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was reincarnated, I was a discontinued nanny RAW novel - Chapter 267
267화. 토목보의 변과 건주 여진 공략 (3)
“하핫, 대대로 물려줄 이름이라니!”
홍위는 볼이 패이도록 웃으면서도 마음 한쪽이 묵직해졌다.
송로가무의 성은 ‘동’가로, 다른 동씨 성을 가진 여진의 부족장처럼 명나라에서 성을 하사받았다. 또한 송로가무의 부친이 수장으로 있는 오도리 족은 두만강 유역과 그 이북의 야인 여진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부족이다.
성은 명나라에서 받았으면서도 세세손손 물려줄 후계자의 이름을 아홉 살 조선의 세자에게 청하는 의미가 무엇을 뜻하는지, 홍위는 잘 알고 있다.
“송로가무 너의 부락이 두만강 유역에 위치하니, ‘두만강에서 가장 현명한 지도자’라는 의미의 이름은 어떠한가?”
“좋습네다. 참 좋습네다. 기러면, 그 글자가 두만강의 ‘두’를 쓰는 것입네까?”
“두만강의 ‘두’는 콩 두(豆)를 쓴다. 너희 부족은 오도리 족 전체를 이끄는 부족이기도 하니, 최고의 지도자를 의미하는 머리 두(頭)에, 현명할 현(賢)을 써서, 동두현(童頭賢)으로 하면 어떠한가?”
“오! 좋습네다. 동두현!”
“저하, 나중에 저의 아들 이름도 부탁드리겠습네다.”
“저의 아들도 부탁드립네다. 저하의 이름을 받은 아이들이니 그 아이들은 장차 여기 한양에서 유학하고 과거도 볼 수 있겠디요?”
두만강 유역의 올량합 부족장의 조카 이질개에 이어, 두만강 북쪽 가장 호전적인 야인 여진 부족인 골간 족 추장의 아들 유다롱개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물었다.
“이름을 하사해 주신다는 것은 우리도 조선의 양민과 같은 대우를 해주시겠다는 의미가 아닙네까?”
“하핫, 유다롱개! 삼 년 전 저하께서 하신 말씀을 벌써 잊었네? ‘태조 대왕께서 조선을 세우실 때 이지란 장군을 비롯하여 여러 여진의 장수가 힘을 합하였다! 태조 대왕부터 금상 전하에 이르기까지, 역대 임금께서 모두 일관되게 여진을 우리 백성으로 포용하고 아껴오셨거늘!’ 하디 않으셨네? 캬아, 내래 말이디. 우리 저하께서 그리 말씀하실 때 이미 마음을 굳게 정하였다. 우리 저하를 따르기로!”
유다롱개를 꾸짖는 척하면서 동송로가무는 더 노련하게 여진 부족의 장래를 기약하고자 하였다.
“기걸 어찌 잊겠습네까? 세자 저하의 그 말씀 때문에 우리 골간 족도 이번에 아이들을 열 명이나 여기 학당에 입학시키는 거 아닙네가?”
유다롱개가 반박하는 말을 들으며 홍위는 아바마마께서 북방 유역의 여진족 분포를 표기한 지도를 짚으며 해주신 말씀을 떠올렸다.
“두만강 이북에 사는 야인 여진 무리는 압록강 이북의 건주 여진, 요양 주변의 해서 여진 무리에 비해 가난하고 힘이 약하다. 그래서 동족의 건주 여진에게 종종 침탈을 당하고 끌려가 노비로 부림을 당하는 일이 잦아 오히려 우리 조선에 호의적이다. 허니 우리 조선은 야인 여진을 우리 세력으로 포용해 건주 여진, 해서 여진, 그 위 몽골에 대한 견제 세력으로 활용해야 한다.”
게다가 전농시 공노비에서 양인이 된 이들이 농지 개척과 농사 기술을 전수해주기 위해 가보니, 의외로 강과 평야가 많아 농사에 적합하다 하였다. 또한 석탄이 나는 곳도 있어 장차 탄광 개발도 기약할 수 있다고 하고.
