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was reincarnated, I was a discontinued nanny RAW novel - Chapter 266
266화. 토목보의 변과 건주 여진 공략 (2)
“달단이 황제를 사로잡을 토목보, 그리고 그 바로 서북 핵심 방어 성인 대동에서 북경까지 고작 엿새 거리입니다. 그러니 황제가 사로잡히면 북경에서는 성문을 모두 닫아걸고 항전 태세에 들어가는 한편 남쪽에서 지원군이 오길 기다릴 것입니다.”
이향이 명나라 지도에서 북경성의 동남쪽 천진항과, 조선의 평양 위쪽 선사포에서 요동 반도 연안을 따라가다 중간 섬인 여순을 짚고 서북쪽 위 천진을 다시 짚으며 차례로 설명을 이어갔다.
“여기 천진항은 북경성까지 운하로 연결되어 있어 운송이 용이하다고 합니다. 유응부가 미곡 삼천 석을 실을 수 있는 함선을 이끌고 여기 철산의 선사포에서 중간 섬인 여순에 잠시 들렀다가 천진항 앞바다까지 다녀왔는데, 선사포에서 청진항까지 닷새면 도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지도를 짚으며 명나라 지원 함선이 갈 해로를 짚자, 세종은 이향이 세운 지원안을 바로 파악했다.
“새로 황권을 잡은 황제가 직접 우리 조선의 지원을 볼 수 있게 하는 계획이로구나. 천진항을 통해 직접 지원군과 지원 물품을 북경성에 전달하자는 것이지?”
“예. 광녕성과 산해관 쪽의 요동에서 몽골군을 물리치는 데 우리 조선이 크게 기여한다 한들, 위험에 처한 북경성 안에서의 활약만큼 명 황제와 신료에게 깊은 인상을 줄 수 없습니다. 하여 명의 지원 요청이 오자마자 함선 네 척에 새 황제에게 올릴 표문과 황태후와 황후를 위로할 전문과 함께 군량미 일만 석, 의약품과 의원, 총포병 이천을 보낼 것입니다. 중전도 이때 황태후와 황후에게 따로 위로 물품을 보낼 것이고요.”
이향이 윤서를 바라보았다.
윤서도 조 상궁과 박 상궁, 의원 순덕을 통해 준비한 사안을 보고하였다.
“북경의 겨울이 춥다고 하니 고립된 성에서 겨울을 나는데 도움이 될 방한복을 준비하였고, 황태후와 황후의 건강을 살필 여 의원 셋을 이미 선발해 놓았습니다.”
“···그래.”
간단히 답을 한 세종이 일어나 지도 앞에 섰다.
그리고 이향이 언급한 곳을 차례로 짚으며, 군사와 함대의 움직임을 따라가보았다.
머릿속으로 최신 화포를 수레에 얹어 끌며 말과 긴 창, 활과 칼로 무장한 일만 명의 기병과 보병이 정연하게 대오를 이뤄 압록강을 건너는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그리고 세 개의 삼각돛을 세운 커다란 함선 세 척이 각각 지원미 삼천오백 석씩을 나눠 싣고 천진항을 향해 서해 바다를 건너는 광경도 선명하게 그려졌다.
‘향이 보위에 오른 지 이제 겨우 오 년째이건만.’
외교와 해외 개척에 있어서 벌써 자신의 공적을 능가하려 하고 있다.
이제는 정말로 명실상부 아들의 시대라는 것을, 늙은 왕은 절감하였다.
“양녕 대군이 명나라에 하정사로 다녀왔을 때가 고작 열다섯 살 때였지. 양녕은 늘 술만 먹으면 압록강 너머 동팔참을 지나는 사행로가 얼마나 험난했는지, 북경의 황궁은 또 얼마나 거대하고 화려한지, 명의 황제가 얼마나 위엄 있게 자신을 환대했는지를 거듭거듭 말했었다. 내 조선을 다스리면서 한 번도 국경 밖을 나가보지 못한 것이 늘 아쉬웠는데.”
세종은 몸을 돌려 이향을 바라보았다.
늘 절제된 모습으로 자신의 뜻을 힘껏 순종하던 세자는 이제 제왕으로서의 위엄이 입고 있는 오조룡보 곤룡포처럼 잘 어울리는 군주가 되어 있다.
그 모습이 가슴 벅차게 뿌듯하여, 늙은 왕은 천천히 걸어가 아들의 손을 잡았다.
“금상의 치세에 우리 군병이 광평성과 산해관, 그리고 북경 성내에까지 들게 되었으니 내 여한이 없소. 허니 주상, 한치의 차질이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여야 하오.”
“예, 상왕 전하. 이 기회를 이용해 반드시 장차의 화근을 뿌리 뽑고, 우리 조선이 해외로 넓혀가는 데 명나라가 감히 간섭할 수 없게 하겠습니다.”
