 때만큼은 무뚝뚝했던 아들의 눈빛이 상당히 부드러워진다.
“고마워요.”
“별말씀을.”
안리체가 착석하는 것을 도운 후, 알렉세이도 제 자리로 향했다.
처음으로 대화의 문을 연 사람은 델피나였다.
“다들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겠구나.”
“뭐, 그럭저럭 잘 지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어떠셨습니까?”
알렉세이는 염려가 가득한 표정으로 델피나를 돌아보았다.
“영지를 관리하시느라 고생스러우실까 봐 걱정입니다.”
“여기야 뭐 항상 똑같지.”
어깨를 으쓱여 보인 델피나가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게다가, 나보다는 집사장이 훨씬 더 고생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
집사장.
그 단어를 듣자마자, 안리체는 가슴 위에 돌을 얹은 기분이 되었다.
‘아니야, 내가 매그의 아버지라는 이유만으로 집사장에게 편견을 가진 것일 수도 있어.’
그녀가 애써 꺼림칙한 기분을 날려 버리려 하던 그때.
전채요리가 나왔다.
얇게 자른 바게트 위에 치즈와 토마토를 올려 구운 음식이었다.
엘리엇이 대번에 질색을 했다.
“으, 토마토…….”
“엘리엇, 편식하면 안 된다고 했지?”
안리체가 미간을 좁히며 엘리엇을 타일렀다.
“……네에.”
엘리엇은 다소 뚱한 얼굴이긴 했으나, 순순히 음식을 입에 넣었다.
순간, 델피나는 제 눈을 의심했다.
‘안리체가 원래, 아이의 편식에 신경을 쓰는 성격이었던가?’
적어도 그녀의 기억에 따르자면 아니었다.
오히려 제 아들조차 귀찮아하며, 저리 가라고 밀쳐내던 성격이었는데……?
“우리 엘리엇, 아주 잘했어.”
한편, 안리체는 토마토를 삼킨 엘리엇을 폭풍 칭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러자 릴리아나도 얼른 바게트를 집어 먹었다.
“어머님, 어머님! 저도 먹었어요!”
“그래? 우리 릴리아나, 기특하기도 하지!”
칭찬을 갈구하는 릴리아나에게, 안리체는 아낌없이 칭찬을 퍼부어 주었다.
그러던 중.
“…….”
오묘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델피나와, 시선이 딱 마주치고 말았다.
“크흠, 흠.”
음, 너무 주접을 부렸나?
안리체는 괜히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피했다.
순간, 델피나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졌다.
* * *
발루아 공작성의 만찬은 아주 훌륭했다.
그리고 안리체는 음식 외로도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지점이 하나 더 있었는데.
“아가, 디저트는 어떤 것을 먹고 싶니?”
델피나가 엘리엇뿐 아니라, 릴리아나도 공평하게 다정하게 대해 준다는 점이었다.
릴리아나를 바라보는 델피나의 시선은, 무척 다정했다.
“초콜릿 케이크와 마들렌이 준비되어 있단다. 편하게 고르렴.”
때마침, 냉큼 대화에 끼어든 엘리엇이 두 눈을 반짝였다.
“그럼 둘 다 먹으면 안 돼요?”
“안 돼. 단것을 너무 많이 먹었다가 이가 아파지면 어떡하니?”
“치이.”
엘리엇이 입술을 삐죽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안리체는, 속으로 짧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어머님께서 릴리에게는 잘 대해 주셔서 다행이야.’
제도에 있었을 때에는, 릴리아나의 신분을 두고 이러쿵저러쿵하는 사람들이 워낙에 많았지 않은가.
그래서 내심, 공작 대부인도 릴리아나를 곱지 않게 보면 어쩌나 걱정했었는데…….
‘그 걱정은 조금 내려놓아도 될 것 같네.’
그날은 그렇게 훈훈하게 마무리될 거라고 생각했다.
식사가 끝난 후, 디저트가 날라져 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우와, 이 케이크 엄청 예쁘다.”
“이것 봐, 설탕으로 장미꽃 모양을 만들어 놓았어!”
아이들이 신이 나서 왁자지껄 떠들어댔다.
델피나가 흐뭇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엘리엇과 릴리아나가 온다는 소식에, 오랜만에 주방장이 솜씨를 부리겠노라고 별렀었단다.”
