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was reincarnated, I was a discontinued nanny RAW novel - Chapter 209
209화. 윤서와 아이들
“어머, 새벽이는 갓난아이인데도 얼굴이 하얗구나.”
“정말! 금똥이는 너무 빨갛고 쭈글거렸는데.”
“안니야! 그언데, 눈 떴다! 아가가, 눈 떴더!”
부드럽고 얇은 천에 싸여 쌔근쌔근 잠들어 있던 아가는 “안니야!” 외치는 소리에 눈을 뜨고 금똥이를 열심히 바라보았다.
“울지도 않네? 와, 눈동자가 정말 새카맣다.”
“마하 뚜 있떠? (말할 수 있어?)”
“커야지. 금똥이 너도 아직 제대로 말 못 하잖아.”
“안니야! 헝님, 미어!”
희아는 2년 전보다 한층 다정하게 어린 동생을 맞이하고, 두 번째 동생을 맞는 홍위는 이제 윤서의 애정을 빼앗길까 봐 전전긍긍하던 시기는 지났다.
혼란스러운 것은 금똥이였다.
관심을 독차지하다가 형님과 누나가 아기만 바라보자 “미워!” 외치며 입술을 비죽거렸다.
“홍위 너도 저랬어.”
“내가? 아니야, 누나.”
“너도 금똥이 젖 먹을 때 슬그머니 밀어내고 어머니 무릎에 앉았다니까.”
“······!”
그때가 생각났는지 홍위가 윤서를 바라보았다.
금똥이 낳았을 때 윤서의 애정이 몽땅 다 금똥이에게 옮겨갈까 봐 전전긍긍하던 꼬마를 위해 윤서는 매일 세손 강서원에서 돌아오는 홍위를 마중 나갔었다.
그리고 지금도 형이 하는 것이라면 뭐든 다 하겠다고 달려드는 금똥이가 버거울 때 홍위는 윤서의 옆에 와 조용하게 기대 있다가 간다.
새벽이를 낳은 지 이틀, 윤서는 협경당의 침전에서 커다란 솜 등받이에 기대앉아 있었다.
‘홍위야, 동생, 어때?’
윤서가 눈으로 묻자 홍위는 마음에 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직 푸석한 윤서의 얼굴을 확인하고 눈싸움을 하듯 새벽이와 눈을 맞추고 있는 금똥이 어깨를 살짝 흔들었다.
“금똥아, 형아랑 나가서 몽몽이랑 놀자. 어머니 쉬셔야 해.”
“시어! 나두, 아가야. 나두, 어머이 옆에서 잣 꺼야(잘 거야).”
금똥이는 벌떡 일어나 도도도 달려와 윤서 곁을 파고들었다.
윤서는 그만 크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아이들은 정말 각기 다 달랐다.
희아는 처음부터 큰 상태에서 만났기 때문에 윤서를 친모처럼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자신과 홍위를 가장 잘 지켜줄 이가 윤서라고 신뢰하고, 열 살이 넘어가면서는 큰언니처럼 의지하고 있다.
홍위는 네 살 아기일 때조차 금똥이에 대한 샘을 절제해서 표현했다. 윤서가 없었을 때의 막막한 두려움을 잘 기억하는 홍위는 그래서 이따금 너무 의젓하게만 굴려고 한다. 그 모습이 애달프게 가여워서, 윤서는 지금도 홍위와 둘이서만 있는 시간을 만든다.
그와 달리 금똥이는 감정 표현에 거침이 없다.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 티 없이 밝고 원하는 것을 정확히 말해 얻어낼 줄도 안다. 지금도 자신도 ‘아기’라고 말하며 관심을 달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한다.
“금똥! 엄마 지금 낮잠을 좀 자야 하는데, 같이 자고 싶어? 새벽이처럼?”
“응! 가티 다요 (같이 자요).”
“그럼, 여기 누우세요, 금똥군.”
윤서는 금똥이를 무릎 앞에 누이고 가슴을 토닥거려주었다.
금똥이가 눈을 꾹 감았다.
희아는 피식 웃으며 “쉬세요, 어머니.” 인사하며 일어나고,
홍위는 윤서에게 눈을 찡긋하며 “금똥이가 잔다니 할 수 없네. 몽몽이만 데리고 수영하러 가야겠네.” 혼잣말처럼 말하며 일어났다.
과연!
‘수영장’과 ‘몽몽이’란 말에 금똥이가 용수철처럼 몸을 벌떡 일으켰다.
“헝아! 나두! 나두 가다!”
“아기여서 어머니 옆에서 잔다면서?”
“아기 안니야. 두영하러 가다. 매금이도 가다.”
그렇게 홍위는 금똥이를 데리고 왕실 수영장에 수영하러 가고 (학당은 6월 중순부터 8월까지 방학이다) 희아는 제 거처로 건너갔다.
사방이 다시 고요해졌다.