“문관이 되는 과거 시험은 양인이면 누구나 볼 수 있는 것을! 함께 피를 흘려 터전을 지키고 개척하는데 어찌 시험 기회를 주지 않겠느냐?”
“하핫, 저하! 기회를 주신다고 해도 그 어려운 유학 경전에 통달할 수 있을지 걱정이디만서두, 감사하옵네다. 참, 아이고, 내 정신 좀 보라. 아까 아까 바쳤어야 하는데.”
송로가무가 옆을 박박 깎은 머리통을 탕 치며, 옆에 쌓아두었던 선물을 바쳤다.
“백 년 근 산삼 서른 뿌리, 흑수달피 열 장, 호랑이 가죽 두 장입네다, 저하. 조선에서 농법을 가르쳐주는 이들을 보내주신 덕에 곡식 생산이 많이 늘었으니, 우리 저하께 보답드리고자 합네다.”
“고맙네. 그럼 나는 답례로 무엇을 내릴까. 갑옷은, 어떠한가.”
“갑옷! 조선의 두정갑이 기러케 좋다고 아주 소문이 자자합네다! 하지만 또, 말 타고 달릴 때는 조금 걸리적거리니, 전장에 나갈 땐 밑동을 잘라도 괜찮겠디요?”
“물론이다!”
“기러면, 소신들 받아서 잘 입겠습니다. 이다음에 저하께서 전장에 나가실 때 소신들이 그 갑옷을 입고 옆에서 보좌하겠습네다!”
“잘 입고 또 후손에게도 물려주겠습네다!”
싱글벙글 웃는 세 여진 후계자들을 보며, 홍위는 자선을 시켜 정교하게 만든 두정갑을 한 벌씩 하사하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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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솜을 넣어 만들면 가장 좋겠지만 구하기가 여의치 않습니다. 하여 지도급 군관용으로는 닭털, 소털 등의 짐승 털을 넣어 만들고, 일반 병사용으로는 갈대와 짚 등 마른 풀을 잘게 썰어 채운 것이 대부분입니다. 찰갑 등 갑옷 밑에 입어야 하니 두께는 부러 얇게 하였습니다.”
윤서는 김종서에게 군사들에게 지급할 방한복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군복을 만들어 보급하는 내수사의 군복 공장은 동대문 바깥 청계천의 하류에 위치해 있다. 직물을 다루는데 물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종서가 군복을 점검한다는 소식을 들은 윤서는 박 상궁과 금동이와 함께 마차를 타고 공장으로 향했다.
공장에 갈 때는 언제나 함께 가고 싶다고 조르는 금동이도 여지없이 따라나선 길이다.
“방수 기능을 가진 천으로 겉감을 하면 좋겠지만, 기술상 그것까진 아직 무리입니다.”
“아닙니다, 중전마마. 그간 병사들이 형편이 여의치 않으니 봉족이 내는 면포를 모두 가족에게 주고 겨우 흉내나 낸 군복을 입고와 추위에 떠는 일이 많았습니다. 나라에서 방한복을 지급하는 것만으로도 동상에 걸리거나 동사하기도 하는 병사의 수가 훨씬 줄어들 것이니, 신은 그저 기쁠 따름입니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엉덩이를 덮는 길이로 만든 방한복을 매서운 눈길로 살피는 깐깐한 원칙주의자 김종서를 윤서는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병조 판서가 되어서도 직접 공장에 나와 군복을 살필 정도로 철두철미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렇게 권한을 위임할 줄 모르는 재상을.
스스로 너무 올곧게 문종의 유고를 지킨다는 자부심이 강하여 수없이 많은 적을 만들고, 수양 대군의 흉계를 경계하지 못했던 이를. 그리하여 우리 홍위를 지키지 못했던 이를.
“병판 대감.”
