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was reincarnated, I was a discontinued nanny RAW novel - Chapter 263
263화. 홍위의 성균관 입학례 (1)
“···어머니, 어, 어째서 눈물을······.”
홍위가 다정한 말을 할 때마다 가슴이 몹시 뭉클해져서, 윤서는 오늘도 또 속절없이 눈물이 났다.
눈물을 본 홍위가 당황한 손길로 윤서의 얼굴을 쓸었다.
윤서는 제법 굵어진 홍위의 손에 손을 겹친 채 속삭였다.
“응, 우리 홍위 마음이 너무 예뻐서. 그래, 이담에 다정한 시아버지가 되어야 한다. 며느리를 서넛 둔, 그런 다복한 시아버지. 그런데 홍위야.”
윤서는 옷고름으로 눈가를 쓸어내린 후, 홍위의 손을 힘주어 잡고 다시 금동이와 새벽이가 기다리고 있을 협경당으로 향하며 평소 생각했던 바를 말해주었다.
“사람마다 각자 입장이 달라서 행동이나 주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말, 기억하지? 할바마마께선 오랫동안 왕을 하시면서 보신 것도 들으신 것도, 결정하신 사안도 많으신 거야. 그래서 기본적으로는 며느리를 무척 어여뻐하시지만, 상왕 전하로서는 또 중전을 달리 보아야 하는 측면이 있는 것이란다.”
“···그래도, 속상해요.”
“응, 속상하지. 어머니도 때로 속상하고 무서워. 그래도, 왕은 여러 가지를 함께 살펴 결정해야 하는 존재란다. 홍위야, 왜 제왕이 왜 자신을 고(孤)나 과인(寡人)이라고 부르는지 아니?”
“아, 아바마마께서 말씀해주신 적이 있는데.”
홍위가 고개를 갸웃하며 부왕께 들은 말을 생각할 때, 윤서도 이향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언어가 거칠어지면 성격도 따라서 거칠어질 수 있고, 또 사람이 무심코 쓰는 말속에서 그 사람의 심리를 읽어낼 수 있다는 것과, 그래서 유달리 남성다움을 강조하는 사람은 역으로 스스로 인정할 수 없는 동성애 성향을 감추기 위해서거나, 어릴 적 당한 성추행이 자신이 약했던 탓이라고 생각해 무의식적으로 강함을 추구해서라는 심리 상담 사례를 이야기했을 때였다.
“평소 쓰는 언사가 사람의 성정을 반영하고 있다는 부인의 말을 듣고 보니, 제왕이 스스로를 왜 고(孤)나 과인(寡人)이라 부르게 하였는지 알 것 같아. ‘외로울 고’의 고(孤)도, 과인의 과(寡)도 모두 곁에 사람이 없다는 뜻이 아니오? 왕은 때로 가장 사랑하는 이들에게조차 매정해야 할 때가 있으니 평소 지나치게 애정을 쏟게 되는 것을 경계하란 의미에서 그리 부르게 한 것이지.”
이 말을 한 후 이향은 윤서를 바짝 끌어안고는
“부인이 친정이 없어서, 부인에게는 슬픈 일이지만 내게는 안도 되는 일이란 것을 알까? 외조부께서 돌아가시던 날 나는 어마마마 곁에 있었소. 임영을 배셨을 때라 배는 부르셨는데 며칠이나 곡기를 끊으셔서 금방이라도 돌아가실 듯 창백하기만 하여, 여섯 살의 나는 누님과 함께 소리죽여 훌쩍이고 있었소. 그런데 아바마마께선 그날 할바마마와 함께 수강궁에서 춤을 추셨소. 평소 사위를 지극히 아끼시던 외조부셨으니, 춤을 추시는 아바마마 심정이 어떠하셨을지, 또 그 소식을 후에 들으신 어마마마의 심정은 또 어떠하셨을지, 나는 짐작도 되지 않아.”
그런 아수라장을 거쳐야 하니 과인이 될 수밖에.
이향은 탄식했었다.
“아바마마께서 말씀하셨는데요. 만백성에게 공정한 왕은 가까운 이들에게조차 때로 인정에 얽매이지 말아야 함을 잊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를 ‘고’나 ‘과인’으로 부른대요.”
홍위도 옳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 그렇게 때로 가까운 이들조차 멀리 두고 판단하셔야 할 때가 할바마마께도 있는 거야. 그래서 기본적으로는 이 어머니를 아끼시지만 때로 부러 냉정하게 거리를 두시는 것이란다. 그래서 나도 때로 할바마마가 두렵지만 기본적으로는 무척 존경하고 좋아하는 것이고.”
“기본적으로는요?”
“그럼, 언제나 기본이 중요한 거야.”
걸음마다 툭툭 땅을 차던 것을 그만둔 홍위가 한결 밝아진 얼굴로 윤서를 올려다 보았다.
“맞아요, 어머니! 기본이 중요해요. 저 마상 무술 기본부터 충실히 배워서 이제 말 안장 옆으로 몸을 숨길 수 있는데, 이따가 보여드릴까요?”
