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was reincarnated, I was a discontinued nanny RAW novel - Chapter 226
226화. 경혜 공주 하가 (3)
“방포하라!”
쿠궁, 나직한 진동이 백사장을 흔들며 포탄이 발사되었다.
관람석에서 삼백 보(540m) 정도 떨어진 거리에 한 장 반이 넘는 두꺼운 방비벽이 세워져 있다. 포탄은 당연히 그 방비벽 너머로 날아갔다.
높게 지은 망루에서 커다란 망원경으로 목표 지점을 살핀 군관이 푸른 깃발을 휘저었다. 탄환이 사거리 목표 지점인 오백 보(약 900m 남짓)을 넘겼다는 일차 성공 신호였다.
군관이 망원경을 눈에 대고 살필 때부터 눈을 반짝이던 금동이가 윤서 손을 끌어다 얼굴에 대며 종알거렸다.
“어먼니, 도자도 저거, 마앙경 가꼬 딥퍼요. (어머니, 소자도 저거, 망원경 갖고 싶어요.)”
왜 그 소리가 안 나오나 했네.
왕자로 태어났으면서 좋은 건 뭐든 다 욕심을 내는 금동이에게 윤서가 고개를 흔들려 할 때였다.
“금동아. 누나가 만들어 줄게.”
희아가 먼저 금동이 쪽으로 몸을 숙이고 설명을 시작했다.
“저 망원경, 만들기 쉬워. 어떻게 만드는 거냐면, 어머니가 볼록 수정알 두 개로 할바마마께 만들어 드린 망원경은 상이 좌우가 바뀌고 또 거꾸로 맺혔거든. 그래서 아바마마께서 상을 키우는 볼록 알, 그리고 상을 모아주는 오목 알 두 개를 이용해서 만드신 거야. 나중에 누나가,”
“눈나! 안 터뎌. 왜 뻥, 안 터지는데? (누나! 안 터져. 왜 뻥, 안 터지는데.)”
망원경 원리에 대해 어려운 설명이 이어지자 금동이가 몸을 비틀어 말을 끊고 왜 날아간 포탄이 잠잠한지 물었다.
“진천뢰는 지연 폭발이야. 곧 터질 거야. 둥근 포탄 안에 날카로운 철 파편 등이 들어 있고 그 안에 또 심지가 든 대나무 통을 넣었거든. 통 속의 심지가 다 타야 밖의 화약이 점화되어서 폭발하게 돼.”
“눈나! 너무 어여워. 금동이 모으겠쪄. 그냥 어, 마앙경 만드어, 어어어어! 아앗! (누나, 너무 어려워. 금동이 모르겠어. 그냥, 어, 만원경 만들어, 어어어어! 아앗!)”
쿠구구궁!
금동이가 조르는 말이 끝나기 전에 포탄이 터졌다.
무서운 굉음과 함께 뿌연 모래 먼지가 사방으로 솟구쳤다.
문명이 발달하지 않아 고요한 십오 세기 조선에서 벼락이 내리치듯 큰 폭발음이 대기를 뒤흔들자, 가까운 산기슭에서 후두두둑 새 떼가 새카맣게 날아올랐다.
“아이꼬, 덩말 소이 땜에 깜딱 놀랐떠. 어먼니, 안아 두데요.(아이고, 정말 소리 때문에 깜짝 놀랐어. 어머니, 안아주세요.)”
비명을 지르며 굳어 있던 금동이가 윤서를 향해 팔을 뻗으며 칭얼거렸다.
윤서는 금동이를 무릎에 올리고 꽉 안아주었다. 콩닥콩닥 뛰는 심장의 박동이 선명하게 와닿았다.
“엄마가 아까 벼락처럼 소리가 날 거라고 했는데, 그래도 놀랐구나?”
“응! 무더었어여, 어먼니. (무서웠어요, 어머니.)”
“우리 금동이는 아직 아기네.”
홍위가 금동이를 놀렸다.