목소리가 저절로 딱딱하게 굳어 나왔다.
“군량미 운송이 쉽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운반이 용이한 육포나 생선포 등은 이미 말려 준비하게 하였습니다만, 주식으로 먹을 곡식을 좀 더 운송과 보관이 쉬운 형태로 만들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중전마마! 그런 것까지 다 직접 챙기십니까?”
김종서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
여인인 중전마마께서 여러 공장을 직접 운영하신다는 것도 놀라운데, 군복을 넘어서 군량미까지 관심을 가지고 직접 지휘하신다니.
김종서로서는 놀랍기만 한 일이었다.
“글쎄요. 쉬지 않고 말을 달려오신 대감께서도 이리 직접 공장에 와 군복을 살피지 않으십니까? 이런 것은 수하를 시켜 군복을 병조 집무실로 가져오게 한 후, 문제점과 개선점을 찾아내 보고하게 하는 편이 시간도 절약되고 또한 앞으로도 점검이 더 용이할 터인데요.”
윤서의 어조가 책망하듯 날카로웠다.
“중전마마께서 어찌 조정 중신의 일에 관여하십니까?”
김종서는 대번에 얼굴을 굳히고 불퉁하게 말하였다.
상왕과 임금이 지극히 아끼는 중전이란 사실을 염두에 두지 않고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하는 것을 보니, 가감 없이 올곧은 충신이 맞았다.
맞는데.
“경은 중전인 내가 사람의 심리를 잘 파악한다는 소문, 들어보셨습니까?”
“신은 중전께서 어떠한 성품인지까지 살필 여력이 없습니다!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여력과 필요를 느끼지 못하신다고 해도, 들으세요. 중전으로 내리는 명입니다!”
윤서는 김종서에게 한발 다가섰다.
키가 큰 중전이 가까이 다가가 내려다보자 작은 체구의 김종서가 눈살을 찌푸리며 다시 거리를 벌렸다. 불쾌한 기색이 아주 역력하였다.
“경처럼 다방면에 빼어난 역량을 가진 인재가 가지는 한 가지 맹점이 있습니다. 워낙 스스로 빼어나니 자신보다 못한 이들을 믿지 못해 일을 맡기지 못합니다. 혼자 모든 것을 다 처리하는 편이 확실하고 속도도 빠르니까요. 하지만 경이 갑자기 부재하는 경우를 가정해 보세요. 군사를 이끌고 요양까지 갔는데, 경이 갑자기 토사곽란이 나 운신을 못하게 되면, 어찌될 것 같습니까?”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신은 무척 황망합니다.”
김종서가 소매를 탁 털었다.
차마 물러가겠다는 말은 먼저 못하지만, 더 듣고 싶지 않다는 뜻을 명확히 하는 불경한 몸짓이었다.
윤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김종서의 재능을 알아보고 키운 황희 대감도 주변과 아랫사람을 포용해야 한다고 여러 번 호되게 타일렀다지만 끝내 고쳐지지 않은 오만함이었다.
최고의 출세가도를 달려온 자부심 넘치는 오만한 신하에게 충격을 주려면, 겉모습은 고작 스물세 살의 중전이 나서 사실을 때려 박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을 내렸기에 부랴부랴 마차를 타고 달려온 것이었다.
“공연한 악담이 아닙니다. 사람의 일에 확실한 것이 어디 있습니까? 화포의 포격 소리에 놀란 말이 날뛰어서 경이 낙마라도 하면요? 경의 공을 시기한 누군가가 경의 음식에 독이라도 넣으면요? 요동 도사가 트집을 잡아 경을 돌려보내면요? 이번 북방의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는 경이 제일 잘 알 것입니다!”
“!”
“자신이 부재할 경우에도 일이 차질 없이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 두는 것이 진정으로 빼어난 지도자가 갖춰야 할 필수적인 덕목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에 권한을 위임하여 아래 사람을 키우고, 공을 다투는 여러 세력이 서로 잘 타협할 수 있게 권한과 책임을 나누고 갈등을 조율하는 법을 반드시 익혀야 합니다.”
