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was reincarnated, I was a discontinued nanny RAW novel - Chapter 264
264화. 홍위의 성균관 입학례 (2)
“!”
홍위의 입학례 준비 사항은 점검하고 전날 늦게야 잠이 들었던 윤서는 토독거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설마.
옆에 잠들어 있는 이향이 깰까 조용히 이불을 벗어난 윤서는 얇은 침의에 긴 도포 하나 걸치고 대청마루로 나왔다.
새카만 어둠 속으로 비가, 후두둑 후두둑 내리고 있었다.
“중전마마.”
작은 등롱 하나 들고 뜰을 거닐던 박 상궁이 나지막하게 윤서를 불렀다.
“자정까진 내리지 않았는데, 오래 내릴까요?”
비가 온다고 나쁠 것은 없지만,
새파란 하늘 아래 축복처럼 반짝이는 햇살 아래 입학례를 진행하길 내심 바랐었다.
이 마음을 잘 아는 박 상궁은 턱을 들어 킁킁 코로 공기의 냄새를 맡아보더니, 안심하라는 듯 윤서의 어깨에 살짝 손을 올렸다.
“향긋한 흙냄새가 짙잖아요. 이제 막 내리기 시작한 비입니다. 후둑거리다 곧 그칠 거에요. 그럼 먼지 안 일고 더 좋지요. 걱정 마시고 들어가 조금 더 주무세요. 홀몸도 아니시면서.”
정말.
늘 단정히 빗질하는 뜰에서는 구수한 흙냄새와 푸릇한 풀 내음이 함께 짙었다.
“마마님은 어째 이리 일찍 일어나셨어요?”
“뿌듯해서쥬. 어린 원손 아기씨가 무사히 장성하실까 엄자치랑 늘 마음 졸였는데. 우리 아기씨 이리 크셔서 성균관에 입학을 하시니, 저절로 눈이 번쩍 떠지더라고요.”
모두 같은 마음이구나.
동궁을 지키던 이들, 박 상궁과 엄 상선 모두 이 새벽 깨어서 자신들의 바람대로 무사히 장성한 홍위의 입학을 기뻐하고 있다.
“마마님이 계셔서 제가 늘 든든한 거 아시죠?”
윤서는 그렇게 박 상궁의 옹이진 손을 쓸고, 다시 침전 안으로 들어왔다.
조심조심 이향 곁에 다시 눕는데,
반듯하게 누워 자던 이향이 몸을 돌려 윤서를 품에 안았다.
“···하늘이, 또 하늘에 있는 빈이 부인의 마음을 알 것이오.”
반쯤 잠꼬대처럼 웅얼거리며 등을 토닥이는 이향의 손길 속에서 윤서는 다시 까무룩 잠이 들었다.
한 시진 후 깨어나니 정말로 비는 그쳐 있었다.
푸르게 밝아오는 여명 속에서 그 어느 날보다 분주한 날이 시작되었다.
간단히 수라를 들고, 의복을 갖춰 입고 자선당 동온돌에 건너가는데 희아가 입궐했다.
청기린 문양이 화려하게 수 놓인 붉은 비단 꾸러미를 유모 이씨에게 들려서였다.
홍위가 정식으로 거하게 된 자선당에 올라서니 안이 시끌벅적하였다.
“따아가고(따라가고) 싶은데. 이따가 다 말해 주세요.”
“게속 전늘 하겠지요.” (계속 절을 하겠지요.)
벌써 금동이가 새벽이와 함께 세자 형님 방에 들어 있었던 것이다.
홍위는 벌써 속에 입는 긴 중단을 입고 있었다.
그 위에 성균관 유생들이 교복처럼 입는 청금난삼을 입어야 한다. 옥색에 검은 띠를 두른 유생복이었다.
상의원에서 치수를 재어 홍위 몸에 딱 맞게 지은 청금복에 윤서는 양쪽 소매 안감에 금실로 홍위 이름을 수를 놓았다.
그리고 발에 신을 혜에는 희아가 특별히 오얏꽃 문양을 직접 수를 놓았다.
윤서도 희아도 수를 놓는 것에 서툰지라 여러 번 바늘에 찔렸고 솜씨도 서툴기 짝이 없었다. 이름은 보이지 않아 괜찮은데, 희아의 오얏꽃 수는 정말 좀 민망하게 삐둘빼뚤이었다.
그래도 홍위는 아주 감동한 얼굴로 희아가 내미는 신발 선물을 받아들었다.
“누님, 잘 신고 다니겠습니다!”
“응, 입궐하면서 보니 벌써 다들 행렬을 갖추고 기다리고 있더라. 어서 차비하자.”
“자, 팔을 벌리세요, 세자 저하.”
윤서는 그 옛날 나인 시절 홍위 옷을 입혔을 때처럼 말하며 홍위에게 연한 옥색에 검은색 띠를 두른 청금난삼을 입히고, 머리에 유건을 씌웠다.
그 모습을 보며 금동이가 불쑥, 그 어느 때보다 입을 크게 벌려 발음을 명확하게 소리쳤다.