“!”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하고.
처음 이 세계에 왔을 때 지금 금동이만했던 홍위가 늘 “아나져” 하며 두 팔을 뻗을 뻗던 기억이 떠올라 윤서는 홍위를 보며 빙글빙글 웃었다.
그러자 그 웃음의 의미를 잘 아는 희아도 빙긋 웃으며,
“안아주세요는 누구도 했던 것 같은데.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는 말, 누가 했어요, 어머니?”
홍위와 금동이를 함께 놀렸다.
그러나 평소라면 “나두, 헝님처염 이제 헝아야, 형아!” 하고 가슴을 쭉 내밀었을 금동이는 정말 놀랐는지 오늘은 “응. 나, 아가야. 해벅이처염 (새벽이처럼).”하고 짧은 두 팔로 윤서의 목을 꽉 끌어안았다.
윤서는 필요에 따라 아기와 형아를 선택적으로 오가는 금동이를 꽉 안아 진정시켰다.
“금동아, 어쩌지? 다음 것은 소리가 더 크다는데. 엄마랑 저쪽으로 멀리 가 있을까?”
“갠탄아요. 안 무더워요. (괜찮아요. 안 무서워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금동이는 조그마한 손으로 귀를 꼭 틀어막았다.
홍위는 가림막을 치우는 병사들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자욱했던 모래 먼지가 가라앉은 후,
“두정갑 입힌 물푸레나무 인형 열다섯 기, 다섯 치(15cm) 나무 목책 다섯 개, 열 치 두께 석벽 두 개 모두 찢겼습니다! 다섯 발의 포탄 중 폭발된 것은 3개, 두 개는 불발탄입니다!”
목표 지점을 살핀 군관이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결과를 보고하였다.
불발탄을 안전하게 봉한 후, 이향과 임영 대군, 금성 대군, 이천 등이 목표 지점으로 걸어가 현장을 점검하였다.
홍위가 희아에게 물었다.
“누나, 지연 폭발이 가능하면, 진천뢰를 땅에 묻어 놓고 적 기병이 가까이 왔을 때 폭발하도록 할 수도 있겠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 적 기병 무리가 두두두 달려오는데 땅에 묻고, 심지를 붙이고 나서야 도망가는 것이 좋은 생각인지 모르겠네. 그보단 아까처럼 쏘거나, 심지에 불을 붙인 후 손으로 던지는 게 낫지.”
“으응, 그렇구나. 그럼 또, 우리 쪽 말은 미리미리 훈련을 시켜놓아야겠어. 소리에 놀라 함께 날뛰면 곤란하니까.”
홍위와 희아의 대화를 옆쪽에서 듣고 계시던 세종께서 빙그레 웃으시고, 황희에게 말씀하셨다.
“오늘 화포 방포가 있다고 미리 방을 붙이길 잘했소. 그래도 워낙 폭음이 컸던지라 놀라는 백성이 많을 것 같은데······.”
“열흘 전부터 동네마다 방을 붙이고 아침에 또 징을 치며 소리 질러 알리게 하였다 들었습니다, 상왕 전하. 전하의 글자를 아는 백성이 많으니 미리 방비하였을 것입니다. 또한 폭발음이 대단하여 적의 말이 혼비백산해 날뛸 것이니, 참으로 대단한 성취이옵니다.”
세종과 영의정 황희가 흡족한 환담을 나눴다.
그러자 초빙을 받지 않았는데도 찾아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던 양녕 대군이 톡 끼어들었다.
“하! 이 정도 소리를 낼 수 있다면 불꽃도 대단하겠지? 아우 전하, 새해 대보름에는 화약 아끼지 말고 쿠궁쿠궁 제대로 불꽃놀이를 즐겨보는 것이 어떠하겠소?”
주색잡기 생각만 가득한 양녕 대군에게 화약이 귀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 듯했다.