“그럴까? 금동이가 보면 또 ‘우리 세자 헝님’은 못 하는 것이 없다고 방방 뛰겠네.”
“정말요. 새벽이는 또 그 심드렁한 얼굴로, ‘세자 형님은 별 걸 다 하시오.’ 하고 말 거에요.”
홍위가 싱긋싱긋 입술을 벙싯거렸다.
쉴 새 없이 대화하며 걷는 두 모자(母子) 옆으로 오후의 늦은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
*
*
9월 첫날.
홍위의 입학례가 성균관에서 열리는 날이었다.
이날을 위해 8월 중순 이후 여러 곳에서 분주하고도 단호하게 움직였다.
황희 대감은 왕세자 입학례 의례 절차를 수행하는 집사를 모두 성균관의 유생이 맡기로 정해졌음을 공표하고, 이전에 온화하게 설득하던 것에서 강경한 통보로 돌아섰다.
“그대들이 그리 좋아하는 상국 명나라의 국자감에서도 사서오경 외에도 여러 군주와 신하의 이야기를 담은 역사서인 설원(說苑), 고금의 법률학을 다룬 율령(律令), 산학과 과학을 다룬 서수(書數), 그리고 몸을 건강하게 하기 위한 활쏘기를 가르치는데, 어째서 유학 외의 다른 학문을 잡학이라 칭하며 거부하는가. 장차 나라 경영에 꼭 필요한 학문을 잡학이라 거부하는 자들은 관리 될 자격이 없을뿐더러 그 의도가 불순하니, 모두 의금부에 내려 국문한 후 저 먼 외방에 내쳐 종신토록 과거에 응시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상왕 전하의 뜻을 대변하는 황희가 이리 최후의 통첩을 날리자, 유생들은 한 명도 빠지지 않고 모두 성균관에 복귀하였다. 공관을 계속 고집하였다간 출사의 길이 영영 막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학제에 유학 외에 산학, 율학, 지리외교학, 기초 한어 및 일본어도 포함되면서 배워야 할 과목이 대폭 늘어났지만, 감히 반대 의견을 표명하지 못하였다. 과거 시험에서 과락을 면하기 위해서는 어차피 공부해야 할 과목들이기 때문이었다.
왕실 내에서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분주하였다.
홍위가 궐을 나서 성균관으로 갈 때에 성대한 행렬이 앞장서게 된다.
붉은 뿔을 단 푸른 기린을 수놓은 기린기 등 여러 의장기를 든 병사들이 앞장서고, 절도 있는 가락을 연주하는 악공 무리가 그 뒤를 따른다.
그리고 그 뒤로 홍위가 탄 뚜껑 없는 마차가 달리게 되고, 마차의 좌우를 말을 탄 세자 익위사가 호위하고 후미는 금군 병사가 호위하게 되었다.
처음으로 행렬의 주인공이 되어 백성 앞에 나서는지라 홍위는 내심 무척 긴장하고 있었다.
“난 개인적으로 그 왜, 여진 오도리 만호가 바친 그 검은 말에 표범 가죽 안장 얹고 타고 가면 좋겠구먼, 왜 마차래요?”
임영 대군의 둘째 계동이가 홍위가 탈 마차를 바라보며 안타까운 듯 물었다.
“시대가 달라지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기물 중 하나가 마차여서야. 이번에 내 입학을 기념하기 위해서 성균관의 명륜당 앞에 큰 괘종시계가 서게 되잖아. 그런 거랑 같은 맥락이래.”
“나는, 세자 헝님이 마타(마차) 타는 게 더 됴아(좋아).”
금동이는 마차 바깥벽에 달린 푸른 기린 장식을 홀린 듯 바라보며 말하였다.
오동나무를 깎아 만든 마차의 벽면에는 둥근 은판에 푸른색, 붉은색 기린 장식이 정교하게 상감 기법으로 새겨져 있다.
“왜?”
계동이가 묻자 수복이가 그것도 모르냐는 표정으로 기린 장식을 가리켜 보였다.
“금동이는 분멍히 더거가 됴아더지. 어마짜인지 궁금해서 눈도 못 떼단아요. (금동이는 분명히 저거가 좋아서지. 얼마짜린지 궁금해서 눈도 못 떼잖아요.)
”안니야! 사암들이 텨다보면 헝님 가슴이 콩닥콩닥하는데, 앉아 있으면 덜 콩닥거여.“
(아니야! 사람들이 쳐다보면 형님 가슴이 콩닥콩닥하는데, 앉아 있으면 덜 콩닥거려.)
”그래, 금동아. 말 타고 갈 때보다 덜 긴장할 거야.“
”그어니까. 내가, 응, 세자 헝님 마음을 잘 안다구.“ (그러니까. 내가, 응, 세자 형님 마음을 잘 안다구.)
으스대면서도 계속 장식에서 눈을 못 떼는 금동이를 홍위가 허리를 잡아 안아올렸다.
