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was reincarnated, I was a discontinued nanny RAW novel - Chapter 259
259화. 세종의 미묘한 노여움
명 황실 내의원 약재까지 구할 수 있는 신빈.
그 연결점은 귀양을 보낸 증의 부인, 한확의 여식을 통해서렷다.
노비 출신이라 너무 뒷배가 없어 든든한 혼맥을 만들어 준 것을 이리 이용할 줄 안다면,
명 황제를 돌본 공으로 조선과 명나라와의 관계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공신 부인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 신빈 네가, 네 아들들을 위해 무엇을 하려 들겠느냐!
눈꺼풀을 서너 번 꿈쩍일 동안 중전이 고하고자 한 내용을 명확히 파악한 세종의 시야에 굳어진 채 서 있는 둘째 아들, 수양 대군의 얼굴도 들어왔다.
그러고 보면 겉돌던 유를 성심을 다해 보듬는 모습에 신빈을 눈에 담았었지. 신빈을 찾을 때마다 지나가는 말처럼 수양의 겸양을 칭찬하는 말을 소박한 마음이라 어여뻐하였는데, 그 말들 때문에 유가 그런 생각을 품고 있다고는 권가가 오기 전까지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러니까 중전은 신빈과 명의 공신 부인과 수양까지의 연결 고리를 보게 하기 위해서.
“···전하, 옥체가 편치 않으십니까? 소첩이,”
“물러, 서거라!”
세종은 부축하려 다가선 신빈의 손을 매섭게 쳐냈다.
혜빈과 한남군 등이 홍위를 위해 죽었다고 하여 나머지 후궁은 방조하였던 것이 괘씸해 멀리했었는데.
이제보니 너와 네 아들들은 그저 방관한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동조자였어!
“그리 귀한 약재가 있는데도 대비께서 여러 달 환후 미령하실 때는 아니 내어놓았구나.”
“아니, 그것이 아니오라, 전하, 약재가, 신첩 손에 들어온 지 그리 오래지 않은지라,”
“돌아가겠다!”
세종은 더 듣지도 않고 어차로 몸을 돌렸다.
내관 조창의가 부축하기 위해 다가서는데, 홍위가 먼저 달려왔다.
“할바마마, 소손이 모시겠습니다.”
홍위가 세종의 팔을 조심스럽게 부축하여 어차의 받침대를 딛게 하였다.
여섯 사람은 넉넉히 앉을 푹신한 의자에 홍위까지 올라앉자 다그닥 말밥굽 소리와 함께 어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맞은 편에 등을 세우고 바른 자세로 앉아 있는 홍위는 커다란 의자 위에서 아직 어린아이로만 보였다.
‘저리 어리니 권가가 여전히 위험인물을 미리미리 쳐내려 할 수밖에.’
인재를 등용함에 있어 일의 능력을 가장 중하게 보는 세종은 중전이 홍위를 위하는 일에 있어서 최적임자란 사실은 기꺼이 인정했다.
그렇지만,
괘씸하구나.
고작 그런 여인을 총애했다는 과오를 노골적으로 들춰내는 며느리가 절대 군주 세종은 노여울 수밖에 없다.
“홍위야, 내가 네게 군주의 성패는 인재를 얼마나 잘 쓰느냐에 달렸으니 사람 보는 눈을 밝게 가져야 한다고 이른 것을 기억하느냐?”
세종은 며느리에 대해 드는 착잡한 마음을 정리하고자 며느리가 그토록 보호하고자 애쓰는 대상인 영특한 손주에게 질문을 던졌다.
“예, 할바마마. 할바마마께서 논어의 위정(爲政) 편을 들어 지인지감(知人之鑑)의 세 가지 방법을 말씀해주신 것을, 소손 기억하옵니다.”
“그래, 무엇이었더냐?”
“첫째, 시기소이(視其所以)라, 겉으로 드러나는 말과 행동을 잘 살피고, 둘째, 관기소유(觀其所由)라, 무엇 때문에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는지 살필 것이며,”
열심히 배운 바를 외우는 손주의 낭랑한 말소리에 빗대어 세종은 권윤서의 됨됨이를 분석했다.