“명나라 사신이 와서 우리 조선의 빼어난 불꽃놀이를 보고 싶다고 해도 화약이 부족하단 핑계로 거절하는 것이 큰 결례였는데, 이젠 그런 걱정 없겠구려.”
사신 접대를 입에 담으며 양녕 대군이 세종의 어깨 너머로 저쪽 끝에 앉아 있는 중전을 힐긋 눈에 담았다.
‘흥, 목석같던 조카 놈이 정신 못 차릴 만하군.’
아이를 둘 낳았다고 하나 이제 스물한 살.
서늘하고 단정한 인상과 달리 아이들을 바라보는 눈빛 속에 애정이 그득하여 보는 이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데운다.
세상에 다양한 미인이 많다 하나 저리 지성적이며 동시에 따스한 모정까지 담고 있는 미인은 찾아보기 힘들지.
오늘 양녕 대군이 시끄러운 화포 시험장을 찾은 이유 중 하나가 궁중 연회에서 잠깐 보았던 조카며느리를 다시 보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
어릴 때부터 장소를 가리지 않는 양녕 대군의 눈빛을 모를 리 없는 세종이었다.
‘감히 이 나라 중전을!’
폐세자가 되고 나서도 여전히 남의 여인을 탐하다가 끝내 아들의 첩까지 빼앗은 것까지야 형제 된 정으로 덮어 주었다만.
세종의 눈초리가 심상치 않게 가늘어졌다.
“형님께선 조심해야겠소. 저리 파괴력이 큰 화포 기술로 불꽃놀이를 할 때에, 자칫 눈먼 불꽃이 어디로 향할지 어찌, 알겠소이까?”
“!”
아비고 자식이고 하나같이 짐승 같은 그 집구석에서 행하는 일을 감히 내 며느리를 상대로 한 톨이라도 상상하기만 한다면, 그러면 눈먼 폭탄을 빙자해 폭사시키고야 말 것이란 경고였다.
“우리의 화포 기술이 이렇게나 발전하였소이다. 국가의 경사에, 좋은 말씀이나 하고 가시지요.”
“······.”
양녕 대군은 굳어진 얼굴로 시선을 피했다.
뒤 자리에서 망원경을 눈에 대고 병사가 외친 대로 정말로 그리 두꺼운 돌벽까지 다 파괴된 것인가 살피고 있던 수양 대군이 처음으로 듣는 부왕의 날 선 음성에 귀를 곤두세웠다.
‘저것이 세자에서 밀려난 자의 비애라더냐.’
한때는 조선을 쥐고 호령할 미래를 가졌던 백부가 어깨를 축 늘어뜨린 것을 본 후, 수양 대군은 다시 망원경에 눈을 대고 형님이 새로 만든 진천뢰의 폭발력과 형님의 병사들을 살폈다.
수양 대군이 눈에 대고 있는 망원경은 형님 전하가 두 번째로 하사하신 것이다.
상이 좌우가 바뀌고 거꾸로 맺히는 첫 번째 것을 개선한 것으로, 볼록한 알과 오목한 알 사이의 거리를 조절하여 먼 거리의 물체까지 선명하게 볼 수 있게 하여, 저 멀리 다가오고 있는 거대 선단의 정체나, 목표 기항지의 분위기를 탐색하는 데 지대한 도움을 주는 기물이었다.
물론 형님 전하가 망원경을 만들어 하사하게 된 것이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원거리를 항해하는 선장은 늘 외눈 망원경으로 멀리까지 살폈다고 말해준 중전 덕이라는 것을 알 리가 없었다.
‘번상군이 아니라 전문 훈련을 받는 병사라 그런가.’
중군 의흥사에 속하는 화포군의 규율이 유달리 엄정했다.
작년부터 모든 직업 병사의 군복이 나라에서 일괄 제작되어 지급되고, 수륙군과 갑사는 물론 하급 병사까지 기본적인 월봉이 지급된다.