“우와아, 주방장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해야겠네요?”
엘리엇이 환호를 내지르자, 델피나가 웃는 낯으로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나중에 인사할 기회가 찾아올 게다.”
한편 어른들을 위해서는, 입가심을 할 수 있도록 다소 쌉싸래한 차가 한 잔씩 앞에 놓였다.
“알렉세이, 타운하우스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니?”
“다들 잘 지냅니다. 최근에는 정원사를 한 명 새로 고용했지요.”
“그래? 뭐, 네가 어련히 알아서 잘 골랐겠느냐마는.”
“아뇨, 저보다는 부인께서 훨씬 더 신경을 많이 쓰셨습니다.”
델피나는 보란 듯이 알렉세이에게만 말을 걸었다.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던 알렉세이는, 은근슬쩍 안리체에게 공을 넘겼으나…….
“흠, 뭐. 그렇구나.”
안리체에게로 화제가 돌아가자마자, 델피나의 표정은 시큰둥해지고 말았다.
문제는 그때 발생했다.
“릴리, 이것 좀 봐. 케이크 안에 체리가 들어 있…… 으악!”
엘리엇이 포크를 들고 까불거리다가, 안리체의 찻잔을 팔꿈치로 치고 만 것이다.
쨍그랑!
찻잔이 넘어지며 테이블에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갈색 찻물이 안리체의 옷소매를 흠뻑 적셨다.
기겁한 알렉세이가 안리체를 돌아보았다.
“이런, 부인! 괜찮으십니까?”
“어, 엄마!”
안리체는 황급히 손수건을 꺼내 얼룩진 소매를 감쌌다.
“괜찮아요, 차는 이미 다 식었기도 하고.”
그리고는 두 눈을 가늘게 떴다.
“그래도 엘리엇, 차가 뜨거우면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앞으로는 조심하렴.”
“네에.”
저지른 죄가 있었기에, 엘리엇은 죄스러운 표정으로 얌전히 고개를 끄덕일 따름이었다.
한편, 델피나는 안리체가 아이를 달래는 모습이 이상하게 신경에 거슬렸다.
‘내가 아는 안리체는 저런 애가 아니었는데.’
신경질적이고, 짜증스럽고, 저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며느리.
하지만 눈앞의 안리체는 그저 선량해 보여서.
그런 그녀에게 계속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자신이, 어쩐지 치졸하게 느껴져서…….
‘아냐, 쓸데없는 생각이야.’
고개를 가로저은 델피나가, 소리가 나도록 찻잔을 내려놓았다.
달칵.
그리고는 형형한 시선으로 안리체를 쏘아본다.
“내 앞이라고 해서, 너무 무리할 것 없다.”
“네?”
“네가 언제부터 아이들을 그렇게 살뜰하게 챙겼다고 그러는 거니?”
델피나가 사나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혹여나 겉으로는 웃는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 뒤에서는 아이들을 괴롭히기라도 하는 건 아니겠지?”
사실 델피나 입장에서는 당연한 의심이었다.
델피나는 근 7년간 안리체를 만나 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 말은 즉, 안리체가 가족들과 관계를 개선해 나가는 과정을 전혀 보지 못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도…….
‘저희 매그가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은 저도 잘 압니다.’
델피나가 접하는 정보는 상당히 편중되어 있었다.
‘하지만 큰 마님, 매그는 저와 함께 오랫동안 발루아에 헌신했던 아이 아닙니까?’
‘…….’
‘어떻게 그런 아이를 그렇게…… 그렇게 칼같이 잘라내 버릴 수가 있습니까?’
오랫동안 자신을 모셔 왔던 집사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하소연을 하자, 델피나 역시 조금은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델피나가 정이 많은 성격이었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아무래도 작은 마님께서, 저희 매그에게 너무 매정하셨던 것은 아닌지…….’
‘……그래도, 안리체 그 아이도 나름대로 생각이 있었겠지.’
아무리 그래도 제 며느리였기에, 델피나는 처음에는 최대한 중립적으로 굴려고 했다.
하지만.
‘허나, 작은 마님께서 다소 성품이 모나신 건 큰 마님께서도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집사장은 매그를 직접 해고한 사람은 알렉세이임을 쏙 빼놓았다.
그 대신, 안리체와 델피나 사이의 해묵은 감정을 집중적으로 들쑤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