권윤서가 사람을 해하려 들 땐 제 역사에서 홍위를 위태롭게 했던 자가 여전히 홍위의 안위에 위협이 될 때이고,
“찰기소안(察其所安)이라, 말과 행동이 정말로 마음에서 우러나 행하는 것인지 살펴야 한다. 이렇게 가르쳐주셨습니다.”
제 아이를 품고도 홍위를 위해 목숨을 걸었고, 심리에 통달한 그 영민한 머리로 내가 노여워할 것을 뻔히 예측하면서도 신빈의 허물을 들춰내니, 어찌 그 진위를 의심할 것이며.
중전이 내 노여움을 산 사실을 눈치채고 이리 마차에 따라 타 내 불편한 심기를 풀기 위해 홍위는 또 이렇게 애를 쓰니.
두 모자가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참으로 지극하도다.
“그래, 홍위야. 잘하였다. 말보다 행동을 보고 사람을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 군주 앞에서는 온통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자들 천지이니.”
“예, 할바마마. 명심하겠습니다!”
그렇지만,
괘씸한 것은 괘씸한 것이니 향이에게 네 아내 관리 좀 똑바로 하라고 한 소리 해야겠군!
마침내 세종은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
*
*
한편 창덕궁 돈화문 앞은 분위기가 냉랭하였다.
총애를 회복하려고 벌인 일이 오히려 상왕 전하의 노여움을 크게 자극한 것에 당황한 신빈은 글썽이는 눈으로 윤서를 원망하였다.
“중전마마께 드린 것을 왜 대비마마께 드린다고 하여 이 사단을 만들었습니까?”
“귀한 약재라 하시기에 그리한 것입니다. 대비마마의 환후가 편치 않으시지 않습니까?”
“하지만, 그렇게 되면 제 입장이!”
“신빈 자가, 고정하세요. 어마마마를 위하시는 효심이 크신지라 중전께서 그리하신 것이지 어찌 다른 의도가 있으셨겠습니까?”
“!?”
수양 대군은 중전 편을 들어 신빈을 진정시키고자 하였다.
대세가 이미 중전 편에 기울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내키는 대로 여색을 즐기지만 단 한 가지, 아무리 총애하는 후궁이라도 어마마마께 불경을 저지르는 것은 절대 용납하지 않는 아바마마셨다.
신빈이 다른 여인들보다 큰 총애를 받은 것도 아리따운 외모와 더불어 어마마마를 지극히 모시는 그 정성 때문이었는데, 오늘 일로 그 마음이 얄팍한 겉치레라는 것이 드러났고 게다가 제법 권모술수까지 쓴다는 것까지 밝혀졌으니.
신빈은 결코 아바마마의 총애를 회복하지 못할뿐더러 오히려 한확과 명나라 공신 부인과 결탁하지 않는지 의심하는 대상이 되었다.
수양 대군의 말에 신빈은 놀라 얼굴빛이 창백해졌다.
“수, 수양 대군!”
“돌아가 보세요, 자가. 언젠가는 아바마마께서 증을 다시 불러올리셔서 임무를 맡기실 것입니다. 그때까지 부디 행동을 삼가며 기다리세요.”
전하의 총애가 덜해지니 각별했던 수양 대군마저 거리를 두는구나.
인심의 냉정함에 몸서리를 치며 신빈은 중전에게 허리를 굽힌 뒤 돈화문 안으로 물러갔다.
“저도 이만 환궁하겠습니다. 살펴 가십시오.”
윤서가 두 손을 모아 읍을 하는데, 맞예를 취하며 수양 대군이 말하였다.
“어마마마를 위해 애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중전마마.”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기색이 역력한 어조였다.
“세자 저하께서 무척 의젓해지시고, 두 분 아기씨들도 어찌나 활달하던지요.”