그런 이유로 입은 병사들 하나하나 군복의 매무새부터가 단정하고, 화약 보관 통에 불똥이 튀는 일이 없도록 집중하여 맡은 바 임무를 성심껏 수행 했다.
수양 대군은 망원경을 내려놓고 앞줄에 앉아 있는 중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지난번 강녕전에서 맥베스라는 희한한 이름을 가진 서역의 왕 이야기를 빗대 중전은 자신의 야심을 경고하였다.
그리고 그 며칠 후 아바마마께선 수양 대군을 따로 불러 ‘심리 상담’이란 것을 중전에게 제대로 받아 보라 명하셨다.
“내가 요즘 중전과 함께 심리학을 연구 중이다. 중전이 내게 ‘인지 행동 치료’와 ‘내면의 아이 치유 기법’이란 것을 가르쳐 주었어. 자신이 유달리 격하게 반응하는 감정의 근원이 어디에서 기인되는지를 알아내 현재의 심리를 교정하는 것이더구나. 그것이 아주 신비롭다. 그러니 너도 출항하기 전에 최소 다섯 번 중전에게 상담을 받거라.”
그 명을 들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부왕이 노망이 나셨나.’였다.
사내가 되어 어찌 내밀한 심사를 아내도 첩도 아니고 제삼자의 여인에게, 그것도 자신을 극히 경계하는 중전에게 털어놓으란 말인가.
그러나 아바바마도 어마마마도 중전에 대한 신뢰가 대단하셨다.
수양 대군은 일단 지금은 돛을 개선하는 일이 분주해 시간을 내기 어려우니, 항해에서 돌아와 ‘심리 상담’을 받겠다고 미뤄둔 상태다.
‘천축국에 가자. 가서 초석을 대량 구해오자.’
형님의 치세를 화약으로 뒷받침하자!
그런데 ‘한명회’란 이름을 떠올리자 이전의 든든했던 마음과 달리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졌다.
‘맥베스를 파멸로 몬 황야의 무녀 같은 존재가 과연 한명회인가.’
윤서가 심어놓은 한가닥 의심이 수양 대군의 마음 속에 꿈틀꿈틀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는 사이.
“신기전, 앞으로!”
화포병을 지휘하는 군관의 우렁우렁한 음성이 들렸다.
신기전!
금동이를 안고 잠시 눈을 감고 있던 윤서는 ‘신기전’이란 말에 눈을 떠 이향을 찾았다.
이향은 진천뢰가 떨어진 현장에서 파괴력을 점검하고, 두 개의 포탄이 터지지 않은 불발 원인과 개선 사안을 논하고 금성 대군, 이천 등과 함께 참관 위치로 돌아오고 있었다.
마침 이향의 시선도 윤서를 찾았다.
‘전하, 드디어 그 ‘문종 화차’가 나오는 것입니까?’
‘맞소, 부인. 그 ‘문종 화차’요.’
짧은 순간 먼 거리였지만 이향과 윤서는 다정한 시선과 고개짓으로 은밀한 문답을 주고받았다.
그 모습을 본 희아는 고개를 돌려 학당 학생들이 모여 앉아 있는 곳을 찾았다.
정종은 아까부터 틈틈이 이제 두 달 있으면 자신의 부인이 될 경혜 공주를 노골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국왕과 중전의 것처럼 맞닿았다.
‘봤지, 정종? 시선은 저렇게 주고받는 거야.’
‘예, 공주님. 벌써 배웠습니다.’
정종도 아바마마처럼 다정하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몸을 다시 돌려 바로 앉으며 희아는 며칠 전 내수사 내탕고에서 ‘정종과 제가 서로 많이 좋아하게 될 것을 어떻게 아셨어요?’ 여쭈었을 때 어머니가 한 말씀을 떠올렸다.
“그냥, 직감이었어. 일찍 어머니를 잃고 재액을 피하기 위해 궐에서 나가 살면서 버림받은 듯 외로웠을 우리 희아의 결핍을 가장 온전하게 채워줄 이가 정종이라는, 그런 확신이었어.”