시대의 기반을 닦은 왕과, 선왕이 닦은 기반 위에서 쭉쭉 뻗어나가기 시작한 왕이 서로 손을 맞잡았다.
*****
7월, 드디어 달단의 야선이 군사를 이끌고 명나라 서북쪽 최고의 요새 대동 성을 함락했다는 급보를 요동 도사 왕무가 보내왔다.
[조선 국왕께 삼가 아룁니다.우리 명나라 제국 서쪽에 성식이 몹시 긴박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지난 20일 달달(達達) 야선(也先)의 병마(兵馬)가 밤에 요동의 장성(長成)에도 들어왔는데, 광령 총병관(廣寧摠兵官)은 적(賊)이 들어온 줄 모르고 있다가 야선의 병마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광평성은 지금 총평관과 군사 모두 성안에서 문을 닫고 지키고 있는데, 야선의 병마가 성을 세 겹이나 포위하였습니다.
벌써 군졸 1천 명과 말 8천 필을 노략한 야선의 일당이 여기 요동으로 향하고 있으니, 조선의 국왕께서는 미리 아시고 대비하십시오.
또한 우리 요동성과 광평성의 형세가 더 지극해질 경우, 부디 군마와 병사를 보내어 도움을 주시길 삼가 청하옵니다.]
요동 진무가 직접 가져온 급보였다.
이렇게 급한 지경을 당했으면서도 요동 진무도 또한 요동 도사나 총병관도 명의 황제가 군사를 이끌고 대동으로 직접 출병할 것이란 사실은 아예 짐작도 못하고 있었다.
황제의 친정은 보통 준비 기간만 최소 여섯 달이 걸리기 때문이다.
“황제가 직접 출병한단 소식이 전해져야 요동 도사와 총병관이 우리 조선에게 지원 요청을 해올 것입니다.”
요동 진무와 함께 한양에 든 김종서가 이향에게 고하였다.
김종서는 정예군 일 만이 요동으로 출병함에 따라 생길 수 있는 북방의 군사 공백에 대비하기 위한 방안을 고하였다.
“신과 함께 한양에 든 알타리 만호 이귀야, 마구음파, 동소로가무 등은 모두 자신들의 아이들 오십 명을 함께 데리고 상경하였습니다. 북방에 학당에 세워져 있지만 여기 왕실 학당에 입학하여 배울 기회를 소망하는 아이들로, 세력이 큰 부족 중에서 총명한 십대 초중반의 아이들로만 가려 뽑았습니다.”
“얼마나 자발적으로 상경한 것인가?”
문득 궁금해진 이향이 하문하였다.
오십 명의 아이들은 조선 왕실의 은택을 입어 훌륭한 배움의 기회를 가지는 동시에, 실제로는 일종의 볼모이기도 하였다.
북방을 수비하던 병사들이 요동으로 떠난 자리 중 상당수는 강원도와 경기도의 군사들이 상경하여 방비를 하기로 되어 있다.
김종서와 함께 전투를 이끄는 최숙손과 이징옥의 빈자리는 대마도 정벌과 사군육진 개척을 책임졌던 이징석, 그의 동생 이징규 등이 맡기로 하였지만 필연적으로 틈새가 생길 우려가 있었다.
이 틈새의 빈자리를 방비할 또 하나의 방편으로 두만강 유역 야인 여진 부족의 아이들이 왕실 학당에 입학을 하게 된 것이다.
이향은 저들이 기꺼이 왔는지, 아니면 마지못해 왔는지가 궁금하였다. 저들의 자발성이 보위에 오른 후 지난 5년간 펼쳐온 두만강 이북 지역의 개척의 성패를 상징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설마, 내키지 않는 것을 보내온 것인가?”
김종서의 답이 늦어지자 이향이 재촉하였다.
“아닙니다, 전하. 지원을 한 아이들이 삼백 명이 넘는지라 신이 정음을 아는지와 덧셈과 뺄셈 등 기본적인 수리를 아는지를 측량하는 시험을 내 뽑았습니다. 두만강 이북의 야인 여진은 자신들의 말을 우리 정음을 빌려 표기하고 있고, 여러 계약 문서도 한자보다는 우리 문자로 쓰길 편하게 여기는데, 그 정도는 익혀야 공부 머리가 있는 것이 증명되지 않겠습니까?”
“오호, 그러한가?”
“예, 그리고 또 전하, 내일 여기 편전에서 연회를 베푸실 때 직접 확인하시겠지만, 저들은 상왕 전하를 ‘조선 천자(天子)’라 암암리에 칭송하고 있사옵니다.”
“무어라! 아니!”
이향은 정말로 놀랐다.