윤서는 졸린 듯 눈을 느리게 깜빡거리는 새벽이를 바라보았다.
“세상에, 넌 어쩜 이리 예쁠 수가 있니.”
금똥이를 처음 안았을 때 세상에 이보다 더 예쁜 아가는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새벽이도 그만큼, 어쩌면 그보다도 더 강렬하게 예뻤다.
새벽이는 좀처럼 울지 않았다. 그리고 태어나는 순간부터 초점을 맞춰 사람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대비 마마 말씀으로는 이향이 그러했다고 한다. 생긴 것마저도 이향 태어났을 때의 판박이라고 하였다.
“새벽아.”
윤서가 부르자 새벽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누나와 형아들 어때? 굉장히 멋지지?”
“······.”
“누나 이름은 희아고, 또 경혜 공주야. 냉정해 보이지만 겉으로만 그래. 속은 되게 깊고 마음 씀씀이도 넓단다. 네가 조금 크면 누나가 글자와 숫자 가르쳐 줄 거야. 작은 형아가 지금 누나한테 글자와 숫자를 배우고 있거든.”
배운 글자 열 번씩 쓰라고 숙제를 내주고, 제대로 쓰지 않았으면 무섭게 혼을 낸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런 무서운 세상을 알기에는 생후 이틀은 너무 짧은 시간이다.
“그리고 큰 형아는 홍위이고, 또 세자 저하야. 큰 형아는 엄청나게 다정하고 늘 배려해주는 성품이야. 그렇다고 너무 떼쓰면 안 된다. 형아도 아직 어린데 큰 형이라서, 또 세자라서 노력하고 있는 거야. 그래서 지쳤을 때 눈치 없이 조르면 형아도 무섭게 화 내더라. 딱 한 번이었지만.”
학당에 다녀온 후 오후에 할바마마 세종을 모시고 승마까지 하고 돌아온 날, 지쳐 쉬고 싶어하는 홍위에게 금똥이가 술래잡기 놀이를 해달라고 졸랐다. 형아 쉬어야 하니 이따가 놀자고 말하고 눈을 감고 있는데도 자꾸 몸을 흔들자, 홍위가 벌떡 일어나,
“몇 번을 말해야 하느냐? 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도 절제를 좀 배우거라!”
하고 소리쳤다.
처음으로 형에게 큰 소리를 들은 금똥이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후다닥 물러나 있다가, 다른 궁인들이 홍위에게 하듯 이마에 손을 대고 엎드렸다.
“데자 헝닝, 동구함니다. 옹더해두데요.(세자 형님, 송구합니다. 용서해주세요.)”
그 다음부터 금똥이는 홍위가 정색을 하고 말하면 “데자 헝닝, 동구함니다.” 하고 부러 더 혀짤배기 소리로 말하면서 뒤로 물러난다.
윤서는 또 금똥이에 대해서도 속삭여주었다.
“작은 형아는 아명이 금똥이인데 본명은 윤이야. 사랑 많이 받고 자라서 눈치가 없어. 그래서 당분간 노골적으로 샘을 많이 낼 거야. 엄마가 안 볼 때 새벽이 널 꼬집을지도 몰라. 아프게는 꼬집지 않을 거야. 비 올 때 지렁이도 나뭇가지로 옮겨 주는 아이거든. 그리고 작은 형아는 세상에서 큰 형아가 제일 좋다더라.”
“······.”
“아버지 함자는 이향이야. 너한테 ‘새벽’이란 태명을 지어주신 분이기도 해. 스무 밤 있다가 오실 거야. 새벽이 너 태어날 때 아버지도 느꼈었대. 달이 유난히 환하게 빛나서 네가 태어나는 것 같았다고. 네가 무척 보고 싶다고 벌써 두 번이나 서신을 보내셨어.”
말하다 보니 보고 싶네, 이향.
금똥이 때는 달빛을 달려, 철릭 자락이 온통 진흙투성이가 될 정도로 쉬지 않고 달려왔는데.
세자라서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은 국왕이니 부인과 아이보다 조선이 먼저여야 한다는 걸, 안다.
“엄마 이름은 권윤서야. 그리고 엄마는,”
“······.”
초롱초롱 시선을 맞추고 있는 아기가 몹시 사랑스럽다.
그래서 윤서는 불쑥 희아에게도 홍위에게도 금똥이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을 털어놓았다.
“엄마는, 미래인이야. 저 먼 미래에서 왔어. 아빠만 알고 있는 비밀이야.”
“······.”
“태어나줘서 고마워, 새벽아. 우리 열심히 사랑하면서 살자.”
“······.”
엄마가 새벽이 너를 위해, 그리고 또 누나와 형님들을 위해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줄게. 그럴 능력이 있으니까.
윤서는 새벽이 옆에 누워 눈을 감았다.