”그렇게 궁금하면 만져 봐. 어떤 기법으로 새겨넣었는지.“
그러자 금동이는 작은 손으로 장식 표면을 쓸어보며 황홀한 듯 읊조렸다.
”으흥, 이거는 은을 얕게 핀 다음에, 그 위에 그임을 그리구, 그 위에다가 염요 입히구, 또 약한 부오 음, 데웠쪄. 그애야 안 벗겨지거든. 아, 참, 에쁘다, 헝님.“
(으흥, 이것은 은을 얇게 핀 다음에, 그 위에 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다가 염료 입히고, 또 약한 불로 음, 데웠어. 그래야 안 벗겨지거든. 아, 참, 예쁘다, 형님.”
윤서는 또 문 숙의(문 소용은 종2품 숙의로 승진하였다. 정 귀인은 정 소용으로 품계가 내려갔다.)와 유 소용, 정 소용과 함께 연회 준비에 분주하였다.
성균관에서 입학례를 치른 후 홍위는 궐에 돌아와 신하와 종친의 하례를 받게 된다.
그 후 사정전에서 신하와 종친 남성들을 위한 연회가 열리고, 교태전 앞에서는 여인들을 위한 연회가 열리게 된다.
연회는 예조에서 사옹원과 함께 준비하는데, 윤서는 연회에서 홍위를 위해 좀 더 특별한 음식을 넣고 싶었다. 새로운 의장 행렬과 함께 음식으로도 홍위의 입학이 특별하게 기억될 그런 음식과 행사를 만들고 싶었다.
그 뜻을 이야기하였더니 궁중 연회를 책임지면서 점점 연회 준비의 달인으로 진화하고 있는 문 숙의가 말했다.
“보통 늦가을 연회에서는 송편 모양으로 빚은 알쌈을 올린 골동면이나, 아니면 각종 채소와 소라, 소고기 등을 넣고 끓이는 열구자탕이 주 음식이 되잖아요. 그 외에 또 아주 이색적인 음식을 내면 어떠할까요? 이제까지 보지 못한.”
이제까지 보지 못한 것이라면.
“닭튀김? 꽈배기?”
“에이, 중전마마. 그거 벌써 다 저잣거리에서 팔아요. 중전마마께서 만드신 음식이라고 다들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이건 어떠한가요?”
내명부 일에는 도통 관심을 보이지 않는 유 소용이 불쑥 말했다.
“보통 과편을 만들 때 여러 색색의 과즙을 내서 투명하게 굳히잖아요. 그 색색의 과즙을 그냥 녹말에 넣어 투명하게 굳히지 말고, 과즙으로 글씨를 작게 넣어 굳히는 거에요.”
중전마마가 세자 저하를 얼마나 애달게 아끼는지 옆에서 여러 번 본 유 소용은 그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병과(후식으로 나오는 과자와 떡의 통칭) 종류를 제안한 것이었다.
“무슨 글씨를 말하는 거요, 유 소용?”
“세자 저하께 올리는 덕담을 쓰는 거지요. ‘열심히 배우십시오.’ ‘건강하게 크시기 바랍니다.’부터 ‘더 잘생겨지세요.’ ‘어여쁜 빈을 맞이하세요.’ 그런 거 말입니다.”
“오! 어떠세요, 중전마마? 전 참 좋은데.”
“그렇게 글씨를 새기는 것이 가능한가?”
“어허, 중전마마! 제가 누굽니까? 문 연회입니다, 문 연회.”
그것 참 좋겠다.
건강하게 커서 성군이 되거라, 우리 홍위.
예쁜 빈 만나 자식 많이 낳거라.
이런 기원의 말들이 투명한 젤리형의 과자 위에 어여쁜 색으로 쓰여지고, 나중에 여러 종친과 신하들 집에도 선물로 보내지게 되면 아이들까지 우리 홍위의 존재를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될 터이니.
어린 세자가 유달리 백성의 삶을 가까이서 지켜본다는 호평이 자자하니 모두 과편을 먹으면서 홍위를 위해서 기원의 마음을 낼 것이고,
그럼 그 기원이 또 하늘에 닿아서 홍위를 위해 우주가 힘을 쓸 터이니!
“좋네. 그럼 그렇게 하세나.”
“제가 금아 아기씨랑 같이 문구를 받으러 다닐게요. 북방에서 온 여진족 시위 중에서 저하랑 인연 깊은 이들에게도 받고요. 그리고 반송방의 보육원 아이들은 장차 저하를 지키는 호위군으로 들어올 것이니, 거기서도 받고요. 아, 상왕 전하와 금상 전하께는 중전마마께서 받으세요. 전 대비마마와 여러 빈 자가께 받을게요.”
유 소용은 상왕 전하가 두려웠다.
불경을 언해하는 작업으로 여러 번 뵈었을 때,
“얘야, 남녀상열지사를 너무 노골적으로 써서는 아니 된다. 나중에 문제가 되면, 폐서인할 것이야!”
하고 위협하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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