수양 대군은 어제 교태전에서 조촐하게 열린 연회에서 금동이가 슬금슬금 곁으로 오더니 귓속말로,
“수양 숙부님, 덩말로 그 텬툭국에는 (정말로 그 천축국에는) 금하고 은이, 많이 나요? 그이고(그리고) 또 무엇이 많이 나요?”
연거푸 물었다는 말을 윤서에게 전해주었다.
“세자에게 여송과 천축국의 여러 왕국에 대해 가르쳐주시기로 하였단 말씀 들었습니다. 어의를 보낼 터이니 질병에 관해서 가르쳐 주세요. 그러면 자가 다음에 출항하실 때 더욱 좋은 약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기어이 보내시는 것이지요?”
“예?”
“아닙니다. 돌아올 때마다 조선이 몰라보게 달라지고 있는데 저는 멀리 나가 있어 이 역동적인 발전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서 해본 푸념이었습니다.”
실은 돌아올 때마다 자신을 암암리에 지지하던 자들이 숙청되고 있어 놀랍다고 말하고 싶었다.
윤서는 처음으로 찬찬히 수양 대군의 얼굴을 살폈다.
처음 조선에 왔을 때 희고 고아했던 얼굴은 어느새 뜨거운 태양과 거친 바닷바람에 거칠어져 선원의 얼굴처럼 거칠게 변해, 도성에서 평안하게 풍류를 즐기는 세도가의 사내들과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어째서 역동적인 발전에 참여하지 못한다고 말씀하십니까? 자가께서 무역해 오신 초석 덕분에 우리 조선은 고질적인 화약 부족에서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또 질 좋은 백은과 면포의 재료가 되는 솜도 대량으로 무역할 기회도 개척하지 않으셨습니까? 모두 다 우리 조선에 큰 도움이 되는 물품들이니 후대인들은 자가를 조선의 국부를 증진하는 데 첫 초석을 놓은 위인으로 배우게 될 것입니다.”
그 명성은 분명 조카를 죽여 왕위를 찬탈한 무도한 자란 혹평보다 훨씬 더 듣기에 좋을 것입니다!
그러니 걸어가기 시작한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시지요.
“저도 자가의 개척에 힘을 보태겠습니다.”
수양 대군 당신이 해외에 나가 있는 한 가용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 지원하겠다고, 윤서는 진심을 담아 말하였다.
“참으로 든든한 말씀이십니다, 중전마마. 제가 이국에서 장거리 항해에 쓰는 배의 장치들을 눈여겨보고 참고한 점이 있습니다. 노량진 쪽 조선소에서 새로 짓는 배에 적용해 볼 참인데, 언제 세자 저하와 금동 아기씨와 함께 오셔서 견학하시지요.”
수양 대군도 신실해 보이는 미소를 짓고 화답하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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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상왕 전하와 따로 수라를 들며 여러 가지 현안을 논의한 이향이 다른 때보다 좀 이르게 협경당에 돌아왔다.
때마침 경계 공주 희아가 정종과 함께 궁방으로 돌아가려던 참이어서 뜰에 홍위부터 새벽이까지 모두 나와 있었다.
“우리 희아, 산학을 가르칠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느냐?”
희아는 내년부터 신설되는 성균관의 산학((算學)부에서 산학박사 직위를 가지고 학생들을 가르칠 예정이었다.
“예, 성균관에 입학할 정도면 기초는 되어 있을 것이니 이순지, 김석제와 함께 고급 산학 교재를 만들고 있어요.”
희아가 덤덤하게 고하였다.
“영양위는 군사 학교 입학 준비 잘하고 있고?”
“예, 전하. 근접전에 약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입학 시험에서 특히 도법을 본다고 하여 요새 열심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무예에 능한 자를 선생으로 두고, 매일 새벽마다 일찍 일어나 배우고 있어요.”
희아가 옆에서 아까보다 활기찬 목소리로 자신의 남편을 칭찬하였다.
그러자 정종이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히면서도,
“전하께 큰 쓰임이 되도록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하고 늠름하게 말하였다.
“그래, 장하구나!”