어머니의 선언처럼 영영 채워질 것 같지 않던 마음 한 곳의 허기가 정종으로 인해 채워지고 있다.
‘그러니 어머니, 저와 정종이 아버지와 새어머니처럼 내내 행복하게 사는 모습, 하늘에서 지켜보고 계실 거죠?’
희아가 돌아가신 현덕 빈에게 그리움을 담아 물을 때.
“오호! 대체 몇 발이나 한꺼번에 발사되는 것입니까?”
“철환 하나가 날아가는 총통과 달리 편전처럼 발사되는 것입니까?”
놀라 서로 수런거리는 목소리를 배경으로,
앞에서 병사 한 명이 끌고 뒤에서 병사 하나가 미는 작은 수레 다섯 대가 발사 지점으로 향했다.
‘이 화차가 훗날 왜란에서도 쓰였다지.’
이향은 윤서에게서 자신이 역사 속에서 ‘화력 덕후’로 불린다는 것과, 신기전이라는 다연발 화차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훗날 왜란에서까지 쓰였다는 말을 들었다.
여러 방송이란 곳에서 보여주었다면서 윤서가 조그만 수레에 일백 개 정도의 화살을 화약의 힘으로 연발할 수 있는 무기를 슥슥 그려주었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 부인은 그 원리를 모르고 대략적인 묘사만 할 뿐이었지만, 이향은 자신이 구상 중인 무기를 정말로 만들었다는 점과,
그렇게 훌륭한 다연발 화차를 만들 실력을 갖추고도 정보력 부족으로 토목보의 변과 같이 요동 일대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또 자신의 사후 아바마마께서 어렵게 개척하신 사군 지역이 폐사군이 되고야 말았다는 사실이 사무치게 애통했다.
그래서 구상하고 있던 다연발 화차를 매섭게 독려하여 기어이 초본을 만들었다. 그리고 기동성을 실험하기 위해 군기시에서 여기 양화진 백사장까지 조그만 수레에 얹어 병사 둘로 하여금 밀고 끌고 해서 운반해 온 것이었다.
‘총통은 커다란 철 화살로 성벽이나 배를 파괴하는 목적이지만, 화차는 굉음과 불꽃으로 말을 놀라 달아나게 하고 또 화살은 위에서 적을 향해 비처럼 내리며 직접 살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래서 지금 병사들이 삼백 보 거리에 갑옷을 입힌 허수아비를 백 개 세우고 있다. 조준해서 사격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으로서는 삼백 보, 추후 오백 보까지 떨어져 있는 적 무리에 화살과 함께 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방포하라!”
명이 내려졌다.
화포군 병사가 심지에 불을 붙이자, 맨 가장자리부터 화약실을 단 화살이 파슈슈슝 큰 소리를 내고 약실 통에서 불꽃을 내뿜으며 하늘로 쏘아져 올랐다.
‘오오, 진짜 로켓처럼 불타면서 추진력을 낸다!’
아빠가 애청하시던 역사 프로그램에서 문종 화차를 재현해 주는 것을 볼 땐 “에이, 설마! 아빠, 또 국뽕이다!” 하며 무시했었는데.
진짜로 화살대에 달린 약실이 파스스 불꽃을 내뿜으며, 그 추진력으로 날아올랐다.
‘와! 누가 세종 아들 아니랄까 봐, 이향 진짜!’
매일 살 맞대고 잠이 들고 아이를 둘이나 함께 낳아 기르는 동안 조금씩 익숙해져 어느덧 무뎌져 가던 윤서의 마음이 새롭게 설레기 시작한다.
‘국방 재정이 정말 많이 필요하다는데. 은퇴하시고 느긋하게 심리학과 신지식에 푹 빠져 계신 시아버님이랑 돈 많이 벌어야겠네.’
대포며 소총이며 온갖 것을 만들어보고 싶어 드릉드릉하는 것이 옆에서 뻔히 보이는데.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