이향이 돌아올 때까지 여기 협경당에서 새벽이를 키우고 몸을 회복하는 데에만 집중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커다란 권력이 모여 있는 곳이 조용하기란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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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상궁. 내 그날 일에 대해 할 말이, 자네, 어디 아픈가?”
대비전의 지밀 최 상궁이 교태전 부속 전각인 건순각에 찾아왔다. 건순각은 박 상궁의 거처였다.
불과 사흘 사이 다른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형형한 눈빛이 된 박 상궁을 본 최 상궁이 놀라 물었다.
“밥은 제대로 먹고 있는 게야? 중전 마마께서 덮길 원하시기에 은밀하게 움직여야 하는데, 자네가 이리 티를 내면 중전 마마께서 편하게 조리하실 수 있겠는가?”
“그래서 협경당에 얼씬도 안 하고 있습니다.”
“어허! 윗전의 뜻을 받드는 것이 우리네 본분일세. 충성도 지나치면 해가 되는 법이야!”
“윗전께서 지나치게 아끼셔서 배려하실 땐, 아랫것들은 목숨을 걸고 윗전을 위해 나서야 하는 법입니다. 그러니 그날, 무엇이 어찌 되었는지 말씀을 하세요.”
박 상궁이 한참 윗전인 최 상궁을 다그쳤다.
하긴, 자신도 대비 마마를 위해서라면 똑같이 이리 나설 것이다.
최 상궁은 하아, 한숨을 쉬고 원래 하려던 설명을 이어갔다.
“그날 대비 마마를 호종한 궁인 중에 한가 옥향의 치마 앞이 불뚝했다는 증언이 있었네. 그래서 거처로 사람을 보냈는데,”
“사람을 보내면 어찌합니까? 마마님께서 직접 급습하셨어야지요. 보나 마나 옥향인지 뭔지 하는 거, 놓쳤지요?”
“···으응?”
최 상궁이 당황해서 박 상궁에게 되물었다.
어찌 그리 잘 아냐는 의문이었다.
“아니면, 벌써 입막음이라도 당해 뒈져 있던가요?”
“아이고, 박 상궁. 말씀을 좀,”
“제가 지금 말본새를 가릴 처지입니까? 우리 중전 마마와 왕손 아기씨를 저주하는 것이 다른 곳도 아니고 산실 옆에서 발견되었어요!”
박 상궁은 진실로 분노하고 있었다.
권가, 우리 중전이 자신을 위해 이 일을 덮고자 하기에 더 화가 났다.
세상에 그 저주 물이 계속 거기서 저주를 토해내고 있었더라면!
“그래서 그 옥향인지 하는 것이 어찌 되었다는 것입니까?”
“사라졌네. 감쪽같이 사라졌어.”
“제가 추적하겠습니다. 궐에서만 살아온 나인 나부랭이가 숨으면 어디 숨겠습니까? 같은 방을 쓰는 나인부터 족쳐 봐야겠네요.”
“···아니, 대비전에서 일어난 일이니 우리 쪽에서,”
“대비전의 나인이 중전 마마와 왕손 아기씨를 저주하는데 협력했어요. 그러니 이건 중궁전에서 처리하겠습니다.”
“하! 자네 말이!”
그럼 우리 대비전에 책임이 있다는 것인가.
최 상궁의 말투가 엄해졌다.
그러자 박 상궁은 굳어 있던 눈매를 풀었다.
“아니, 그 뜻이 아닙니다. 제가 상단을 크게 운영하지 않습니까? 하여 여러 쪽에 끈이 닿아 있으니 제대로 추적할 수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무례하였다면, 송구하옵니다, 최 상궁 마마님.”
“···자네 마음을 알겠네만, 정도는 지키시게!”
최 상궁이 찬바람을 날리며 나인들을 이끌고 돌아갔다.
박 상궁은 이내 출패를 얻어 출궁했다.
반송방의 노산대를 찾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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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를 거쳐 개성으로 보냈습니다. 부러 흔적을 남겼으니 곧 발견될 것입니다.”
“그래, 이쪽이 드러나선 아니 되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명례궁의 부부인이 워낙 어리숙한지라 제가 무엇에 걸려들었는지도 모를 것입니다.”
“그래, 멍청하면 답이 없는 법이야. 게다가 수양 대군도 멀리 나가 있고, 또 그 전처가 중전을 줄곧 해하려 했던 전력도 있고, 성수청 국무 무가이와 살도 여러 번 날렸다지. 그러니 모두 자업자득이라 할 수 있네.”
우린 그저 그들이 하고자 하는 일에 살짝, 손을 얹기만 한 것이야.
원하는 대로 중전의 수족인 박 상궁을 제거하진 못 했지만.
괴력난신을 논하지 말라는 공자님 말씀도 모르고 박 상궁이 날뛰고 있다니 중전인들 마음이 편할까.
정 귀인은 “어리석은 것들!” 하며 혀를 끌끌 찼다.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