“청!청!자!금!(靑靑子衿) 유!유!아!심!(悠悠我心), 푸으고 푸은 것은 너의 옷깃, 애타고 또 애타는 것은 내 마음!”
(푸르고 푸른 것은 너의 옷깃, 애타고 또 애타는 것은 내 마음.)
“머아는 거야, 헝님!” (뭐라는 거야, 형님.)
“저 옷이 천근복(청금복)인 게, 이 시에서 나왔쪄.”
“와, 왠이이야? 헝님이 그연 것도 아야?”
(와, 웬일이야? 형님이 그런 것도 알아?)
“우리 세자 헝님이 입으실 옷이니까, 아야(알아) 봤지.”
금동이는 으스대고, 새벽이는 모처럼 존경하는 눈빛으로 둘째 형을 바라보는 새 차비가 끝났다.
자선당 뜰에 모두 함께 나왔더니 홍위의 내관 자선이 스승에게 바칠 선물이 든 붉은 꾸머리를 품 한 가득 안고 서 있고, 세자 익위사 무리가 일제히 허리를 깊게 숙였다.
“가시지요, 세자 저하. 건춘문 안에 마차가 대기해 있습니다.”
자선이 고하였다.
그러자 홍위가 윤서와 희아를 향해 깊게 허리를 숙였다.
“어마마마, 누님,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잘 다녀오너라.”
원래는 자선당 뜰에서 배웅할 예정이었다.
윤서가 밖으로 나가면 상궁과 나인도 길게 따라붙어야 하고, 지나던 관원들과 궁인들 모두 땅에 엎드려 예를 표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균관 입학인데.’
윤서는 무척이나 홍위의 입학식이 보고 싶었지만, 엄격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지는 의식에 중전의 참관이 곤란하여 포기한 참이었다.
그래도 막상 나가는 모습을 보니 아쉽기만 해서, 윤서는 조 상궁에게 “중전마마 행차시다” 외치지 말고 나인 대여섯과만 조용히 따르라 이르고 새벽이와 금동이 손을 잡고 건춘문으로 향하였다.
호위에 둘러싸인 홍위가 발 받침을 딛고 막 마차에 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그때였다.
금동이가 손을 잡아끌며 외쳤다.
“어먼니! 무지개! 무지개가 떴떠요!”
몸을 돌려 서편을 보니, 정말로 서편 안산 위로 무지개가 높게 걸려 있었다.
“헝님, 세자 헝님, 무지개가, 헝님 축하한다고 떴떠요! 헝님!”
금동이가 홍위를 향해 외쳤다.
그러자 홍위도 마차에서 몸을 돌려 서편을 바라보았다.
무지개를 확인한 홍위가 활짝 웃으며 윤서와 희아, 금동이와 새벽이에게 손을 흔들었다.
이윽고 노란색 옷을 입은 취타대가 음악을 연주하며 먼저 건춘문 밖으로 걸어 나가고, 기린기와 깃발을 든 병사들이 그 뒤를 따르고, 홍위가 탄 마차와 호위 무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금씩 단풍이 들기 시작한 나뭇잎이 새벽 내린 비를 머금고 더욱 찬란하게 빛을 내는 가운데, 홍위의 행렬이 성균관을 향해 나아갔다.
행렬 후미까지 모두 건춘문 밖으로 나갔을 때, 조용하게 서 있던 희아가 갑자기 흐흑, 눈물을 쏟았다.
태어나자마자 어머니를 여의었던 동생이 저리 무사히 큰 것에 대한 기쁨의 눈물임을 아는 윤서는 그저 희아를 꼭 품에 안아주었다.
*
*
*
홍위의 입학례는 성균관의 대성전에 모신 공자와 맹자 등 성현의 위패에 절을 올리고, 성삼문을 비롯한 여러 스승에게 예를 갖추고 선물을 올리는 등, 엄격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었다.
성균관의 모든 유생도 청금난삼 차림으로 향을 올리고 술잔을 채우고, 세자를 안내하고 시위하는 임무를 엄숙하게 수행하였다.
입학례 후 다시 궐로 돌아온 홍위는 진홍색 강사포로 갈아입고 허리에는 걸을 때마다 싸락싸락 소리를 내는 폐슬과 패옥을 달고 머리에는 검은 원유관을 쓰고 신하와 종친과 성균관 유생들의 하례를 받기 위해 사정전 앞으로 갔다.
북쪽 최상석에는 상왕 세종과 금상 이향이 나란히 앉고 한 단 아래 홍위가 앉은 가운데, 향로에서는 상서로운 향이 연기와 함께 피어올랐다.
음악이 울리자 월대 위에 선 내관이 외쳤다.
“국궁 재배, 흥(興), 평신(平身)하라!”
그러자 저 월대 아래 품계에 맞게 선 신하와 종친, 유생 모두 몸을 굽혀 두 번의 절을 올리기 시작했다.
세종은 어린 손주의 뒷모습을 뭉클하게 바라보았다.
어깨를 반듯하게 펴고 등을 꼿꼿하게 세운 홍위는 의젓하기만 하였다.