이향은 본격적으로 키가 크고 목소리가 굵게 변하기 시작한 정종의 어깨를 두드려 격려하였다.
“저희는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아바마마, 어마마마, 평안히 주무세요.”
두 사람은 깊게 허리를 굽혀 예를 표한 후 물러갔다.
문을 나설 때 보니 둘은 도란도란 어깨를 가까이 붙이고 손까지 잡은 채 가고 있었다.
“헝님, 깜깜하다고 저어케 손 막 잡고, 응? 다녀도, 되는 거야?”
“혼인했잖아. 이미 부부인 걸.”
“하지만, 아이, 부끄여워.”
“뭐가 부끄여워? 금동 헝님은, 이상하네.”
따라가고 싶었는데 희아가 함께 가잔 말을 안 해서 속상한 새벽이는 공연히 금동이한테 툴툴거리고는 윤서가 책을 모아둔 서재로 들어갔다.
“우리도 가서 서책 보자. 금동이 너 누님이 내준 산학 문제 풀어야지.”
“안니야, 난 박 상궁 마마님한테 가 꺼야. 광산에 대해서, 배워야 대. 수양 숙부님이 거기 텬튝, 아니 천!축!에는 여러 광물이 많대.”
“에이. 실은 중비가 내오는 야식이 맛있어서 얻어먹으러 가는 거지?”
“응! 가티 가까?”
“그래!”
둘은 홍 내관이 밝히는 등불을 따라 궐 북쪽의 박 상궁 거처로 달려갔다.
마침내 이향과 윤서 둘이 남았다.
“들어가십시다, 부인.”
이향이 윤서 어깨를 감싸고 침전으로 향했다.
“상왕 전하께서 무어라 저를 꾸짖는 말씀도 하셨지요?”
“예상하고 있었소?”
“···물론이죠. 그래도 이 기회에 신빈은 쳐내고 싶었어요. 공신 부인이 벌써부터 제게 직접 서신을 보낼 정도로 존재감을 드러내려 하잖아요.”
“약재는?”
“전순의에게 먼저 조사하라고 했어요.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요.”
“뭘, 얼마나 대단하겠소? 명 황실 어의들이 그리 유능하면 황제들이 연달아 그리 단명할 리가.”
이향이 코웃음을 쳤다.
그러다가 문득 진지하게 말했다.
“부인이 어마마마를 위해서도 그리 한 것을 내 아오. 그래서 고맙고. 그렇지만 다음부터 아바마마의 후궁은 그냥 두시오.”
“응? 왜요?”
“아바마마께, 그리고 대개의 군주에게 여인은 그저 목마를 때 마시는 차 한 잔, 심심할 때 쓰다듬는 고양이 같은 존재요. 그렇게 생각 없이 취한 여인의 허물을 진지하게 들추면, 그건 뭐랄까 아주 미묘하여 더 노여워지기 쉬운 법이오..”
“······.”
그러니까 너희 집 고양이는 어째서 그렇게 시끄럽게 애옹거리느냐, 그렇게 야단스러운 고양이를 기르다니 평소 판단력이 얼마나 흐린 것이냐.
그렇게 따지는 것과 비슷하다는 뜻이란 말인가.
윤서가 고개를 갸우뚱하는데, 이향이 조금 부푼 배 위에 손을 올리며 말하였다.
“부인이 우리 예쁜 처음이를 회임하신 것을 모르셨다면, 아마 내일 천추전에서 무척 심하게 꾸짖으셨을 거야.”
“으응? 전하께서 벌써 아셔요?”
“그럼, 내가 벌써 고하였지. 아무래도 희아 닮은 예쁜 공주가 올 것 같다고.”
아니 아직 초기라서 대비마마께도 말씀 올리지 않았는데.
*
그렇게 복잡미묘한 하루가 흐르고 비교적 평온한 나날이 지속되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평온은 길지 않았다.
“전하, 문묘 종사를 모시는 것이 본분인 성균관에 어찌 잡학을 개설한다는 말입니까?”
홍위의 입학을 앞두고 조선의 유학자들이 웅성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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