명나라 황제가 몽골의 달단에게 포로로 잡혀간다고 해도 곧 새로 황제가 등극할 것이고, 명나라는 최소 백 년 넘게 건재할 것이라 하였다.
앞으로 외교 관계가 대등하게 성립될 것이나, 대만 남부의 지배권을 확고히 할 때까지 명나라와 불필요하게 마찰할 필요가 없다.
명나라가 건재하게 버텨줘야 북방의 몽골과 여진족을 함께 제어하고 견제하면서 조선이 해양으로 진출할 수 있다.
그런데 벌써 천자(天子)라고 저들이 일컫는다니, 이것이 어찌된 일인가.
이향이 놀라 물었더니 허리를 굽히고 고하던 김종서가 얼굴을 들고 뿌듯하게 웃었다.
“여진의 여러 무리가 상왕 전하를 천자라 숭배하는 것은, 상왕 전하께서 하늘의 지식을 물려받으셨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하늘의 지식을 엿보시지 않으시고서야 한나절이면 배우는 정음을 어찌 만드셨으며, 그 만드신 글자가 또 여진의 말도 어찌 그리 정확하게 표기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 저들의 생각입니다. 또한 학당의 기본 교재에 나오는 지식들이 명나라의 서적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인지라 더욱 그러한 것이지요.”
김종서는 에서 아이를 낳을 때 산파는 반드시 손을 증류한 술을 희석한 물에 깨끗하게 씻고, 산모와 갓난아이는 반드시 끓인 물로 씻길 것을 배워 실천한 후 여진족 내에서 산후병이 상당수 줄어든 점과,
또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의 개념을 배운 여진인들이 물을 끓여 먹고 민물고기와 채소를 익혀 먹는 것만으로도 배앓이의 상당 부분을 벗어난 것을 신기해하고 있다고 고하였다.
“에 나온 ‘운동력’이란 개념도 마찬가지입니다, 전하. 모든 움직이는 물체가 가지는 힘의 원리를 배우면 새총을 하나 만들어 쏘아도 힘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원리를 구현할 수 있다고 하며, 이 모든 지식을 집필하신 상왕 전하를 하늘의 지식을 전하시는 분이시란 의미에서 천자라 숭배하는 것이지요.”
“···그러한가.”
“예, 하오니 내일 연회에서는 필히 상왕 전하께서도 납시시어 저들을 치하시면, 이번 이만주 작전에서 저들은 목숨을 걸고 우리 조선을 위해 함께 싸울 것입니다.”
“알겠소. 내 상왕 전하를 뫼시도록 하지.”
“예, 전하. 그럼 신은 물러나 내수사 공장에서 우리 군병을 위해 생산한 군막과 방한복을 점검하겠습니다.”
“그러시게. 중전이 직접 감독하였으니 품질은 빼어날 것이지만 지휘자가 직접 최종 점검은 해야겠지?”
“예, 전하. 신은 이만 물러가옵니다.”
중전이 감독하였다는데도 김종서는 끝끝내 자신이 최종 점검을 할 것을 굽히지 않는다. 그래서 듬직한 신하라고, 뒷걸음으로 물러나는 김종서를 보며 이향은 뿌듯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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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 저하, 못 뵌 사이에 이제 청년이 되셨습니다.”
거의 이 년 만에 한양에 올라온 오도리 족의 후계자 송로가무, 골간 족의 유다롱개, 두만강 북쪽 올량합 이질개가 비현각에 들어 홍위를 알현하였다.
이들은 김종서와 함께 전하를 알현하기 위해 상경한 부친을 따라 함께 상경한 홍위의 학당 동기들이었다.
학당에 입학할 때 벌써 열세 살에서 열네 살이었던 이들은 학당 졸업 후 부족의 땅으로 돌아가 후계 수업에 열심이었다.
그리고 가장 나이가 많은 송로가무는 벌써 혼인을 하였다.
“송로가무, 유다롱개, 이질개! 너희 어엿한 후계자가 되었구나! 송로가무는 어여쁜 부인에게서 벌써 아들을 보았다고?”
때때로 사신을 통해 올리는 서신에서 송로가무의 득남 소식을 읽었던 것을 잊지 않았던 홍위는, 뒤에 시립해 있는 내관 자선에게 눈짓을 하였다.
그러자 자선이 비단 함을 들고 와 송로가무 앞에 놓았다.
“아이 옷과 부인 옷을 짓기에 좋은 부드러운 면포와 솜을 튼 옷이다. 또 은자를 넣었으니 아이와 부인을 위해 쓰거라.”
“아이고, 저하! 기렇디 않아도 소신 우리 아이래 이름을 지어서 하사해 주십사 감히 청하려 하였습네다. 우리 세자 저하께서 지어주신 이름은 대대로 우리 오도리 족의 후계자 이름으로 삼것습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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