세종은 문득 고개를 돌려 옆의 아들을 바라보았다.
금상 향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아들의 모습만 눈에 담고 있었다.
어좌의 팔걸이 끝을 움켜쥔 손등엔 힘줄이 툭툭 불거져 있다.
‘저 심정이 어떠할지는, 이 하늘 아래 나만이 알 것이다.’
그래서 세종은 이향에게만 들리게 나직하게 말했다.
“상서로운 무지개가 떴소, 주상.”
그러자 이향도 상왕 세종을 바라보며 살짝 고개를 숙이고 답하였다.
“예, 전하. 오색찬란한 무지개가 세자가 성균관에 도착할 때까지 빛을 잃지 않고 떠 있었다 들었습니다. 또한 세자의 행렬을 구경나온 백성들이 국화꽃을 뿌리며 축하했다 합니다.”
상서로운 징조와 백성의 축하가 함께 하는 첫 행렬이었으니 아바마마께서 마음에 두신 그 일은 결코 없으리란 이향의 확언이었다.
의례가 끝난 후 선물을 바치는 신하와 종친들도 모두 아침에 서쪽 하늘에 높이 걸렸던 무지개 이야기뿐이었다.
“무지개가 떴으니 세자 저하의 학업 성취가 아주 빼어나실 징조이옵니다.”
황희 정승부터 시작한 축하 인사는,
“상서로운 징조가 장차 우리 세자 저하의 밝은 치세를 예고하였습니다. 경하드립니다, 세자 저하.”
천축국에서 가져온 상아와 녹옥을 깎아 만든 연적을 바치며 수양 대군이 올리는 인사까지로 확대되었다.
수양 대군이 도원군과 함께 서서 선물을 바치며 예를 표할 때.
홍위는 활짝 웃으면서,
“이렇게 귀한 상아와 보석을 가져오시기까지, 숙부님의 공이 참으로 크십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세종은 일순 눈을 날카롭게 빛내며 둘째 아들 표정을 확인하였다.
수양 대군의 표정은 욕심 없이 덤덤하기만 하였다.
세종은 가슴을 쓸었다.
감히 홍위 자리를 두고 탐욕의 털끝이라도 보였다면 당장 저 멀리로 쫓아 다시는 조선 땅에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하게 할 작정이었다.
연회가 시작되었을 때 나온 요리 중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끈 것은 성인 남성 가운뎃손가락 크기의 말랑말랑한 과편 속에 정음으로 쓰여 있는 문구였다.
연한 노란색, 연한 분홍색 등 미색으로 투명한 속에 그와 대비되는 색으로 쓰인 글자의 내용은 이러하였다.
[오래오래 강건하거라] (이것은 세종의 말씀이다.) [넘치게 잘하고 있다] (이것은 이향이 매사 노력이 과한 홍위에게 좀 여유를 가지란 뜻에서 한 말이다.) [증손이 보고 싶구나] (이것은 때를 한참 앞서간 소헌 대비께서 하신 말씀이다.) [온 세상의 축복] (이것은 고심 끝에 윤서가 최종 고른 문장이다.) [애틋하게 소중한 동생] (이것은 경혜 공주가 쓴 문장이다.) [세자 형님 최고] (이것은 금동이가 한 말이다.) [長壽萬世] (새벽이는 한자로 ‘장수만세’를 고집했다.) [빼어난 학업 성취 기원] (이것은 선아가 쓴 글이다.) [봄날 햇살처럼 따스해] (이것은 금아가 쓴 글이다.)그리고 또 홍위와 인연이 있는 이들의 글도 들어 있었다.
[우리들의 세자 저하] (이것은 반송방 보육원 아이들의 쓴 문장이다.) [따뜻한 포용] (이것은 한양에서 시위패로 있는 북방 오도리 족 만호 아들이 쓴 문장이다) [더욱 찬란한 옥안] (이것은 궐의 궁녀들이 쓴 문장이다.) [마음을 바쳤습니다] (이것은 박 상궁이 쓴 문장이다.)이 외에도 [입학 축하 (매금이)] [연모합니다 (이름 모를 소녀)] [너무 완벽하신 저하. (계동이)] 등등 많은 이들의 문장이 다양하게 들어 있었다.
세자로서 최초로 공식적인 학업을 시작한 홍위에게 쏟아지는 많은 축복이, 말랑하고 투명한 병과의 다정한 문구 속에서 빛이 나는 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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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 드디어 달달의 야선이 병마를 움직일 기세가 보입니다.군졸을 여렷으로 나누어 광녕에서 요동에 이르는 곳까지 일거에 들어올 듯하다고, 장사치로 분장해 나가 있는 자들이 연이어 보고하고 있습니다.
신을 비롯한 모든 장수와 군졸은 이미 철저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1449년 6월 초.
북방에 나가 있는 병조판서 김종서로부터 급보가 도착하였다.
드디어 오이라트의 수장 야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북경에서는 태감 왕진의 부추김에 넘어간 명나라 황제가 신하들을 이끌고 출정을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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