“······!”
차마 중전을 직시할 수는 없어서 시선을 빗긴 채 서 있는 김종서가 이를 꽉 악무는 것이 보였다. 불쾌함과 모욕감이 병조판서의 얼굴을 붉게 끓어오르게 만들었다.
그러나 윤서는 멈추지 않았다.
역사를 알기에, 그리고 그의 실패를 알기에 멈출 수 없다.
“그간 상왕 전하와 금상 전하께서 경에게 명령을 내리셨지만, 명나라의 영토에 들어가면 경이 모든 상황을 책임져야 합니다. 석 달이 넘는 긴 기간 동안 외국에서 군대를 이끄는 상황입니다. 명나라의 지휘자는 협력과 견제와 시기 등을 다양하게 하겠지요.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 경이 피치 못하게 부재할 상황까지도, 모두 다 경의 책임입니다. 그런 상황까지, 대비하셨습니까?”
“!”
“무례한 말이나 경에게 꼭 필요한 말이기에, 이리 나섰습니다. 두고두고 곱씹으며 반드시 실행하시기 바랍니다.”
“······.”
김종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윤서는 한 마디 더 덧붙였다.
“곡식을 익혀 가루를 내어서 운반해도 된다면, 그리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군량미에 대해서 좋은 안이 생각나면 알려 주세요. 경의 앞날에 승승장구, 성공만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이 말을 끝으로 윤서는 돌아섰다.
등 뒤로 무시무시한 눈길이 와 박히는 것이 선명하게 느껴졌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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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먼니, 털이양 짚풀이양 모으는 사암은 그것만 모으고, 또 안감을 붙이는 이는 안감만 붙이고, 또 내용무을 넣는 이는 내용물만 넣고 하니까 일이 빠리빠리 해요. 신기해요.”
(어머니, 털이랑 짚불이랑 모으는 사람은 그것만 모으고, 또 안감을 붙이는 이는 안감만 붙이고, 또 내용물을 넣는 이는 내용물만 넣고 하니까 일이 빨리빨리 해요. 신기해요.)
박 상궁과 함께 여러 공정을 꼼꼼히 살핀 금동이가 돌아오는 길에 마차에서 신이 나서 말하였다.
“응, 그게 바로 분업이라는 거야. 직공이 한 가지 일만 하면 훨씬 더 일이 빨라지거든.”
“아이고, 우리 대군 아기씨는 진짜 하나도 허투루 보시는 것이 없어요. 이담에 공장 세우셔도 잘하실 거에요.”
“응, 박 당궁! 열찜히 배우고 있더. 그언데 어머니, 왜 아까는 그옇게 화를 내셨떠요?”
(응, 박 상궁! 열심히 배우고 있어. 그런데 어머니. 왜 아까는 그렇게 화를 내셨어요?)
“중전마마, 설마, 김종서 대감에게 화를 내셨어요?”
“응! 아까 봤떠. 병조 판서 대감 어구이 막 빠갛게 익을 거 같았더. 손도 부드부드 떠었는데.”
(응! 아까 봤더. 병조 판서 대감 얼굴이 막 빨갛게 익을 거 같았어. 손도 부들부들 떨었는데.)
애들 앞에서는 냉수도 못 마신다고 하였는데.
그 광경을 금동이가 보다니!
윤서는 민망한 마음으로 솔직히 말하였다.
“응, 금동아. 어머니가 대감께 조언을 드렸거든. 원래 좋은 말은 귀에 쓰잖니. 하지만 훗날 큰 도움이 되실 거라고 믿어.”
충정이 강하신 분이니, 부족한 점을 반드시 보완할 것이다.
윤서는 그리 믿었다.
그리고 한 달 후.
친정을 나선 명 황제가 포로로 잡혔다는 급보가 날아들었다.
출병 요청과 함께였다.
제